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정부 조롱한 홈플러스, 왜?

대통령 한방 먹이려 작정하고 깠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연말정산 때문에 난리다. 세수에 목마른 정부가 월급쟁이들의 투명지갑까지 손을 댔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뒤늦게 악화된 여론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각종 보완책에도 뿔난 민심은 여전하다. 쩔쩔 매고 있는 정부. 이 와중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자료가 나와 시선을 끈다.

홈플러스가 낸 보도자료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품목별 매출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는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일단 시기가 애매하다. 의도까지 의심 받는 상황. 게다가 제목이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시선을 끌고 있다.

아킬레스건 건드려
 
홈플러스는 지난달 22일 ‘연말정산 쇼크에 내수도 타격’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연말정산이 시작된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전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7% 역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테고리별로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을 나열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가공식품(-45.8%), 키즈숍(-30.0%), 디지털가전(-22.9%), 액세서리(-21.8%)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하락폭이 컸다. ▲과일(-19.0%) ▲채소(-4.1%) ▲건식(-15.8%) ▲축산(-19.2%) ▲수산(-17.8%) ▲간편조리(-4.8%) ▲차/주류(-16.5%) 등 식음료도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용품(-7.7%) ▲가정용품(-13.2%) ▲문화상품(-4.5%) ▲생활가전(-1.1%) ▲이너웨어(-18.7%) ▲스포츠숍(-14.2%) 등도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다만 아동복(42.2%)과 레저상품(5.5%), 남성복(6.6%), 여성복(8.0%) 등은 판매량이 늘었다.
 

‘연말정산 쇼크’ 보도자료 배포 의도는?
논리적으로 앞뒤 맞지 않는 통계 지적
 
홈플러스는 이러한 매출 역신장세를 연말정산 탓으로 분석했다. 회사 측은 “최근 연말정산 이슈로 나라가 많이 시끄럽다”며 “연말정산에 따른 세금폭탄 쇼크에 내수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많이 닫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보도자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것. 연말정산 때문에 1월 매출이 부진하다는 분석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다른 유통업체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해엔 설 연휴가 1월30일∼2월1일로 올해보다 빨랐다. 홈플러스가 비교 조사한 지난해 1월15∼21일엔 이미 대형마트들이 설 행사에 들어간 상태였다. 물론 매출이 상승하는 대목 효과를 봤다. 설이 아직 먼 2월18∼20일인 올해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같은 상황을 배제하고 단순 비교해 역신장세 원인을 연말정산 탓으로 돌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너무 오버한 것 같다”며 “설 대목인 작년과 비교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설 연휴가 늦은 올 1월 매출이 작년보다 적은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홈플러스가 해석한 연말정산 쇼크는 아직 멀었다. 연말정산이 반영된 월급은 2월부터 나오는데 벌써 소비 심리가 얼었다는 분석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1월 매출 역신장세는 연말정산이 아닌 단순히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큰돈이 들어가는 설을 앞두고 지갑이 닫힌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쩔쩔 매고 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
 
일각에선 이번 홈플러스의 보도자료가 사실상 정부를 겨낭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연말정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대한민국은 지금 연말정산 때문에 난리다. 세수에 목마른 정부가 월급쟁이들의 투명지갑까지 손을 댔다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악화된 여론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별 방안을 지시할 정도로 예민하다.
 
뒤늦게 각종 보완책을 내봤지만 뿔난 민심은 여전하다. 정부가 쩔쩔 매고 있는 와중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홈플러스의 자료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오해다. 전혀 특별한 의도가 없다. 단지 소비 트렌드를 알리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도자료 제목만 보면 정부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며 “연말정산 때문에 힘든 담당 공무원들이 보면 충분히 기분이 나쁠 만하다. 한방 먹이려(?) 작정하고 만든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과거에도 이상한 보도자료를 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경영에서 손을 뗀 이승한 전 회장의 아내 책을 홍보한 게 대표적이다. 홈플러스는 이 전 회장의 아내 엄정희 교수가 <오리의 일기>란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정부 겨낭?
 
업계에선 회사와 관계없는 사람의 홍보까지 하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다는 것. 이 전 회장의 특별지시(?)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잇단 악재’ 흔들리는 홈플러스
‘경품추첨 비리, 고객정보 불법판매, 노조 파업, 매출 부진…’
 

홈플러스가 계속된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매각을 앞두고 대규모 구조조정설까지 직원들 사이에서 퍼져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 게다가 최근 ‘짝퉁 판매’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9월 한 소비자는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0만3000원짜리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상표를 위조한 ‘짝퉁’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홈플러스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비자가 직접 특허청에 위조 여부를 의뢰했고, 그 결과 위조 상품인 사실을 증명됐다. 홈플러스는 “납품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했다.
 
녹색소비자연대는 “홈플러스가 해당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위조 의심 제보를 받고도 일체의 조사나 환불을 거부한 점, 소비자가 직접 특허청을 통해 위조 상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후에도 그 책임을 납품업자에게 떠넘기며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한 점 등은 위법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상표법에 따르면 상표권 및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우 상표 위조 판매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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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