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환거래 44명 신상 공개

조세피난처에 짱박은 검은돈 더 많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주 사회고위층 인사들의 불법 외환거래 사실이 알려졌다. GS·LG·롯데·현대·효성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그룹 일가와 사회 저명인사, 유명 연예인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막대한 외화를 앞세워 해외 부동산 및 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외국환거래법 제32조 따르면 외화 유출입을 신고하지 않거나 송금 절차를 위반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솜방망이 규정이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발된 이들의 면면을 낱낱이 공개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국내 재벌과 유명 연예인들의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취득 및 금융거래 과정에서 1300억원대의 재산처분 사실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금감원은 재벌가와 연예인 등 44명이 신고 없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환 자본거래는 우리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도 없이
1300억 숨겨

금감원은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큰 GS그룹 계열의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을 검찰에 통보키로 했다. <시사저널>이 보도한 '외국환거래법 주요위반자 조치 예정 내역'에 따르면 허 회장은 과태료 1건(1198만원), 거래정지 2건, 벌칙 1건으로 모두 4건의 불법을 저질렀다. 특히 <시사저널>은 "허 회장이 14회에 걸쳐 9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97억원)의 외화 채권을 매입하면서 신고하지 않아 검찰 통보 조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GS가 3세이자 장손이다. 아버지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으로 LG그룹의 공동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상무는 GS의 주식을 155만6327주(1.67%)나 갖고 있다. 허 회장의 지분은 2.85%(265만1600주)로 주식가치는 약 1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LG가에서도 불법 외환거래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씨와 구씨의 남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2건의 과태료(380만원)와 3건의 거래정지를 함께 조치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도 불법 외환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구 전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모두 4건의 부동산을 사고팔았지만 단 한건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구 전 회장에게는 2건의 거래정지만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녀 구근희씨에게도 2건의 거래정지가 예고되고 있다. 구씨는 과거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의 아들인 이준범씨와 혼인했다. 이씨는 현재 플라스틱 용기 생산업체인 ㈜화인의 최대주주(지분율 76%)로 확인된다.

금감원 재벌·스타 외환법 위반 적발
총 1300억원대 외화 해외 곳곳에 숨겨

현대가도 금감원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외동딸인 정경희씨는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미국 하와이 리조트 등을 매매했다가 4건(159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 조사결과 정씨는 해외에 숨겨 놓은 수십억원의 예금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씨는 1990년대 중후반 자신이 소유한 미국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에게는 과태료 외에도 거래정지 3건, 경고 2건 등이 내려졌다.

금감원은 롯데가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이 거래정지 처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신 총괄회장 역시 900만달러(약 97억원) 규모의 외환거래가 문제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외화를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가에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나란히 적발됐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형인 박 회장은 뉴욕 맨해튼에 '셰필드'라는 이름의 콘도 43층을 갖고 있다. 두 박 회장에게는 거래정지 2건과 경고 1건이 유력시되고 있다.


80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조 회장을 큰아버지로 두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위반자 명단에 없었다.

지난 6월 KBS1TV 탐사보도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은 "조 사장이 19번째 생일을 기념해 부모로부터 받은 고급 리조트가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 사장은 이를 되팔아 8억원의 시세차익을 봤지만 우리 금융당국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재벌가 3세
무더기 적발

CJ가로 분류되는 민재원씨는 거래정지 처분(1건)을 받았다. 민씨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민기식 전 공화당 의원의 딸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전 CJ 상무)의 부인이다.

'벤처업계의 신화'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넥슨 지주회사) 대표도 거래정지(2건)가 확정적이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최대주주(48.5%)인 그는 주식을 포함한 보유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부호다. 김 대표는 노르웨이 유모차업체인 '스토케'를 51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환율 변동폭을 이용한 'FX 마진거래'가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이번 단속에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지 관심의 대상이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12월 'FX마진거래 규정 위반사례 및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딸을 위해 미국 현지에 매장을 개설해 준 '회장님'도 있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김성환 금강제화 회장은 자신의 딸과 사위를 위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 미국 뉴욕 등에 설립된 직영매장은 회사로부터 395만달러(한화 약 43억원)를 지원받았다. 김 회장에게는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거래정지(2건)가 예고된 상황이다.

17대 대선의 뜨거운 감자였던 BBK 사건의 '키맨' 전세호 심텍 대표도 눈에 띈다. 전 대표는 거래정지(3건)와 경고(1건)를 동시에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전 대표가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BBK 회장으로 알고 투자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전 대표는 2001년 11월 "BBK에 투자한 5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부동산을 압류한 바 있다.

이종명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외국환거래법 주요 위반자 명단에 있다.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는 방위사업이 주력인 일광그룹의 계열사로 유명하다. 일광그룹의 회장이자 이 대표의 아버지인 이규태씨는 최근 한 여자 연예인이 제기한 성희롱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연예인을 협박 혐의로 고발한 상황이다.

알고 보면
사회고위층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씨의 자녀(거래정지 1건)가 원로배우 신영균씨(대종상영화제 명예이사장)의 자녀와 나란히 위반자 명단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신씨의 자녀는 국내 신고 없이 미국의 한 쇼핑몰을 매입했다가 1억원의 과태료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13년 신씨와의 친분으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바 있다.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도 거래정지(2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코리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다. 재보험사는 보험사를 위한 보험사다.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가 보상책임을 재보험사와 분담하는 것이다.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 물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코리안리 황제경영 해부(인터넷판 2014년 11월10일)'라는 기사에서 원 회장과 그의 자녀를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체제를 점검한 바 있다. 2013년 원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 배당금 등을 합쳐 모두 12억원을 수령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중견기업 KCC정보통신은 위반자 숫자와 위반 횟수가 가장 많았다. IT솔루션 제공, 수입차 딜러 등을 주력으로 하는 KCC정보통신은 지주회사를 포함한 연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과 장남인 이상현 KCC오토모빌 대표, 차남인 이상훈 KCC시큐리티 대표 등 11명은 과태료 4건(1967만원), 거래정지 9건, 벌칙 2건의 제제가 가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기획 창>에 따르면 이 회장 일가는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마우이섬 부동산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 2010년 마우이섬의 한 대저택을 70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75억5000만원)에 사들였고, 1995년에는 당시 1∼3살이었던 손주들에게 하와이 카우아이 섬을 선물했다. 매입가는 11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118억6000만원)로 전해졌다.

GS·LG·현대 일가 미국 호화 부동산 투자
이수만·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 꼼수 도마

이 회장 일가는 하와이 부동산에 최소 2000만달러(215억7000만원)를 투자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실제 부동산 가치는 2배 이상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합법화(2006년 5월 100만달러 이내 허용·2008년 6월 무제한 허용)되기 전부터 부동산을 거래했다. 대부분의 부동산은 국내 거주자인 자녀나 부인 명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회장 일가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고 60여억원의 증여세를 추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이 회장 일가의 외환거래법 위반 사실을 검찰에 통보키로 결정했다.


이 회장과 함께 혐의가 중대하고 판단돼 통보 조치된 유명인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이 대표는 4892만원(1건)의 과태료와 2건의 거래정지, 2건의 벌칙 처분을 받았다. 이 대표는 미국 현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LA 등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해외에 비밀리에 투자한 돈은 2500만달러(약 269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신고 과정에 일부 착오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솜방망이 처벌
재벌은 코웃음

한인타운 빌딩을 매입한 여자연예인 한예슬씨도 적발됐다. 신씨와 함께 과태료 납부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위반 건수는 2건이다. 한씨 측은 "누락된 것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고 과태료를 낼 것"이라며 "일부 오해가 있다"고 성명을 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국내그룹 관계자 117명을 대상으로 외환검사를 실시한 결과 272건의 미국 부동산 매입을 밝혀냈다. 삼성·SK·한화·효성·LG 등 재벌가 소유가 포함된 부동산 규모는 4억9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5286억원 규모다. 1인당 평균 45억1700만원의 해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이상 법망을 빠져 나간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을 넘어 여러 조세피난처에 분산되는 있는 자산까지 더하면 사회고위층의 불법 외환거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외국환거래법 제32조가 규정하고 있는 최대 과태료는 5000만원에 불과하다. 주식으로만 수천억원씩 굴리고 있는 재벌들에게 5000만원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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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