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한민국 新 쩐의 전쟁 ②재계 현금사수 백태

재계가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 이는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유동성 위기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에서 믿을 만한 구석이 ‘쩐’밖에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이런 분위기는 이명박(MB) 대통령의 강력한 투자 주문에도 요지부동이다. 재계는 ‘곳간’을 쉽게 열지 않을 태세다. 각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조명해 봤다.

‘보릿고개 초비상’ 곳간 걸어 잠그기

재계는 폭풍전야다. 유동성 악화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도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자금사정 심각“부채비율 등 부담”
더구나 기업들은 고유가,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악화에서 비롯된 ‘9월 위기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STX그룹, 유진그룹, 코오롱그룹 등 최근 몇년 사이 대형 M&A를 성공시킨 대기업들은 더 그렇다.
실제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2천1백6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작성한 ‘8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3백인 이상)의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8월 85로 전월의 89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BSI 통계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기업 BSI는 지난 5월 96에서 6·7월 89, 8월 85 등으로 하락 추세다. 8월 기준으로만 보면 2003년 91, 2004년 93, 2005·2006년 96, 2007년 103 등이었다.
여기에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인 영업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6백1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올해 상반기 1.1%로 지난해 상반기(4.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론 2002년 8.1%, 2003년 6.2%, 2005년 5.8%, 2006년 5.4%, 2007년 4.5%로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중 영업현금흐름이 전혀 없는 기업도 41.1%에 달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각종 위기설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대기업들이 부채비율 상승 등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그룹들은 설명회 등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한번 고개를 든 위기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기업마다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대기업들은 금융 불안이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철저한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혹시 모를 경기부진 장기화를 미리 대비해 현금 확보에 혈안인 것. MB정부와 여당이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재계를 몰아세우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같이 투자를 기피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진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비교 가능한 5백67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64조3천5백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9천9백3억원(3.19%) 늘어났다.
이 가운데 10대 그룹은 38조1천8백34억원으로 13.85%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8조8천2백20억원에서 26조1천6백81억원으로 9.21% 줄었다.
반면 투자는 제자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설비·건설·무형 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증가율은 0.5%에 그쳤다. 2001년 -3.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계의 투자와 고용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감소하고 있다”며 “기업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몇 십조 원씩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도 모자라 대기업들은 ‘돈될 만한’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대우건설 M&A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 자산 매각 등으로 4조5천억원을 확보하는 그룹 자산 감축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은 내년 말까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지분 매각을 통해 2조원 이상 마련할 계획. 대우건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부산 밀리오레와 대구 대우빌딩 등 비유형자산 1조8천억원, 유가증권 등 유동자산이 3조7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호산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호생명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을,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상반기까지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으로 1조4천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돈될 만한’재산 팔기“과연 제값에 팔릴까”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인 유진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93%에서 1백95%까지 치솟아 이자 등의 부담이 커진 유진그룹은 유가증권, 부동산 등 보유자산 매각을 결심했다. 이를 통해 3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인수한 유진투자증권의 재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신규 투자로 자금난에 몰린 C&그룹도 불끄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계열사 CEO가 “돌아오는 자금을 막느라 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말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C&그룹은 C&우방랜드, 진도F&, C&우방ENC, C&중공업 철강사업부, C&컨리 컨테이너 부분 등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자산 매각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M&A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기업들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등 시장 침체 상황에서 매입할 기업이 있을지,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출을 통해 현금 잡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은행 노크’가 늘고 있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기업은 은행권에서 3조1천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2조1천억원으로 줄었지만, 1월 3조8천억원과 4월 3조5천억원 등 3조원 이상 ‘대출 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3조원을 대출한 것은 2000년 7월(3조8천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은 측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대부분이 시설투자자금이 아닌 운전자금”이라며 “운전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어두운 경제 사정 때문에 투자를 미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원자재·에너지 절약, 비용절감, 임금동결 등의 비상경영체제를 항시 유지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가격 급락에 따른 수익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하이닉스도 경비절감 차원에서 ‘제품당 1센트 원가 줄이기’운동을 전개 중이다. LG전자 역시 대대적인 경비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LG전자,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코오롱,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동국제강 등은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무분별한 ‘곳간 잠그기’에 따른 어두운 단면도 드러나고 있다. 기부금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면서 1백만원 수준의 미미한 액수를 사회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다.
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2007년 매출 1조원 이상인 1백10개 상장기업의 순수 사회 기부금 지출 내역(사원 복지 부분 제외)을 집계한 결과 기부금 총액은 2006년 1조1천2백67억원에서 2007년 9천948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순이익은 32조2천8백90억원에서 38조1천8백96억원으로 18.3%나 늘었다. 따라서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06년 3.5%에서 2007년 2.6%로 낮아졌다.

기부금까지 잠그나 사회환원 감소 추세
재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란 우려 속에서 꼭 필요한 비용 외에는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아껴야 잘 산다’는 말이 사훈처럼 굳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의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위기 탈출법
자산매각·대출 ‘그림의 떡’
중소기업에겐 자산 매각, 대출 등이 ‘그림의 떡’이다. 계열사 등 내다 팔 자산이 없고, 대출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내실경영을 표방하며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태”라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올 하반기 중에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백59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란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53.3%(1백38개사)가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8.0%가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방법’에 대해선 “부서간 통합”(26.1%)이 가장 많았으며, “정리해고”(23.9%), “신규채용 중단·축소”(16.7%), “일부사업 정리·철수”(13.8%), “명예퇴직 권고”(8.7%) 등의 순이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시기’는 “시기 미정”(34.1%)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9월(28.3%), 12월(22.4%), 11월(9.4%), 10월(5.8%) 순이었다.
규모는 ‘5% 미만’과 ‘5∼10% 미만’이 각각 26.8%, 23.2%를 차지했으며 ‘미정’이라는 응답도 21.0%에 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큰 불황을 겪을 때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 조정을 선택한다”며 “이도 안 되면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기 하락 전망 속에서도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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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