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게 없는’ 무한 렌탈시대 천태만상

명품부터 애인까지 “빌려드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보통 렌탈이라고 하면 승용차나 정수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여상품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명품 핸드백, PC, 노트북, 휴대폰, TV, 악기, 가구, CCTV, 보청기, 비데, 제습기, 공기청정기, 침대 매트리스, 전자레인지, 음식물처리기 등. 교환 주기가 짧은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물건뿐만이 아니다. 애인대행 서비스도 여전하다. 바야흐로 못 빌리는 게 없는 세상이다.

 
국내 렌탈 시장이 새로운 소비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세대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렌탈서비스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소비를 경험하고 있다. 생활의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문화가 퍼지면서 렌탈 시장은 지금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점점 얇아지는
주머니 사정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이모(23)씨는 주로 학교에 있는 데스크탑을 사용한다. 평소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지만 가끔은 노트북이 생각난다. 카페에서 과제를 하거나 멀리 이동할 시에 그렇다. 그래서 노트북 시세를 알아보던 중 ‘노트북 렌탈’ 서비스를 알게 됐다. 1박2일 기준으로 1만원 미만, 한 학기 기준으로 대여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씨는 일단 급한대로 1박2일 동안 노트북을 렌탈했다.
 
3년만 지나도 성능이 떨어져 구형이 되는 시대인지라, 이씨는 단기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최신용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렌탈서비스에 만족했다. 노트북 안에는 최신 영화, 음악, 게임 등 콘텐츠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이씨는 이렇게 노트북을 빌려서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 이후에도 이따끔씩 노트북 렌탈서비스를 이용했다.
 

직장인 차모(34)씨는 캠핑시즌 때마다 텐트 등 캠핑용품을 렌탈한다. 캠핑용품을 전부 구입해봤자 1년에 쓰는 건 단 몇 번 뿐이고, 크기도 크고 종류도 많아 보관하는 데 애를 먹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사서 안 쓰고 묵혀두는 것보다 빌리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여름, 가을에 렌탈 전문 사이트를 통해 각종 캠핑용품을 빌렸다.
 
차씨는 캠핑 전 텐트, 캠핑매트, 파라솔, 바비큐 그릴, 불판, 침낭, 접이식 테이블 및 의자, 아이스박스, 캠핑용 랜턴 등을 빌렸다. 전부 상태가 A급이라서 만족스러웠다. 차씨는 캠핑용품 외에도 가족과 즉석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폴라로이드까지 빌렸다. 
 
렌탈 전문 업체의 렌탈제품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컴퓨터(노트북, 넷붓, 데스크탑, 복사기, 프린터, 기타주변기기), 디지털 캠코더/카메라(HD화질 메모리 캠코더, 수중방수 캠코더, DSLR카메라, DSLR렌즈, 디지털카메라, 수중방수 카메라, 즉석카메라), 네비게이션(7인치·4인치), 영상기기(PDP TV, 프로젝터, DVD 플레이어), 멀티미디어(PMP, 닌텐도/PSP 등 게임기·전자사전), 가전/주방/업소/생활(정수기, 비데/연수기, 공기청정기, 청소기, 안마기, 유아용품, 명품가방), 스포츠레저(텐트, 취사용품, 사이클/카이클론, 런닝, 천막/캐노피, 무선모형, 기타 제품) 등이 있다.
 
 
렌탈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렌탈 전문 업체의 사이트에 가입한 뒤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렌탈 시작일로 지정을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고 렌탈 일수를 조정한다. 대여시작일은 상품을 택배로 수령하거나 직접 방문 수령하는 날짜다. 렌탈 기간을 지정한 후 신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반납은 택배로 이루어진다. 렌탈 일수를 조정하는 것 외에는 일반 쇼핑몰 이용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새로운 소비문화
소유 대신 대여
 
다소 낯선 렌탈 상품도 있는데, 바로 명품백이다. 경기침체에도 명품 소비는 불황을 모른다. 그렇다고 모두가 새 제품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온 게 명품백 렌탈서비스다. 명품백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자신의 명품백을 렌탈 업체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이다. 렌탈 요청이 들어오면 업체는 명품백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한다. 렌탈료는 5만원 선으로, 1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명품백을 제공하는 사람에겐 일정 부분 수익을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명품이라는 희소가치를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 소비자 외에도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을 위한 렌탈서비스도 있어 눈길을 끈다. 행사용 테이블, 의자, 엠프 등 각종 음향장비, 간이화장실, 전시용 진열대, 테이블, 벤치 의자도 렌탈이 가능하다. 우리가 참석하는 행사장에 있는 용품 중 일부는 렌탈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장난감을 대여하는 렌탈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이 렌탈서비스는 장난감 비용을 줄이고, 장난감 소비 방법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마련됐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장난감을 대여할 수 있고, 아이들도 더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비싼 가전·가구 대여 유행
목돈 부담에 웬만하면 빌려
 
대여 방법은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위시리스트에 담고, 추후 배송된 장난감을 재미있게 갖고 논 후 반납하면 된다. 배송 후에는 초음파 세척기 및 자외선 살균 건조기를 이용해 위생관리된다. 이용 금액은 월정액 회원제로 운영된다. 현재 키마, 닌자고, 프렌즈, 스타워즈, 시티, 크리에이터, 디즈니, 레고 무비 등의 레고 시리즈를 대여하고 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느꼈던 문제, 이제는 대여로 해결이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휴대폰, TV, 악기, CCTV, 보청기, 음식물처리기 등 다양한 제품이 렌탈 상품으로 올라오면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대행서비스도 렌탈서비스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애인, 부모, 결혼식 하객 등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건전대행도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다. 함께 밥을 먹고 쇼핑하고 영화도 보는 애인대행을 비롯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부모대행, 결혼식 하객이 없어 걱정인 신랑, 신부를 위한 하객대행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역할대행과 같은 서비스가 성행하는 원인으로는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면접촉을 피하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점차 개인주의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퇴폐적인 이미지로 연결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건전대행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건전대행을 제안한 게시자에 따르면 한 시간을 기준으로 같이 걷는 것은 3만원, 장보기는 4만원, 밥 먹기는 5만원이다. 같이 걸을 경우 사람이 없는 곳은 1만50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며, 장을 볼 때 짐이 많으면 1만원을 더 받는다. 밥을 먹을 때는 무엇을 먹든 상관없이 무조건 5만원이며 옷에 음식 밴 냄새 때문에 세탁비 2만원이 추가된다. 드라이브는 4만원이며 원거리로 나갈 경우 추가 할증료 2만원이 붙는다.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 차와 쿠키 혹은 케이크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이와 별도로 요금은 4만원이다. 게시자는 본인을 ‘167cm 48kg’라고 소개한 뒤 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이라고 어필했다. 씁쓸한 세태를 비꼬았다고 볼 수도 있다.

갈수록 커지는
유료 대여시장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조5000억원에 달하던 개인 및 가구용품 렌탈 시장이 2016년 11조4000억원으로 34% 늘었다. 5000만 인구 모두가 1인당 20만원 이상의 물건을 빌려 쓸 때 나오는 수치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렌탈 시장이 오는 2016년에 25조9000억원까지 팽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렌탈시장은 1970년대 건설시장과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렌탈이 합리적인 소비 대안으로 떠올랐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렌탈 시장이 부흥을 이끈 일등공신은 경기침체라 할 수 있다. 불경기에는 적은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렌탈이 호황을 이룬다. 물건은 사야 하는데 목돈은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소비자들은 눈이 높아진 상황인데, 경기는 좋지 않다. 즉 필요한 물건은 많아졌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어 렌탈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렌탈 업체 수도 2만5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생활가전 등 기존에 자리를 잡은 업종부터 시작해 다소 생소한 명품이나 그림 등 의외의 품목도 렌탈 제품으로 등록돼 있다. 렌탈 관련업에 종사자는 15만명이다. 전문가들은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는 신제품의 등장과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이 렌탈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도 물건도 ‘입금만 하면 OK’
불경기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올라
 
렌탈 시장을 기업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리 없다. 이미 여러 기업이 다양한 렌탈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정수기, 가습기, 제습기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생활가전용품은 이미 렌탈 시장의 트렌디셀러로 여겨지며, 여기에 사용기간이 짧은 육아용품, 안마 의자처럼 구매단가가 높은 의료 건강 장비, 하루가 다르게 최신형이 출시되는 카메라 같은 IT기기, 분기에 한 번 쓰면 많이 쓰는 캠핑용품 등.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은 대부분 빌릴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목돈을 들이더라도 소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주칠 경우에만 물건을 빌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렌탈을 대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못 사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렌탈 자체가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렌탈 대여 기간 동안 업체로부터 관리도 받을 수도 있어, 렌탈에 대한 의식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렌탈 시장은 경기침체와, 렌달에 대한 소비자 인식변화, 렌탈 기업의 다양화라는 세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렌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 중 하나는 서비스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은 물건 하나를 빌리더라도 업체마다 일일이 연락을 취해서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렌탈 전문 오픈 마켓’이다. 온라인은 물론 앱을 통해 모바일에서도 렌탈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렌탈 전문 오픈 마켓에서는 생활가전용품, 육아용품, 의료 건강 장비, IT기기, 캠핑 용품 등 다양한 업체들의 렌탈 품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고 있다. 여기에 ‘재능(전문MC, 출장 카메라맨, 초대 가수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까지 빌려준다는 콘셉트가 등장에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렌탈서비스는 어느덧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시장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반짝 유행’
일각서 우려도
 
지난달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탈서비스 시장규모는 2004년 1조원에서 2013년 약 10조2000억원으로 10배넘게 늘었다. 이는 피부관리, 헬스, 성형 등 국내 뷰티산업이나 게임시장, 배달음식 시장과 대등한 규모다. 각 업체별로 매년 15∼30% 가량 매출이 늘고 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보면 ‘소유권 이전형 렌탈’ 관련 소비자상담은 2011년 7447건에서 2012년 6988건으로 소폭 줄다가 지난해 8558건으로 다시 늘고 있다. 소유권 이전형 렌탈은 일정 기간 렌탈료를 지불하고 계약 종료 후에 제품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렌탈 방식이다.
 
소비자 상담 가운데 계약 해지 관련 불만 비중이 37%로 가장 높았고 이어 품질 및 사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21%로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렌탈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서비스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짝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혼수도 렌탈, 뭐가 되나?
 
최근 예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봄, 가을 성수기 대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겨울과 여름 비성수기 시장으로 예비부부들이 몰리고 있다. 혼수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결혼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전·가구 등 혼수를 소유하는 대신 렌탈서비스를 이용해 실속을 챙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비용절감이 중요하다고 해서 예쁘고 아기자기한 신혼살림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젊은 층일수록 유행에 민감하고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혼수 렌탈 패키지’다.
 
가전제품 렌탈 전문 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사가 잦고 제품 교환 주기가 짧은 신혼부부들을 비롯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비용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혼수용품을 다루는 생활가전 렌탈 업체는 1100개에 달한다고 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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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