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고질적 병폐 ‘쩐의 전쟁’① 정치자금

정치권에 때아닌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여야간 후원금 경쟁을 비롯해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간의 쩐의 전쟁도 불거지고 있는 것.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시즌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의 전쟁은 비공식적이 되면 더욱 거세다. ‘자린고비형’ 국회의원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보좌관의 한숨 소리, 여야간의 후원금 모금액을 비롯해 여당이 후원금을 싹쓸이했다는 불만까지 봇물을 이루듯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쩐의 전쟁’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인해 정치권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우편 발송료만 5백여만원이 들어갈 정도로 절실하게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은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후원금 모금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야간의 ‘쩐의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후원금 모집이 바로 그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후원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후원회 공개대상 기부자 명단’ 10위안에 드는 의원 모두가 한나라당 의원들로 정치자금을 싹쓸이했다.

후원금 싸움 치열
과거와 정반대 양상


지난 4월 총선 이후 국회의원 2백99명이 모금한 고액(3백만원 이상) 후원금 총액은 1백42억6천5백47만원. 후원금 모금액 10위권 안에 드는 의원은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 1억7천6백만원, 김무성 의원 1억5천만원, 이상득 의원 1억2천9백만원, 박진·남경필 의원 1억2천8백만원, 나경원 의원 1억2천5백만원, 정두언 의원 1억1천4백99만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법률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후원금과 관련된 ‘김귀환 게이트’가 터지면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후원금을 낸 인사들은 대부분 ‘사업가’라는 식으로만 표기해, 확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의심의 소지들로 인해 의원들의 양심으로서 떳떳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측의 이 같은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여당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정설이기는 하지만 학연·지연 등을 통한 비정상적인 후원금을 엄청나게 걷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의원들의 후원금에도 정권교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권력 이동에 따라 후원금을 지원하는 정당의 변동도 크다는 것.

지난해에 비해 여야 의원들의 후원금이 전반적으로 5천여만원 정도 줄기는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의 틈새는 더욱 더 벌어져 있다. 사실상 여야 명암이 뚜렷이 갈린 셈이다.

실제 야당 의원들의 경우 지난해 고액 후원금 1위는 이해찬 전 총리(2억2천1백50만원), 2위는 최인기 의원(2억1천1백50만원) 등 각 정당 인사들이 골고루 20위안에 포함됐다.

반면 여당의 경우 지난해 6명이 10위안에 들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독식을 하면서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났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보다 전반적으로 후원금을 많이 모금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정치권의 이런저런 말들을 놓고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고액 후원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받은 만큼 금액이 적고 많음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후원금을 더 많이 받았다”며 “이제 와서 후원금이 적다고 현 여당의 발목을 잡는 형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야 인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많은 후원금을 거둘 수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독식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며 “후원금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액을 문제 삼을 만한 형태는 전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부분 후원금을 독식했다고 하더라도 유명인사들 이외 인사들은 후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하면 국정 감사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우편 발송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은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실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지역구 인사들은 물론 동창생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전화통화 중’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이 총 5백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국정 감사 준비를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이 가까운 지인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내용들을 당원들에게 보낼 뿐 아니라 정책자료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책자료집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유명세 따라 천차만별
‘빈익빈 부익부’  심각


실제로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의 경우 정책자료집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의정활동 내용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후원금 모금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다방면에 뛰어다닌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까운 지인 50여명에게 후원금을 걷어 나름대로 큰 액수의 돈이 모금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돈 봉투를 열어보니 “50여명이 1인당 1만원씩을 내 총 50만원밖에 걷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후원금을 걷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인맥, 신뢰도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의원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자신의 주머니 돈에 전전긍긍하는 ‘자린고비형’과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기 투자형’로 구분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보좌관들이 두 가지 유형으로 국회의원을 구분 짓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후원금을 모금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가의 여부다.

이 때문에 ‘자린고비형’으로 불리고 있는 의원실에는 ‘국회의원-보좌관’간에도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 방에서 후원금을 가지고 눈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자린고비형’으로 불리는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의원의 경우 후원금이 마련되지 않아 보좌관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후원금 좀 모아 보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A의원은 정작 자신의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의원 보좌관·비서관들은 매달 월급에서 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A의원의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후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A의원의 사비가 아닌 A의원들의 보좌관들이 후원금을 걷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거나 후원금을 걷기 위해 A의원실 전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는 게 A의원실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보좌관들이 선호하는 의원이다.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는 절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개인 돈을 정치자금 계좌로 돈을 넣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후원금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A의원실 불안한 동거 중
“보좌관이 위험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좌관들에게도 전혀 후원금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며 “자신을 위한 일일뿐더러 보좌관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여간의 쩐의 전쟁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의원-보좌관의 ‘쩐의 전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 때문에 국정 감사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놓고 여야를 넘나들면서 자기 식구에게까지 닥달하는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 감사가 끝난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은 국정감사 이후에도 ‘쩐의 전쟁’으로 한 동안 몸살을 앓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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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