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내시도 웃겠다

조선시대 14대 임금인 선조가 신임했던 내시 이봉정과 광해군 사이에 있었던 일화다. 선조를 모시던 이봉정의 모습을 회고하며 광해군이 질문한다.

“너는 선조 때에는 매우 여위었더니 지금은 살찌고 건강하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

그러자 이봉정이 서슴없이 답한다. “이것은 전하의 은혜입니다. 선조 때에는 정사를 보는데 부지런하여 밤이 깊어서야 취침하고 닭이 울면 또 일어나서 정사를 돌보셨기 때문에 늙은 종의 무리들이 옷을 입은 채 그대로 자다가 방울만 흔들면 곧 일어났으니 어찌 여위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낮에는 시간에 맞추어 밥 먹고 밤에는 편안히 잠을 자니 어찌 살이 찌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역사에 폭군 중 한사람인 광해군에게 상기의 발언을 한 내시 이봉정은 지금으로 생각하면 그야말로 죽기를 각오한, 혹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온 이상한 인간으로 여길만하다.

아울러 당연히 동 발언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견되지만 광해군이 이 일로 이봉정을 죽이거나 혹은 해코지했다는 그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고 그 직을 그대로 수행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그를 살피면 광해군이 마냥 폭군만은 아님을, 또한 바른소리 한 사람에 대해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각설하고, 우리 역사를 살피면 상기와 같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연유로 조선조에 임금이 조정의 중책, 특히 간관의 직을 제수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단호하게 고사를 표했다.


그 사유가 걸작이었다. 임금의 행위가 잘못되면 서슴없이 직언해야 하는데 ‘차마 임금과의 좋았던 관계가 어그러질까봐 나서지 못하겠다’는 변을 늘어놓는다. 하여 결국 임금으로부터 그를 용인하겠다는 확약을 받은 후에 그 직에 올라섰다.

이제 역사를 살피고 현실을 돌아보자. 지금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살피면 이런 현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명백한 실책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고 그저 함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명백한 실책은 물론 공약파기를 의미한다. 최근에 불거진 전시작전권 환수를 포함하여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 기초연금, 무상보육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공약에 대한 박 대통령의 원칙은 무엇인가. 이를 알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이명박정권 시절 논란이 일었던 수도 이전에 대해 살펴보자. 수도 이전은 명백한 정략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의원은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해 수도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섰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심심풀이 땅콩 먹기 식으로 공약을 파기하고 있으니 바라보는 시선들이 편치 않다. 심지어 집권당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을 속칭 ‘호구’로 간주하여 툭하면 반론을 서슴지 않고, 또 개헌논의로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는 데도 누구하나 나서서 잘못을 지적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여 그 사유를 조심스럽게 유추해본다. 혹시 대통령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아 그런 게 아닌지, 아니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걸 알고 자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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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