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 게이트> ⑤미공개 문건 내용은?

정씨는 'VIP의 남자'로 통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청와대가 작성한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면서 박근혜정부는 풍전등화에 놓였다. 권부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욱 허둥대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문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비공개된 문건에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사생활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어느 '정치인'보다 미스터리한 '민간인' 정윤회. 미증유의 비선 스캔들이 박근혜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이하 정윤회)의 국정개입과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다. 한쪽에선 이른바 '십상시'를 지칭하며 민간인의 국정농단을 문제 삼고 있다. 또 한쪽에선 "사실무근"이라며 정윤회를 감싸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청와대와 정윤회의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민간인'의 언론 인터뷰를 인용해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겨냥한 의혹 제기를 반박하고 있다. 정윤회는 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정권 차원의 '엄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인사청탁 인지?

지난 3월 <일요시사>는 '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란 기사에서 정윤회와 관계된 의미 있는 일화를 전한 바 있다. 당시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윤회가 지난해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정윤회의 아내), 3위는 바로 나(정윤회)."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윤회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윤회가 정국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조짐이 드러난 건 지난 4월이다. 정윤회와 관련한 감찰에 착수했던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돌연 옷을 벗고 '궁정동'을 빠져나왔다.

갑작스런 사임에 여러 추측이 나돌았지만 당사자인 조 비서관은 입을 닫았다. 이 무렵 청와대 지근에선 "'밤의 비서실장'인 정윤회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서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8개월이 흘러 '정윤회 문건'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가 나온 직후 관계자와 통화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시점을 지난 4월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단 "문건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건을 본 사람에 따르면 (내용에)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틀 뒤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위 책임자'를 인용해 "(언론에는) 10분의 1도 밝히지 않았다. 사생활 등 많은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또 다른 분은 '세월호 (참사) 전인 (지난) 3∼4월께 (정윤회) 문건이 박스채로 유출됐다'고 했다"며 "상당한 종류의 동향 보고서가 조 비서관을 거쳐 청와대 상부에 보고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문건에는 공개될 수 없는 성질의 감찰 결과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청와대에서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던 A씨는 "모든 보고서의 기본은 VIP(대통령)의 눈에 들게끔 작성하는 것"이라며 "VIP의 아침 일과가 보고서를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시간제약상 모든 보고서를 읽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VIP의 관심사에 맞춰 내용을 채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극히 일부만 공개 "10분의 1만 노출"
베일 가려진 '정윤회 사생활' 담겼나
삼성동팀 실체·재산축적 비밀도 언급?

언론에 노출된 정윤회 문건의 제목은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다. 작성 주체는 공직기관비서관실, 날짜는 2014년 1월6이다. 여기서 제목의 앞마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이라는 도입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얼마 전 사정기관 관계자는 "추측컨대 김 실장이 문건을 보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에 대해 "일종의 엘리트의식, 나쁘게 말하면 '선민의식' 같은 게 있다"며 "자신보다 학벌이나 경력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문건에는 학력도 불확실하고 '스펙'도 일천한 정윤회와 그 동조세력이 일국의 비서실장을 흔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존심 강한 김 실장이 이를 놔두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이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윤회 문건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윤회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정확한 출생연도부터 출신지, 학력, 직업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윤회의 정확한 신상정보부터 파악했을 확률이 높다. 나아가 조 비서관 등은 정윤회 주변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매일경제>는 지난 3일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정윤회와 십상시가 회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합에 참석한 누군가가 박 경정에게 내부 자료를 건넸다는 증거와 다름없다.

앞서 박 경정은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실제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보가) 자세한 것이었다"고 밝혀 '내부 고발자'의 존재를 암시했다.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건의 정확성이 높다고 보고, 보고서에 적시된 정윤회의 인사청탁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건에는 정윤회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정윤회를 만나려면 7억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정보라인'들은 타깃(정윤회)이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감시했을 것이며 따라서 정윤회가 드나들었다던 요정에 대해서도 파악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은 더 있다. 무속인 이모씨와의 석연찮은 관계다.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은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윤회가 역술인이 아니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씨가 평소 정윤회와의 친분을 말하고 다닌 점을 고려하면 불거진 인사 청탁의 진위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권 차원의 엄호

정윤회의 막대한 재산과 관련한 감찰 결과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이들이 'VIP'를 등에 업고 재산을 불렸다면 관련한 첩보가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딸과 관계된 여러 의혹도 조사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벗'으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언급된 내용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각에선 딸과 관련한 일은 최씨가 주도했다는 설이 들린다. 정치권에선 최씨의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시점상 이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뒷조사' 직후 이혼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풍문으로만 떠돌았던 '삼성동팀'의 실체, 박 회장과의 관계가 적혀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단 박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는 조직 습성상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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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