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㉑ 잔인한 사형방법

"톱으로 조금씩 목 잘라 죽였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당시 일본은 조선이나 중국과는 다른 봉급제도를 갖고 있었다. 조선이나 중국은 중앙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관료와 군인들에게 봉급을 주었으나, 일본은 봉급을 주는 대신 영지를 나누어 주는 일종의 장원제도를 택하고 있었다. 영주로부터 봉급을 받는 대신에 하사받은 영지에서 수확되는 농산물을 팔아 수입을 대신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관료와 군인들에게 봉급을 주면서, 나라의 여러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일하도록 하였다. 몇 년은 함경도에서, 몇 년은 영남에서, 그리고 몇 년 후에는 호남지역에서 일하게 하였다.

베테랑 왜군

전국 곳곳에서 일함으로써 나라 사정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은 되었겠으나, 근무지를 자주 옮겨 다님으로써 동료 사이에 인간관계로 맺어지는 끈끈한 정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특히 조선은 군사 동원 체제로 ‘제승방략(制勝方略)’이라는 제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지방의 수령이 군사를 모아 전투 지역으로 출전하면 중앙에서 임명된 장수가 그 병사를 지휘하는 방식이었다. 이 제도는 적은 병력으로도 많은 적을 효율성 있게 막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낯선 지휘관 아래 여러 지역에서 온 병사들이 소속됨으로써 결집력이 떨어지고 지역적 특수성을 살린 전술을 쓰기 어려운 제도였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 조정은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다. ‘신립 장군’을 ‘3도 도순변사’로 임명하고, 3000의 기마병과 5000의 보병을 합친 8000의 군사로 남한강의 ‘탄금대’ 앞에 배수의 진을 치고 국가의 운명을 건 대전을 준비했다. 이 8000의 군사는 그때까지 경기도, 충청도 등에 산재해 있던 군사를 모집한 것이고, 사령관 신립은 함경도에서 여진족을 토벌하던 장군이었다.

사령관과 그 밑의 장수 및 병사들은 한 번도 함께 한 적이 없던 부대였다. 반면에 상대 편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군사는 조총이라는 당시 최신 무기로 무장된 군사라는 점 외에도 전국시대를 겪으며 평생을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온 군사들이었다.

작전을 수행하는 데 상당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왜군은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 조선의 군사는 소리를 지르고 악을 써도 그 뜻이 잘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장원제도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땅을 받은 가신은 다시 하급 무사나 농민들에게, 전쟁 시에는 군인으로 또는 짐꾼으로 전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일정한 계약을 맺고 땅을 주고 농사를 짓게 했다.

영지는 대물림되므로, 한번 땅을 하사받으면 그 땅은 대대로 생활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그 땅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 먹고사니, 이곳저곳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일이 없었고, 한번 땅으로 맺어진 주군과 가신의 관계는 대대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전쟁터 나가
영주 마음대로 언제든지 사형 집행


좋게 보면 그 때문에 주군과 가신 사이에 끈끈한 정도 생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신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어려운 시기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대대로 얽매여 사는 결과가 된다. 한번 주군이면 평생 주군일 뿐 아니라, 자손 대대로 주군이 되는 것이었다. 만에 하나 주군의 눈에 벗어나는 일이 생겨 하사받은 땅을 몰수당하면, 전 가족은 하인으로 전략하며 그것도 대대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세상만사 언제 어디서나 먹고 사는 일은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경제적 번영기이든 쇠퇴기이든, 풍요로울 때나 궁핍할 때나, 사람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물며 어려운 시기에 목구멍은 더더욱 무서운 포도청이 되는 것이다.

전쟁에 나간다고 꼭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는 두려움보다 당장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가신이 주군에게 충성을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충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주군은 부하 사무라이에게 영지를 내림으로써 은혜를 베풀며, 사무라이는 전쟁에 나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것이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의무다’라는 글과 당시의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여 볼 때, 사무라이들이 그들의 영주에게 했던 충성은 그 의미가 다른 것 같다. 관우나 장비가 유비에게 보인 충성은 순수한 충정에서 나온 충성이었다.

결코 어떤 조건이나 이익을 바라고 ‘도원결의’를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들끓는 홍건적을 무찌르고, 쓰러져 가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었다. 사육신이 단종에게 보인 절개 역시 순수한 충정에서 우러나온 신하의 절개였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모진 고문과 삼족(三族)을 멸하고 제자들까지 처형당하는 형벌 속에서, 그리고 자신들은 거열형을 당할 줄 알면서도 절개를 꺾지 않았던 것이, 무슨 대가를 바라고 그 혹독한 고문과 형벌을 견딘 것이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은 억울한 누명과 그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선조 임금께서 “후일을 기약하라”는 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나이다” 하며 불과 12척의 소형 전선과 120명의 군사를 이끌고, 서해를 통해 한양으로 가려는 133척의 대 군단을 결단코 그대로 북상시킬 수 없다고, 명량해전에 임했던 그 마음 역시 순수한 애국심이었다.

진정한 마음으로 충성을 바친 사무라이들도 일부 있었겠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대부분의 사무라이들은 충정으로 영주를 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영주에게 보인 충성은 순수한 충정도, 순수한 애국심도 아니고, 단지 영지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가식된 충성을 한 것으로 믿어진다.

전국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더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전국시대에 법으로 정해진 사형방법은 없었다. 절대 권력자가 사형을 집행하는 데 정해진 방법이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영주가 마음 내키는 대로 사형을 집행하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대망>에는, 죄인을 처형하는 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땅을 파서 목까지 묻고, 그 옆에 톱을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씩 목을 잘라 죽이게 한 이야기가 나온다.

애국심은 없었다


사무라이에게는 평민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언제 어디서든 즉석에서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 사무라이에게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다른 사람에 의하여 처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할복으로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말이 할복이고, 스스로 알아서 죽은 것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배를 갈라 죽으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의 고통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형극의 시간인 것이다. 따라서 실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로 할복이 아니라, 옆에서 칼로 목을 쳐 주는 참수형을 했던 것이다. 단검을 배에 갖다 대는 형식을 취하면 ‘가이샤쿠(介錯 : 할복하는 사람의 목을 치는 일)’라고 하는 또 다른 사무라이가 목을 쳐서 죽이는 것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