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한민국 新 쩐의 전쟁 ②재계 현금사수 백태

재계가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 이는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유동성 위기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경영환경 속에서 믿을 만한 구석이 ‘쩐’밖에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이런 분위기는 이명박(MB) 대통령의 강력한 투자 주문에도 요지부동이다. 재계는 ‘곳간’을 쉽게 열지 않을 태세다. 각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조명해 봤다.

‘보릿고개 초비상’ 곳간 걸어 잠그기

재계는 폭풍전야다. 유동성 악화설, 부도설, 사정설 등의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하다. 여기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도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겹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 자금사정 심각“부채비율 등 부담”
더구나 기업들은 고유가, 환율하락 등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의 악화에서 비롯된 ‘9월 위기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STX그룹, 유진그룹, 코오롱그룹 등 최근 몇년 사이 대형 M&A를 성공시킨 대기업들은 더 그렇다.
실제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심각하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2천1백63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작성한 ‘8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3백인 이상)의 자금사정 실사지수(BSI)는 지난 8월 85로 전월의 89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BSI 통계가 시작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대기업 BSI는 지난 5월 96에서 6·7월 89, 8월 85 등으로 하락 추세다. 8월 기준으로만 보면 2003년 91, 2004년 93, 2005·2006년 96, 2007년 103 등이었다.
여기에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인 영업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 중 12월 결산법인 6백1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이 올해 상반기 1.1%로 지난해 상반기(4.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간 기준으론 2002년 8.1%, 2003년 6.2%, 2005년 5.8%, 2006년 5.4%, 2007년 4.5%로 역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중 영업현금흐름이 전혀 없는 기업도 41.1%에 달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각종 위기설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대기업들이 부채비율 상승 등 자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그룹들은 설명회 등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한번 고개를 든 위기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기업마다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대기업들은 금융 불안이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 철저한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혹시 모를 경기부진 장기화를 미리 대비해 현금 확보에 혈안인 것. MB정부와 여당이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재계를 몰아세우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이같이 투자를 기피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현상은 대기업일수록 두드러진다.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비교 가능한 5백67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64조3천5백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9천9백3억원(3.19%) 늘어났다.
이 가운데 10대 그룹은 38조1천8백34억원으로 13.85%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10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8조8천2백20억원에서 26조1천6백81억원으로 9.21% 줄었다.
반면 투자는 제자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설비·건설·무형 고정투자를 합한 총고정자본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증가율은 0.5%에 그쳤다. 2001년 -3.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계의 투자와 고용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보다 감소하고 있다”며 “기업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몇 십조 원씩 쌓아놓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도 모자라 대기업들은 ‘돈될 만한’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대우건설 M&A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 자산 매각 등으로 4조5천억원을 확보하는 그룹 자산 감축을 통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대우건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계열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은 내년 말까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지분 매각을 통해 2조원 이상 마련할 계획. 대우건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부산 밀리오레와 대구 대우빌딩 등 비유형자산 1조8천억원, 유가증권 등 유동자산이 3조7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호산업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호생명 등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1조원을,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상반기까지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으로 1조4천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돈될 만한’재산 팔기“과연 제값에 팔릴까”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인 유진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93%에서 1백95%까지 치솟아 이자 등의 부담이 커진 유진그룹은 유가증권, 부동산 등 보유자산 매각을 결심했다. 이를 통해 3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인수한 유진투자증권의 재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신규 투자로 자금난에 몰린 C&그룹도 불끄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계열사 CEO가 “돌아오는 자금을 막느라 매일 전쟁을 치른다”고 말할 정도로 코너에 몰린 C&그룹은 C&우방랜드, 진도F&, C&우방ENC, C&중공업 철강사업부, C&컨리 컨테이너 부분 등 비주력 계열사의 매각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자산 매각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M&A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기업들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부동산과 계열사 등 자산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등 시장 침체 상황에서 매입할 기업이 있을지,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출을 통해 현금 잡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기업의 ‘은행 노크’가 늘고 있는 것.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기업은 은행권에서 3조1천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2조1천억원으로 줄었지만, 1월 3조8천억원과 4월 3조5천억원 등 3조원 이상 ‘대출 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3조원을 대출한 것은 2000년 7월(3조8천억원) 이후 처음이다.
한은 측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대부분이 시설투자자금이 아닌 운전자금”이라며 “운전자금을 쌓아두는 것은 어두운 경제 사정 때문에 투자를 미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원자재·에너지 절약, 비용절감, 임금동결 등의 비상경영체제를 항시 유지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가격 급락에 따른 수익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하이닉스도 경비절감 차원에서 ‘제품당 1센트 원가 줄이기’운동을 전개 중이다. LG전자 역시 대대적인 경비 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LG전자,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코오롱,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동국제강 등은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무분별한 ‘곳간 잠그기’에 따른 어두운 단면도 드러나고 있다. 기부금이 줄어든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남기면서 1백만원 수준의 미미한 액수를 사회에 기부하는 사례도 많다.
재계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2007년 매출 1조원 이상인 1백10개 상장기업의 순수 사회 기부금 지출 내역(사원 복지 부분 제외)을 집계한 결과 기부금 총액은 2006년 1조1천2백67억원에서 2007년 9천948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순이익은 32조2천8백90억원에서 38조1천8백96억원으로 18.3%나 늘었다. 따라서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06년 3.5%에서 2007년 2.6%로 낮아졌다.

기부금까지 잠그나 사회환원 감소 추세
재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란 우려 속에서 꼭 필요한 비용 외에는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아껴야 잘 산다’는 말이 사훈처럼 굳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의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위기 탈출법
자산매각·대출 ‘그림의 떡’
중소기업에겐 자산 매각, 대출 등이 ‘그림의 떡’이다. 계열사 등 내다 팔 자산이 없고, 대출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내실경영을 표방하며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선 상태”라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올 하반기 중에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백59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란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53.3%(1백38개사)가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8.0%가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방법’에 대해선 “부서간 통합”(26.1%)이 가장 많았으며, “정리해고”(23.9%), “신규채용 중단·축소”(16.7%), “일부사업 정리·철수”(13.8%), “명예퇴직 권고”(8.7%) 등의 순이었다.
‘인력 구조조정 시행 시기’는 “시기 미정”(34.1%)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9월(28.3%), 12월(22.4%), 11월(9.4%), 10월(5.8%) 순이었다.
규모는 ‘5% 미만’과 ‘5∼10% 미만’이 각각 26.8%, 23.2%를 차지했으며 ‘미정’이라는 응답도 21.0%에 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큰 불황을 겪을 때마다 중소기업들은 인력 조정을 선택한다”며 “이도 안 되면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기 하락 전망 속에서도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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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