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 70대 회장-50대 비서 ‘위험한 사랑’ 풀스토리

“아버지 결혼은 무효입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로 알려진 70대 건설사 회장이 50대 여비서와 혼인신고를 하자, 재력가의 아들이 “아버지 결혼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법원은 아들의 손을 들어줬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지난 2000년 건설업체 회장 A(76)씨는 횟집에서 일하던 25세 연하의 B(51·여)씨를 만났다. A씨는 B씨의 친절함에 호감을 느꼈고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계는 자연스레 두터워졌고 A씨는 아예 횟집을 차려 B씨를 지배인으로 고용했다.

갑작스런 재혼
 
그러나 안타깝게도 횟집 사정이 어려워졌고 A씨는 횟집 문을 닫았다. 이후 2006년부터는 B씨를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업체 비서로 채용했다. 둘은 기독교인으로 통하는 게 많았다. 매주 성경 공부를 같이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이러던 와중 A씨는 부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2012년 2월부터는 B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A씨에게 치매증상이 나타났고 B씨는 치매로 고생하던 A씨의 간병인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A씨가 전 부인과 이혼을 마무리짓자 2013년 증인 2명과 함께 구청을 찾아 A씨와 혼인 신고를 했다. 그러나 A씨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혼인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거액의 빚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A씨의 아들(47)은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버지가 혼인에 합의할 의사 능력이 부족했다”며 혼인무효 소송을 냈다. 그는 아버지가 2006년부터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2011년부터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러한 아들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아버지의 혼인이 무효된 것이다. 지난달 25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권양희 판사)은 “혼인 신고 당시 A씨가 기억력·계산능력 장애로 일반적인 장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치매를 겪고 있었다”며 혼인 무효를 선고했다. 이에 B씨는 12년 동안 동거를 한 점을 들어 “이미 사실혼 관계였다”며 혼인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어찌됐든 ‘혼인신고’를 했고 ‘동거’를 했기 때문에 B씨 입장은 어느 정도 타당해 보였다. 
 
자녀들 몰래 25세 연하녀와 혼인신고
“알츠하이머 앓아 판단 부족” 무효소송
 
하지만 법원은 A씨 집에 B씨 뿐만이 아니라 운전기사와 회사 임원 등이 함께 살고 있었다는 점, B씨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혼인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10년이 넘도록 왕래도 없었던 점 등을 들어 B씨는 비서이자 간병인이었을 뿐 사실혼 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동거를 했다는 점, 혼인신고 이후 A씨가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B씨를 아내라고 소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등 불편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에 B씨는 반발하며 A씨의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서 소송을 냈다고 주장했다. 35억원 상당의 건물 등과 7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받은 형, 동생과는 달랐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B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A씨가 알츠하이머 중기 치매를 앓았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치매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혼인 무효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A씨의 상태는 그만큼 심각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중증 치매 증상을 나타냈고 계산능력 장애로 일반적인 장보기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YTN <이슈 오늘>에 출연한 강연재 변호사는 “사실 이런 식의 소송이 되려면 아버지가 재력가여야 된다. 재력가여야지 부인을 새로 맞음으로써 그것도 법률상 배우자가 됨으로서 상속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시다시피 배우자는 자식보다도 1.5배를 더 가져간다. 그러다보니 이 자녀들 입장에서는 우리 아버지가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법률상 배우자가 생긴 것을 용인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혼인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혼인신고의 효력이 인정되기도 한다. 지난달 14일 인천지법 가사 1단독(이동호 판사)은 ㄷ(38·여)씨 등 ㄱ씨의 자녀 3명이 ㄱ씨와 재혼한 ㄴ(60)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무효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 아들 승
 
재판부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 법제에서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한쪽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서로 합의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ㄱ씨가 동거 후 일기장에 쓴 ‘집사람’ ‘내 처제’ 등의 증거자료를 근거로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A씨의 혼인 의사는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ㄱ씨의 자녀들은 ㄴ씨가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아버지의 의사와 무관하게 혼인신고를 했다며 소송을 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년후견 제도는?
 
성년후견 제도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 등으로 분류된다. 성년후견은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의 지속적인 결여가 있는 경우, 본인의 행위능력은 원칙적으로 상실되고 후견인이 포괄적인 대리권과 취소권을 갖는 제도다.
 
한정후견은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 이용되는 제도로서, 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우 내에서 대리권과 동의권, 취소권을 가지고 본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유지된다.
 
특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사무 후원이 필요한 경우에 이용되며, 후견인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대리권을 갖게 된다.
 
임의후견은 각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후견인의 권한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후견 및 임의후견의 경우 본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유지된다.
 
이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향후 대상자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2010년에는 성년후견 등의 사건이 약 3만 건이 접수돼 10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2013년 국내에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을 모두 합쳐 약 1300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성년후견제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성년후견개시심판 절차가 소요되는 시간은 전체 사건의 70% 정도가 6개월 이내에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35% 이상은 3개월 이내에 성년후견개시 절차가 종결됐다. 일반 재판절차와 비교해보면, 가압류나 가처분 등을 제외하고는 매우 신속하게 사건이 처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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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