<사설> 과잉복지? 김무성 '눈 가리고 아웅'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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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2.05 15: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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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국민 나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대표는 5일,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복지·증세 문제를 두고 "지금부터 피 터지게 복지 논쟁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최로 열린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연찬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복지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총이 주최는 연찬회 자리이니 만큼 증세와 관련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한 것을 두고 '애교'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국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기절초풍할만한 일이다.

OECD와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social expenditure)의 비율은 10.4%로 OECD 28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게다가 2015년 들어 전년도보다 7.1% 오른 최저임금 수준이 시급 5580원이고, 정년 퇴직 이후의 노년층 인구 일부는 폐지 모으기 등으로 어렵게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독한 현실감의 괴리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김 대표가 현재의 복지 상황이나 서민들의 실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복지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는 "과연 우리가 어떤 복지제도 유형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국민대타협을 해서 우리에게 맞는 복지를 해야 한다"며 '맞춤 복지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세금을 올리고, 복지를 올릴 것인가를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선별 복지를 해야 하는 것은 우파에서 주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해야한다는 것은 좌파에서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70% 이하만 해야 한다는 것이고, (좌파는)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줘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유럽도 마찬가지로 과잉복지 때문에 파탄해서 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복지가 잘 되고 있는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 중 룩셈부르크의 경우만 봐도 대충 답은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1인당 GDP가 5279만달러(2014년 기준)를 넘어선 지 오래고, 제조업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이 720만원 정도(2008년 기준)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나라다. 그러면서도 국가예산의 30%를 복지 예산에 투입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는 사회 복지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 의료비·자녀 양육비·최저생활 재정 보조금 지급 등 국가 복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핀란드의 1/3에도 미치지 않고,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김 대표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복지가 잘 된 선진국들은 모두 국민이 나태해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수 대변인의 "과연 이런 사고로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맞닥뜨리게 될 현안들에 대해 올바른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대표의 유럽 국가들의 과잉복지로 망했다는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껏 국민은 복지과잉이라는 것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으며 제대로 된 복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제 할일 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타박타박 받아가는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과잉복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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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