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명실공히 예능왕 유재석

국민들 웃음 책임지는 영원한 국민MC

사전적 의미로 ‘국민’은 소재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일정한 국법의 지배를 받는 국가의 구성원을 뜻한다. 그렇다면 국민MC의 뜻은? 그런 구성원에게 대중적 사랑을 받는 진행자를 일컫는다. 여기 국민MC로 대표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재석이다. 온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남자, 안티가 없는 연예인, 1인자, 예능 천재로 통하는 유재석. 그의 변치 않는 인생사를 알아보자.

지난달 30일 TV에는 SBS <연예대상>이 방송됐다. 올해 마지막 예능 시상식에서 가장 큰 관심거리는 과연 KBS와 MBC에서 대상을 차지한 유재석이 방송3사 석권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지 여부였다.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된 가운데 발표된 대상 수상자는 <힐링캠프 - 기쁘지 아니한가>의 진행자인 이경규였다. 카메라는 일제히 그를 비췄고 객석에서는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때 군중들 사이에서 가장 열렬히 환호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화면에 비춰졌다. 유재석은 선배의 수상에 두 손을 번쩍 들고 마치 제일인 듯 축하하고 있었다.

메뚜기·둘리춤
최고의 예능인

1972년생인 유재석은 1991년까지 유현초등학교, 수유중학교, 용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처음 TV에 나온 시기를 1991년 이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끼를 선보인 시작점은 1989년 <비바 청춘>이란 프로그램에서다. 그는 당시 용문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18살의 나이로 <영웅본색>의 장국영을 패러디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91년 ‘서울예술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5월5일 어린이날 특집으로 방영된 <제1회 KBS 대학 개그제>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친구 최승용과 함께 ‘개그 칼럼’이라는 코너를 기획해 시청자들 앞에 선보였다. 앞서 발생한 ‘페놀 사태’를 은유한 그들의 코미디는 신선하긴 했지만 유재석은 심각한 무대 우울증으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이때를 회상하며 “안 떠는 척 당당한 척 했지만, 시선은 허공으로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무대에서 유재석과 최승경은 장려상을 받았다. 충분히 큰 상이었지만 당시 갓 20살이 된 꿈 많은 유재석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장려상이 발표되자 그는 왼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오른손으로 귀를 만지며 시상식 자리로 향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무한도전>에서 그는 당시 대상을 기대했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장려상을 받았으니 실망이 컸던 것이다. 그는 “실제 시상식이 끝난 후 선배들에게 많이 혼났다.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고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그때의 행동을 반성했다.

이후 대학을 중퇴한 유재석은 본격적으로 KBS에서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10년간의 무명생활을 견뎌야 했다. 틈틈이 심형래 감독이 제작한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함께 시작한 박수홍, 남희석, 김용만, 김국진 등이 TV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특히 심각한 무대 울렁증은 ‘방송을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나경은과 결혼
슬하에 아들 하나

오랜 무명생활에 지쳐갈 때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1999년 방송이 시작된 <진실게임>을 통해 인지도를 다지기 시작해 2000년 <목표달성! 토요일 -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에 첫 메인 진행자로 발탁된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30세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깐족거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마치 <톰과 제리>에서 ‘제리’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해피투게더>에서 발군의 끼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2004년에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와 같은 공익성 프로그램을 맡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끌어내는 등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치로 범국민 책읽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KBS·MBC 연예대상 “최다 수상자 등극”
올해 43세…24년간 승승장구 개그인생

2006년은 유재석의 예능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해였다. <X맨> <무한도전>의 진행을 맡으면서 최고의 진행자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쪼아’ ‘당연하지’ 등 다양한 신조어와 ‘후라이팬 놀이’같은 기발한 게임을 통해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은 <X맨>에서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몸개그를 선보여 공동 진행자 강호동과 함께 ‘국민 MC’로 발돋움 하게 된다. 이후 방송국에서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없으면 진행이 안 된다는 속설이 돌 정도로 입지를 탄탄히 다지게 된다. 이후 그 둘은 때로는 선의의 라이벌로서 때론 친한 동료로서 함께 성장한다.

유재석을 얘기하는 데 있어 <무한도전>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무한도전> 시즌1격인 <무모한 도전> 진행을 맡아 수많은 폐지 논란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다.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하는 <무한도전>에서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시청자들을 위해 매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한다. 덕분에 MBC 예능 역사는 <무한도전>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 파급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시청률이 높든 낮든 트렌드를 이끌어 간다는 측면에서 <무한도전>이 현존 최고의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은 물론 한 여성과의 사랑에도 성공하게 된다. 그는 <무한도전>을 통해 당시 객원 아나운서로 활약한 나경은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81년생인 그녀는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 한 방송에 의하면 그녀는 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아이’로 통했다고. 이후 그녀는 2004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요리보고 세계보고> <뽀뽀뽀> 등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유재석을 만나 교제를 시작하게 되고 2008년 7월 결혼식을 올렸다. 나경은·유재석 부부는 결혼 3년 만인 지난 2010년에 아들 지호 군을 출산했다. 현재 그녀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아나운서를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석은 빠르게 변하는 예능 판도 속에서도 뒤처지는 모습 없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박2일>을 시작으로 야외 버라이어티가 예능계를 주도할 때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해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예능 감각을 선보여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차세대 예능을 표방한 <런닝맨>을 통해 10대 아이돌과 비교했을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 체력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 전원이 열심히 뛴 덕에 <런닝맨>은 최근 중국에 포맷이 수출되는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예능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다 보니 상복도 따라오기 시작한다. 2003년 KBS <연예대상> ‘TV진행부문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매해 굵직굵직한 시상식에서 상을 탔다. 현재까지 KBS에서 2회, MBC 4회, SBS 4회, 백상예술대상 1회 등 총 11차례 대상을 거머쥔 그는 2005년부턴 매년 빠지지 않고 수상받고 있으며 이미 2013년 대상을 통해 방송사상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무한도전·런닝맨
종횡무진 활약

그의 활약은 예능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10억 뷰’를 기록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유재석은 노란색 옷을 입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존재감을 보여줘 해외에서는 ‘옐로우 가이’로 통한다. 또한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음악의 한 장르인 랩에도 도전해 최근 랩퍼 스윙스와 CF촬영도 함께 하는 등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의 팔색조 활약은 부단한 노력과 소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말처럼 오래도록 방송을 하기 위해 술·담배 등을 일절하지 않고 헬스로 기초체력을 관리한 결과 지금과 같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현재 가장 소통을 잘하는 진행자로 알려진 그는 선배는 물론 후배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노력에 재능이 더해지니 장기집권의 끝은 아마도 그가 은퇴를 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이처럼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배려와 사려 깊음 속에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MBC <연예대상>에서 탤런트겸 영화배우인 박슬기는 뮤직·토크쇼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을 이야기하며 “유재석 선배님 얼굴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유재석의 남다른 배려심 덕분이다. 2007년 <무한도전> 멤버 전원이 대상을 수상했을 당시 상을 받지 못한 박슬기는 무대 뒤에 밀려나 있었다. 그때 유재석이 나타났고 많은 케이블TV, 아침방송 카메라들이 그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결국 박슬기는 더욱 뒤로 밀려났다. 자칫 연예인으로서 서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 유재석은 “우리 슬기씨 자리 좀 내 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설움이 복받쳤다. 그녀는 그날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 유재석을 만나면 늘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녀는 “내가 늘 동경하던 인물이었는데 그런 분이 나를 챙겨주시니 어떻게 안 좋았겠냐”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부단한 자기관리와 진심 다한 소통
최고 자리에서 최선 다하는 예능인

MBC 공채 20기 개그맨 오지환이 지난달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남긴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오지환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무한도전> 멤버들과 마주쳤다. 당시 느낌에 대해 오지환은 “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말이 선배님이지 저에겐 그저 연예인일 뿐이고 그분들은 제가 개그맨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회상했다.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오지환은 용기를 내 인사를 건넸는데 걱정과 달리 따뜻하게 인사를 받아줬다.

특히 유재석은 “개그맨 생활 힘들죠?”라며 “이 바닥은 잘하는 사람이 뜨는 게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뜨는 거예요. 힘들어도 개그 포기하지 말고 버티세요”란 조언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오지환은 당시 개그맨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포기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였는데 조언을 받고 나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개그에 몰두하게 되었다.

유재석의 이런 진심 어린 말은 수상 소감 때도 이어졌다. MBC <연예대상> 수상 후 그는 “우리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아쉽게도 오늘은 동료들,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오지랖 넓은 말을 하는 거 같지만 다시 한 번만 더 꿈을 꾸고 무대가 필요한 후배들에게 내년에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심은 더 높은 자리와 명예가 아닌 힘들고 어려운 후배들을 향해 있었다.

존경받는 선배
연예인 멘토 1위

지난 2011년 <무한도전>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그는 ‘말하는 대로’를 불렀고 젊은이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곡은 그의 유년 시절 겪었던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다짐을 담고 있다. 지금은 최고의 진행자가 됐지만 그도 지금의 20대 못지않게 힘든 삶을 살았고 앞날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다.

최근 에듀윌이 문화공연이벤트에 참여한 회원 9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멘토로 삼고 싶은 연예인’ 1위를 유재석으로 꼽았다. 믿음과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형성될 수 있는 것이 ‘멘토-멘티’의 관계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유재석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 유추가 가능하다.

“만약 내가 스타가 된다 해도 힘들었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싶다.” 유재석이 밝힌 이 말처럼 2015년에도 그는 변함없이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달릴’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BS 연예대상은 이경규

2014 S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가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수상소감을 전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오후 9시부터 시작된 2014 SBS <연예대상>에서 이경규는 유재석을 비롯해 강호동, 김병만 등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자가 발표되자 후배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경규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후배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특히 유재석과 강호동은 두 손을 번쩍 들며 제 일처럼 환호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훈훈함을 더했다.

이경규의 수상소감도 화제가 됐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입을 연 뒤 “아버님이 조금 더 오래 사셨다면 이런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셨을 것이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큰 재능을 물려받았기에 아버님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전해 보는 이를 뭉클하게 했다. 이어 “파이팅 넘치는 강호동, 배려하는 유재석, 정글에서 고생하는 김병만. 여러분 발목을 붙잡아서 미안하다”며 후배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이경규는 현재 <힐링캠프 - 기쁘지 아니한가>와 <붕어빵>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노련한 진행 솜씨를 보여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SBS에서 연예대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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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