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대담> 여야 수장 맞장인터뷰 ②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

"내가 친노편? 한 번도 중립성 잃은 적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아직도 문 위원장이 풀어야 할 정치적 난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남들은 한 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문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맡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비교적 옅은 계파색채와 5선의 풍부한 정치경험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은 문 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과 국회부의장직을 맡아 리더십을 이미 검증받기도 했다. 실제로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7·30재보선 참패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 대까지 폭락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문 위원장은 그야말로 당을 구해낸 영웅이다.

어느새 취임 100일을 맞이한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요시사>가 문 위원장을 <일요시사>가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는지요?
▲ 우리 당은 9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 시한을 지켜 국회를 정상화시켰고, 이후 11월7일 세월호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또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가지고 의회 정신을 복원하는 데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아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신 바 있습니다. 남들은 한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두 번째 맡으셨는데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힘드시던가요?
▲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는 아직 우리 당을 지지해주셨던 48%의 분노가 살아있었지만, 2014년 7·30재보선에서는 11대4로 졌을 뿐 아니라, 텃밭인 호남에서마저 패배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이 더 참혹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비대위원장으로서 천근만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진당 해산, 정당 자유 훼손한 것"
"신당 창당,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어"

- 비대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맡으신 것에 대해 문 위원장님의 리더십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각에선 당이 위기일 때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최근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모두 당의 핵심 중진으로서 그동안 무너진 당을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노력해주셨습니다. 또 이제 그 바통을 역시 당의 중진의원들인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이어받아 차질 없는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당이 위기상황인데 뒷짐만 지고 있던 중진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본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 야권이 수년째 선거마다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데 비대위의 활동이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새정치연합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첫째, 공정하고 투명한 당 운영으로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둘째, 혁신을 거듭하여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과제들은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지난 8일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겸직금지,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화 등의 혁신안을 추인했습니다. 이 같은 혁신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새정치연합도 이 같은 혁신안에 동의하시는지요?
▲ 정치혁신안 처리와 관련에서는 우리 당도 나름대로의 정치혁신안을 내놓고 새누리당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생각입니다. 우선 우리 당은 국회의원 세비 동결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세비 혁신안을 발의해 회의에 1/4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회의비를 전액 삭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도서관장 내정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남용방지법을 발의했으며,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기구화 및 게리맨더링 금지를 추진하는 등 정치혁신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 정치혁신위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혁신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혁신안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요란하게 말로만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더 이상 국민들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혁신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혁신방안을 몰라서 혁신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내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계파갈등과 지역주의를 부추겨서 어떻게든 당을 흔들어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신당 창당은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만 되면 나부끼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호남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최근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호남 위기론은 근거가 없습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호남의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호남의 민심은 여전히 새정치연합을 굳건히 지지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 위원장님은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치러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문-문(문희상-문재인) 합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문 위원장님이 중립적으로 전당대회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 문문합작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이 최초로 발언함)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오직 공정과 실천이라는 두 단어만을 가슴에 새기고 활동해왔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단 한순간이라도 중립성을 잃고 공정치 않게 당을 운영한 적은 없습니다.

- 최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데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확대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 그래서 부자감세 철회가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은 서민주택을 빼앗아 주자는 것도 아니고 무상으로 주자는 것도 아니며, 단지 ‘임대주택’을 늘리자는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 확대에 공짜와 무상이라는 단어를 덧씌워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총선 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헌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개헌 방식에 대한 입장은 의원들마다 제각각이고 정작 유력 대권주자들은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개헌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 지금 154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여 개헌 추진 모임을 만들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3%가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사항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개헌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20대 총선 전에는 개헌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문 위원장께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87년 체제는 대통령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의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많이 성숙되었고,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라는 헌옷을 벗고 분권적 대통령제라는 새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한반도평화라는 시대정신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고, 세월호 참사로 부각된 국민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등의 요구도 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하 민정연)’이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보다 다소 정책개발 능력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정연의 정책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 지난 대선 이후로 우리 당은 민정연의 인사와 재정에 대한 권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근 민정연은 민주정책포럼을 연달아 개최하고 각종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우리 당의 싱크탱크로서의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정연은 우리 당의 민생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해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호남 위기론? 호남은 여전히 우리 편"
"복지논란, 부자증세 철회로 해결해야"

- 정윤회 문건 파문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될 텐데 이른바 십상시의 통화기록과 주변 CCTV 등에서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체 없음’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입니다. 대통령의 수사지침 하달에 이어 민정수석실의 회유와 은폐시도까지 국민적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믿어주실지 의문입니다. 검찰이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로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 검찰 수사 이후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비선실세의 ‘슈퍼 갑질’과 국정농단 사태는 낱낱이 파헤쳐서 반드시 발본색원해야할 중대범죄입니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인 국정운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통령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국정쇄신을 통해서 무너진 국가기강을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새누리당도 국회 운영위 등을 통해 작금의 국기문란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할 것입니다.

-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위원장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먼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당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당해산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전례가 없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 마지막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웠던 점과 2015년 새정치연합의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에 정당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욱더 신뢰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년 2월8일로 예정되어있는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서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문희상 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열린우리당 의장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 16, 17, 18, 19대 국회의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