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교회 텅빈 청년부, 왜?

예배당에 젊은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교회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 교회 부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기둥인 청년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청년부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 심지어 일부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하기도 했다. 교회공동체의 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현재로선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현실이다.

 
“교회에 청년이 없다.”
 
언제부턴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대학생 위주로 구성된 ‘청년부’를 지탱해야할 젊은이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교회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늙은 교회 시대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로, 교계에서는 ‘교회 고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농촌에 청년이 부족하듯, 교회에도 청년 품귀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교회 이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점점 굽혀지는
교회의 허리
 
현재 한국교회의 청년부의 80% 이상이 불과 10∼20명 이하의 대학생 및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회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숫자는 하나의 ‘찬양팀’ 수준에 불과하다. 예배당 의자가 텅텅 비어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교회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일당백’ 청년들 덕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의 인원들은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등 다양한 역할로 분주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일인 다역으로 인해 평일에도 쉴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신앙이라는 말로 위로를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의 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직장인 신모(28·여)씨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에 꾸준히 헌신해왔다. 그는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 성가대, 청년부 임원 등 교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한 번에 소화하며 ‘일꾼’으로 통했다. 그는 예배가 있는 주일(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회에 나가 각종 봉사에 팔을 걷어부쳤다.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교회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반강제적인 상황도 한몫했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이 잇따라 교회를 떠나면서 그들이 기존에 맡았던 직책을 어쩔 수 없이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당백 역할에 지친 신씨는 결국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젊은층 이탈 심화…뚜렷해진 고령화
일부교회 사실상 청년부예배 폐지도
 
이후 신씨는 주일 오후에 있는 청년부예배만 참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부 인원은 급감했고, 찬양팀 인원마저 이탈해 예배에 차질이 생겼다. 급기야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시켰다. 차라리 장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청년부가 폐지된 뒤부터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이 10명 내외로 뚝 떨어졌고, 서로의 근황도 알 수 없을 정도 청년공동체가 무너져 내렸다. 교회 곳곳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청년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걸까. 경기도의 한 교회에 출석 중인 취업 준비생 오모(29)씨는 취업스트레스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씨도 앞서 신씨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교회에 있는 시간이 불안했다. ‘신앙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오씨는 교회와 관련된 일을 내려놓고 졸업유예까지 하면서 취업준비에 몰두했다.

이외에도 많은 청년들이 교회 일의 압박과 개인적인 상황에 치이면서 교회를 멀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교회에는 젊은 청년이 없다. 각종 행사를 집사, 권사, 장로 등 장년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교회가 늙어간다’는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피 수혈’이 요원한 상태다.
 
서울의 한 청년부 목사는 “과거에는 청년들 중심으로 교회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장년들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늙은 교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스러워했다. 이 목사는 “청년이 부족한 것은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며 한국교회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노인들 바글바글
청년 발길 끊어
 
전문가들은 청년부가 위축되는 원인을 크게 교회의 ‘내적문제’와 ‘외적문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내적문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부를 지도하기 위한 전문 사역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청년 이탈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단체들의 경우 전문 사역자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일선 교회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목회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형편없는 교육환경 때문이다. 신앙훈련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받고 싶어도 교회에 청년이 부족해 일부 청년이 일인 다역을 맡다 보니 중압감 때문에 신앙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년부가 청년부를 ‘5분대기조’로 활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 청년들은 교회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어 지친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부의 교육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점, 청년부 중심의 교재가 적은 점, 제자훈련, 소그룹 활동, 기도목회 등의 실천적인 전략들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겹쳐지면서 청년부가 활력을 잃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는 수십 년 전 정관이나 회칙, 조직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내적문제보다 중요한 게 외적문제다. 일단 많은 청년들은 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부로 올라가기 꺼린다. ‘어느 학교에 합격 했나’ ‘누구는 명문대학 갔다’ 등 왜곡된 입시문화는 교회 안에서도 갈등을 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대학부’ ‘대학청년부’ 등 명칭논쟁도 빈번하다. 쓸 데 없는 소모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취업 했나’ ‘누구는 대기업 갔다’ 등.
 
공감대형성이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교회마다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보통 청년부는 대학생부터 미혼자로 구성돼 있다. 이 말인즉슨, 20세 대학 새내기와 40세 미혼청년이 같은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그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청년이탈 현상은 중·소규모 교회의 경우에 한하는 얘기다. 소위 잘나가는 ‘대형교회’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중·소규모 교회의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다.

예견된 현상
깊어지는 한숨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잘나가는 대형교회 청년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좋은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점들이 중·소규모 교회에 있던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대형교회에서 오히려 더 큰 실망감만 느끼고 교회를 등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신앙의 본질을 잃은 채, 외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초대형화·기업화된 교회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영화 <쿼바디스>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고발한 다큐영화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유명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됐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됐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에 됐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됐다” 이 영화에 나온 대사다.
 
<쿼바디스>의 주 내용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법 횡령·세습·성폭력·전별금 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욕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교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영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본질서 멀어진 대형 기업화 바람
발걸음 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
 
<쿼바디스>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건설현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배임 사건’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 의혹’ 등을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등 황당한 문제점을 짚고 실제 자료들을 토대로 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 날의 교회를 보여준다.
 
간간히 개혁을 외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과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7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2014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소 상담통계 및 분석’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신도들을 상담한 내용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교회 분쟁의 주된 요인은 재정 불투명을 포함한 재정 배임 및 횡령 등 ‘돈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분쟁이 있는 21개 교회를 상담한 결과 ‘재정 전횡’이 13건, 3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담임목사의 독단적 운영’은 9건(22%), 교회 세습에 따른 분쟁 5건(12.2%), 목회자의 성문제 3건(7.3%), 설교표절 1건, 헌금강요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신뢰 잃은 교회
대안적 바람 절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재정과 관련된 문제가 교회분쟁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었고, 담임목사에 의한 독단적 운영, 교회세습 및 목회자 청빙 관련 문제, 담임목사의 성문제, 목회자 윤리 상담 주제 대부분이 담임목사와 관련 있었다”며 “한국교회는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와 의사결정 구조에서 일어나는 일방적인 불통 때문에 교회 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상담 통계로 본 교회 분쟁 경향에서 교회 운영에 대한 평신도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목회자 그룹 내 내부 고발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교회 분쟁이 사법적 조치로 이어지고, 폐쇄적인 재정, 인사 전횡에 대한 문제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교단 내부적으로 분쟁 해결의 시스템을 전문화하고,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럽은 지금…교회 리모델링 유행
 
유럽교회가 술집과 상가, 체육시설로 리모델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도 수가 크게 줄면서 빈 교회와 성당 건물들이 처치 곤란에 빠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의 루터교 교회가 술집으로 바뀌어 최근 새로 개장했다고 보도했다. 천장이 높은 교회 특유의 구조를 놔둔 채 음산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꾸며 괴물 프랑켄슈타인 관련 테마가 엿보이는 술집으로 바꿨다. 영국 브리스톨에서는 교회가 서커스 훈련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은 교회의 높은 천장이 공중 곡예 연습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889년에 지어진 성당 내부를 흰색으로 칠한 뒤 여성의류 판매점으로 바꿨다.
 
네덜란드의 1600개 가톨릭 성당 중 3분의 2는 신도가 턱없이 부족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에서는 지난 10년간 515곳의 가톨릭 성당이 미사를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연평균 20여 곳의 성공회 교회가 폐쇄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지금까지 200곳 안팎의 교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5000곳의 교회가 새로 생겼지만 신도 수는 오히려 3% 줄어 머지않아 유럽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종교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회가 공동체 결속에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전통을 고려해 건물을 아예 허물기보다는 용도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유지비를 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하려면 벅찬 데다 수요를 무시하고 도서관이나 공연장 등으로 개조할 수 없자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다.
 
교회의 변신은 교계 입장에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용도가 바뀐 교회 건물에 들러 “웃기는 일” “믿음을 더럽힌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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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