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기업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

톱스타 골퍼는 ‘움직이는 광고판’

 영국 최대의 다국적 금융서비스기업 바클레이스, 미국 최대의 민간 상업은행 웰스파고, 세계적 외환거래전문은행 도이치뱅크, 물류회사 페덱스까지…. 골프대회는 기업 골프마케팅의 장이다. 미국 PGA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미국 LPGA투어 나비스타 클래식 등에서 자사 제품 미니어처를 활용한 티잉그라운드의 티 마커가 눈길을 끈다.

대회 후원 통해 글로벌기업 가치 상승
고객 초청부터 경품까지, 다양한 이벤트

스크린골프업체도 동참, 후원기금 마련
선호도 높고 평생 즐길 스포츠 인식

앞서 언급한 바클레이스, 도이치뱅크, 페덱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골프대회 후원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에 브랜드를 노출시킴으로써 글로벌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여 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경제 침체 속
선전하는 골프마케팅

골프는 여전히 최고의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 그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다 해도 마케팅의 키워드로 굳건하게 버티는 분야가 바로 골프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드는 스타 골프선수 후원과 대형 골프대회 개최, 소규모의 아마추어골프 이벤트까지 폭넓은 범주에서 기업들이 골프를 매개 삼아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왜 골프일까? 무엇보다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소비자들이 골프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골프라는 말 자체가 위화감 조성이나 ‘그들만의 게임’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 건 옛날이야기다. 10여 년 전부터 ‘가장 해보고 싶은 스포츠’를 묻는 설문에 단연 1위로 꼽힐 만큼 골프는 선호도가 높은 운동이 됐다. 가격 거품이 대폭 꺼진 골프용품, 회원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골프장의 증가, 스크린골프 활성화 등으로 골프는 더욱 대중과 가까워졌다. 골프는 선망의 대상이자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지녔다는 말이다.
요컨대 골프마케팅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소비자와 이미 골프를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반응(매출 증대 효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마케팅은 크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참여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의 예로는 아마추어골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 프로골퍼와 동반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프로암(Pro-Am)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연습장이나 골프장에서 유명 교습가의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골프클리닉 등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체나 국내외 자동차 업체 등이 VVIP고객을 위한 초청 라운드나 레슨 기회를 제공하는 것, 골프대회에 홀인원 경품을 내거는 것 등도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관람의 기회를 주는 마케팅은 기업체의 프로골프대회 주최, 프로골프선수 후원, 대회 관람권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거액을 들여 선수를 후원하는 이유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철저한 상업주의로 포장된 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골프마케팅은 시대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여성과 생활, 정보기술(IT), 기부, 문화 등은 골프마케팅과 밀접한 단어들이다.
프로골프 투어에서 성적을 좀 내는 선수라면 대부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대회 기간이 아닌 날에도 좀처럼 쉴 수가 없다. 스폰서 주최의 원포인트 레슨 등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프로암대회나 원포인트 레슨 등을 적극 활용해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스킨십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고객들은 TV나 인터넷으로만 눈동냥 하던 프로들의 노하우를 직접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기업들은 우수고객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기업들이 프로선수에게 후원하는 금액은 많으면 1년에 수억원에 이르지만 결코 터무니없는 액수는 아니다. 그 이상의 홍보효과를 확신하기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다. 메인스폰서들의 경우 선수들의 모자에 새긴 로고로 기업이나 브랜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1년에 수억원
결코 많지 않다

용품 후원업체는 자사의 제품을 쓰는 고객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라운드 행사를 여는데 이때 계약 선수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용품업체들은 최근 몇 해 전부터 VIP 초청라운드에 특정 홀의 홀인원 부상으로 고급 승용차를 내건다. 프로대회에서나 보던 ‘귀한’ 상품이 고객 대상 행사에까지 등장한 것이다. BMW, 아우디 등 수입차가 많은데 실제로 홀인원이 나와 ‘대박’을 터뜨린 고객들이 꽤 된다.
기업들 사이에서 고객 초청 라운드가 일반화된 요즈음 이처럼 차별화된 이벤트와 경품으로 기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려는 경쟁 아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수고객 초청 골프대회에 인기가수의 공연이 편성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여행상품권과 대형TV 등이 아낌없이 내걸린다. 유명 프로골퍼를 섭외해 고객에게 원포인트 레슨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고객 초청라운드에는 언제나 신청이 폭주한다. 계획했던 것보다 몇 팀씩 예약을 더 잡아야 하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 기업 측으로서는 우수고객들을 필드에서 만남으로써 고객의 신상과 취향 등을 직접 파악하는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드에서 얻은 펄떡거리는 정보를 통해 기존 고객의 가족화와 함께 잠재 고객에 대한 접근 방법까지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관리·홍보
효과 1석2조

스크린골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골프존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고객들과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이 어우러진 대회를 열어 문화·예술 분야 후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골프존 하면 떠올리는 스크린골프를 넘어 ‘토털골프문화기업’으로의 이미지 변신 중인 골프존은 선운산CC(현 골프존 카운티 선운) 인수를 기점으로 이 같은 스킨십 마케팅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까지 발을 뻗었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에서 LPGA투어와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부터다. 골프존의 최신 연습 시뮬레이터인 GDR(Golfzon Driving Range) 2대를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 기증했는데 투어프로들과 갤러리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김영찬 골프존 대표는 “최고의 골프투어인 LPGA와 골프존과의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은 글로벌 골프 역사에 매우 뜻 깊은 만남으로 새겨질 것”이라며 “앞으로 역량 있는 수많은 LPGA선수들과 함께 글로벌 골프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하고 긴밀한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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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