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장남 숙청’ 배후 추적

아버지가? 동생이?…누가 작업했나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동주와 차남 동빈. 둘 사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일본의 주요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 장악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왕자의 난’에서 승리하고 대권을 잡게 될, 더 진한 피를 물려받은 아들은 누구일까. 

<일본제빵신문> 1월호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신춘 특별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는 “영업 내용을 검토해 경영의 전환기로 삼겠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룹 신년 경영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인터뷰 내용 어디에서도 계열사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6일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신 전 부회장 해임안이 올라왔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제과회사인 롯데의 이사,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 사실을 이사회 직전까지 몰랐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실적 좋았는데
기습 해임 왜?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일본 롯데는 이 같은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재계에 알리면서도 해임 배경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 롯데보다 일본 롯데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재계 일각의 해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러한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회계연도(3월 결산) 일본 롯데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7572억엔으로 전년 보다 3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 롯데그룹 성장률은 11%였다. 
 

2012년 ‘0원’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매출액은 2013년 34억엔을 기록했다. 지주회사 주요수입원이 계열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는 의미다.
때문에 롯데가의 ‘장남 숙청’을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간 롯데제과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한국 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확장했고, 롯데알미늄 공시보고서에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그룹 회장’으로 등재되어 있는 등 아버지의 ‘역린’을 샀다는 주장부터,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을 이끌고 있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 전 부회장은 지난 9일 급하게 한국을 찾았다. 부인 조은주씨와 함께 조모 제사 참석을 위해 귀국해 11일 오후 롯데호텔을 찾아 가족 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 일본 도쿄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가족 모임에 앞서 신 총괄회장의 숙소이자 사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방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계는 가족 모임에서 이번 해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형의 일본 귀국에 하루 앞선 지난 10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체류 중 신 전 회장의 후임으로 선정된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일본 롯데 측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신 회장은 “형의 일(신 전 부회장 해임)은 아버님이 하신 일이라 잘 모르겠다”며 일단 발을 뺐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없다. 신 회장이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되기 직전 ‘이사 및 이사회에서의 부회장’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임원 명단에 등재됐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중요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사회 일원으로서 신 전 부회장 해임에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한국 찾은 형님
일본 찾은 아우
 
신 회장이 이번 방문에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만난 것도 신 회장이 해임에 직접 관여 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3∼4년 동안 알력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양측 간 경영 방침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 회장이 과거 신 총괄회장의 셔틀경영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던 2011년 2월 이후 셔틀경영을 중단하고 줄곧 소공동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다. 셔틀경영은 신 총괄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짝수달은 한국, 홀수달은 일본을 챙겨왔다. 
 
신 총괄회장은 기존에는 하루에 2개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올해 94세로 워낙 고령인데다가 지난 2013년 말 숙소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에는 하루에 1개 회사 정도만 계열사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일본 모든 계열사 임원서 해임
갑자기 도대체 왜?…음모설 ‘모락모락’
 
재계 안팎에서 롯데그룹의 승계작업이 신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는 것.
 
첫 번째는 두 형제의 지분 차이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지분을 들여다보면 롯데쇼핑 보유지분은 신 회장이 13.46%, 신 전 부회장이 13.45%로 지분 차이는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지분 경쟁이 시작됐던 롯데제과의 경우에는 1.38%포인트 차이가 나며, 롯데상사는 0.4%포인트, 롯데칠성은 2.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롯데푸드 지분율은 1.96%로 똑같다.
 
 
여기에 일본 롯데에 대한 신 전 회장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신 전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국제장학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국제장학재단은 일본 롯데홀딩스와 롯데전략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일본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주식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신 회장과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 향방이다. 롯데그룹 한국 계열사 주식 자산을 통틀어 보면 신 회장이 45.3%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신 전 부회장이 41.6%, 신 총괄회장이 6.1%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차이는 4% 정도. 


신격호의 셔틀경영
신동빈이 재현하나
 
일본 지분 사정도 비슷하다. 두 형제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 주식을 20% 안팎의 비슷한 비율로 갖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가량이다. 광윤사의 경우, 신 총괄회장이 지분 50%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형제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신 전 회장의 해임이 일부 주장처럼 단순 ‘경고성’ 인사에 불과하다면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따라 대세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3명의 부인과 4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 부인인 노순화씨 사이에는 장녀인 신 사장을 뒀다. 동주-동빈 두 아들은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재 부인인 미스 롯데출신 유명 탤런트 서미경씨 사이에서는 막내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얻었다.
 
두 딸은 일찌감치 롯데그룹 후계구도에서 배제됐다. 보유 지분도 미미한 수준이다. 신 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에서 각각 2%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고문은 롯데쇼핑, 롯데삼강, 코리아세븐 등 보유 지분이 각각 1%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 사장이 이끌고 있는 롯데그룹 산하 3개의 복지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 사장은 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후 이사진 물갈이 등을 통해 재단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 6.28%, 롯데푸드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사장이 보유한 롯데제과 지분 2.52%를 합치면 신 사장은 롯데제과에서 11%가 넘는 지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 역시 재단 지분과 신 사장 지분을 합치면 신 회장과 신 전 회장 형제를 넘어선다. 차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신 사장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동빈 “아버지 뜻” 발빼기?
신영자 입김 어디로 뿜을까?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라는 암묵적 규칙이 깨지고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롯데 계열사 등기임원 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일본 내 모든 임원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내 임원 자리마저도 잃게 된다면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 완전히 차남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회장 직위에 올라 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신 회장이 아무런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롯데알미늄과 부산롯데호텔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유교적 전통에 따라 국내 재벌가들도 ‘장자’를 우선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것처럼 보이지만 LG와 효성, 코오롱, 한진 등 보수적 기업을 제외하면 ‘장자 승계’ 원칙은 깨진 지 오래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삼남이고 한솔그룹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조동길 회장도 이인희 고문의 삼남이다. 지난해 9월 대웅제약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윤재승 회장 역시 윤영환 창업주의 삼남이다.
 
조선시대 등극한 27명의 왕 중에서도 왕비 소생의 장자가 왕위에 오른 경우는 7번에 불과하다. 세종의 장자인 문종, 문종의 장자인 단종, 성종의 장자인 연산군, 중종의 장자인 인종, 효종의 장자인 현종, 현종의 장자인 숙종, 고종의 장자인 순종 등이다. 중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희빈 장씨의 장자 경종을 합해도 8번이다.

비운 후계자인가
기막힌 반전일까
 
하지만 통념을 벗어난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건희 회장에게 밀린 이맹희 전 CJ 회장은 유산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였고 삼성가의 은밀한 이야기가 여과 없이 담긴 이 전 회장의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롯데그룹 상황을 조선시대에 비유하면 조선 3대 왕인 태종을 신 총괄회장으로, 태종의 장남 양녕을 신 전 부회장으로, 양녕 대신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충녕(세종)을 신 회장으로 볼 수 있다. 세종은 조선 4대 왕으로 조선의 번영을 이끌며 현재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의 손자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폐위를 당하고 자살까지 강요당하는 아픔(계유정난)을 겪었다. 당시 수양대군을 지지하며 종친의 좌장으로 앞장선 이가 바로 양녕이었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호탁의 투자 정석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한국 증시는 수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 북한과의 문제, 미국과 중동국가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유가의 급격한 하락, 유로존의 우려와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기대감, 일부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 미국의 호경기와 양적 완화 종료, 중국의 성장률, 엔화 약세, 9·11 테러와 일본 지진과 같은 돌발 상황, 한국 증시의 실적 발표 시즌 도래, 대기업 지배 구조 변화, 증시의 종목별 쏠림 현상 심화 등 현재 증시를 둘러 싼 변수는 많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가 시장에 혼재하다 보면 증시가 급등하기도 하고 드물게 공명(resonance)이 발생하여 폭락하기도 한다.
 
투자의 귀재 피터린치는 시장의 급등락을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고, 시장참여자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변수들을 투자에 반영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변수 중에서 2014년 4분기 실적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증시는 2014년 OECD 중에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 나지 못하고 외국인 주도 장세에서 그들이 이탈하는 것은 역시 한국 기업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고 중기 전망 또한 밝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상장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1%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5.9%) 때보다 낮은 수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낙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소형주에 매기가 집중되는 ‘1월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이다. 
 
주식투자는 반드시 해야 한다. 퇴출도 많은 시대이다. 많은 성인남녀가 불안정한 경제상황에서 가족 부양에 대해 걱정한다. 재취업은 쉽지 않고 은행권을 통한 재산 증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창업을 한다. 치킨 가게 옆에 피자 가게를 차리며 아이러니하게도 대박을 꿈꾼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상공인 창업 현황’은 창업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창업 동기에 대해서 ‘생계유지’라고 응답한 사람이 82.6%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이들 10명중 7명은 5년 이내 문을 닫는다. 눈물 나는 과정을 겪은 뒤 창업 이전보다 못한 경제적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의 장점은 평생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의에 의한 퇴출은 없다. 해가 거듭될수록 호봉이 쌓이듯 노하우가 생긴다. 
 
둘째,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고 투자 환금성이 좋다. 창업은 펼치는 데 일정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고 접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셋째, 전업투자의 경우 조직에 속하지 않고 보스가 없어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다. 넷째, 간접투자에 비해 높은 목표 수익률 설정이 가능하다. 2014년 코스피는 전년말 대비 4.76% 하락했고 펀드의 58%는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쳤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가? 투자자 중 몇 퍼센트가 어느 정도의 이익 또는 손실을 봤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혹자는 투자자의 5∼10% 만이 수익을 낸다고 하는데 그것은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일단 워렌버핏은 차치하고라도 진짜 돈을 많이 번 고수들을 필자는 많이 알고 있고 성공 확률은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앞으로 본 칼럼에서는 ‘어떻게 성공하는 투자자가 될 것인가’에 대해 주제별로 독자 여러분과 논해보고자 한다. 
 

[황호탁은?]
 
▲성결대 교수
▲유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KT, 동원그룹 임원
▲전북대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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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