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원한 사는 주식시장 공공의 적 <실체추적>

잡히기만 해!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주마”


증권가 ‘개미’들이 뿔났다. 자신의 투자금을 노리는 불법 사기꾼들 때문이다. 작전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은 개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명성과 공공성을 대표하는 일부 회계법인까지 가세했다. 사방이 적인 셈이다. 때문에 개미들은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악덕 애널리스트 실적 뻥튀기 해 놓고 슬금슬금 매도
작전세력 주가 인위조작으로 개미들 유인 후 패대기


최근 개미들의 ‘공공의 적’으로 급부상한 것은 다름 아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다. 물론 일부에 해당하지만 자신의 입지를 위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매물을 토해내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보고서만 믿고 한껏 부풀어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을 차고 증권사를 원망하는 개미들도 속출하고 있다. 

개미들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액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종목분석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물리는 수가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애널리스트보고서
“어떻게 믿겠어”

이 같은 사실은 증권 포털 사이트 팍스넷의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들어났다. 지난 11일 증권 포털 팍스넷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개미들을 대상으로 ‘애널리스트의 매수보고서는 기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보고서’란 주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938명 중 95.4%인 895명이 ‘그렇다’고 동의했다. 이에 앞서 팍스넷은 지난 2월 ‘주식은 대부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때도 결과는 9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주식시장에선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는 게 개미들의 전언이다. 10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대기업 K 부장은 “애널리스트들의 호평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패가망신 경우가 많다”면서 “희망에 부풀어 투자를 했는데 연일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원금을 거의 까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를 증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임업체인 ‘CJ인터넷’이 그것이다. 증권사들은 3월 저마다 CJ인터넷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증권사 보고서들은 ▲만성적인 저평가 국면 탈피 ▲가장 저평가 돼 있는 게임주 ▲1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 등의 내용으로 개미들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개미들은 이 같은 보고서를 믿고 투자에 나섰지만 결국 총알받이가 된 모양새다.

호평 속에 기관들이 13일 연속(12일 기준) 매도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급기야 CJ인터넷은 연중 최저가를 기록하며 개미들을 울렸다. 쪽박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개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증권사를 원망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이런 횡포(?)를 인식한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오는 7월부터 애널리스트 프로필은 물론 회사 이직 횟수 등과 같은 개인 신상과 리포트에 대해 전자 공시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개미들의 시각은 아직 회의적이다. 개미들이 꼽는 또 다른 공공의 적은 ‘작전세력’이다. 증권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요즈음 작전은 정교하고 치밀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막무가내형부터 생존형, 풀패키지형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코스닥 퇴출 공포까지 가세하면서 작전세력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H증권 Y부장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작전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면서 “사채업자들이 전면에 나서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게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투자에 나선지 13년째인 L차장(43·제약업체 근무)은 얼마 전 원금의 80%를 날린 후 매일 술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추격매수를 했는데 알고 보니 ‘막무가내형 작전’에 휘말렸던 것이다.

작전세력 때문에
“울고 싶어라”

Y부장은 “막무가내형의 특징은 주가 급등 과정에서 별다른 호재가 드러나지 않고 주가가 급등세를 타는 것”이라면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목표로 유통 주식의 80% 이상을 거둬들여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07년 역대 최대 규모 주가 조작이었던 ‘루보 사태’를 꼽을 수 있다”면서 “당시 작전세력들은 2006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루보를 대상으로 1500억원대 자금과 700여 개 차명계좌를 동원, 주가를 조직적으로 끌어올려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챙긴 바 있다”고 덧붙였다. 

퇴출심사제도 도입으로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내부 경영진이 주도하는 작전도 급증하고 있다. 소위 ‘생존형 작전’이 그것이다. 이 작전의 목적은 퇴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내부 경영진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의 참여를 유혹한다. 그런가 하면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나 감자 등 퇴출 징후를 미리 알고 대규모 주식을 사전에 처분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과거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사놓고 시세차익을 챙기던 방법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사채업자가 주도하는 ‘풀패키지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유형은 치밀하고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고 있는 H사장에 따르면 풀패키지형의 경우 ‘가장납입’을 주로 이용한다.

H사장은 “작전에 나선 사채업자는 증자 납입일에 주가를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크게 끌어올려 증자를 성공시키고 돈을 빼는 가장납입을 목표로 진행시킨다”고 전언했다. 그에 따르면 이 경우 증자 발행가액의 50~70%까지 주가를 끌어올려 개미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을 사용한다. 그런 다음 끌어올린 주가를 현상 유지시키면서 증자 때 받은 주식을 개미들에게 떠넘겨 수익을 챙긴다.

또 다른 수법도 있다. 증자 때 받은 대규모 물량을 사채업자들이 일정 수수료를 받고 시장에서 되사주는 것이다. 그 후 주가를 끌어올리지 않고 현상 유지만 시키면서 천천히 개미들에게 떠넘겨 버린다. 결국 개미들은 소위 ‘물려 버린’ 후 땅을 치면서 통곡하는 신세가 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불공정거래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고 악재성 정보 등을 이용한 이용 사례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면서 “1분기 중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건수는 모두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건에 비해 18.7%(8건) 늘어난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개미들이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또 다른 것은 ‘회계법인’이다. 이들은 회사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자격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부감사인들이 기획에서 실행까지 도맡아 처리한 적극적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게 계기가 됐다. 실제 지난 2월 변호사와 대형 회계법인, 코스닥 상장회사 대주주, 채권자 등이 조직적으로 3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에 따라 양계 가공업체 A사 대주주 이모(47)씨, 회계법인 B사 이사 백모(44)씨를 비롯한 변호사와 채권자 등 10명이 철창으로 향했다. 특히 A사 외부 감사인이자 회계법인 임원인 백씨가 회사 재무제표를 감사·평가해야 하는데도 후배 회계사 3명과 함께 전담팀까지 만들어 직접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해 주는 등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하고 거액을 챙겼다는 사실에 개미들은 충격을 받아야 했다.

회계법인 기업성적 조작 후 자금 챙겨 “먹고 튀어”
코스닥 먹튀 CEO 증자  감자 밥 먹듯하며 야금야금


더욱이 백씨가 분식회계를 마무리한 뒤 A사 재무상태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허위 감사보고서를 작성, 사실상 ‘깡통’에 불과한 A사가 상장회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개미들은 분노했다. 뿐만 아니다.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기업과 이런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묵인해준 신우회계법인과 삼화회계법인이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돼 과태료 부과와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들 회계법인은 스멕스(주), 코디콤(주), (주)재현 등 3개사의 제무제표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 공시하게 했다가 처벌받았다. 7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회사원 손모(37)씨는 “회계보고서는 쉽게 말해 기업에 대한 건강진단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주주나 투자자가 경영 상태나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정보인데 이를 엉터리로 작성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손씨는 이어 “건전한 증시 환경에 좀먹는 소위 ‘좀비’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시켜야 한다”며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이나 감사보고서에 대해 철퇴를 가해야 독버섯이 제거되고 주식시장이 건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로 통하는 큰손들도 개미들에게는 ‘공공의 적’이다.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쪽박을 차고 패가망신한 개미들의 원성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큰손들이 코스닥을 접수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되면서 개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큰손들이 먹튀를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장내외 시장에서 경영참여 목적으로 대규모 지분 매입 ▲전환청구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코스닥 상장사 눈독 등이 꼽힌다. 개미들이 큰손 먹튀들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분 획득 목적이 경영보다는 차익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공시하지만 향후 ‘투기’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투기로 변질되면 투자 수익을 내고 팔아버리기 때문에 개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Y부장은 “코스닥 기업들의 잦은 경영권(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권 변동이 주가 급등을 유발하는 재료로 부각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장사-외부감사인
고스톱 짜고 쳤다?

그는 이어 “경영권 변경은 자칫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실제 그동안 경영권 변동이 잦은 기업 중에는 경영악화나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계기업이 많았다”면서 “매각차익을 노린 ‘머니게임’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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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