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 다른 요지부동 '우유값의 비밀'
기름과 다른 요지부동 '우유값의 비밀'
  • 이광호 기자
  • 승인 2015.01.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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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넘치는데 가격 제자리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우유 생산량이 넘치면서 재고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소비자부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낙농업계는 우유가 팔리지 않는다며 울상만 짓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우유값 이면에 자리한 불편한 의혹들을 짚어봤다.


 
우유 생산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좋은 날씨 덕분에 우유가 과잉생산되고 미국, 뉴질랜드의 가공업체에서는 유제품 생산을 증가시킨 탓에 전 세계적으로 우유가격이 지난 12개월여에 걸쳐 50%이상 폭락했다. 그런데 국내의 우유가격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멸균 신공법?
 
우유가 넘쳐나는 이유는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면 가격을 조정하면 되지만 우유가격은 여전히 제자리다. 좋은 먹을 거리가 넘치면서 그동안 우유가 갖고 있던 ‘완전식품’ 이미지는 희미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더이상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가 아는 우유값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표면적으로는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시장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란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로 우유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정부는 과거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3∼5년에 한 번씩 낙농진흥회를 통해 원유가격을 협상하면서 생기던 잡음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당국이 가격결정권을 가짐으로써 원유가격을 협상 할 때 마다 반복되던 낙농가의 단식농성, 납품중단 등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은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매년 8월1일 기본가격과 등급가격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 제도는 생산비 변화만을 원유 기본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수요감소나 과잉생산 등에 대해서는 능동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패한 낙농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원유생산량은 18만5346톤으로 2013년 17만5363톤에 비해 신장했다. 우유생산량도 같은 달 기준 30만7168톤에서 33만6130으로 약 11% 상승했다. 그러나 우유 소비 부진으로 지난해 대형마트의 우유 및 유제품 판매량(8월 기준)은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반면 생산량은 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분유(남는 우유는 건조시켜 분유상태로 보관) 재고량은 7월 기준 1만4896톤으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고 12년 만에 최대치…판매가 그대로
‘도대체 왜?’ 소비자 사이에 의문 증폭
 
그럼에도 우유가격에 큰 변동이 없자 소비자단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가 낙농가의 생산비를 보전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제조·유통비용을 높이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격연동제를 고수할 방침을 내비쳤다. 대형마트들은 우유 재고량이 증가한 작년부터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차 줄고 있다.
 
국내에 물량이 넘치면 재고를 가까운 중국에 수출하면 된다. 하지만 이 판로가 막혀 녹록지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한국산 살균우유의 유통기한이 자국 우유보다 긴 것 등을 문제 삼아 제품 등록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제품은 135°C로 초고온 살균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중국은 72∼75°C 저온살균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온살균 방식으로 생산된 우유가 영양분이 더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초고온 살균 방식이 아닌 저온살균 방식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 측은 지난해 8월 중국에 기술검증자료를 냈고, 중국은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위원회(CNCA) 소속 실사단을 파견해 검증해본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실사단은 금주 내 방문을 예고했다. 중국 실사단 5명은 우유 수출이 보류된 기업 7곳 중 5곳을 둘러보고, 중국으로 다른 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업체 2곳에 대한 사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중국 수출재개가 임박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저온살균은 72∼75°C에서 30분 정도 끓이는 공법, 초고온 살균은 135°C에서 2초간 살균하는 공법이다. 우유생산 업체 측에서는 오래 끓이는 공법보다 짧게 끓이는 공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제품이 ‘멸균우유’인데,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고 품질관리 용이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멸균공법은 단백질 등 영양소가 대거 파괴돼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우유는 초고온 살균으로 생산되지만 프리미엄 우유는 저온살균으로 생산된다. 일각에서는 우유생산 업체들이 ‘신공법’이라며 초고온 살균 방식을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만 ‘호갱’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 우유 수입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우유생산 업체들이 생산비용이 올라갈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 물량에 한해서만 생산공정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의 우유를 소비함으로 인해 중국 소비자에게 국내보다 고급공정을 거친 우유를 살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국내용과 중국 수출용에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생산방식은 분명 달랐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품은 135°C 초고온으로 2초간, 중국 수출 제품은 100°C에서 10초간 살균한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애인이 만드는 화제의 우유
 
지난 14일 완주군에 따르면 완주군 장애인복지관과 완주지역 자활센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당은 지난해 정부에서 실시한 ‘융·복합 노인일자리 시범 사업’ 공모에 선정된 후 컨소시엄 형태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오늘 우유’ 생산에 나섰다.
 
우유 명칭을 ‘오늘 우유’로 결정한 것은 젖소 착유부터 생산까지 24시간 이내에 완료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한국낙농진흥회를 통해 원유를 공급받아 여러 낙농가의 합쳐진 원유이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하고 세균이 많아 초고온 살균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오늘 우유’는 완주군 내 낙농농가 가운데 전용목장을 지정함에 따라 세균 수 8000 미만(ml당)으로 관리된 전용목장을 두어 중·저온살균이 가능하다. 초고온 살균 우유는 높은 온도로 인해 유산균 사멸 및 칼슘 변성에 따른 체내 흡수율 저하, 비타민의 높은 손실률 등 영양적인 측면에서 큰 이로움이 없는 반면 ‘오늘 우유’는 단백질 변성이 적은 75°C에서 15초간 살균해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칼슘의 변화가 적어 체내흡수율이 높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 및 장애인은 총 7명이다. 당초 사업목적인 취약계층인 장애인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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