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㉒베어온 머리 숫자로 포상

전쟁 끝나면 잘린 머리 산더미처럼 쌓였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형식은 할복이나 실제는 참수형이었다. 원칙적인 할복 절차에 의하면, 형장에 여러 가지 준비와 확인을 위한 참관인이 미리 대기하고 있고, 할복할 사무라이는 전통 복장에 자신의 목을 쳐 줄 ‘가이사쿠’를 대동하고 형장에 나타난다. 할복하는 자는 단좌하고 앉아 단검으로 왼쪽 배를 찌르고 서서히 오른쪽으로 잡아 당겼다가 다시 왼쪽으로 오면서 몸이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하면 그때 가이사쿠가 목을 친다.

잔인함의 끝

할복을 하는 과정에서 배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고 심하면 내장이 튀어나오는 등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지만, 고통의 소리를 내거나 얼굴을 찡그려서도 몸이 뒤로 넘어가서도 안 된다고 한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지만, 이것이 진정한 무사의 모범적인 할복이라고 여겼다. 물론 이런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할복하며 죽은 무사도 있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할복을 빙자한 참수형이었다.

사무라이는 영주 또는 주군의 명을 받아 할복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기도 했다. 앞에서 여러 번 얘기했듯이 사무라이의 직책과 녹봉은 대물림되는 것이었다. 잘못을 했을 때 스스로 알아서 할복하면 적어도 그가 갖고 있던 직책과 녹봉은 아들에게 대물림될 것이나, 죽음이 두려워 머뭇거리다간 주군으로부터 할복을 명받아 죽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던 직책과 영지도 몰수당하는 것이다.

사무라이들의 할복에는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지만 “영주님! 저는 저의 잘못에 책임을 지고 할복합니다. 그러니 저의 잘못에 대해 그만 노여워하시고, 나의 직책과 녹봉은 아들에게 물림되어 남은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는 의미가 짙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도쿠가와(에도 막부)시대에 이르러 가이사쿠는 공식적인 참수인이 되었다. 사무라이에게는 할복에 사용할 진검 대신 가짜 칼을 주거나 상징적인 의미로 부채를 주기도 했다. ‘47인의 무사’들의 할복 의식(실제로는 참수형)을 거행할 때 주어진 것 역시 백지에 싼 부채였다.

할복 의식은 실제로는 사무라이들이 칼이나 칼을 대신할 물건을 손에 쥐기만 해도 가이사쿠가 칼을 내리쳐 목을 베었다. 비록 할복은 자결을 가장한 참수의 형태로 행해졌지만 할복의 의식, 의례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준비되었다. 이미 할복은 형벌로서 자리매김하였고 관리들 앞에서 의식적으로 집행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의식을 어길 경우 가족에 대한 처벌이 추가될 수도 있었다. 생사를 걸고 임하는 전투에 특별히 정해진 형식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온갖 작전과 술책을 동원하여 무조건 이겨야지 이기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는 전장에서 전투 대형은 장소와 공격 대상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당시의 일반적인 전투 모습을 보면 사무라이들의 생활과 전투에 임하는 그들의 마음을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부인 전장에 끌고 와 군사들 반 협박
패색 완연하면 스스로 목 잘라 숨겨


당시의 사무라이들은 오늘날의 군인들처럼 통일된 제복은 없었다. 한 영주에 속하는 사무라이들도 색과 디자인이 다른 갑옷을 입었다. 그 갑옷은 당대에 마련한 것도 있지만, 주로 할아버지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갑옷을 입었다. 직책을 물려받으면서 갑옷 등의 무구도 같이 물려받는 것이다. 높은 직책의 사무라이일수록 직급에 어울리는 화려한 갑옷을 입었다.

통일된 색이나 디자인의 갑옷을 입을 수 없는 또 다른 까닭은 바로 임시 용병으로 동원되는 낭인 출신의 사무라이들 때문이었다. 당시는 전쟁 때마다 일정한 대가를 받고 전쟁에 참여하는 낭인 출신들이 많았다.
그러한 용병들에게 통일된 갑옷을 제공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옷의 색과 디자인에 상관없이 등에는 같은 색과 모양의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깃발에 어느 영주의, 어느 가신의, 누구라는 것을 표시하고 전장에 나갔다. 그리고 적군을 만나면 칼을 부딪치기 전에 큰소리로 통성명을 하는 ‘나노리(なのり)’라는 의식을 거치고 싸움을 시작했다.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상대가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만큼 치명적 부상을 입고 쓰러져도, 그냥 죽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반드시 목을 잘라 그 머리를 본부석에 갖다 주었다. 그리고 누가, 누구의 목을 잘라 왔다고 장부에 기록하고 나서 다시 싸움터로 돌아갔다. 이렇게 자신의 공적을 확실하게 밝혀 두어야 전쟁이 끝난 뒤 그에 따른 포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부석은 대체로 전선 뒤 약간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 본부석에는 가신들의 부인들이 기모노 차림을 하고 군사들이 베어온 적군의 목을 주군이 대면할 수 있도록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빗기고, 간단히 화장도 시킬 수 있는 도구와 전공을 기록해 둘 장부와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베어온 수급은 그야말로 피범벅이 된 아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다 죽은 무사들이었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져 있고,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죽은 험상궂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처절했던 순간이 죽은 얼굴에 그대로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싸움이 끝난 뒤 주군이 확인할 수 있도록 씻기고 간단한 화장도 시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끝나면 머리를 쟁반에 받쳐 들고 영주로 하여금 확인케 하는 것이다. 전쟁은 며칠에서 몇 주씩 걸릴 때도 있었으므로 사상자도 엄청나게 늘어나 베어온 머리는 일일이 다 정리하지 못해 산더미같이 쌓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본부석의 가신들 부인은 전쟁에 필요한 일도 하지만, 전투를 하고 있는 남편들에게는 일종의 인질과 같은 마음의 부담을 주기 위한 영주의 작전이기도 하다. 전장에 나가 있는 가신들에게는, 전투에서 지거나 밀리면 부인은 적군들에게 겁탈당하고 처참하게 죽는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주는 것이었다. 영주는 높은 곳에 말을 타고 앉아 전시상황을 지켜보면서 작전을 지시하기도 하고, 누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본다.

인권은 없었다

등에 단 깃발은 적에게 자기 존재를 알리는 것보다, 영주에게 자신의 활약을 알리는 의미가 더 컸다. 그래서 하위급 무사일수록 깃발을 반드시 부착했다. 전쟁이 끝나면, 영주는 베어온 머리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감히 네깟 놈이 나에게 도전을 해? 분수를 알아야지” 등의 조롱섞인 말을 하면서, 무사들의 전공을 치하했다.

이러한 의식을 구비짓켄이라고 하여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겼다. 그리고 베어온 머리들은 전리품으로 장대에 매달아 거리에 전시해 주민들에게 영주의 힘을 과시하였다. 특히 상대편 영주나 고위급 가신의 머리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따로 매달아 표시까지 했기 때문에, 무사들은 죽어서 자신의 머리가 적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큰 수치로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 고위급 사무라이들은 패색이 완연히 드러나면 호위 무사에게 자신의 목을 미리 베어 흙 속에 묻게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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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