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vs 모피아' 금융권 서바이벌 막전막후

MB 사람들-GH 사람들 ‘힘겨루기’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금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신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모피아'는 찬밥신세다. 언제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려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동문 75학번 7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1년 20∼30명 수준이던 서금회 멤버는 2012년 대선 직전 300여명까지 늘어났다. 멤버 대부분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학번의 서강대 출신 팀장급 이상 인사들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되어 있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강대 대표 동문 모임이다.

관피아 척결?
신 관치시대!

서강대는 박 대통령이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학교에 방문하는 등 인지도가 급성장했으며 니는 서강대가 명실상부한 명문대 대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했고, 이는 '서강학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대'를 구성해 왔다.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의 박 대통령은 당시 서병수 의원(경제학과 71학번, 현 부산시장)과 배성례 대변인(영문학과 78학번),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경제학과 66학번),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신문방송학과 77학번), 조인근 대선본부 메시지팀장(국문학과 82학번) 등 서강대 학부 출신 인사들을 선거 캠프로 불러들였다.

대학원이나 교수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포진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1973∼1988 경제학과 교수)과 김태흠 의원(공공정책 대학원 석사), 전하진 의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 그들이다.


사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서금회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정권 중반이자 연말 인사시즌인 올해 말부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수학과 67학번이다. 2001년에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서강금융인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순우 연임 포기, 서금회로 우회 압박?
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도인선 개입 논란

정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 71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를 수료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사장과 함께 코스콤 사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김철규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도 서강대 71학번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현재 서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학과 76학번이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정치외교학과 75학번)이다. 현재 서금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는 사학과 81학번이다.

서금회 멤버가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이번에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두는 등 민영화 작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행장이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 출신인데다가 서금회 핵심 멤버라 정부가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의지 강하더니
돌연 포기 왜?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인사철마다 산은지주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같았다. 특히 산은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홍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서금회 소속은 아니지만 서강대 인맥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학과 76학번)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 77학번),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경영학과 74학번),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경영학과 81학번),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무역학과 76학번) 등 5명은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을 아우르고 있다.

은행, 증권 및 카드 업계에는 이강행 한국투자증권부사장(경제학과 79학번)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학과 76학번),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학과 76학번),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경제학과 76학번),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대표(경영학과 84학번), 정은영 HSBC은행 기업부문 대표(경영학과 83학번),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 75학번)등 이 있다.

서금회가 뭐길래
본인들은 "몰라"

이들 중 채우석 부행장, 김병헌 대표, 이정철 대표 등은 서금회의 하부 모임인 서강금융포럼의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학과 71학번)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다.

기존 금융권을 호령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재무부의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 수장 자리에서 모피아는 사라졌다. 남아 있는 모피아 인사들은 물밑들이 밀고 들어오는 서금회에 맞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시대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8회)이 산은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다. 강 전 회장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재무부 3대 요직인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했고 현업에 종사했던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연임이 예정되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행시 21회)도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행시 23회)도 퇴임했다. 윤 전 행장은 1978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난 후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 후임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치명타'는 임영록 전 KB금융회장(행시 20회)이 날렸다. KB금융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인해 임 전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경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모피아 줄줄이 퇴진
금융권 전반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

지난해 8월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행시 9회)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를 역임했다. 후임에는 김한철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새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과 통합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행시 16회)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빈자리는 진웅섭 사장이 채워 일해 왔지만 진 사장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에서도 모피아의 퇴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임기가 만료된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후임에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관피아' 척결 움직임 덕에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이 신임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1년간 이어진 회장 인선 절차기간에는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손보협을 이끌어 왔다.

앞선 지난해 4월 역시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행시 22회로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김근수 회장 역시 행시 2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김병기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6회)은 임기만료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월 퇴임했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신임 사장 자리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꿰찼다.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행시 17회)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바 있다. 고위직에서 퇴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행시 15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이달 임기 만료됐으며 후임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남아있는 모피아 출신 금융권 인사 중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사가 임종룡 HN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채과장,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지휘봉을 잡은 뒤 사외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들로 채워 넣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씨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씨,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국환씨,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여성부 차관·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정택씨가 그들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서강 인맥 급상승

지난해 6월 선출된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최규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융실명제 실시작업반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서기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 행정관을 지낸 후 기획재정부에서 회계결산심의관과  국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전임자인 주용식 전 회장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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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