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재등장한 윤창열 의혹 풀스토리

‘굿모닝게이트’ 보면 ‘정윤회 사태’ 보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트로트 가수 하동진이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간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고개를 든 것이 윤 전 회장의 ‘굿모닝게이트’다. 최근 정치권을 휘감은 ‘정윤회 사태’와도 닮은 점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1988년 ‘선 채로 돌이 되어’로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로 인기를 얻고 2012년 제19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올해의 10대 가수상을 받은 바 있는 중견 트로트 가수 하동진(54)이 윤창열(60) 전 굿모닝시티 회장 ‘석방 로비’를 통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지난달 30일 알려졌다. 지난해 11월2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교정공무원들에게 형집행정지를 청탁해주는 등 수감자 석방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하씨를 구속 기소했다.

트로트 가수
로비 연결고리

검찰에 따르면 하씨는 2000년대 초반 희대의 분양 사기사건으로 불린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의 주범 윤씨의 측근 최모씨로부터 윤씨에 대한 석방 로비 대가로 2008년 8월부터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윤씨는 굿모닝시티 분양 대금 370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2003년 구속기소돼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이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윤씨는 2008년 친분이 있던 하씨에게 “형집행정지로 석방되려고 하는데 최씨가 내 일을 보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씨는 윤씨의 석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정공무원에게 명절 선물비용이나 화환 비용 등 로비 명목으로 33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씨는 최씨에게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던 김모씨를 소개해주고 “김씨를 통해 교정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금품을 받아 그 중 일부를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님이었던 김씨는 의정부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윤씨의 석방 로비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교정위원은 법무주 장관이 위촉하는 자원봉사자로 지역사회에서 수용자 교정과 교화 활동을 벌인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기소된 교정위원은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외에 다른 교정공무원들이 연루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윤창열 석방 로비 의혹’ 사건 연루자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가수 하동진 석방 로비 혐의로 구속
수천만원 주고 의뢰한 의혹 불거져?

지난달 29일 검찰은 이 사건에 전직 국회의원과 교도소장 등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 브로커를 포함해 6~7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과거 일부 교도관들이 개별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뇌물을 받았다가 처벌된 사례는 있었지만 교정본부 간부 다수와 정치인 등이 단일 사건으로 한꺼번에 수사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A씨가 윤씨 측으로부터 석방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A씨를 소환해 금품수수 및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분이 있던 하씨로부터 비슷한 부탁을 받았지만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며 금품수수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윤씨가 수감돼 있던 영등포교도소 지모 전 소장과 조모 전 총무과장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초 윤씨의 조기석방과 특별접견 허가 등 편의제공 명목으로 최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돼 현재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다.

갑자기 화제
도대체 누구?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키를 하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씨는 평소 국회의원이나 교정행정의 수장인 교정본부장(1급) 이모씨 등 윤씨의 형집행정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7년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검찰은 윤씨가 2008년 무렵부터 조기석방을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인들에게 “빨리 출소해 정리할 일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8월, 윤씨는 먼저 출소하는 최씨를 통해 하씨에게 ‘석방 로비’를 부탁했다. 이어 하씨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의정부교도소 교정위원이던 앞서의 교정위원 김씨와의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은밀한 거래가 오간 것이다.

김씨는 최씨로부터 2180만원을 건네받은 뒤 같은 해 9월 이 전 교정본부장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 검찰은 이 전 교정본부장이 이날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 전 소장과 조 전 총무과장을 윤씨 측과 연결해 준 사람도 김씨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씨를 둘러싼 석방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가 교도소에 복역하게 된 사건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한때 정치권에 피바람을 몰고온 이른바 ‘굿모닝게이트’. 이 사건의 시작은 분양사기였다. 분양대금 1조원에 이르는 대형쇼핑몰인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자가 분양대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검찰은 윤씨가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 지하 7층, 지상 16층 연건평 3만평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3000여명에게서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3500억원을 받아 이 가운데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고 사용처를 추적했다.

또 윤씨는 2003년 1월 파산절차를 밟던 건설사 (주)한양을 헐값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았다.

당시 윤씨는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부터 시작한 ‘굿모닝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제약을 풀기 위해서 로비를 벌였다고 알려졌다. 윤씨가 분양권과 현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돌아다녔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이때부터 윤씨가 측근들에게 배신감을 토로하며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로비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시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 특수2부는 윤씨가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의 명단과 전달된 돈의 액수를 적어놓은 ‘로비 리스트’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했다. 열린우리당 정대철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 40여명의 이름이 이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정 대표는 불법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윤씨는 정 대표가 4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고 ‘로비 리스트’ 논란은 거세졌다. 결국 정 대표는 4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단순히 정관계 로비로만 끝나지 않았다. 불씨는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졌다. “대선 자금 10억을 토스했다” “기업체 등으로부터 대선자금 200억을 모금했다” 등 칼날이 청와대로 향한 것이다.

‘굿모닝게이트’
다시금 재조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시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은 초강수로 즉각 반격에 나섰다. 문 비서실장은 “내가 정 대표 입장이라면 물러설 것이고 정계를 은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였다. 굿모닝시티 대표였던 윤씨의 몇 마디가 청와대와 집권당 대표를 진흙탕으로 빠트린 것이다.

당시 야권이었던 한나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굿모닝게이트’는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중앙일보>는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윤창열씨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측에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윤씨가 지난해(2002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한나라당 인사 S씨 측에 억대의 현금이 든 사과박스를 수차례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튀어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굿모닝게이트’는 정국을 삼키는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됐고 여야 없이 정치권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2002년 대선의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1등공신의 역할을 했던 정 대표는 결국 2004년 1월 구속 수감됐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가 덧붙여 복역을 하다가 2005년 5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노무현정권 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윤씨는 ‘미꾸라지’로 통했다. 윤씨 주변인들은 그를 ‘용을 꿈꾸는 미꾸라지’라고 말하면서 항상 큰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알려졌다. 윤씨에게 굿모닝시티는 미꾸라지에서 용으로 승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검 수사 정관계 고위인사 확대 불가피
인맥 총 동원해봤지만…결국 만기출소

전북 익산 출신으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유년생활을 보내며 3번의 자살을 기도했던 윤씨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한때는 부인과 이혼한 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몇 십만원짜리 하숙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후 윤씨는 공인중개사 1회 합격생이 됐고 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경기 하남시 등을 돌면서 부동산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7억원으로 분양금 1조원대의 서울 동대문 초대형 쇼핑몰 ‘굿모닝시티’ 분양사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사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이면에는 어두운 진실이 가려져 있었고 결국 초라한 말로를 맞게 됐다.

 

11년 전 노무현정권 초기에 불거진 ‘굿모닝게이트’. 당시 많은 언론은 최씨의 행각을 부풀려 보도하는 데 급급했을 뿐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가 10년형을 선고 받은 이후 동정 여론이 고개를 들었고, 2012년 8월5일 KBS는 ‘윤창열 전 굿모닝시티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에 대해 윤씨가 사기대출에 개입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마녀사냥’ 식 보도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굿모닝시티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그런데 ‘굿모닝게이트’는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 사건, 이른바 ‘정윤회사태’와 평행이론을 보이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정윤회사태’의 박관천 경정과 ‘굿모닝게이트’의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건의 전후 사정이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굿모닝게이트’와 ‘정윤회 사태’는 모두 여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의혹을 받았던 권력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우선 2003년 정관계 로비 파문을 일으켰던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은 윤씨의 대형 사기극으로 매듭이 지어지면서 당시 정관계를 비롯한 검경 로비 의혹 및 특혜 분양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사성과를 내지 못해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40여 명의 ‘로비 리스트’가 나돌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정작 정 대표만 구속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게이트’
희생양 따로 있나

정윤회씨를 비롯해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회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윤회 사태’ 수사도 ‘굿모닝게이트’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관심을 끈다.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청와대 문건과 ‘박지만 미행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만 구속했다. 이처럼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야권은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굿모닝게이트’ 핵심 인물 윤씨는 지난 2013년 6월, 10년 만기출소한 뒤 여주교도소를 나와 지난달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는 2003년 정 대표를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유신독재 체제에서 목숨을 바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신 정일형 박사님과 실천력과 정의와 봉사의 여신이신 이태영 변호사를 남들이 평가하는만큼 나 역시 존경하고 흠모해왔다”며 “바로 그 자제분(정대철)의 평소 정치철학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내 양심 속의 의리가 발현됐고, 아무 사심없이 정치적으로 헌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옥중에서 쓴 <굿시티 전쟁>을 통해 “내 잘못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누구에게나 인정할 준비가 돼있다”며 “굿모닝시티 분양 건으로 인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석고대죄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찰 수사가 기획수사 형태로 진행됐고, ‘대어(정대철)’ 사냥에 초점이 맞춰져 굿모닝 분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며 “재판부 또한 당시의 ‘마녀사냥’ 분위기에 도취돼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굿모닝게이트’는 사법적으로 마무리된 지 오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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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