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무성 왕따' 노림수

아직은 '박근혜 시대'…하극상 용납 못해?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7·14전당대회 참패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왔던 친박계가 최근 대대적 '김무성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공교롭게도 친박계의 공세는 지난해 연말 박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사 7인의 비밀회동 이후 본격화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당청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배제하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 7인(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서청원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태환·서상기·안홍준·유기준 의원)이 지난달 19일 비밀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날은 박 대통령의 대선승리 2주년 기념일이자, 헌법재판소가 사상최초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한 역사적인(?) 날이다.

박 대통령·친박계
수상한 비밀회동

박 대통령이 친박계 의원들만 따로 불러 회동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따른 국정 쇄신책, 공무원연금개혁 법안 처리,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경제 살리기, 기업인 가석방 등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확실한 자기편인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에 대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식적 당청관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김무성 대표와 그의 측근들은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박 대통령으로선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장악한 당도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던 터였다. 박 대통령이 '믿을맨'인 친박계를 통해 당을 다잡아,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할 법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사흘 뒤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김 대표를 향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박 이사장은 지난 총선 당시 '국민생각'을 창당,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인사들과 친이계 일부 인사들을 받아들여 보수를 분열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던 인사다.

특히 박 이사장은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 당시 박근혜 대표의 행정도시법(세종시) 찬성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때문에 친박계에선 박 이사장을 박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하극상을 일으킨 문제인사이자, 배신자로 보고 있다.

7인 '비밀회동' 후 대대적 '김무성 때리기'
반환점, 당 친정체제 강화…믿을 건 친박뿐?

며칠 뒤에는 박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초청자 명단에 당3역(원내대표·정책위의장·사무총장) 중 한 명인 이군현 사무총장의 이름이 빠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총장은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으로, 현재는 친무(친김무성)계로도 분류되는 인사다.
 

당시 이 총장보다 당 서열이 낮은 친박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명단에 포함돼 김 대표가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소관부서인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실무과정 중에 빚어진 일"이라며 "완성되지 않은 명단이 건너간 것이고, 정식 초청 명단에는 이 총장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완성되지 않은 명단'이라는 해명은 청와대의 우선순위에 이 총장보다 김 수석부대표가 우위에 있다는 뜻과 다름 아니어서 설득력이 약하다.

나아가 지난달 30일에는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35명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송년모임을 열고 김 대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유기준 의원은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 국민 역량과 관심을 분산시키는 개헌 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 길 먼 정부와 우리 여당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당 대표의 모습은 92%를 '득템'(수확이란 뜻의 인터넷 은어)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청은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전례 없이 당청관계가 삐거덕거리고 금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외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김 대표를 향해 "당직 인사를 제멋대로 한다" "당을 사당화하고 있다" "그동안 발언을 자제했는데 이제부터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여권 안팎에서는 친박계 의원 송년회 일정이 당초 전날 저녁이었지만, 김 대표와 측근 의원 10여명이 기자들과의 송년 오찬을 30일로 잡아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날짜를 일부러 옮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부글부글 김무성
당무감사로 반격?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친박계의) 그런 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오해에서 생긴 이야기는 잘 이해시켜주는 노력을 하겠다"고 공식적 대응을 자제했다.다만 비밀회동에 대해서는 "우리 박 대통령이 다 좋은데 소통이 부족하다고 다들 지적했지 않았느냐"며 "그렇게라도 만나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의원과 그런 형식의 소통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김 대표가 강하게 반발할 경우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직접 충돌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 주변에서는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핵심들만 불러 박 대통령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것은 자칫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지금 여러 가지 상황들이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대표가 수십 차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사당화 논란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 측근 의원은 "김 대표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어 당장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친박계가 계속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 반격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올해 현역 의원이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을 맡고 있는 지역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당무감사는 전국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조직 상황을 점검하고 당협위원장 교체 여부를 결정짓는 기초 작업이다. 때문에 '살생부'에 비유되기도 한다.

친박 역습에 비박계도 반격 카드 만지작
'친박 대 비박' 권력투쟁 화약고 수두룩

지난해 이군현 사무총장은 246개 당협 중 위원장 공석 지역 12곳과 원외 지역 97곳 등 총 109개 당협을 감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원내 당협에 대해서는 당무감사를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무감사에 예외는 없다"며 "새해에는 원내에 대한 당무감사도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계파 간 싸움으로 비춰질 것을 염려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친박계가 계속 자극해올 경우 맞불작전식으로 원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40명 안팎에 달하는 당협위원장 대다수가 친박계로 교체된 바 있다.
 

당무감사와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는 연계된 측면이 있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고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당협위원장의 교체와 직결된 당무감사와 여론조사 등 공천개혁의 근거를 책임지는 여의도연구원장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친박계가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차기 총선에서의 생존권과도 연결된 문제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친박계의 거센 반발 속 김 대표가 박 이사장의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는 양측 갈등의 수위를 정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휘발성 큰 화약고 다수
여 권력투쟁 지속될 듯

이런 가운데 양측의 격돌은 올해 더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발생한 4월 재보선이 친박계와 비박계 전면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지역에서 치러지는 재보선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패할 경우 친박계는 '김무성 책임론'을 내세우며 지도부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이주영 의원간 2파전으로 압축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유 의원과 이 의원 모두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잦은 쓴소리로 탈박(탈박근혜)계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당 사무총장 고사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김 대표와도 지난해 말 화해하며 관계를 회복했다.


반면 이 의원은 친박계 송년회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친박계 쪽 줄을 확실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당직자 인사, 개헌 논의 등 휘발성이 큰 화약고가 널려 있어 여당의 권력투쟁은 올해 내내 정치권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쓴소리
"새누리, 부부싸움도 정도껏 해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당 비대위원 겸임)이 지난달 31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김무성 대표를 대대적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부부싸움도 정도껏 해야지 이웃이 잠도 못 잘 정도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현 정권이 들어선지 2년도 안 됐는데 국민 보기에 집안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는 비선실세, 측근갈등으로 밤을 새우고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싸움에 날이 저물고 있다"며 "집권세력의 집안싸움은 집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야당이 보기에도 민망한데 국민의 심정은 어떻겠냐"며 "집권세력이 안정감을 줘야 안정하고 경제심리도 호전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자중자애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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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