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들의 성적 탈선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한반에 몇 명 정도에 그치는 ‘탈선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다.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상관없이 성에 대한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졌고 심지어 정상적인 가정에 다니는 학생들조차 ‘용돈벌이’를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일도 있다.
뿐만 아니다. 룸살롱,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대체 이들 학생 사이에선 지금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을까.
이들 여학생은 때로 전문 성매매 조직을 결성, 성인들 못지 않은 네트워크와 단결력을 과시하며 기업형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도 볼 수 있지만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는 점에서 어린 여학생의 탈선은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상위권 여학생들이
원조교제에 나섰다?
현재 여학생의 탈선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다. 이곳에서 맡는 사건 중 전체의 약 30%가 여고생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적발된 사안일 뿐 그렇지 않은 것 까지 합치면 성적 탈선 문제는 한마디로 심각하다고 할 정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과거와 같이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여학생들이 야간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시간에 짬을 내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다.
어차피 매일 아침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그러나 학교와 과외가 끝난 후 독서실에 있는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잠깐 PC방에만 들러도 원조교제 상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대부분 빨리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동시에 자신의 독서실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학생들은 아예 독서실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PC방에 들러 원조교제를 할 남성과 시간 약속을 한 뒤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자신의 ‘학습 스케줄’에 맞춰 원조교제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조건만남을 해도 길어야 한 시간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거기에 비하면 버는 돈은 엄청나다. 한 번에 10만원 정도고 많을 때는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벌수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통학은 원조교제로, 가출은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
전문 조직 결성 네트워크·단결력 과시 기업형도 등장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것도 아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또래의 여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의 용돈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이 알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는 ‘심심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돈도 돈이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생활의 탈출구를 찾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겠지만 그들로서는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A고 김모(17)양은 이 같은 알바에 대해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은연중에 많이 돈다.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뻔히 아는 것이다. 특히 조용히 공부하고 있다가 말도 없이 밖으로 나가 1~2시간 정도 있다가 오는 거면 거의 뻔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양은 이어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말할 수도 없다. 겉으로 봐서는 모범생과 다를 바 없는데다 공부까지 잘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담임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를 것이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런 성매매뿐만이 아니다. 룸살롱이나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는 여고생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룸살롱의 경우 ‘막나가는 탈선 여고생’일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눈을 피해 밤에 일을 하고 낮에 학업을 병행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가출한 여학생들이다.
물론 법적으로 그녀들의 알바는 불법이고 업주들은 당연히 미성년자들을 고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실이 법의 잣대에 딱딱 맞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은연중에 눈감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미성년자들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영계’를 원하는 성인 남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활 탈출구로
알바에 나섰다
특히 가출 여학생들이 룸살롱에서 일을 시작하는 경우 그간에 학교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에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엄청나게 소비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고 명품을 사고 사치를 하면서 젊은 날의 해방감을 마음껏 느끼는 것이다.
이제는 노래방에서도 ‘여고생 도우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도우미는 스스로에게도 안성맞춤 알바가 되고 남성들에게도 ‘영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노래방 도우미의 경우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하기에 적당(?)하다.
뿐만 아니다. 춤과 노래를 통해 마음껏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여학생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밀하게 이런 여학생 노래방 도우미를 고용해 남성들을 유혹하는 업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노래방 업주 윤모(45)씨는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심치 않게 여고생 도우미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고 또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여학생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사실 노는 것으로 치자면 요즘 아이들 따라갈 수 있겠는가. 성인 도우미들의 경우 먹고 살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지만 그 애들이야 즐기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룸 안에서 펄펄 뛰면서 논다고 한다.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신선함을 느낀다. 같은 노래방 업주로서는 은근히 유혹을 느끼곤 한다. 불법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손님이 찾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매출도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에 10만원씩 한 달 100만원 벌기도
범죄는 단호하게…보호프로그램 마련해야
여고생들의 이 같은 탈선을 그들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사회 환경이 조성돼있지 않았다면 여학생들도 그런 일들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에 의해 조성된 환경이라는 점에서 깊은 반성을 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여학생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시각만큼은 반드시 교정돼야 한다.
직장인 박모(37)씨는 “나도 가끔씩 룸살롱에 가곤 하지만 솔직히 미성년자를 밝히는 것들은 정말 싫다. 비록 그 학생들이 나중에 나이가 들어 룸살롱에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학교생활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익힐 때가 아닌가”고 말했다.
이어 “탈선 학생들을 집과 학교로 돌려보내도 모자랄 판에 돈을 주고 성을 사고 노래방 도우미를 시키는 것은 정말이지 비도덕적이고 패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제발 그런 성인들은 반성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 임모(41)씨는 “물론 법적으로는 가중처벌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미성년에 대한 성매매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전담 수사반을 꾸려서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미성년이라는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랄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예방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성인들에 대한 범죄도 단호하게 처벌을 해야겠지만 특히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영계’ 찾는 어른들
반성에 또 반성해야
그러나 무엇보다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1차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지도는 학교의 몫이고 그것이 잘못됐을 때의 책임도 학교가 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근원적인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여전히 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으며 경쟁에 뒤쳐진 아이들은 신음하고 있다. 그들이 사회에 반항하고 사회의 암적 존재로 커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