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고질적 병폐 ‘쩐의 전쟁’① 정치자금

정치권에 때아닌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여야간 후원금 경쟁을 비롯해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간의 쩐의 전쟁도 불거지고 있는 것.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시즌이라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의 전쟁은 비공식적이 되면 더욱 거세다. ‘자린고비형’ 국회의원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보좌관의 한숨 소리, 여야간의 후원금 모금액을 비롯해 여당이 후원금을 싹쓸이했다는 불만까지 봇물을 이루듯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쩐의 전쟁’에 관한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국정감사 준비 등으로 인해 정치권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우편 발송료만 5백여만원이 들어갈 정도로 절실하게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치권 인사들은 후원금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후원금 모금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여야간의 ‘쩐의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후원금 모집이 바로 그것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후원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후원회 공개대상 기부자 명단’ 10위안에 드는 의원 모두가 한나라당 의원들로 정치자금을 싹쓸이했다.

후원금 싸움 치열
과거와 정반대 양상


지난 4월 총선 이후 국회의원 2백99명이 모금한 고액(3백만원 이상) 후원금 총액은 1백42억6천5백47만원. 후원금 모금액 10위권 안에 드는 의원은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 1억7천6백만원, 김무성 의원 1억5천만원, 이상득 의원 1억2천9백만원, 박진·남경필 의원 1억2천8백만원, 나경원 의원 1억2천5백만원, 정두언 의원 1억1천4백99만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법률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의심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후원금과 관련된 ‘김귀환 게이트’가 터지면서 홍준표 원내대표 등이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 후원금을 낸 인사들은 대부분 ‘사업가’라는 식으로만 표기해, 확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는 의심의 소지들로 인해 의원들의 양심으로서 떳떳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측의 이 같은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여당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정설이기는 하지만 학연·지연 등을 통한 비정상적인 후원금을 엄청나게 걷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의원들의 후원금에도 정권교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권력 이동에 따라 후원금을 지원하는 정당의 변동도 크다는 것.

지난해에 비해 여야 의원들의 후원금이 전반적으로 5천여만원 정도 줄기는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의 틈새는 더욱 더 벌어져 있다. 사실상 여야 명암이 뚜렷이 갈린 셈이다.

실제 야당 의원들의 경우 지난해 고액 후원금 1위는 이해찬 전 총리(2억2천1백50만원), 2위는 최인기 의원(2억1천1백50만원) 등 각 정당 인사들이 골고루 20위안에 포함됐다.

반면 여당의 경우 지난해 6명이 10위안에 들었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독식을 하면서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났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보다 전반적으로 후원금을 많이 모금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정치권의 이런저런 말들을 놓고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고액 후원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받은 만큼 금액이 적고 많음을 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후원금을 더 많이 받았다”며 “이제 와서 후원금이 적다고 현 여당의 발목을 잡는 형태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여야 인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많은 후원금을 거둘 수 있는 만큼 한나라당이 독식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며 “후원금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액을 문제 삼을 만한 형태는 전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대부분 후원금을 독식했다고 하더라도 유명인사들 이외 인사들은 후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빈익부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다 민주당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후원금을 모금하지 못하면 국정 감사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실제로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우편 발송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은 국정 감사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실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지역구 인사들은 물론 동창생들에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히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전화통화 중’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이 총 5백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국정 감사 준비를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이 가까운 지인들과 직접 전화통화를 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국정감사 준비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의정활동 내용들을 당원들에게 보낼 뿐 아니라 정책자료집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책자료집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유명세 따라 천차만별
‘빈익빈 부익부’  심각


실제로 후원금이 부족한 의원실의 경우 정책자료집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의정활동 내용의 홍보를 위해서라도 후원금 모금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다방면에 뛰어다닌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까운 지인 50여명에게 후원금을 걷어 나름대로 큰 액수의 돈이 모금됐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돈 봉투를 열어보니 “50여명이 1인당 1만원씩을 내 총 50만원밖에 걷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후원금을 걷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의 인맥, 신뢰도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의원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자신의 주머니 돈에 전전긍긍하는 ‘자린고비형’과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기 투자형’로 구분되고 있는 것.

그렇다면 보좌관들이 두 가지 유형으로 국회의원을 구분 짓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후원금을 모금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가의 여부다.

이 때문에 ‘자린고비형’으로 불리고 있는 의원실에는 ‘국회의원-보좌관’간에도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 방에서 후원금을 가지고 눈치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자린고비형’으로 불리는 A의원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A의원의 경우 후원금이 마련되지 않아 보좌관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후원금 좀 모아 보라’는 식으로 말을 꺼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A의원은 정작 자신의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의원 보좌관·비서관들은 매달 월급에서 1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A의원의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후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A의원의 사비가 아닌 A의원들의 보좌관들이 후원금을 걷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거나 후원금을 걷기 위해 A의원실 전체가 뛰어다니기도 한다는 게 A의원실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반해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보좌관들이 선호하는 의원이다.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보좌관들에게는 절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자기 투자형’ 의원들은 개인 돈을 정치자금 계좌로 돈을 넣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후원금 계좌에 돈을 입금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A의원실 불안한 동거 중
“보좌관이 위험하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후원금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좌관들에게도 전혀 후원금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며 “자신을 위한 일일뿐더러 보좌관에게 믿음을 주는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쩐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여·여간의 쩐의 전쟁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의원-보좌관의 ‘쩐의 전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이 때문에 국정 감사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놓고 여야를 넘나들면서 자기 식구에게까지 닥달하는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 감사가 끝난 이후에도 ‘쩐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은 국정감사 이후에도 ‘쩐의 전쟁’으로 한 동안 몸살을 앓을 태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