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대담> 여야 수장 맞장인터뷰 ②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

"내가 친노편? 한 번도 중립성 잃은 적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아직도 문 위원장이 풀어야 할 정치적 난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남들은 한 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문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맡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비교적 옅은 계파색채와 5선의 풍부한 정치경험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은 문 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과 국회부의장직을 맡아 리더십을 이미 검증받기도 했다. 실제로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7·30재보선 참패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 대까지 폭락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문 위원장은 그야말로 당을 구해낸 영웅이다.

어느새 취임 100일을 맞이한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요시사>가 문 위원장을 <일요시사>가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는지요?
▲ 우리 당은 9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 시한을 지켜 국회를 정상화시켰고, 이후 11월7일 세월호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또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가지고 의회 정신을 복원하는 데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아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신 바 있습니다. 남들은 한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두 번째 맡으셨는데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힘드시던가요?
▲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는 아직 우리 당을 지지해주셨던 48%의 분노가 살아있었지만, 2014년 7·30재보선에서는 11대4로 졌을 뿐 아니라, 텃밭인 호남에서마저 패배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이 더 참혹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비대위원장으로서 천근만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진당 해산, 정당 자유 훼손한 것"
"신당 창당,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어"

- 비대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맡으신 것에 대해 문 위원장님의 리더십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각에선 당이 위기일 때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최근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모두 당의 핵심 중진으로서 그동안 무너진 당을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노력해주셨습니다. 또 이제 그 바통을 역시 당의 중진의원들인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이어받아 차질 없는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당이 위기상황인데 뒷짐만 지고 있던 중진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본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 야권이 수년째 선거마다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데 비대위의 활동이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새정치연합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첫째, 공정하고 투명한 당 운영으로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둘째, 혁신을 거듭하여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과제들은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지난 8일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겸직금지,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화 등의 혁신안을 추인했습니다. 이 같은 혁신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새정치연합도 이 같은 혁신안에 동의하시는지요?
▲ 정치혁신안 처리와 관련에서는 우리 당도 나름대로의 정치혁신안을 내놓고 새누리당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생각입니다. 우선 우리 당은 국회의원 세비 동결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세비 혁신안을 발의해 회의에 1/4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회의비를 전액 삭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도서관장 내정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남용방지법을 발의했으며,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기구화 및 게리맨더링 금지를 추진하는 등 정치혁신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 정치혁신위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혁신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혁신안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요란하게 말로만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더 이상 국민들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혁신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혁신방안을 몰라서 혁신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내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계파갈등과 지역주의를 부추겨서 어떻게든 당을 흔들어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신당 창당은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만 되면 나부끼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호남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최근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호남 위기론은 근거가 없습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호남의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호남의 민심은 여전히 새정치연합을 굳건히 지지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 위원장님은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치러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문-문(문희상-문재인) 합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문 위원장님이 중립적으로 전당대회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 문문합작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이 최초로 발언함)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오직 공정과 실천이라는 두 단어만을 가슴에 새기고 활동해왔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단 한순간이라도 중립성을 잃고 공정치 않게 당을 운영한 적은 없습니다.

- 최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데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확대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 그래서 부자감세 철회가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은 서민주택을 빼앗아 주자는 것도 아니고 무상으로 주자는 것도 아니며, 단지 ‘임대주택’을 늘리자는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 확대에 공짜와 무상이라는 단어를 덧씌워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총선 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헌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개헌 방식에 대한 입장은 의원들마다 제각각이고 정작 유력 대권주자들은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개헌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 지금 154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여 개헌 추진 모임을 만들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3%가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사항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개헌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20대 총선 전에는 개헌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문 위원장께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87년 체제는 대통령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의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많이 성숙되었고,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라는 헌옷을 벗고 분권적 대통령제라는 새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한반도평화라는 시대정신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고, 세월호 참사로 부각된 국민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등의 요구도 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하 민정연)’이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보다 다소 정책개발 능력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정연의 정책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 지난 대선 이후로 우리 당은 민정연의 인사와 재정에 대한 권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근 민정연은 민주정책포럼을 연달아 개최하고 각종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우리 당의 싱크탱크로서의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정연은 우리 당의 민생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해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호남 위기론? 호남은 여전히 우리 편"
"복지논란, 부자증세 철회로 해결해야"

- 정윤회 문건 파문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될 텐데 이른바 십상시의 통화기록과 주변 CCTV 등에서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체 없음’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입니다. 대통령의 수사지침 하달에 이어 민정수석실의 회유와 은폐시도까지 국민적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믿어주실지 의문입니다. 검찰이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로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 검찰 수사 이후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비선실세의 ‘슈퍼 갑질’과 국정농단 사태는 낱낱이 파헤쳐서 반드시 발본색원해야할 중대범죄입니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인 국정운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통령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국정쇄신을 통해서 무너진 국가기강을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새누리당도 국회 운영위 등을 통해 작금의 국기문란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할 것입니다.

-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위원장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먼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당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당해산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전례가 없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 마지막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웠던 점과 2015년 새정치연합의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에 정당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욱더 신뢰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년 2월8일로 예정되어있는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서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문희상 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열린우리당 의장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 16, 17, 18, 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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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