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장근석 100억 탈세 진실공방

실수일까? 미필적 고의일까?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한류스타인 배우 장근석이 탈세 논란에 휩싸였다. 1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납부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이에 장근석은 당당하다. 소속사는 ‘회계상 오류’를 들먹이며 장근석의 잘못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소속사가 장근석 1인회사라는 점에서 해명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누리꾼들도 소속사의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있는 놈이 더하다”는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배우 장근석이 1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국세청에 납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순수 탈세액만 100억원에 육박해 소득신고 누락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4일 한 매체는 과세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장근석과 함께 세무조사를 받은 한류 스타들의 중화권 활동을 중개하는 H사 장모 대표도 10억원 이상 추징금을 납부했다”며 “검찰은 장 대표가 2009년부터 한류스타들이 중국 등지에서 벌어들인 수익과 에이전트 수수료 등 300여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일부를 연예인들의 차명계좌에 몰래 입금해준 단서를 잡고 내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소득신고 누락

국세청은 지난해 6월부터 장씨가 환치기 수법으로 해외 수익금에 대한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벌여왔으며 장근석도 지난해 8월 초 중국 수익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장근석은 가산세 등 수십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장근석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가 받은 혐의가 조세범처벌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장근석 소속사 트리제이컴퍼니는 “100억 추징금이라니 사실 무근”이라며 “과거에도 이미 이와 관련된 입장을 충분히 표명한 바 있다. 또다시 이렇게 불거지니 더이상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소속사는 이날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세무조사는 탈세로 인한 특별 세무조사가 아닌 정기적인 세무조사였다”며 “당사의 회계상 오류로 인해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어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 “마치 장근석이 거액의 추징금을 내고 탈세한 것처럼 보도돼 배우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장근석의 잘못이 아닌 소속사의 회계상 오류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소속사는 “당사에 소속되어 있는 장근석과 팬분들, 대중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한다”며 “장근석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장근석 측은 지난해 탈세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도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트리제이컴퍼니가 장근석이 설립한 1인 기획사라는 점에서 소속사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트리제이컴퍼니는 지난 2009년 6월 설립돼 오로지 장근석의 모든 국내외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은 장근석이 유일하고 소속사 대표이사 역시 장근석의 모친이다.

누리꾼들은 “뻔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chlr****은 장근석 탈세 논란을 전하는 뉴스에 “오류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하지 않나. 역시 아시아프린스라서 탈세액도 클래스가 다르네. 그런데 작년 6월부터 조사해서 11월에 종결됐으면 속으로 ‘그까짓 탈세 따위 안 걸리면 그만이고, 걸리고 추징금 나오면 추징금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나? 마인드 역시 아시아프린스답게 아주 남다르네”라는 댓글을 달았다.

1인 소속사 “회계 오류” 이상한 해명
아시아프린스서 아시아악동으로 추락?

아이디 kjy1****도 같은 뉴스 댓글에 “한 마디로 개소리죠. 본인 돈 한두 푼도 아니고 100억이나 차익이 나는데 이걸 모른다고요? 지나가는 개가 웃습니다. 장근석 실드 쳐주려고 회사가 총대 맸군요”라고 적었다. 아이디 toma****도 “한자리대 억도 아니고 수십억에서 백억대가 오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수천억 수입 올리는 회사도 저런 실수 안 하는데…. 계획적인 탈세지”라며 아이디 kjy1****의 의견에 동조했다. 아이디 shas****는 “백억을 숫자로 써볼까? ‘10,000,000,000’ 회계상 주로 천원 단위를 쓰니까 ‘0’을 3개 떼어내도 ‘0’이 7개다. 도대체 어떤 멍청한 회계사가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저렇게 큰 실수를 하냐? 이건 마치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경기장에 스케이트 안 들고 온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소속사의 해명에 대한 비난도 잇달았다. 아이디 roma****은 “1인 기획사에서 수익원이 장근석 한 명인데 무슨 복잡한 시스템 상 오류가 있었기에 갑자기 100억씩이나 다시 냈을까. 만약 장근석 측 말이 맞다면 경비처리에 있어 개인사업자로 볼 것인지 법인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추가 세금을 내고 평생 ‘탈세’ 딱지 붙인 송혜교는 억울해 잠도 못자겠네”라고 전했다.

아이디 rhfo****는 “1인 기획사에서 탈세를 기획사가 함. 그럼 누가 한 거임?”이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장근석을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 rimi****은 “장근석 회사에서 입장 발표한 말이 맞네요? 일반적인 세무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을 낸 거 맞네요. 지금 기자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은 국세청이 세금탈세로 장근석을 조사한 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 금액은 백억원대가 아니라고 입장 발표했고. 국세청에서도 탈세가 아니라서 검찰에 넘기지 않은 사안이고. 이걸 탈세로 몰아가 기사 내는 건 어느 나라 조사법인가요?”라고 말했다.

실수라고 하기엔…

아이디 tkmo****도 “뉴스 좀 보자. 국세청에서 추가 징수한 것만으로 탈세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왜 자꾸 탈세라는 거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연예인들의 경비 부분은 국세청과 시각 차이가 있어서 추가로 세금을 더 내는 것일 뿐이다. 송혜교도 강호동도 그랬을 뿐이다”고 전했다.

아이디 eunj****은 “소속사가 그랬다는데 왜 장근석을 욕해. 회사 전산 오류 착오였대잖아. 장근석하고는 별개다. 그만 좀 괴롭혀라. 나름대로 성실히 잘 살아가는 착한 연예인이다”고 토로했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세 연예인 해명 보니…

배우 장근석이 100억 탈세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탈세 연예인이 재조명되고 있다.

배우 송혜교는 지난 2012년 세무조사 과정에서 2009년부터 3년 동안 종합소득세 신고 시 여비 교통비 등 총 59억5300만원 중 54억9600만원을 아무런 지출 증명서류 없이 필요경비에 포함해 신고한 사실이 적발됐다. 송혜교는 “죄송하다. 이것만은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뒤 “고작 3년의 세금을 덜 내고자 할 이유가 정말 없었다”며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부동산 불법 취득으로 논란을 빋은 배우 한예슬도 고의성이 없었다는 사과문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2일 한 매체는 “금융감독원이 외국환 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벌과 부호, 연예인 등 44명을 적발했다”며 그중 한예슬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한예슬 소속사 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명의 이전 신고가 지연돼 과태료를 부과 받은 것으로 불법 부동산 취득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부동산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발생한 일이나 결과적으로 관련 규정을 위반하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금감원에서 과태료와 관련한 통지가 오는 대로 충실히 과태료 납부를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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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