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보배드림녀 시리즈 백태

“내 몸 보고 평가해 주세요”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최대 중고차 거래사이트인 보배드림의 한 게시판에는 차보다 몸매자랑, 얼굴자랑이 대세다. 걔 중에는 차마 눈뜨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높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 속 주인공들에게는 누드인증녀, 다꼴녀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런 수식어들은 네이버, 다음 등에서 해당 사이트의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심지어 구글에서는 사이트명만 검색해도 그동안 올라온 각종 노출사진들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사이트에는 연일 수위 높은 노출사진이 올라온다. 그 중 중고차 거래 대표 업체인 보배드림에서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거나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를 입고 찍은 사진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사진들은 본인이 직접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있는 사진을 퍼 나르는 경우도 발생해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을 도촬한 경우에는 얼굴 같은 신상 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자칫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인증하면
인정받나

보배드림을 이용하는 여성 회원이 직접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조00’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여성회원은 자신의 차량에서 찍은 셀프 사진을 올렸다. 육감적인 몸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한순간 남성 회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녀는 연일 화제가 됐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보니 후폭풍도 엄청났다. 소위 얘기하는 ‘강남미인도’를 뚫고 나온 것처럼 ‘성형 수술을 한 티가 너무 난다’는 식의 외모 발언은 물론 성적인 댓글까지 서슴지 않고 올라왔다. 일부 회원이 올린 댓글은 성희롱으로 적발될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사진을 올린 여성의 메신저 아이디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최초로 아이디를 찾아낸 것으로 추측되는 한 네티즌은 ‘보배 CSI 입니다. 조00님을 검거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바 있다. 게시글에는 해당 여성의 사진과 대화 기록, 신상에 대한 일부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재 그녀는 2013년 9월 이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가장 화제가 됐던 여성은 따로 있었다. ‘섹시00’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그녀는 누드에 가까운 사진을 올려 그 진위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지난해 3월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에는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보유한 여성이 노란색 ‘카마로’ 차량을 옆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속옷을 입지 않고 손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아슬아슬한 사진도 있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궁금증을 더했다. 일부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설부터 포토샵으로 몸매를 보정했다는 증거까지 대는 등 설왕설래였다.

결국 네티즌 사이에서 먼저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쉽게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건 이해받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글이 조회 수가 높은 건 인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벗은 모습이 궁금해서다.

속마음은 당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준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그녀는 ‘누드 올리지 말라 그러는데 오늘 저녁에 올릴까’라고 도발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등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수많은 노출 사진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녀는 현재 모든 게시글을 삭제하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몸매 자랑
얼굴 자랑

‘다꼴녀’ 사진도 유명세를 탔다. 다리 꼬는 여자를 칭하는 은어인 ‘다꼴녀’ 사진에는 한 여성이 남자 승객을 옆에 두고 시외버스로 추정되는 좌석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말이 다리를 꼬았다는 것이지 사실은 반가부좌에 가까운 자세였다. 사진 속 그녀가 치마를 입은 상태였다는 점에서 남성 회원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 외에도 페라리녀, 아우디녀 등 특정 차량과 함께 찍은 여성의 사진은 물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회원에 대해 평가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는 등 게시판에는 미성년이나 여성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이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정보 노출도 존재한다. 이른바 ‘보배드림 상간녀’라 불리는 이 사건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지난 2012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 여성 회원 A씨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여성과 간통을 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남편을 유혹한 B씨는 모 중소기업의 부사장 딸로서 이전에도 수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후 이를 기록해 두는 엽기 행각을 벌였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 임신을 했다가 인공중절을 한 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전했다. 그렇게 바람맞은 A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노출녀, 누드인증녀, 상간녀, 다꼴녀…
반라의 여성들 본인 사진 사이트 공유

상황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파탄 낸 B씨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C라는 남성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부터 점입가경이 되었다. 결혼을 한다는 B씨의 글을 본 A씨는 그간에 있었던 모든 일을 카페에 올리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청첩장과 웨딩 화보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러자 ‘보배드림’ ‘일간베스트’ 등 남성회원이 주를 이루는 사이트에서 B씨의 개인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결혼식을 진심으로 중단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네티즌들은 B씨와 결혼식을 올릴 C씨의 정보까지 유출했다. 심지어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도 공개됐다. 이 소문이 퍼지자 당시 대기업 대리로 일하던 C씨는 결국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 B씨의 과거 엽기적 성생활로 인해 애먼 C씨와 그의 가족만 피해를 본 것이다.

허위·조작 사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게시판에는 그간 올라온 노출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위의 사진이 약 300장가량 유출되었다. 해당 사진에는 한 여성의 신상과 함께 신체 사이즈까지 함께 노출됐다.

당시 게시글에 따르면 사진 속 여성의 직업은 스튜어디스라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 네티즌이 검증에 나섰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사진들의 출처를 따라가 본 결과 이들 사진은 이미 4∼5년 전에 떠돌던 동영상을 단순 캡처한 것임이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보배드림 승무원’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중국 인터넷에서 떠돌던 동영상 캡처 사진이 한국의 승무원으로 둔갑한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세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한 네티즌은 핫팬츠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진에는 한 여성이 핫팬츠인지 속옷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껏 올라간 바지를 입고 마트 주차장을 활보하고 있는데 촬영한 각도가 노골적이었다. 그 사진을 게시자가 직접 찍은 것인지 아니면 ‘승무원’ 사건처럼 인터넷을 떠돌던 것을 올린 것인지, 심지어 한국에서 촬영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특별한 성인 인증 없이 열람이 가능한 게시판에 올릴 사진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누드사진
조작까지

이런 사진들은 대부분 시배목(시승기/배틀/목격담을 줄여 부르는 말)이라는 특정 게시판에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배틀과 목격담이라는 게시판 명처럼 자극적인 사진이 매일매일 올라오고 있는 이곳을 들여다보면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또한 대부분이 은어와 성적인 발언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에 보배드림 커뮤니티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문제가 생각 때 마다 출처는 시배목이다’라는 한 네티즌의 원성이 있는가 하면 ‘포털사이트에 해당사이트를 검색하면 자동차 사진이 아닌 노출사진이 먼저 뜬다’며 ‘이곳이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지 성인 사이트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노출’과 ‘타인에 대한 정보 유출’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터넷 노출증과 관음증의 예로 지적된다. 소셜 미디어의 기술적 발달과 인터넷 커뮤니티 활성화는 자기 홍보나 마케팅의 목적을 넘어 자신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행위로 또는 집착해서 정보를 캐내는 행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비단 보배드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체를 노출해 인정받고자하는 ‘인터넷 노출증’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요즘엔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모바일 상에서도 이러한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한 고등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누나, 사귀자”고 말하는 동영상이 유포돼 큰 파문이 인 적 있다. 이 동영상은 게재가 됨과 동시에 삽시간에 퍼졌다. 본인은 재미로 한 행위겠지만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더군다나 ‘선생님 꼬시기’라는 설명을 붙인 점은 불문율과 같은 사제지간의 관계가 허물어지는 현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해당 학교는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것이라 변명했지만 결코 ‘장난’이라는 장난스런 말로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공론화되었다.

올리면 그만…유포 속도 상상초월
인터넷 노출증·관음증 심각 수준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라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사진이 게재된다. 그녀들은 대부분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군가 달려가 겉옷을 씌어줄 만한데 그런 훈훈한 소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만이 공유될 뿐이다.

그 외에 행인, 직장 동료, 학생들이 구타를 당하거나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 때 오히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촬영한 후 곧바로 자신의 SNS에 공개하는 등 사건에 대한 개입 또는 관망보다 기록과 공유에 집착하는 행동이 주를 이룬다.

기록으로 끝나면 나을 것을 어떤 사람은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한 남성이 서울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의 신분증 사진과 연락처, 그리고 조작된 것으로 추측되는 음란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 게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를 당한 여성은 과거 작성자의 옛 여자친구로 알려졌는데 그 여성이 결별 후 다른 남자를 만나자 이에 대한 복수로 조작을 한 것이다. 문제는 이 글이 퍼지면서 이를 본 네티즌이 이 여성의 ‘신상 털이’에 나서 2차 피해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까지


이러한 사건들은 대표적인 노출증의 사례로 회자된다. 그들은 도덕적 잣대나 가치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내가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지만 관심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기본적으로 노출증 환자가 겪는 망상과 맥을 같이 한다.

개인적인 요인 이외에도 ‘옮기기’와 ‘전시하기’로 대표되는 사회적 요인 또한 이러한 증세를 가속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이러한 세태에 대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인터넷의 흐름에 자신들이 뒤처져 있지 않다는 것을 자타에게 확인시키려는 충동적 행위의 종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네티즌들의 이러한 행동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곧장 사는 ‘얼리어답터’와 다른 네티즌의 이목을 끌 만한 새로운 것을 계속 업로드 하고자 하는 ‘노출증 환자’의 면모를 띄는 것이라 분석했다.

인터넷 상에서 노출을 이끄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소위 ‘떡밥’으로 즐거움을 찾는 관음적 네티즌도 온라인 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 관음증’의 사례는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연예계 소식을 통해서 쉽게 들려온다.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유명 여가수 임신설’ 등은 대표적인 관음증의 폐해였다. 이렇게 유포된 정보는 온라인을 통해 조회되고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채 급속도로 확산됐다. 더욱 문제시되는 점은 관음증의 본질적 행위가 뒤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인터넷 관음증은 익명성을 담보로 폭력적이고 외향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모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관음증과 노출증이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적으로 보편화돼 집합적인 사회병리현상으로 발전했다”라며 “SNS는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을 상업주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무엇이든 인증해야만 인정받는 요즘 세태와 재미있고 관심만 받으면 끝이라는 극단적 사고가 어우러져 빚어진 촌극이며, 그 무대 위에서 나 자신 또한 보여지는 자극을 탐닉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성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배드림은?

중고차 거래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의 한 게시판에 올라온 노출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사이트에 대한 궁금증 또한 높아지고 있다. 1999년 개설된 보배드림은 국내 1위 자동차 거래사이트로서 다양한 매물과 유용한 정보로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터넷 쇼핑몰이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모형, 용품 등을 거래하는 곳으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또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모임도 가끔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 회원의 주를 이루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2014년 12월에 발표한 최다 검색어 순위 4위를 자랑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이 사이트는 한 달에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대표이사인 ‘김보배’의 이름을 따 지은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드림타워 11, 12층에 위치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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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