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교회 텅빈 청년부, 왜?

예배당에 젊은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교회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 교회 부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기둥인 청년들이 하나둘 예배당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청년부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 심지어 일부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하기도 했다. 교회공동체의 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가운데, 현재로선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현실이다.

 
“교회에 청년이 없다.”
 
언제부턴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대학생 위주로 구성된 ‘청년부’를 지탱해야할 젊은이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교회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늙은 교회 시대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로, 교계에서는 ‘교회 고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농촌에 청년이 부족하듯, 교회에도 청년 품귀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교회 이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점점 굽혀지는
교회의 허리
 
현재 한국교회의 청년부의 80% 이상이 불과 10∼20명 이하의 대학생 및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교회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숫자는 하나의 ‘찬양팀’ 수준에 불과하다. 예배당 의자가 텅텅 비어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교회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일당백’ 청년들 덕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소수의 인원들은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등 다양한 역할로 분주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일인 다역으로 인해 평일에도 쉴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신앙이라는 말로 위로를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의 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직장인 신모(28·여)씨는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에 꾸준히 헌신해왔다. 그는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 성가대, 청년부 임원 등 교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한 번에 소화하며 ‘일꾼’으로 통했다. 그는 예배가 있는 주일(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교회에 나가 각종 봉사에 팔을 걷어부쳤다.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교회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반강제적인 상황도 한몫했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이 잇따라 교회를 떠나면서 그들이 기존에 맡았던 직책을 어쩔 수 없이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당백 역할에 지친 신씨는 결국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젊은층 이탈 심화…뚜렷해진 고령화
일부교회 사실상 청년부예배 폐지도
 
이후 신씨는 주일 오후에 있는 청년부예배만 참석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부 인원은 급감했고, 찬양팀 인원마저 이탈해 예배에 차질이 생겼다. 급기야 교회는 사실상 청년부예배를 폐지시켰다. 차라리 장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청년부가 폐지된 뒤부터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이 10명 내외로 뚝 떨어졌고, 서로의 근황도 알 수 없을 정도 청년공동체가 무너져 내렸다. 교회 곳곳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청년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나는 걸까. 경기도의 한 교회에 출석 중인 취업 준비생 오모(29)씨는 취업스트레스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오씨도 앞서 신씨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다양한 직책을 맡았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교회에 있는 시간이 불안했다. ‘신앙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오씨는 교회와 관련된 일을 내려놓고 졸업유예까지 하면서 취업준비에 몰두했다.

이외에도 많은 청년들이 교회 일의 압박과 개인적인 상황에 치이면서 교회를 멀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교회에는 젊은 청년이 없다. 각종 행사를 집사, 권사, 장로 등 장년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교회가 늙어간다’는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피 수혈’이 요원한 상태다.
 
서울의 한 청년부 목사는 “과거에는 청년들 중심으로 교회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장년들 중심으로 움직인다”며 ‘늙은 교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개탄스러워했다. 이 목사는 “청년이 부족한 것은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문제”라며 한국교회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노인들 바글바글
청년 발길 끊어
 
전문가들은 청년부가 위축되는 원인을 크게 교회의 ‘내적문제’와 ‘외적문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내적문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년부를 지도하기 위한 전문 사역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청년 이탈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단체들의 경우 전문 사역자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일선 교회의 경우에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년목회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형편없는 교육환경 때문이다. 신앙훈련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받고 싶어도 교회에 청년이 부족해 일부 청년이 일인 다역을 맡다 보니 중압감 때문에 신앙훈련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년부가 청년부를 ‘5분대기조’로 활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 청년들은 교회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어 지친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부의 교육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점, 청년부 중심의 교재가 적은 점, 제자훈련, 소그룹 활동, 기도목회 등의 실천적인 전략들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 겹쳐지면서 청년부가 활력을 잃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는 수십 년 전 정관이나 회칙, 조직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변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내적문제보다 중요한 게 외적문제다. 일단 많은 청년들은 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부로 올라가기 꺼린다. ‘어느 학교에 합격 했나’ ‘누구는 명문대학 갔다’ 등 왜곡된 입시문화는 교회 안에서도 갈등을 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대학부’ ‘대학청년부’ 등 명칭논쟁도 빈번하다. 쓸 데 없는 소모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취업 했나’ ‘누구는 대기업 갔다’ 등.
 
공감대형성이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교회마다 운영방식이 다르지만 보통 청년부는 대학생부터 미혼자로 구성돼 있다. 이 말인즉슨, 20세 대학 새내기와 40세 미혼청년이 같은 소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그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청년이탈 현상은 중·소규모 교회의 경우에 한하는 얘기다. 소위 잘나가는 ‘대형교회’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중·소규모 교회의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지적한다.

예견된 현상
깊어지는 한숨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잘나가는 대형교회 청년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좋은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점들이 중·소규모 교회에 있던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청년들이 대형교회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다만, 대형교회에서 오히려 더 큰 실망감만 느끼고 교회를 등지는 일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신앙의 본질을 잃은 채, 외적인 성장만 추구하는 초대형화·기업화된 교회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10일 개봉한 영화 <쿼바디스>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신랄하게 고발한 다큐영화로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유명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됐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됐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에 됐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국으로 와서 대기업이 됐다” 이 영화에 나온 대사다.
 
<쿼바디스>의 주 내용은 대형교회 목사들의 불법 횡령·세습·성폭력·전별금 등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욕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한국교회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교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영상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본질서 멀어진 대형 기업화 바람
발걸음 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
 
<쿼바디스>는 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건설현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배임 사건’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 의혹’ 등을 집중 조명했다. 여기에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등 황당한 문제점을 짚고 실제 자료들을 토대로 돈과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늘 날의 교회를 보여준다.
 
간간히 개혁을 외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 지도자들이 권력과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7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2014년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소 상담통계 및 분석’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신도들을 상담한 내용을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다. 교회 분쟁의 주된 요인은 재정 불투명을 포함한 재정 배임 및 횡령 등 ‘돈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따르면 분쟁이 있는 21개 교회를 상담한 결과 ‘재정 전횡’이 13건, 31.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담임목사의 독단적 운영’은 9건(22%), 교회 세습에 따른 분쟁 5건(12.2%), 목회자의 성문제 3건(7.3%), 설교표절 1건, 헌금강요 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신뢰 잃은 교회
대안적 바람 절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재정과 관련된 문제가 교회분쟁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었고, 담임목사에 의한 독단적 운영, 교회세습 및 목회자 청빙 관련 문제, 담임목사의 성문제, 목회자 윤리 상담 주제 대부분이 담임목사와 관련 있었다”며 “한국교회는 교회 내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와 의사결정 구조에서 일어나는 일방적인 불통 때문에 교회 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상담 통계로 본 교회 분쟁 경향에서 교회 운영에 대한 평신도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목회자 그룹 내 내부 고발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교회 분쟁이 사법적 조치로 이어지고, 폐쇄적인 재정, 인사 전횡에 대한 문제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교단 내부적으로 분쟁 해결의 시스템을 전문화하고,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총체적인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럽은 지금…교회 리모델링 유행
 
유럽교회가 술집과 상가, 체육시설로 리모델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도 수가 크게 줄면서 빈 교회와 성당 건물들이 처치 곤란에 빠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의 루터교 교회가 술집으로 바뀌어 최근 새로 개장했다고 보도했다. 천장이 높은 교회 특유의 구조를 놔둔 채 음산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꾸며 괴물 프랑켄슈타인 관련 테마가 엿보이는 술집으로 바꿨다. 영국 브리스톨에서는 교회가 서커스 훈련학교로 탈바꿈했다. 학교 측은 교회의 높은 천장이 공중 곡예 연습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는 1889년에 지어진 성당 내부를 흰색으로 칠한 뒤 여성의류 판매점으로 바꿨다.
 
네덜란드의 1600개 가톨릭 성당 중 3분의 2는 신도가 턱없이 부족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에서는 지난 10년간 515곳의 가톨릭 성당이 미사를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연평균 20여 곳의 성공회 교회가 폐쇄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지금까지 200곳 안팎의 교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5000곳의 교회가 새로 생겼지만 신도 수는 오히려 3% 줄어 머지않아 유럽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종교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회가 공동체 결속에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전통을 고려해 건물을 아예 허물기보다는 용도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유지비를 지자체 재정으로 감당하려면 벅찬 데다 수요를 무시하고 도서관이나 공연장 등으로 개조할 수 없자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다.
 
교회의 변신은 교계 입장에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용도가 바뀐 교회 건물에 들러 “웃기는 일” “믿음을 더럽힌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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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런종섭’ 막후 세력

드러나는 ‘런종섭’ 막후 세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복수의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채 해병 사건뿐만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대한 인사에도 관여했다. 키맨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지목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이 전 비서관을 조사하면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되는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채 해병 특검팀이 수사했던 사건과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을 만큼 윤석열씨의 최측근이었다. 채 해병 사건 외에도 다수의 사건에 개입하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의 전모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핵심 키맨 정체는?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26일 채 해병 특검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도피성 임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였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24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들어선 뒤 “이종섭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과정에 대통령 지침 있었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 검증은 자체적으로 해봤나” “피의자를 대사에 임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 안 들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정민영 채 해병 특검팀 특검보는 앞서 “이시원 전 비서관은 채 상병 사망 사건 발생 당시부터 일련의 수사 외압 의혹이 발생한 시기, 그리고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주호주대사 임명부터 사임까지 이르는 전체 기간 동안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했다”고 말했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담당한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이 관여한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봤었다.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수차례 연락하기도 했다. 이들이 통화했던 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해병 사망과 관련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고, 당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이를 보고받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수사와 인사조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관리관이 경북청에 전화해 수사자료 회수 가능성을 타진했고,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이 회의를 열고 회수를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이 경북청에 연락해 수사자료를 가져가겠다고 알렸다. 수사단이 경찰에 방문해 정식으로 이첩한 수사자료를 검찰단이 돌려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대통령실 등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채 해병 사건 키맨 이시원 다수 사건 개입 윤, 사건 처리 마음에 안 들면 직접 관여 앞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수사자료 회수 당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해병대, 국방부 측과 대통령실 측이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전 사령관과 임 전 차장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전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에 파견됐던 김형래 대령이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호주 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밝히려면 결국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심 전 총장은 이미 채 해병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뚜렷한 진술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을 때 법무부 차관이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돌연 호주대사로 임명되며 출금 조치도 해제됐다. 윤씨가 주요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목적으로 해외 공관장에 임명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런종섭 논란’이 불거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 전 장관은 출국 11일 만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채 해병 특검팀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이 된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급조 배경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별도의 공관장 회의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 전 장관의 전임자인 박진 전 장관도 “이 전 장관 대사 임명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대통령 뜻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이 이례적이었다는 외교부 인사 담당자의 법정 증언도 있다. 전례가 드문 임명인 데다 통상적인 교체 사유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심우정도 소환 대상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범인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 전 총장의 재판이 있었다. 황소진 전 외교부 인사기획관은 내란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직전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의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적절히 교체하라”는 발언의 의미를 묻자 “장관급 케이스가 호주에 나가는 경우는 없다. 수시(인사)기 때문에 인사가 따로 나는데, 장관급이 호주를 가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은 2~3개 공관장 인사와 함께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격 심사 과정에서는 외국어 능력 점수 제출 등 통상적인 절차가 생략된 채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은 2024년 3월4일 주나이지리아 대사 인사와 함께 발표됐다 이 전 대사의 주호주대사 임명으로 김완중 당시 호주대사가 1년 만에 교체됐다. 이에 황 전 기획관은 “교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밖의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왜 장관급이 왜 굳이 지금 (호주를) 가는 건지 개인적인 의심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석연찮은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는 공수처 지휘부의 수상한 행보도 논란이었다. 채 해병 특검팀은 공수처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3월6일 송 전 부장검사가 차정현 부장검사에게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었는데, 이 시기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사직하며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었다. 공수처 겨눌 수도 당시 차 부장검사는 채 해병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채 해병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지휘부의 수사 방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라고 의심했다. 채 해병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 외압 의혹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윤씨 등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막은 정황도 파악했었다.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수사에 개입해 왔다는 게 채 해병 특검팀의 시각이었다. 다만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최종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차 부장검사 등 수사팀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수사팀은 지시와 달리 법무부에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수사팀 의견과는 관계없이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장관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이틀 뒤 호주로 출국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김·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재판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1년 가까이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24년 7월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한 박 전 부장검사는 무죄 취지의 신속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처장·차장에 보고했고, 해당 보고서 내용대로 송 전 부장검사의 사건이 방치됐다는 게 채 해병 특검팀 판단이다. 공수처에도 압력 행사? 일부 간부 재판행 국방부·대통령실 수차례 통화로 직권남용 이날 오 처장 변호인은 “(박 전 부장검사 퇴임 이후) 사건을 처리해야 할 부장검사가 존재하지 않아 공수처장·차장 입장에서는 결재를 하려야 할 수 없었다”며 사건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킨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실 재가를 끝까지 기다리다가 2025년 새 부장이 왔고 검토를 거쳐 (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 차장과 박 전 부장검사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된 김규현 변호사 등에 대한 반대 신문 사항이 없다며 변론 분리를 요청한 뒤 퇴정했다. 2024년 공수처장·차장 직무를 대행하며 사건 관련자들의 소환 조사를 막고 압수·통신영장의 결재를 거부하는 등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송 전 부장검사도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김 전 부장검사 변호인은 “수사팀에게 총선 전 소환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김 전 부장검사의 처장 대행 시기에 가장 수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송 전 부장검사도 “압수수색영장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추후 청구하기로 합의된 내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이 전 장관 범인도피 혐의 사건 공판에서 차 부장검사는 “당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관련자 소환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의 방침이 이 부장검사를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해서는 “VIP 격노 통화의 당사자로 반드시 수사가 필요한 핵심 인물이었다”며 “출국할 경우 수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차 부장검사는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거인멸 우려와 강제수사 필요성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길어지나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수사 자체가 부실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고, 장기간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수사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출국금지만 반복 연장한 것은 수사 편의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 측은 공수처가 이 전 장관 측과 접촉해 출석 일정과 자료 제출을 논의한 점을 언급하며 “출국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