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고질적 병폐 ‘쩐의 전쟁’① 정치자금

정치권에 때아닌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여야간 후원금 경쟁을 비롯해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간의 쩐의 전쟁도 불거지고 있는 것.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시즌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의 전쟁은 비공식적이 되면 더욱 거세다. ‘자린고비형’ 국회의원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보좌관의 한숨 소리, 여야간의 후원금 모금액을 비롯해 여당이 후원금을 싹쓸이했다는 불만까지 봇물을 이루듯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쩐의 전쟁’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인해 정치권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우편 발송료만 5백여만원이 들어갈 정도로 절실하게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은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후원금 모금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야간의 ‘쩐의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후원금 모집이 바로 그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후원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후원회 공개대상 기부자 명단’ 10위안에 드는 의원 모두가 한나라당 의원들로 정치자금을 싹쓸이했다.

후원금 싸움 치열
과거와 정반대 양상


지난 4월 총선 이후 국회의원 2백99명이 모금한 고액(3백만원 이상) 후원금 총액은 1백42억6천5백47만원. 후원금 모금액 10위권 안에 드는 의원은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 1억7천6백만원, 김무성 의원 1억5천만원, 이상득 의원 1억2천9백만원, 박진·남경필 의원 1억2천8백만원, 나경원 의원 1억2천5백만원, 정두언 의원 1억1천4백99만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법률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후원금과 관련된 ‘김귀환 게이트’가 터지면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후원금을 낸 인사들은 대부분 ‘사업가’라는 식으로만 표기해, 확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의심의 소지들로 인해 의원들의 양심으로서 떳떳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측의 이 같은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여당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정설이기는 하지만 학연·지연 등을 통한 비정상적인 후원금을 엄청나게 걷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의원들의 후원금에도 정권교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권력 이동에 따라 후원금을 지원하는 정당의 변동도 크다는 것.

지난해에 비해 여야 의원들의 후원금이 전반적으로 5천여만원 정도 줄기는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의 틈새는 더욱 더 벌어져 있다. 사실상 여야 명암이 뚜렷이 갈린 셈이다.

실제 야당 의원들의 경우 지난해 고액 후원금 1위는 이해찬 전 총리(2억2천1백50만원), 2위는 최인기 의원(2억1천1백50만원) 등 각 정당 인사들이 골고루 20위안에 포함됐다.

반면 여당의 경우 지난해 6명이 10위안에 들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독식을 하면서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났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보다 전반적으로 후원금을 많이 모금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정치권의 이런저런 말들을 놓고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고액 후원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받은 만큼 금액이 적고 많음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후원금을 더 많이 받았다”며 “이제 와서 후원금이 적다고 현 여당의 발목을 잡는 형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야 인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많은 후원금을 거둘 수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독식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며 “후원금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액을 문제 삼을 만한 형태는 전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부분 후원금을 독식했다고 하더라도 유명인사들 이외 인사들은 후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하면 국정 감사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우편 발송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은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실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지역구 인사들은 물론 동창생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전화통화 중’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이 총 5백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국정 감사 준비를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이 가까운 지인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내용들을 당원들에게 보낼 뿐 아니라 정책자료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책자료집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유명세 따라 천차만별
‘빈익빈 부익부’  심각


실제로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의 경우 정책자료집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의정활동 내용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후원금 모금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다방면에 뛰어다닌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까운 지인 50여명에게 후원금을 걷어 나름대로 큰 액수의 돈이 모금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돈 봉투를 열어보니 “50여명이 1인당 1만원씩을 내 총 50만원밖에 걷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후원금을 걷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인맥, 신뢰도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의원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자신의 주머니 돈에 전전긍긍하는 ‘자린고비형’과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기 투자형’로 구분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보좌관들이 두 가지 유형으로 국회의원을 구분 짓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후원금을 모금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가의 여부다.

이 때문에 ‘자린고비형’으로 불리고 있는 의원실에는 ‘국회의원-보좌관’간에도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 방에서 후원금을 가지고 눈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자린고비형’으로 불리는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의원의 경우 후원금이 마련되지 않아 보좌관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후원금 좀 모아 보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A의원은 정작 자신의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의원 보좌관·비서관들은 매달 월급에서 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A의원의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후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A의원의 사비가 아닌 A의원들의 보좌관들이 후원금을 걷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거나 후원금을 걷기 위해 A의원실 전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는 게 A의원실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보좌관들이 선호하는 의원이다.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는 절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개인 돈을 정치자금 계좌로 돈을 넣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후원금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A의원실 불안한 동거 중
“보좌관이 위험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좌관들에게도 전혀 후원금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며 “자신을 위한 일일뿐더러 보좌관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여간의 쩐의 전쟁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의원-보좌관의 ‘쩐의 전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 때문에 국정 감사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놓고 여야를 넘나들면서 자기 식구에게까지 닥달하는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 감사가 끝난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은 국정감사 이후에도 ‘쩐의 전쟁’으로 한 동안 몸살을 앓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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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