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특집 대담> 여야 수장 맞장인터뷰 ②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

"내가 친노편? 한 번도 중립성 잃은 적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아직도 문 위원장이 풀어야 할 정치적 난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남들은 한 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문 위원장이 두 번씩이나 맡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극심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비교적 옅은 계파색채와 5선의 풍부한 정치경험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은 문 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과 국회부의장직을 맡아 리더십을 이미 검증받기도 했다. 실제로 문 위원장 취임 이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7·30재보선 참패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 파동으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 대까지 폭락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문 위원장은 그야말로 당을 구해낸 영웅이다.

어느새 취임 100일을 맞이한 문 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어냈을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요시사>가 문 위원장을 <일요시사>가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얻으셨는지요?
▲ 우리 당은 9월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합의 시한을 지켜 국회를 정상화시켰고, 이후 11월7일 세월호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또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켜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가지고 의회 정신을 복원하는 데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신뢰받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아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하신 바 있습니다. 남들은 한번 맡기도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직을 두 번째 맡으셨는데 지난해 1월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힘드시던가요?
▲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는 아직 우리 당을 지지해주셨던 48%의 분노가 살아있었지만, 2014년 7·30재보선에서는 11대4로 졌을 뿐 아니라, 텃밭인 호남에서마저 패배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이 더 참혹한 상황입니다. 그만큼 비대위원장으로서 천근만근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통진당 해산, 정당 자유 훼손한 것"
"신당 창당,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어"

- 비대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맡으신 것에 대해 문 위원장님의 리더십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각에선 당이 위기일 때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길 꺼려하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최근 비대위원직에서 물러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모두 당의 핵심 중진으로서 그동안 무너진 당을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열심히 노력해주셨습니다. 또 이제 그 바통을 역시 당의 중진의원들인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전당대회준비위원장,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 이어받아 차질 없는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당이 위기상황인데 뒷짐만 지고 있던 중진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본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 야권이 수년째 선거마다 연전연패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데 비대위의 활동이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새정치연합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첫째, 공정하고 투명한 당 운영으로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둘째, 혁신을 거듭하여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과제들은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일은 아닙니다.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지난 8일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겸직금지,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화 등의 혁신안을 추인했습니다. 이 같은 혁신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새정치연합도 이 같은 혁신안에 동의하시는지요?
▲ 정치혁신안 처리와 관련에서는 우리 당도 나름대로의 정치혁신안을 내놓고 새누리당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생각입니다. 우선 우리 당은 국회의원 세비 동결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세비 혁신안을 발의해 회의에 1/4이상 무단결석할 경우 회의비를 전액 삭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국회도서관장 내정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남용방지법을 발의했으며,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기구화 및 게리맨더링 금지를 추진하는 등 정치혁신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 정치혁신위는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혁신위는 언론 노출 빈도가 너무 낮은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혁신안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요란하게 말로만 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더 이상 국민들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혁신이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혁신방안을 몰라서 혁신하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내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계파갈등과 지역주의를 부추겨서 어떻게든 당을 흔들어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왔던 일입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신당 창당은 명분도 없고 동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만 되면 나부끼는 낭설에 불과합니다.

- 호남의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호남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최근 언론들이 제기하고 있는 호남 위기론은 근거가 없습니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호남의 지지율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호남의 민심은 여전히 새정치연합을 굳건히 지지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 위원장님은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치러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문-문(문희상-문재인) 합작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문 위원장님이 중립적으로 전당대회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 문문합작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이 최초로 발언함)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오직 공정과 실천이라는 두 단어만을 가슴에 새기고 활동해왔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단 한순간이라도 중립성을 잃고 공정치 않게 당을 운영한 적은 없습니다.

- 최근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데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 확대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 그래서 부자감세 철회가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은 서민주택을 빼앗아 주자는 것도 아니고 무상으로 주자는 것도 아니며, 단지 ‘임대주택’을 늘리자는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 확대에 공짜와 무상이라는 단어를 덧씌워서 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총선 전에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개헌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개헌 방식에 대한 입장은 의원들마다 제각각이고 정작 유력 대권주자들은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개헌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 지금 154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여 개헌 추진 모임을 만들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63%가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헌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사항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개헌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20대 총선 전에는 개헌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문 위원장께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87년 체제는 대통령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의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이후 30년이 흐르는 동안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많이 성숙되었고,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중심제라는 헌옷을 벗고 분권적 대통령제라는 새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한반도평화라는 시대정신도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고, 세월호 참사로 부각된 국민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지방분권 및 국토균형발전 등의 요구도 반영돼야 할 것입니다. 

-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하 민정연)’이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보다 다소 정책개발 능력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정연의 정책개발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 지난 대선 이후로 우리 당은 민정연의 인사와 재정에 대한 권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최근 민정연은 민주정책포럼을 연달아 개최하고 각종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우리 당의 싱크탱크로서의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정연은 우리 당의 민생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해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호남 위기론? 호남은 여전히 우리 편"
"복지논란, 부자증세 철회로 해결해야"

- 정윤회 문건 파문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될 텐데 이른바 십상시의 통화기록과 주변 CCTV 등에서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체 없음’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입니다. 대통령의 수사지침 하달에 이어 민정수석실의 회유와 은폐시도까지 국민적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믿어주실지 의문입니다. 검찰이 짜맞추기식 부실 수사로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을 결코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 검찰 수사 이후 어떤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 비선실세의 ‘슈퍼 갑질’과 국정농단 사태는 낱낱이 파헤쳐서 반드시 발본색원해야할 중대범죄입니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인 국정운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대통령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국정쇄신을 통해서 무너진 국가기강을 다잡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새누리당도 국회 운영위 등을 통해 작금의 국기문란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할 것입니다.

-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위원장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먼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며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정당의 자유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정당해산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전례가 없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 마지막으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웠던 점과 2015년 새정치연합의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에 정당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과는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욱더 신뢰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년 2월8일로 예정되어있는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서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야당다운 야당’,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문희상 위원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 열린우리당 의장
▲ 제18대 국회부의장
▲ 제14, 16, 17, 18, 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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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