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장남 숙청’ 배후 추적

아버지가? 동생이?…누가 작업했나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동주와 차남 동빈. 둘 사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일본의 주요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 장악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고 대권을 잡게 될, 더 진한 피를 물려받은 아들은 누구일까. 

<일본제빵신문> 1월호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신춘 특별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는 “영업 내용을 검토해 경영의 전환기로 삼겠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룹 신년 경영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인터뷰 내용 어디에서도 계열사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6일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 전 부회장 해임안이 올라왔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제과회사인 롯데의 이사,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사실을 이사회 직전까지 몰랐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실적 좋았는데
기습 해임 왜?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일본 롯데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재계에 알리면서도 해임 배경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 롯데보다 일본 롯데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재계 일각의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러한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3월 결산) 일본 롯데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7572억엔으로 전년 보다 3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롯데그룹 성장률은 11%였다. 
 

2012년 ‘0원’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매출액은 2013년 34억엔을 기록했다. 지주회사 주요수입원이 계열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는 의미다.
때문에 롯데가의 ‘장남 숙청’을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간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했고, 롯데알미늄 공시보고서에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등재되어 있는 등 아버지의 ‘역린’을 샀다는 주장부터,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급하게 한국을 찾았다. 부인 조은주씨와 함께 조모 제사 참석을 위해 귀국해 11일 오후 롯데호텔을 찾아 가족 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일본 도쿄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가족 모임에 앞서 신 총괄회장의 숙소이자 사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방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계는 가족 모임에서 이번 해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형의 일본 귀국에 하루 앞선 지난 1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체류 중 신 전 회장의 후임으로 선정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일본 롯데 측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신 회장은 “형의 일(신 전 부회장 해임)은 아버님이 하신 일이라 잘 모르겠다”며 일단 발을 뺐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신 회장이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되기 직전 ‘이사 및 이사회에서의 부회장’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임원 명단에 등재됐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사회 일원으로서 신 전 부회장 해임에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찾은 형님
일본 찾은 아우
 
신 회장이 이번 방문에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만난 것도 신 회장이 해임에 직접 관여 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3∼4년 동안 알력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양측 간 경영 방침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과거 신 총괄회장의 셔틀경영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2월 이후 셔틀경영을 중단하고 줄곧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다. 셔틀경영은 신 총괄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짝수달은 한국, 홀수달은 일본을 챙겨왔다. 
 
신 총괄회장은 기존에는 하루에 2개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올해 94세로 워낙 고령인데다가 지난 2013년 말 숙소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에는 하루에 1개 회사 정도만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일본 모든 계열사 임원서 해임
갑자기 도대체 왜?…음모설 ‘모락모락’
 
재계 안팎에서 롯데그룹의 승계작업이 신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것.
 
첫 번째는 두 형제의 지분 차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들여다보면 롯데쇼핑 보유지분은 신 회장이 13.46%, 신 전 부회장이 13.45%로 지분 차이는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지분 경쟁이 시작됐던 롯데제과의 경우에는 1.38%포인트 차이가 나며, 롯데상사는 0.4%포인트, 롯데칠성은 2.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롯데푸드 지분율은 1.96%로 똑같다.
 
 
여기에 일본 롯데에 대한 신 전 회장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신 전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국제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국제장학재단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일본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신 회장과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향방이다. 롯데그룹 한국 계열사 주식 자산을 통틀어 보면 신 회장이 45.3%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신 전 부회장이 41.6%, 신 총괄회장이 6.1%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이는 4% 정도. 


신격호의 셔틀경영
신동빈이 재현하나
 
일본 지분 사정도 비슷하다. 두 형제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가량이다. 광윤사의 경우, 신 총괄회장이 지분 50%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형제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신 전 회장의 해임이 일부 주장처럼 단순 ‘경고성’ 인사에 불과하다면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대세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3명의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 부인인 노순화씨 사이에는 장녀인 신 사장을 뒀다. 동주-동빈 두 아들은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재 부인인 미스 롯데출신 유명 탤런트 서미경씨 사이에서는 막내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얻었다.
 
두 딸은 일찌감치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보유 지분도 미미한 수준이다. 신 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에서 각각 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고문은 롯데쇼핑, 롯데삼강, 코리아세븐 등 보유 지분이 각각 1%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 사장이 이끌고 있는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 사장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후 이사진 물갈이 등을 통해 재단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 6.28%, 롯데푸드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사장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2.52%를 합치면 신 사장은 롯데제과에서 11%가 넘는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 역시 재단 지분과 신 사장 지분을 합치면 신 회장과 신 전 회장 형제를 넘어선다. 차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신 사장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동빈 “아버지 뜻” 발빼기?
신영자 입김 어디로 뿜을까?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암묵적 규칙이 깨지고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롯데 계열사 등기임원 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본 내 모든 임원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내 임원 자리마저도 잃게 된다면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 완전히 차남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회장 직위에 올라 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신 회장이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롯데알미늄과 부산롯데호텔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유교적 전통에 따라 국내 재벌가들도 ‘장자’를 우선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처럼 보이지만 LG와 효성, 코오롱, 한진 등 보수적 기업을 제외하면 ‘장자 승계’ 원칙은 깨진 지 오래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삼남이고 한솔그룹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조동길 회장도 이인희 고문의 삼남이다. 지난해 9월 대웅제약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윤재승 회장 역시 윤영환 창업주의 삼남이다.
 
조선시대 등극한 27명의 왕 중에서도 왕비 소생의 장자가 왕위에 오른 경우는 7번에 불과하다. 세종의 장자인 문종, 문종의 장자인 단종, 성종의 장자인 연산군, 중종의 장자인 인종, 효종의 장자인 현종, 현종의 장자인 숙종, 고종의 장자인 순종 등이다. 중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희빈 장씨의 장자 경종을 합해도 8번이다.

비운 후계자인가
기막힌 반전일까
 
하지만 통념을 벗어난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건희 회장에게 밀린 이맹희 전 CJ 회장은 유산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였고 삼성가의 은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긴 이 전 회장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롯데그룹 상황을 조선시대에 비유하면 조선 3대 왕인 태종을 신 총괄회장으로, 태종의 장남 양녕을 신 전 부회장으로, 양녕 대신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충녕(세종)을 신 회장으로 볼 수 있다. 세종은 조선 4대 왕으로 조선의 번영을 이끌며 현재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의 손자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폐위를 당하고 자살까지 강요당하는 아픔(계유정난)을 겪었다. 당시 수양대군을 지지하며 종친의 좌장으로 앞장선 이가 바로 양녕이었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호탁의 투자 정석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한국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 북한과의 문제, 미국과 중동국가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유가의 급격한 하락, 유로존의 우려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기대감, 일부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 미국의 호경기와 양적 완화 종료, 중국의 성장률, 엔화 약세, 9·11 테러와 일본 지진과 같은 돌발 상황, 한국 증시의 실적 발표 시즌 도래, 대기업 지배 구조 변화, 증시의 종목별 쏠림 현상 심화 등 현재 증시를 둘러 싼 변수는 많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가 시장에 혼재하다 보면 증시가 급등하기도 하고 드물게 공명(resonance)이 발생하여 폭락하기도 한다.
 
투자의 귀재 피터린치는 시장의 급등락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고, 시장참여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변수들을 투자에 반영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변수 중에서 2014년 4분기 실적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증시는 2014년 OECD 중에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 나지 못하고 외국인 주도 장세에서 그들이 이탈하는 것은 역시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고 중기 전망 또한 밝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상장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1%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5.9%) 때보다 낮은 수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소형주에 매기가 집중되는 ‘1월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주식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 퇴출도 많은 시대이다. 많은 성인남녀가 불안정한 경제상황에서 가족 부양에 대해 걱정한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은행권을 통한 재산 증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창업을 한다. 치킨 가게 옆에 피자 가게를 차리며 아이러니하게도 대박을 꿈꾼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 창업 현황’은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이들 10명중 7명은 5년 이내 문을 닫는다. 눈물 나는 과정을 겪은 뒤 창업 이전보다 못한 경제적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의 장점은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의에 의한 퇴출은 없다. 해가 거듭될수록 호봉이 쌓이듯 노하우가 생긴다. 
 
둘째,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투자 환금성이 좋다. 창업은 펼치는 데 일정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고 접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셋째, 전업투자의 경우 조직에 속하지 않고 보스가 없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다. 넷째, 간접투자에 비해 높은 목표 수익률 설정이 가능하다. 2014년 코스피는 전년말 대비 4.76% 하락했고 펀드의 58%는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가? 투자자 중 몇 퍼센트가 어느 정도의 이익 또는 손실을 봤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혹자는 투자자의 5∼10% 만이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 그것은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일단 워렌버핏은 차치하고라도 진짜 돈을 많이 번 고수들을 필자는 많이 알고 있고 성공 확률은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앞으로 본 칼럼에서는 ‘어떻게 성공하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주제별로 독자 여러분과 논해보고자 한다. 
 

[황호탁은?]
 
▲성결대 교수
▲유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KT, 동원그룹 임원
▲전북대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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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