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암에서 빈발하는 야릇한 그 무엇?

외모에 따라 참가가 결정되는 이상한 라운딩

 프로암은 대회를 주최한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련된 것이지만 한국의 프로암은 VIP를 위한 접대의 성향이 짙다. 그래서 의도되지 않는 많은 사연들이 숨어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드를 하는 프로암은 크게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마련된 대회 공식 프로암과 대행업체에서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사설 프로암으로 나뉜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야 할 프로암이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이 기피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프로암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분위기 사뭇 다른 미·일 프로암
여자 선수들, 성적 상품화 심각

스킨쉽, 음담패설, 은밀한 제안
나이 어릴수록 프로암은 곤혹

지난해 6월 열린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기아자동차-한국여자오픈. 톱 플레이어인 A선수는 프로암 명단에서 이름이 쏙 빠졌다. 지난 시즌 1승을 비롯해 꾸준히 톱10에 들며 상금랭킹 상위에 올랐지만 프로암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프로암은 대회를 주최한 스폰서를 위해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조로 경기하는 이벤트다. 상금랭킹 상위 선수들은 빠짐없이 참가해 스폰서를 위해 동반라운드도 하고 레슨도 해준다. 그러나 올 시즌 투어에서 맹활약하고 A선수는 명단에서 빠졌고, 그가 프로암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선수의 프로암 불참에 대해 선수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주최 측이 뚱뚱하고 얼굴이 예쁘지 않은 선수들은 프로암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었다.
A선수도 그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분야를 막론하고 외모지상주의가 너무 심하다.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한 건 사실이다. ‘외모부터 가꿔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A선수는 현재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기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투어에서도 프로암은 빠뜨릴 수 없는 행사다. 그러나 한국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미국의 프로암은 축제처럼 열린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암에 참가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내고, 걷어진 돈은 기부금의 형태로 쓰인다. 프로들은 아마추어들을 편안한 동반플레이어로 인식해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즐겁게 플레이를 한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와 함께 라운드하는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좋은 일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일본의 프로암은 서로에 대한 감사와 배려의 의미가 크다. ‘폐 끼치지 않는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프로암 내내 상대를 깍듯이 존대한다. 프로암을 마친 뒤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교환한다.
한국의 프로암은 VIP를 위한 접대의 성향이 짙다. 스폰서나 스폰서 초청으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너나없이 대접받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한국투어로 복귀한 한 프로는 “사실 점수를 매기면 한국선수들이 프로암에서 가장 친절하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잘한다.

뚱뚱하고 못 생기면
대회 참가 제한?

하지만 한국골퍼들은 프로암에 대접을 받기 위해 오기 때문에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기분 나쁜 티를 낸다. 프로님이라는 호칭은 바라지도 않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야’라고만 부르지 않으면 좋겠다. 주위 선수들과 이야기해보면 프로암에 나가고 싶지 않지만 스폰서를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꾹 참는다는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나이 어린 여자선수들에게 프로암 참가는 특히 더 곤혹일 때가 많다. 건강미인으로 인기가 많은 B선수는 프로암 도중 가급적 카트에 타지 않으려고 한다. 양쪽에 딱 붙어 앉아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고, 스킨십 좀 하게 뒤에 타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골퍼를 만난 뒤 트라우마가 생겼다. B선수는 “프로암에 나가서 좋았던 기억보다는 나빴던 기억이 훨씬 많다”며 “올해는 조금 나아졌지만 지난해까지는 프로암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접대 성향 짙은
한국의 프로암

섹시골퍼로 불리는 C선수는 프로암에 나갈 때면 너무 몸에 달라붙거나 짧은 치마는 입지 않는다. C선수는 “플레이 도중 가끔 몸을 빤히 쳐다보는 아마추어 골퍼의 시선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치마를 더 올리라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실력과 미모를 갖춘 톱프로인 D선수는 프로암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다. 한 남성골퍼의 스윙을 봐주면서 피니쉬 때 골반의 움직임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여자친구가 없어 골반을 잘 못쓴다’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음담패설을 들었다. D선수는 “사진을 찍자고 하면서 허리에 손을 올리거나 어깨를 두드리면서 쓰다듬는 골퍼들이 종종 있다. ○양이라고 부르면서 입에 담지 못할 성적인 농담을 하는 골퍼들도 많다”며 “대회 공식 프로암도 이런데 대행업체에서 상시적으로 여는 프로암에 나가면 더 노골적인 골퍼들이 많다. 그래서 상위권 선수들은 대행업체가 진행하는 프로암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라운드가 좀 진행됐다 싶으면 노골적인 질문공세에 난감함을 겪는 여자골퍼들도 한두 명이 아니다. 미녀골퍼로 불리는 E선수는 프로암 도중 휴대폰 번호를 알려달라는 골퍼들의 요청에 몸살을 앓는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 번호를 알려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해 확인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 번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가 ‘예쁜 선수들이 널렸다. 예쁘다고 언제까지 잘나갈 줄 아냐’는 악담을 들은 적도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은밀한 제안을 받은 일도 있다. 프로암을 마친 뒤 한 번 더 공을 치자는 이야기는 흔한 레퍼토리. 모 프로는 함께 프로암을 한 뒤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며 자신과 공을 쳐야 한다고 큰소리치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흔한 유형이다.
명품 핸드백이나 지갑, 심지어 자동차를 선물해주겠다는 제안도 받는다. E선수는 “차를 보낼 테니 부모님께 둘러대고 함께 1박2일 골프 여행이나 하자는 제안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일이 프로암 도중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E선수는 “친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 같은 경험을 한 선수가 의외로 많더라”고 했다.
한국여자투어의 급격한 성장에는 ‘섹시 코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짧은 머리에 폴로셔츠와 바지를 고집하는 선수들이 많았던 십여 년 전에 비해 원색의 옷, 진한 메이크업, 짧은 치마를 입은 필드의 패션모델들이 늘어나면서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들이나 선수들 대부분도 이에 동의한다.
여성골퍼들을 성적으로 상품화하는 분위기도 그만큼 늘어났다. 여자골프협회는 베스트드레서를 선발하고, 예쁘고 섹시한 선수 위주로 홍보모델을 만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린다. 기업들은 젊고 예쁜 선수를 찾아 후원하고 프로암에도 여자선수들이 나서는 것을 선호해 여자대회 후원이 크게 늘었다.

골프 성장 이면
‘섹시 코드’자리

투어 4년 차인 한 프로는 “선수들을 예쁘게 봐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선수들이 프로암에 서비스를 하러 나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상품화시키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보니 선수를 선수로 보는 게 아니라 접대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여자선수들은 힘이 없다. 자신들의 고충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 선수는 “협회에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에 쉬쉬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협회가 실시하는 성희롱 교육을 받았는데 어떻게 대처하라고 알려 주더라. 근본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