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 큰손 2인에게 들은 ‘사채시장 비밀노트’

너도나도 주포생활 “꽤나 짭짤합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오면서 돈의 흐름을 좇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큰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서민들도 조금이나마 자산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서 돈의 향방을 빠르게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사채시장 큰손들의 움직임. 지하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그들의 투자방식은 돈 흐름의 본류를 좌지우지할 정도다. <일요시사>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돈 흐름이 가장 민감하다는 명동 사채시장에서 30년째 크게 돈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4)사장과 강남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조모(62)회장을 만나 그들만의 세계를 엿봤다.


바지사장 두고 영업하던 과거와 달리 직접 진두지휘
주식시장 떠나지만 유상증자 직접 참여로 재미 톡톡


“명동은 예전부터 화려함과 절박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큰손들이 움직이는 지역인 반면 돈을 구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마지막에 찾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강남으로 둥지를 옮긴 큰손들도 많지만 아직도 이곳은 돈 흐름이 가장 민감한 곳으로 통한다.”

어음시장은 동맥경화
돌파구는 ‘전면 나서기’

지난 4월20일 오후 3시 사채시장의 메카로 꼽히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 빌딩 앞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 사장은 요즘 사채시장은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어음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별달리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음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어음이 발행되고 어디서 받아오든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건설사 어음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A급 어음이라고 해도 확인하고 다시 확인할 정도란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조 회장은 “현재 전주들은 확실하게 돈 될 것에만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현금을 움켜쥔 업자들이 많다”며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사실 부동산시장은 정부정책과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부담이고 주식시장도 1700선을 넘어 꼭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섣불리 손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명동의 경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나 직장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전주들이 많았는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신청은 많아봐야 1000만원을 넘지 않는데 이마저도 연체가 되는 등 신용상태가 불량해 대출 성사되는 것이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 명동이나 강남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큰손들은 어느 곳에 투자를 하고 있을까.

이들에 따르면 요즈음 큰손들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은 유상증자 참여다. 직접 작전을 짜고 증자에 참여한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기고 나오면 자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명동과 강남 큰손들 사이에는 전환사채(CB)에 대한 인기도 높다고 한다. 이 사장은 “정해진 시간이 경과하면 채권을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 CB다.

CB는 채권 형태로 만기까지 그대로 보유할 수도 있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메리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전환가격이 낮고 전환비율이 높을수록 발행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고. 만일 발행기업의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으면 주식으로 전환해도 손해가 되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채권으로 보유하면 되므로 손해를 볼 것이 없다.

조 회장은 “예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던 것과는 달리 큰손들이 전면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며 “증자 참여나 작전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는 이전 주로 인수·합병(M&A)이나 증자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를 두둑하게 챙겨 손해 보지 않는 장사하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라고 귀띔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가장 많이 손을 대고 있는 방법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기업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기업에 추가로 증자해 주고 시세조종까지 진행하면서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것은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인데 외형적으로 보이는 유동자금은 몇십억원에 불과하지만 실제는 100억원대를 웃돈다”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후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법으로 수익과 채권보전을 챙길 수 있어 큰손들이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자금 빌려주고 두둑하게
담보 챙기는 방법 ‘싫어’

큰손들이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전면에 나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이유는 자본시장법 강화와 철저해진 외부감사에 상장폐지 기업수가 늘고 있다는데 기인하고 있다고 한다. 조 회장은 “상장 폐지된 상장사들을 보면 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해 연명하던 한계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에게 자금을 집행했던 큰손들이 자금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큰 손해를 보자 직접 나서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큰손들이 자금을 굴리는 또 다른 곳은 코스닥 사채시장. 어음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리자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일부 전주들이 코스닥 기업의 사채 인수에 나서 나름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강남 큰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코스닥 사채시장은 신용도가 낮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부 큰손들은 IB팀까지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코스닥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시키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도 ‘기웃’ 부동산시장에도 ‘기웃’
작전 짜고 전방위 활동… 수익 챙기기 확실


물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칫 해당 코스닥 기업이 자금난에 있을 경우 낭패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부실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대주주를 통한 연대보증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자금난에 봉착하면 최대주주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 폭락이 이어지곤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한편 명동과 강남을 무대로 활동하던 큰손들 중에는 아예 사채시장을 떠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돈 앞에 의리도 신뢰도 없는 사채시장의 생리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조 회장은 “동료들 중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 세계는 수십년을 사채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하더라도 한 순간에 사기나 배반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큰손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노리는 속성을 역이용해 한탕하려는 시장 내 배신자들이 들끓는 곳도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사채시장
“대체제로 좋아”

이 사장은 “A급 어음을 할인해도 사실 월 1%의 수익을 얻기도 힘들다. 많은 양의 어음을 할인해야 이익이 창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이에 따라 큰손 중에는 A급보다는 위험성이 높은 C급이나 D급 어음에 욕심을 내는데 그러다보니 배반자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명동이나 강남 사채시장에는 약육강식과 온갖 복마전이 난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조 회장과 이 사장 모두 어음 발행회사에 대한 금리와 재무상태 등 정보를 정확히 파악했는데도 위변조어음의 매수, 발행 회사의 부도 등으로 인해 피해를 모두 홀연히 시장에서 사라진 동료들이 제법 된다고. 이 사장은 “얼마 전 2700억대 ‘3자 명의 CD’ 발행 브로커 일당이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도 알고 보면 우리 쪽(명동) 큰손의 작품이었다”면서 “자본금이 적어 시공능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던 건설 시행사를 상대로 작전을 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으로 당시 제3자의 CD로 자금력이 뻥튀기 된 회사인 줄 모르고 투자에 나선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나타났다”며 “이를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시장에 몸을 담고 있지만 환멸을 느낄 때가 많다. 돈도 좋지만 정도는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동료나 선후배들을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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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