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 이광호 기자
  • 승인 2015.01.1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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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아닌 다른 문제 있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초동 세모녀 살인사건’의 세모녀 살해 가장 강모씨가 구속됐다. 그러나 그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의혹에 싸여있다. 단순히 생활고 탓이라기엔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고, 부부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범행 경위와 동기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봤다.

▲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에서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인 가장 강모(48)씨 현장검증을 위애 경찰들이 아파트로 검증 물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인 실직 가장 강모(48)씨를 이날 오전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6일 오전 3시부터 4시30분 사이 자신의 소유로된 서초동 아파트에서 아내 이모(44)씨와 큰딸(14), 둘째딸(8)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말못할 사연이? 
 
경찰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불면증을 호소했던 강씨는 지난달 8일과 이달 1일 각각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10정씩 20정을 처방받았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후 같은 달 말 강씨는 가족여행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충북 대청호 인근을 지나면서 ‘호수로 차를 몰고 다같이 죽을까’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지만 차에서 자고 있던 가족들이 깨어나면서 포기했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 5일 새벽 3∼4시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강씨는 배가 아프다는 큰딸에게 약이라며 이달 초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주고 물과 함께 삼키도록 했다. 두 딸이 잠들자 수면제 반개를 와인에 섞어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가 잠들자, 강씨는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실로 나와 잠이 든 아내의 목을 머플러로 졸라 살해했다. 큰 방과 작은 방에서 자고 있던 두 딸도 같은 수법으로 잇따라 살해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6시28분께 119에 전화해 “아이들을 죽였고 나도 죽겠다”고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또 강씨가 쓴 메모 형식의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강씨는 유서에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죄송한데 집사람과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저승에 가서 그 죗값을 치르겠다. 통장을 정리하면 좀 남는 것이 있을 텐데 부모님·장인장모님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고 썼다.
 
강씨는 범행 직후 충북 대청호에서 투신을 시도하고 손목을 긋는 등 자살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5일 오후 12시10분께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14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강씨의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와 큰 딸의 시신에서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검출된 것 외에 특별히 새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면서 “조만간 부검결과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못난 가장의 잘못된 선택 결론
범행 경위·동기 등 의문투성이
여유도 있었는데 왜?
부인과 원만한데 왜?
 
경찰은 서울 명문 Y사립대 경영학과 출신에 기업 임원까지 지낸 강씨가 3년 전 실직한 뒤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주식투자마저 실패하자 끝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에너지·컴퓨터 부품 회사를 다니던 강씨는 2012년 12월경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 시기에 강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한 외국계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 강씨 명의의 아파트는 146㎡ 규모로 최근 매매가는 11억원 안팎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후 아내에게는 실직 사실을 알렸으나 큰딸과 작은딸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에서 '서초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인 가장 강모(48)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다.
 
강씨는 아이들에게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 고시원을 얻어 낮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후배의 사무실에도 자주 오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책을 보며 충전하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대출금 5억을 떼서 매달 400만원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고 나머지 돈으로는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오히려 2년간 2억7000여만원을 날렸다. 이렇게 수중에 남은 돈은 갈수록 줄어들었고, 재취업도 힘들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남았다. 경찰은 이 불안감이 결정적인 범행동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죽인 이유 불분명
 
그러나 강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강씨는 생활고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정황상 납득이 어렵다. 강씨는 주택을 담보로 주식을 해 손실을 보긴 했어도 시세 11억원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만 팔아도 6억원 가량이 남는 상황이었다. 망해도 중산층이었단 얘기다. 다른 가족들의 금전적 지원도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생활고는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피의자가 부부간 불화나 정신적인 질환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살해 동기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가족주의’ 혹은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 등이 빚은 참극이라고 진단했다. 가난하진 않았지만 현재의 삶보다 부족하게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삶을 절벽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강씨 역시 경찰에서 “유복하게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040 가장의 몰락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인원통계’에 따르면 30∼50대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50대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남녀 전체 자살률보다 높았으며 같은 연령대 여성 자살률을 크게 웃돌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의 경우 지난 2003년 21.8%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2년 27.3%, 2013년 28.4%로 증가했다. 40대의 경우에도 2003년 28.1%였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012년 30.9%, 2013년 32.7%로 증가했다. 남성만 놓고 보면 30∼40대 자살률 증가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03년 29.3%였던 30대 남성의 자살률은 2012년 34.6%, 2013년 36.4%를 기록했다. 40대 남성 자살률은 2003년 41%에서 2012년 42.9%, 2013년 47.2%를 기록했다. 2012년 대비 2013년의 40대 남성 자살 증감률은 9.9%p로 같은 기간 -2.9%p의 자살 증감률을 보인 ‘40대 여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성장만 생각하고 자라온 ‘물질세대’가 예상치 못한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빈곤감과 무력감에 빠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소통 단절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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