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회사원 몰리는 ‘수면방’ 가보니…

자꾸 없어지는 과장님 따라가니 ‘허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대낮에 잠을 잘 수 있는 이른바 ‘수면방’이 등장해 화제다. 수면방은 업무에 지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낮 시간에 꿀잠을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기존의 휴게텔이나 사우나에 비해 밝고 깨끗한 데다, 이용요금도 부담이 없어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숨겨진 아지트를 소개한다.

 
최근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들에게 유료로 낮잠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만성피로에 젖어 있는 직장인들의 탈출구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잠자는 카페?
 
지난 6일 ‘수면방’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카페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카페 안에는 해먹(hammock·기둥이나 나무 사이 같은 곳에 달아 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핏 보면 일반 카페와 비슷하지만, 테이블 대신 알록달록한 해먹이 자리하고 있어 이채로웠다.
 
기자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뒤 창가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행동 하나 하나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수면방 내부는 훈훈한 상태였다. 적당한 습도와 향기가 더해져 아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해먹은 보기와 달리 편안했다. 몸을 눕히자 심신의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이 카페의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 영국과 스페인에서 직접 수입한 커피와 홍차, 향긋한 차도 포함된 가격이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잡지와 책도 마음껏 볼 수 있어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인근에 모 대기업 사옥이 자리하고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수면방을 찾은 직장인 김모(32)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점심을 먹지 않고 바로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항상 잠이 부족한데, 해먹에서 1시간 누워있다 사무실로 복귀하면 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자 대부분은 김씨와 같은 직장인이지만, 대학생 등 일반인도 적지 않다. 대학생 오모(28)씨는 가끔 해먹을 떠올린다. 한번 맛 들린 이후 그 매력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오씨는 “누워서 이용하는 카페라고 생각한다”며 “일반 카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사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면방은 단돈 5000원으로 1시간 동안 마음 편히 잠자고, 지정한 시간에 잠을 깨워주는 알람서비스를 받고, 일어나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휴식공간의 등장은 우리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극도의 피로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점심밥 대신 낮잠 선택하는 직장인들
1시간 5000원…해먹에 누워 ‘드르렁’
 
전문가들에 따르면 30분에서 1시간 동안 낮잠을 자면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어든다. 때문에 스트레스 감소와 마음 안정 효과가 나타나 일의 집중도와 능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쪽잠제도’를 도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야근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직원 등이 이 제도를 이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서울시의 쪽잠제도는 점심시간 이후인 1시부터 6시 사이에 쉬고 싶은 직원이 부서장에게 신청해 허가받은 후 30분에서 1시간 동안 공식적인 휴식을 취하는 제도다.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서울시청 신청사와 서소문별관에 설치된 직원 휴식공간이다. 부서장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직원들의 낮잠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용률은 시행 초기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좋은 제도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홈페이지 회원 2470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숙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숙면 및 수면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응답자들이 자신의 수면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본인의 숙면·수면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0.73%인 759명만 만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만 본인의 수면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수면시간 부족과 수면의 질인 숙면을 취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수면시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57.85%인 1429명이었다. 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에 대해 묻는 질문에 5∼6시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32명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적당한 수면 시간에 대한 질문에는 7∼8시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301명으로 가장 많아 수면의 양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의 질에 대한 부분에서는 수면시간보다 숙면 여부가 중요했다. ‘수면시간 부족’을 꼽은 응답은 20.21%에 그친 데 반해,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자다가 자꾸 깨거나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등 숙면과 관련된 응답은 전체 응답의 76.61%에 달했다. 

수면시장 확대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8년 22만8000명에서 2012년 35만7000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약 60% 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급증하면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웰슬리핑(well-sleeping)’ 수면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창기에는 주로 이불, 베개, 침대 등 침구류에 집중되어 발전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생활용품, 화장품, IT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IT업계의 경우 스마트 워치나 손목밴드, 수면 유도등, 수면안경, 수면안대 등을 내놓고 있다. 침구류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뇌파에 영향을 주는 골전도 숙면 베개, 스피커를 통해 숙면을 돕는 음악 베개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숙면시장이 ‘보조’에서 ‘치료’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잠이 보약’ 숙면 10계명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라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하라
▲낮잠은 15분 이내로 제한하라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낮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하라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를 피하고 적당한 수분을 섭취하라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하라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법을 배워라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하라
▲잠자리에 들어 20분 이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완하고 있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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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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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