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모뉴엘 상납수법 백태

관피아 살살 녹인 ‘황제 접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다 지난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전업체 모뉴엘이 8억여원의 뇌물로 3조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은 7년간 금융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답뱃갑이나 비눗갑, 휴지상자 등에 뇌물을 담아 전달하는 기상천외한 신종수법을 동원해 전방위적인 금품·향응 로비를 펼쳤다. 모뉴엘의 몰락 뒤엔 관피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난해 파산 선고를 받은 ‘로봇 청소기’로 유명한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8억원의 뇌물을 뿌려서 무려 3조40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상자를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담뱃갑과 휴지 상자 등을 이용해 뇌물액수의 4000배가 넘는 금액을 손에 쥐었던 것이다.

진화된 로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제2부(부장 김범기)는 모뉴엘의 사기 대출 행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박홍석 대표(53·구속기소)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대출과 여신 한도를 늘려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단서를 잡고 박씨를 특경법 사기, 허위유가증권작성·행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뇌물공여, 배임증재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기소했다.
 
박씨의 로비 행각은 치밀했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담뱃갑이나 비눗갑에 500만∼1000만원어치 기프트카드를 넣어 건네거나 5만원권 현금을 과자·휴지·와인 상자 등에 넣어 1회에 3000만∼5000만원씩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로비 대상자를 모뉴엘의 협력업체에 고문으로 위장 취업시켜 임금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하룻밤 접대비로 120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모뉴엘이 이런 식으로 뿌린 로비자금만 모두 8억600만원이다.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의 로비 대상자 중에는 자신의 자녀를 모뉴엘에 취업시키거나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모뉴엘 측에 술값을 대납시킨 경우도 있었다. 관피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전방위적 로비 덕분에 모뉴엘의 무역보험 한도액은 2011년 950억여원에서 2013년 300억여원으로 늘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 한도액 역시 2011년 40억원에서 지난해 1131억원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해외수입자로부터의 수출대금 회수를 수출입은행이 책임지는 금융상품인 수출팩토링으로 2013년 419억원, 2014년 840억원을 더 지원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대표와 모뉴엘 임원들을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국외재산 도피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담뱃갑에 기프트카드, 휴지상자엔 현금 가득
하룻밤 술값 1200만원…자녀 유흥비 대납도
 
이로써 모뉴엘의 대표 박씨를 포함해 부사장 신모(50·구속기소)씨, 재무이사 강모(43·구속기소)씨,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60), 수출입은행 비서실장 서모(54)씨 등 한국무역보험공사 전·현직 임직원과 한국수출입은행과 서울 역삼세무서, KT 자회사인 KT ENS 간부까지 포함해 모두 1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으로 달아난 무역보험공사 전 영업총괄부장 정모(48)씨는 기소중지하고 범죄인인도청구 절차를 준비 중이다. 그는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직전 사표를 내고 국외로 도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책 금융기관 일부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관계기관의 제도 개선에 협력하고 유사한 무역금융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의 파산으로 상환이 불가능해진 5500억원은 결국 국책 금융기관을 포함한 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보험·보증액은 3428억원이다. 이 돈은 주로 M&A 자금이나 회사 운영비, 연구개발비, 제주사옥 건축비, 커미션, 직원 월급 등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이에 반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 관련 시중은행이 청구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법적 대응은 물론 앞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 보증서 대출 자체를 거부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애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박 대표 등은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저가의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작성한 허위 수출채권을 꾸미고 허위 수출로 발생한 수출대금 채권을 금융기관에 판매하는 수법 등으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이른바 ‘회전 거래’로 빚으로 빚을 막는 ‘카드 돌려막기’와 동일했다. 박 대표는 수출대금 채권의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또 다른 허위 수출을 꾸며 대출받은 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거쳐 수입업자에게 송금, 대금을 결제하도록 했다.

몰락한 벤처
 
이 과정에서 은행에서 대출 실사를 나오면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꾸미는 치밀함도 보였다. 2008년부터 6년여간 허위 수출입거래를 매출과 순이익에 포함시켜 2조7000억원 상당을 부풀려 회계분식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 컴퓨터(HTPC) 등으로 급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7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지명도를 높인 바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뉴엘 사기’ 850억 지킨 은행원 스토리
 
우리은행은 모뉴엘에 850억원을 대출해줬다 회수 결정을 내려 손해를 피해갔다. 대출 회수 결정을 내린 담당자는 기술금융팀 계약직 직원 강윤흠 차장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 차장은 지난달 28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우리은행은 당시 모뉴엘의 주거래 은행이었고, 모뉴엘은 이자도 꼬박꼬박 내는 등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모뉴엘의 재무재표상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주위에서 모뉴엘 제품을 샀다거나 좋은 평가를 준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미국의 쇼핑몰들을 다 돌아봤지만 모뉴엘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거기서 의심스러웠던 부분이 더욱 커졌다”고 모뉴엘 뒷조사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강 차장은 “모뉴엘의 구조가 홍콩을 통한 제 3국 수출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뉴엘이 가지고 있는 수출 신용증은 대부분 홍콩에서 받은 거였다. 거기엔 최종고객이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기존의 은행 거래상에서는 신용성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됐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최종고객의 실체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해외 최종 고객과 크로스 체크가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안됐고, 대출금 회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손해를 막은 강 차장은 이후 포상금 300만원과 함께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다. 매년 재계약을 하며 눈치를 보던 마흔 둘 ‘미생’에서 ‘완생’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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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