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재기 재테크 천태만상

비싸게 판다…그래도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허니버터칩’ ‘티라노킹’ ‘아이폰6’ 등 인기 제품의 극심한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가운데 재판매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품귀제품들을 미리 수집하는 이른바 ‘사재기 재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정상가격의 2∼3배는 기본, 중고제품도 웃돈에 거래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하는 사재기 재테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지난 8월 첫선을 보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감자칩은 짜다는 선입견을 깨고 달콤한 감자칩 열풍을 이끌었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지난 28일 기준으로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민과자로 통하는 농심 새우깡을 판매량을 넘어섰다. 상점에 진열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어 품귀현상을 빚고 있을 정도다.

미리 쟁여놓고
 
허니버터칩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일부 상점에서는 ‘허니버터칩 구매 대기자 명단’ ‘1인 1봉지’ 등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황당한 문구들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3)씨는 애초에 허니버터칩을 매장에 진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조차 허니버터칩을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 대기자들이 점주에게 직접 입금한 뒤 허니버터칩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태제과 측이 ‘품귀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기도 했지만 해태제과측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해도 생산량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십억, 수백억원이 드는 공장 증설 문제 또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해태제과의 입장이다.
 
이렇게 허니버터칩이 순식간에 동나는 데는 사재기도 한몫하고 있다. 정상가격은 1500원이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한 봉지 당 평균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낱개 보단 박스로 거래되는 일이 잦다. 흥미로운 점은 ‘허니버터칩을 삽니다’ 등 구매를 원하는 회원들의 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말인즉슨 웃돈 주고 사고 싶어도 못 산다는 얘기다. 허니버터칩을 미리 대량으로 사재기한 일부 소비자들은 과자로 돈을 불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여기에 허니버터칩 판매처나 재고 여부를 알려주는 앱 ‘허니버터칩 알리미’까지 등장하면서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허니버터칩 알리미는 사용자의 주변 5km 이내 편의점에 재고가 있는지 여부 등을 알려주고 있다. 재고 정보를 새롭게 알려주는 시간은 초 단위로 입력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허니버터칩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현재 이 앱 다운로드 수는 1만이 넘었다.
 
과자·장난감·휴대폰 등 품귀현상
원가 2∼3배 기본…웃돈 거래 성행
 
장난감도 예외는 아니다. ‘티라노킹’은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린다. 티라노킹은 일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 등장하는 공룡 가운데 한 종류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 캐릭터로,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장난감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넘치는 수요 때문에 ‘1인 1개’로 한정 판매하고, 정가가 7만5000원인티라노킹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저 15만9500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판매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장난감 ‘프레라킹’ ‘가브리볼버’ ‘로보카 폴리’ ‘또봇’ 그리고 ‘요괴워치’ 등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악덕업자나 소비자들은 사재기 재테크를 노리고 티라노킹 여러 대를 구입한 뒤 인터넷을 통해 정가의 2∼3배가 넘는 수준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중고가격이 정상가격을 훌쩍 넘는 건 당연지사. 일부에서는 티라노킹 생산국가인 일본에서 생산이 중단됐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웃돈 거래가 더욱 횡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티라노킹은 ‘완판킹’이었다.
 
 
이처럼 티라노킹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공정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이같은 비정삭적인 거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히트 상품을 개발한 회사 측의 아이디어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널뛰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교란행위 여부에 대해 공정위의 즉각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폰6도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출시한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은 울상 짓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일본에서 아이폰6가 출시할 당시 도쿄 오모테산도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밤새 줄을 선 900명 중 60% 이상은 중국어를 사용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아이폰6를 사재기한 중국인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상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아이폰6를 판매했다.


법적 문제 없나
 
담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사재기를 집중 단속했지만, 일부 편의점주와 편의점 알바생들 사이에서 ‘이미 사재기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사재기 담배는 음성적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기 현상은 온라인게임에서도 나타난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의 수요가 높은 일부 아이템을 끌어 모아 필요한 유저에게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실제로 PC방에서 하루종일을 보내는 ‘게임폐인’ 중 상당수는 아이템 사재기를 통해 용돈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재기 재테크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베끼는 미투제품 논란
 
인기제품을 경쟁사가 그대로 베끼는 미투제품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수십년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는 1984년 시장에 나온 코카콜라의 ‘암바사’였다. 그러나 5년 후인 89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칠성은 ‘밀키스’를 출시하며 암바사의 자리를 뺏어 밀키스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헛개음료도 마찬가지다. CJ헬스케어 ‘컨디션 헛개수’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조는 광동제약의 ‘힘찬 하루 헛개차’였다. 커피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서식품이 야심차게 내놓은 ‘카누’를, 남양유업은 ‘루카’로 맞섰다. 이름이 흡사해 양사 간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특히나 과자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진기록을 세우면서 농심 등 타 제과업체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마구 출시하면서 미투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투상품과 관련된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팔도는 미투상품인 ‘불낙볶음면’을 출시했고 결국 삼양식품은 팔도를 상대로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수년 전에도 롯데와 오리온은 ‘자일리톨 껌’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고, 남양유업과 빙그레는 우유 명칭을 놓고 법정에서 갑론을박을 벌인 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투상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