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으로 종적을 감췄던 불법게임장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행성 게임장의 등장을 반기는 이들은 두 부류다. 하나는 일확천금의 유혹을 끊지 못하는 중독자들이고 또 하나는 게임장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들이다. 비교적 간단한 업무를 하면서 고액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리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단순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바다이야기 이후 사라졌던 불법게임장 주택가서 기승
게임장 아르바이트하다 단속 걸려 처벌받는 20대 급증
군 제대를 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A(23)씨는 친구로부터 게임장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청소, 동전교환 등 간단한 업무만 하면 되는데다 일당도 6만원이 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 하루 10시간만 일하면 한 달 200만원은 너끈히 번다는 말도 함께였다.
복학이 몇 개월 남지 않아 등록금 벌이가 절실했던 A씨는 그 길로 생활정보지를 뒤져 게임장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집 근처 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A씨는 곧장 게임장으로 갔다. 게임장 업주는 A씨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줬다. 업무내용과 일당 등을 설명해 준 업주는 몇 번이나 불법게임장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그날부터 A씨는 이 게임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불법알바를?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불과 2주가 지나지 않아 A씨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게임장이 불법 사행성오락실이란 걸 알았다. 소위 말하는 ‘딱따구리’라는 불법게임을 하는 업소였던 것이다. 이는 심의를 받은 게임기를 변조해 만든 것으로 사행성 게임의 일종이다.
그날부터 A씨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해야 했다. 언제 단속반이 뜰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한 보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어 한 달을 채우기 전에는 쉽사리 일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단속경찰이 들이닥쳐 업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조리 붙잡아 간 것. 위험한 알바를 한 대가로 A씨는 난생처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A씨의 집으로 법원등기 한통이 날아왔다. 벌금 100만원을 내라는 통보였다. A씨는 “아르바이트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생돈까지 내야 할 지경이니 막막하기만 하다”며 “불법게임장인줄 알면서도 돈의 유혹 때문에 벌을 받게 됐으니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여대생 B(22)씨는 성인 PC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유치장신세까지 져야했다. 지난해 우연히 동네에 있는 PC게임장에서 일하게 된 B씨는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돼 단속에 걸렸다. 자신이 일하는 곳이 불법업소인지도 몰랐던 B씨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수갑까지 차고 경찰서에 끌려갔다.
경찰서에서 B씨는 진술서를 쓴 뒤 사이버수사팀으로 옮겨졌다. 설상가상으로 담당 형사가 퇴근해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 아침 조사를 받아야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B씨에게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B씨는 “애초에 업주가 불법업소란 사실을 알려줬다면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텐데 너무나 원망스럽다”며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를 내고 기다리고 있지만 벌금을 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와 B씨처럼 게임장에서 일을 하다 봉변을 당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단속에 걸린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구속 입건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사행성 게임장에서 환전방법만 설명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 정상적인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장이라 하더라도 불법 개변조, 환전 등의 행위가 이루어지면 해당 게임장은 경찰의 단속과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종업원이라 하더라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전알선’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많은 게임장 업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합법으로 위장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단속에 걸려 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불법 사행성게임 단속으로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3만1806명으로 전년(2만5687명)보다 24%(6119명)늘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20대 아르바이트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사행성 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0~20대 젊은이들인데 불법업소란 사실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불법게임장 아르바이트의 위험성은 또 있다. 잘못하면 일확천금의 유혹에 이끌려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게임기에 둘러싸여 일을 하다보면 ‘나도 한번 해볼까’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고 운이 좋아 돈을 따기라도 했다간 겉잡을 수 없이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바다이야기 광풍이 불었던 시절 게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C(32)씨는 아직도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임장 간판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라고. C씨가 불법게임에 발을 들인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한 달도 채 안 돼서 부터였다고 한다. 손님이 없는 시간 재미삼아 한 두번 게임을 해 본 것이 화근이었다.
어느새 게임중독자
그때부터 C씨는 아르바이트월급을 게임비에 모두 탕진할 만큼 중독에 빠졌다고 한다. C씨는 “바다이야기 단속으로 게임장이 없어지면서 아르바이트자리를 잃었고 중독증세도 서서히 사라졌는데 요즘 불법게임장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또 다시 유혹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전문가는 “사행성게임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빠르게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며 “더구나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에 나선 사람들은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