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모뉴엘 상납수법 백태

관피아 살살 녹인 ‘황제 접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다 지난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이 8억여원의 뇌물로 3조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은 7년간 금융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답뱃갑이나 비눗갑, 휴지상자 등에 뇌물을 담아 전달하는 기상천외한 신종수법을 동원해 전방위적인 금품·향응 로비를 펼쳤다. 모뉴엘의 몰락 뒤엔 관피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난해 파산 선고를 받은 ‘로봇 청소기’로 유명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8억원의 뇌물을 뿌려서 무려 3조4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상자를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담뱃갑과 휴지 상자 등을 이용해 뇌물액수의 4000배가 넘는 금액을 손에 쥐었던 것이다.

진화된 로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제2부(부장 김범기)는 모뉴엘의 사기 대출 행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박홍석 대표(53·구속기소)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대출과 여신 한도를 늘려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박씨를 특경법 사기, 허위유가증권작성·행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공여, 배임증재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기소했다.
 
박씨의 로비 행각은 치밀했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담뱃갑이나 비눗갑에 500만∼1000만원어치 기프트카드를 넣어 건네거나 5만원권 현금을 과자·휴지·와인 상자 등에 넣어 1회에 3000만∼5000만원씩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로비 대상자를 모뉴엘의 협력업체에 고문으로 위장 취업시켜 임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하룻밤 접대비로 12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모뉴엘이 이런 식으로 뿌린 로비자금만 모두 8억600만원이다.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로비 대상자 중에는 자신의 자녀를 모뉴엘에 취업시키거나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모뉴엘 측에 술값을 대납시킨 경우도 있었다.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전방위적 로비 덕분에 모뉴엘의 무역보험 한도액은 2011년 950억여원에서 2013년 300억여원으로 늘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 한도액 역시 2011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131억원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해외수입자로부터의 수출대금 회수를 수출입은행이 책임지는 금융상품인 수출팩토링으로 2013년 419억원, 2014년 840억원을 더 지원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대표와 모뉴엘 임원들을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재산 도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담뱃갑에 기프트카드, 휴지상자엔 현금 가득
하룻밤 술값 1200만원…자녀 유흥비 대납도
 
이로써 모뉴엘의 대표 박씨를 포함해 부사장 신모(50·구속기소)씨, 재무이사 강모(43·구속기소)씨,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60), 수출입은행 비서실장 서모(54)씨 등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과 한국수출입은행과 서울 역삼세무서, KT 자회사인 KT ENS 간부까지 포함해 모두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으로 달아난 무역보험공사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8)씨는 기소중지하고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는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표를 내고 국외로 도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관계기관의 제도 개선에 협력하고 유사한 무역금융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의 파산으로 상환이 불가능해진 5500억원은 결국 국책 금융기관을 포함한 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28억원이다. 이 돈은 주로 M&A 자금이나 회사 운영비, 연구개발비, 제주사옥 건축비, 커미션, 직원 월급 등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에 반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 관련 시중은행이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법적 대응은 물론 앞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 보증서 대출 자체를 거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애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의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작성한 허위 수출채권을 꾸미고 허위 수출로 발생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판매하는 수법 등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이른바 ‘회전 거래’로 빚으로 빚을 막는 ‘카드 돌려막기’와 동일했다. 박 대표는 수출대금 채권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 수출을 꾸며 대출받은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거쳐 수입업자에게 송금, 대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몰락한 벤처
 
이 과정에서 은행에서 대출 실사를 나오면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꾸미는 치밀함도 보였다. 2008년부터 6년여간 허위 수출입거래를 매출과 순이익에 포함시켜 2조7000억원 상당을 부풀려 회계분식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 컴퓨터(HTPC) 등으로 급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7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지명도를 높인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뉴엘 사기’ 850억 지킨 은행원 스토리
 
우리은행은 모뉴엘에 850억원을 대출해줬다 회수 결정을 내려 손해를 피해갔다. 대출 회수 결정을 내린 담당자는 기술금융팀 계약직 직원 강윤흠 차장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 차장은 지난달 28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우리은행은 당시 모뉴엘의 주거래 은행이었고, 모뉴엘은 이자도 꼬박꼬박 내는 등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모뉴엘의 재무재표상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주위에서 모뉴엘 제품을 샀다거나 좋은 평가를 준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미국의 쇼핑몰들을 다 돌아봤지만 모뉴엘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거기서 의심스러웠던 부분이 더욱 커졌다”고 모뉴엘 뒷조사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강 차장은 “모뉴엘의 구조가 홍콩을 통한 제 3국 수출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뉴엘이 가지고 있는 수출 신용증은 대부분 홍콩에서 받은 거였다. 거기엔 최종고객이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기존의 은행 거래상에서는 신용성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됐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최종고객의 실체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해외 최종 고객과 크로스 체크가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됐고, 대출금 회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손해를 막은 강 차장은 이후 포상금 300만원과 함께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다. 매년 재계약을 하며 눈치를 보던 마흔 둘 ‘미생’에서 ‘완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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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