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깜짝 승진 미스터리

김영한 찍어내고…“왕실장 라인이라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해 말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유출’ 사건으로 정국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온 비선실세에 대한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언론은 물론 국민의 눈과 귀가 청와대에 집중됐다. 그러던 중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서에는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 경위를 향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서의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우병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더불어 청와대가 경찰을 회유해 수사에 직접 개입하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예견됐다. 앞서 한 언론매체는 최 경위가 구속되기 전 심문을 받을 때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파견된 경찰관이 한 경위를 향해 ‘혐의를 인정하면 불구속입건해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들은 사실이 있다고 보도된 적 있다.

국정 해결사

우병우 현 민정수석이 처음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될 때 법조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몰지각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이유는 그가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주임검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소환 조사를 받은 후 23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과잉조사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일각에서는 자살이 아닌 타살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여파로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과 이인규 중수부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부천지청 지청장’을 지내는 등 계속 공직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검사장 승진에 탈락하고 나서야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승진 탈락 사유에 대해 세간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사표를 낸지 불과 1년만인 2014년 5월12일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다. 복귀 시기 면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가 임명된 5월12일은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년을 불과 10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인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후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항명을 하고 사퇴하는 과정에서 우병우 민정비서관 사이의 갈등설이 제기됐다. 당시 상황을 보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회운영위에 김 수석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김 수석은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초유의 항명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곤 김 수석은 갑작스레 사표를 내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그가 왜 항명했는지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와대는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우병우를 민정수석으로 승진시킨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검사 시절부터 ‘사심이 없는 원칙주의자’ ‘강직한 성격’ 등의 평가를 받는 우 비서관이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더 이상의 인사파동이 나지 않도록 해줄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정황이 포착된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청와대에 복귀한 뒤 보고를 할 때면 직속상관인 김영한 민정수석을 거치지 않고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할 정도로 김 실장에게 신임을 얻고 있었다. 김 수석(사법연수원 14기)이 우 비서관(19기)의 검찰 선배일 뿐 아니라 직속상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얘기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수석을 의도적으로 찍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결국 견디다 못한 김 수석이 항명했고 그가 사퇴한 후 공석인 자리에 평소 신임하던 우 비서관을 앉힌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비서실장 라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한 특수통
민정수석 제치고 비서실장에 직접보고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가진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 수석은 평소 자신이 민정수석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문자답해왔던 것으로 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수석은 청와대 민정라인의 수장이었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우 비서관의 힘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두 사람 간의 내부 갈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김 비서실장은 왜 우 수석을 신임할까.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같은 검사 출신에 하나의 일을 맡으면 끝까지 밀어 붙이는 추진력과 업무 성향, 그리고 성격까지 서로 꼭 빼닮았다 전한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정계에서는 업무에 있어서 서로 신뢰할 수 있었던 유대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우 수석은 최근 새로운 실세로 불리며 박 대통령의 신임까지 얻고 있다. 평소 검사 출신 인사들을 중용해 왔던 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수석·특보들과 ‘티타임’을 가진 사진이 보도된 적 있다. 사진에는 박 대통령의 옆자리에 우 수석이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자리에 18기수 선배인 이명재 민정특보(사법시험 11회)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후배의 관계가 뒤집힌 배치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과의 거리는 그 사람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우 수석의 청와대 내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결국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인사를 앞둔 검찰조직에까지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안팎에서도 우 수석의 승진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검찰 출신 민정수석의 경우 통상 고검장급을 지낸 고위인사를 써왔다는 점에서 나이나 경력적인 측면에서 다소 일러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민정수석으로 발탁되자 세대교체의 목소리까지 나오게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통상 검찰총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간부 등과 마주치는 일이 많은 자리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19기인 우 수석이 이른 기수에 승진 발탁되면서 검찰 지휘라인에 혼선까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 수석은 황교안 법무부장관(13기)과 김진태 검찰총장(14기) 뿐만 아니라 고검장급인 16, 17기보다도 후배라는 점에서 소통에 내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면 우 수석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 재편이 따라올 수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실세

실세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청와대의 해결사로 두각을 나타내는 우병우 민정수석.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신임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를 중용하겠다는 이번 결정이 결국 박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유임이 결정된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병우 민정수석은 ‘부자’

공직자 재산 1위…가진 돈만 400억원 이상

우병우 민정수석이 공직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14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신규·퇴직 고위공직자 29명의 재산신고 내역에서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423억3230만원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과거 검사 시절부터 부자검사로 불릴 정도로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물로 이번에 신고한 재산 중에는 비상장주식 3억여원을 비롯해 1천500만원 상당의 롤렉스시계 등도 포함됐다. 그는 2008년 작고한 이상달 기흥컨트리클럽(CC) 및 정강중기?정강건설 회장의 사위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국회의원까지 포함해도 안철수(1569억원 신고) 의원에 이어 재산규모 2위로 나타났다. 우 비서관이 이렇게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재력가로 알려진 처가의 힘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