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빅맨' 삼킨 조폭 풀스토리

독한 형님들 마지막 단물까지 '쪽쪽'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태창은 한때 국내 3대 속옷업체였다. 이런 회사를 조직폭력배가 접수했다. 이들은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주가조작세력을 끌어들였다. 케이비물산으로 이름을 바꾼 지 2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회생할 '골든타임'을 놓친 경영진은 힘에 눌려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폐업 3년차에 드러난 안타까운 사건의 전모다.

속옷 브랜드 '빅맨'으로 이름을 알렸던 케이비물산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폭력조직 송정리파 조직원으로 전해진 정모(53)씨는 케이비물산에서 모두 33억여원을 빼돌렸다. 경영난에 빠진 회사는 회생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철저히 망가뜨려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관정 부장검사)는 케이비물산의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정씨를 구속기소했다고 알렸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10년부터 2년 동안 케이비물산의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장부를 조작해 공금 3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에 자신의 측근을 심은 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포착한 경영진은 측근 A씨에게 항의했지만 정씨는 도리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후반 송정리파에서 활동했던 정씨는 범행 후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해 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씨가 케이비물산 대표로 있던 2011년 4월 복수 인터넷 커뮤니티에 케이비물산과 관련한 조폭개입설이 기재됐다는 것이다. 지인의 입을 빌린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주주총회에 험상궂은 사람들이 들어와 주주들의 진입을 강제로 막았다"며 "경영진마저 못 들어가게 한 채 자신들끼리 총회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주총회를 장악한 세력은 정씨 쪽이 동원한 조폭으로 짐작된다.


케이비물산은 코스피 상장사였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가 있었다. 주가는 하락세였지만 '개미'들은 쉽게 손을 털 수 없었다. 이 같은 투자자의 심리를 케이비물산 경영진은 악용했다. 발전 가능성이 없는 회사였음에도 '남북경제협력 테마주'라고 홍보했다. 조폭이 회사를 점령하자 주가조작의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1세대 주가조작꾼으로 알려진 김모씨는 다단계수법을 활용해 1400억여원을 조달한 적 있는 이른바 '선수'다. 2011년 4월 감옥에서 출소한 김씨는 매달 10%의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다단계 투자자를 모았다. 김씨는 공범 3명과 함께 차명계좌 107개를 확보했다.

이들은 케이비물산의 경영권과 지분을 단기간에 사들였다. 공범 가운데는 케이비물산의 최대주주가 포함돼 있었다. 2011년 7월 1200원대였던 케이비물산 주가는 2달여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주가조작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이득은 32억여원에 달했다.

김씨는 케이비물산에서 빠져나와 다른 종목으로 옮겼다. 하지만 다단계 피해자들은 김씨의 범행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했다. 자체조사를 마친 금융감독원은 김씨의 주가조작 정황을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2013년 11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 등 세력이 작전을 펼쳤던 케이비물산은 2012년 6월8일자로 상장폐지됐다. 케이비물산의 몰락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케이비물산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최대주주가 무려 4차례나 바뀌었다. 이들은 2012년 4월 경영공시에서 2011년 영업 손실이 14억27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116억7400만원이었다.

'송정리파' 장악한 뒤 수십억 빼돌려
작전세력 끌어들여 회사 '공중분해'

같은 달 한국거래소는 케이비물산에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케이비물산 감사인은 '의견거절'을 회신했다. 한국거래소는 법적절차에 따라 상장폐지를 진행했다. 케이비물산 주가는 정리매매 당일 82.6%가 폭락한 75원에 거래됐다.


케이비물산은 같은 시기 1억원 규모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파산선고신청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또 B씨로부터는 9억원 규모의 대여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그럼에도 케이비물산 주가는 일부 반등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을 보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돈만 벌고 빠지려는 투기성 자본이 모여든 결과였다.

케이비물산은 메리야스를 주력으로 만들던 내의공장 ㈜태창이 원뿌리다. ㈜태창의 창업자인 이삼노 회장은 1957년 전북 익산시 인화동에 소규모 섬유공장을 차렸다. 당시 기업명은 태창메리야스공업사였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다.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1970년대 발생한 오일쇼크를 시작으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쌍방울에 근무하던 이기전 당시 전무는 1973년 태창메리야스공업사에 합류했다. 그리고 태창메리야스공업사와 금성메리야스공업사를 합병했다. 회사 이름은 태창섬유 주식회사였다.

같은 해 이기전은 서울에 진출했고, 1977년 부산에도 영업소를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따라서 ㈜태창의 실질적인 창업주는 이삼노가 아닌 이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태창은 1980년대 자사 대표브랜드인 태창메리야쓰를 상표등록하고, 신제품 빅맨을 개발했다. 회사이름도 ㈜태창으로 바꿨다. 1970~80년대 국내 섬유사업 호황기를 타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1987년 12월 글로벌 패션브랜드인 캘빈클라인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고, 1989년에는 캘빈클라인 사업부도 론칭했다. 이듬해에는 캘빈클라인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사업권을 따냈다.

초대회장인 이전노는 자신의 차남인 이주영 전무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태창은 1996년 금강산 샘물 협력사업자로 승인받고, '안나 몰리나리'라는 여성브랜드의 기술도입을 시도했다. 사업 다각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1997년 IMF의 여파로 태창은 다음해 5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당시 태창은 261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고, 1078억원의 부채를 남겼다.

화의절차를 밟던 태창은 2005년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력부문인 언더웨어 사업을 이랜드 쪽에 넘겼기 때문이다. 당시 태창은 언더웨어 사업과 관련한 자산과 부채, 사업권은 물론 빅맨·O.X 등 5개 브랜드의 상표와 로고까지 모두 이랜드에 팔았다. 당시 태창은 190억원의 이득을 남겼다.

역사 속으로

이후 태창은 의류 수입 사업과 먹는 샘물 등에 전력을 기울였다. 2006년 1월 의류업체 키슨스㈜를 합병하고 같은 해 5월 금강수를 출시하는 등 명가의 재건을 노렸다. 하지만 1000억원을 넘겼던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패션 사업부문도 LG패션에 양도했다. ㈜일경으로 상호를 바꾸고 몇 차례 인수합병을 거쳐 케이비물산을 세웠지만 거기까지였다. 케이비물산은 끝내 조폭과 주가조작세력의 먹잇감이 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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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