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③경북 청송

주왕산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계곡 단풍길 걷다

‘푸른 소나무가 울창한 고장’이라는 뜻을 간직한 청송은 이름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청송의 가을 하면 단연 주왕산국립공원이다. 대전사에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와 주산지를 가장 먼저 손꼽지만, 주산지에서 가까운 절골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절골계곡은 계곡 트래킹의 명소로 대문다리까지 3.5km 이어진다. 특히 가을에는 활엽수로 가득한 계곡이 붉고 노란 단풍의 기운으로 넘친다. 주왕계곡과 주산지의 가을풍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올해 문을 연 주왕산관광지는 대표적인 여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송한옥민예촌과 청송백자도예촌으로 구성되어 있는 주왕산관광지에는 수석·꽃돌박물관과 심수관도예전시관, 백자전시관, 청송백자체험관 등이 있어 숙박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관 관람, 백자 체험까지 해볼 수 있다.

단풍 기운 넘치는 주왕산 속살 절골계곡
만추의 주산지, 고운 단풍 위로 물안개

절골계곡은 대전사에서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나 물안개가 아름다운 주산지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트래킹을 즐길 수 있는 주왕산의 속살 같은 곳이다.
절골계곡은 오래전 계곡 안에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술골을 지나면 절터의 흔적이 나타나는데, 절이 폐사된 지 오래여서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다만 절골이라는 지명만이 남아 그 자취를 증거하고 있다.

계곡 따라
병풍 펼친 듯

절골계곡은 탐방지원센터에서 대문다리까지 3.5km 이어지는 계곡 트래킹으로 유명하다. 왕복 7km에 이르는 긴 거리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험난한 길이 없고 완만하게 이어져 남녀노소 편하게 걸을 수 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대문다리까지 왕복 4시간가량이면 충분하다. 등산객은 대문다리에서 다시 돌아 내려오지 않고 가메봉까지 오른 다음 내원동을 지나 대전사로 내려오는 16km에 이르는 등산을 즐긴다.
절골탐방지원센터 너머로 기암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하다. 박석이 깔린 숲길 탐방로는 금세 흙길로 바뀌고, 거대한 기암절벽 사이로 난 탐방로로 들어선다. 거대한 협곡을 이루는 계곡을 한 굽이 한 굽이 돌 때마다 색다른 비경이 펼쳐진다.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해서 석병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곳이야말로 계곡을 따라 병풍을 펼쳐놓은 듯 수려하다. 암벽 사이로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계절의 색감을 더해 더욱 화려해진다. 활엽수인 참나무와 단풍나무가 주를 이뤄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말이면 절골계곡은 온통 노랗고 붉은 단풍 천지가 된다.

절골계곡의 특징은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탐방로다. 폭포나 절벽 등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곳에 나무 데크를 놓은 일부 탐방로를 제외하면 계곡의 암반을 따라 걷거나 물길을 건너기 위해 놓은 징검다리가 전부다. 거리표지판을 제외하고, 등산로 곳곳에 발견되는 산악회의 리본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절골계곡의 특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으며 걷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박석 깔린 숲길 탐방로 굽이굽이 색다른 비경
대전사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예쁜 단풍길

절골계곡은 피라미 등 물고기와 다슬기가 지천이다. 사람이 난세의 병화를 피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십승지지가 있듯이 이곳이야말로 물고기와 다슬기의 십승지지가 아닐까 싶다.
절골계곡 최고의 단풍 절경은 탐방지원센터에서 나무 데크가 계곡을 가로지르는 1km 구간이다. 기암절벽이 계곡 좌우로 길게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풍경을 더한다. 특히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 데크에서 바라보는 계곡의 풍경은 한없이 머물러 앉아 쉬고 싶은 선경 중에 선경이다.

나무 데크를 내려서면 제법 넓어진 계곡의 물길을 따라 잡목이 우거진 숲길이 이어지고, 금세 계곡으로 다시 길이 이어진다. 한 시간 남짓 걸으면 절골로 합수되는 또 하나의 물줄기인 신술골이 나타난다. 신술골을 지나면 절골의 지명을 얻게 된 너른 터가 나온다. 30년 전만 해도 화전민이 살았다고 하는데, 오래된 절터는 물론 사람이 살던 흔적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신술골을 지나면 암반을 따라 계곡이 이어진다. 징검다리로 건널 수 있는 얕은 물길보다 암반이 파이면서 생긴 넓은 소가 계곡을 잇는다. 계곡이나 기암절벽보다 숲의 기운이 더 짙어진다.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지나다 보니 단풍도 제법 곱다. 신술골에서 대문다리까지는 일본잎갈나무, 신갈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단풍길인데, 단풍이 곱기로는 절골계곡 초입만큼이나 아름답다. 탐방지원센터부터 대문다리까지 3.5km의 긴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계곡과 기암절벽, 단풍과 계곡에 비친 풍경에 매료되어 피곤한 줄 모른다.
절골탐방지원센터에서 주산지 입구까지는 1.5km 정도. 주산지의 가을도 놓칠 순 없다. 만추의 주산지에는 이른 새벽부터 사람이 몰릴 정도로 단풍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주산지 주변 산세의 고운 단풍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장관을 만나려는 것이다.

한편, 대전사에서 용연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왕계곡 코스는 청송 최고의 단풍 여행지로 손꼽힌다. 주왕산국립공원 입구의 주방천과 대전사 앞에서 바라보는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 자하교 입구에서 시루봉까지 계곡과 어우러진 단풍숲길,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폭포의 향연까지 걷고 또 걸어도 주왕산의 기품은 한없이 깊어진다. 그중에서도 자하교에서 주왕굴을 거쳐 학소대로 이어지는 자연탐방로를 추천한다. 탐방로 중간에 위치한 망월대는 주왕산의 기암절벽을 가장 가깝게 만나는 전망대다. 주왕계곡 사이로 우람하게 서 있는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왕산 기품
폭포의 향연

주왕산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올해 문을 연 주왕산관광지가 있다. 청송을 대표하는 백자와 꽃돌을 만나볼 수 있는 청송백자전시관과 수석·꽃돌박물관, 청송 심수관도예전시관이 있다. 심수관도예전시관은 임진왜란 때 남원성에서 일본으로 잡혀가 사쓰마 도기로 명성을 얻은 심수관 가(家)의 역사와 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청송백자전시관은 조선 후기 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 자기였던 청송백자의 역사와 변천 과정, 새롭게 태어난 청송백자의 기품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청송백자는 다른 자기와 달리 도석이라는 돌을 빻아 만드는 순백색의 자기로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청송백자전시관 외에도 백자를 구워내던 사기굴와 백자를 구워내기 전까지 모든 작업이 이뤄지던 사기움이 복원되어 있고, 청송백자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방들이 있다. 전시관에서는 다도 체험을, 공방에서는 백자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주왕산관광지 내에는 청송한옥민예촌도 있다. 대감댁, 영감댁, 정승댁 등 가족 및 단체 숙박이 가능한 한옥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다. 청송한옥민예촌은 송소고택 등 청송에 남아 있는 고택을 모델로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주왕산관광지는 숙박뿐 아니라 주왕산국립공원도 가까워 청송 여행이 한결 수월하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절골계곡 트래킹→주산지→주왕산관광지(수석·꽃돌박물관, 청송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주산지→절골계곡 트래킹
· 둘째 날 : 주왕산관광지(수석·꽃돌박물관, 심수관도예전시관, 청송백자전시관)→청송백자 체험→주왕산국립공원(대전사-용연폭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청송 문화관광 http://tour.cs.go.kr
· 주왕산국립공원 http://juwang.knps.or.kr
· 주왕산관광지(주왕산문화관광재단) www.cctf.or.kr

문의 전화
· 청송군청 문화관광과 054)870-6240
· 주왕산국립공원 054)873-0014
· 주왕산관광지(주왕산문화관광재단) 054)874-010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청송: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6회(06:30~16:4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청송시외버스터미널 054)873-2036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안동 방면 34번 국도→송천교차로에서 길안, 영천 방면 우회전→길안 면소재지에서 청송 방면 914번 지방도로 좌회전→청송교차로에서 주왕산국립공원 방면 우회전→청운삼거리에서 주왕산국립공원 방면 좌회전→이전사거리에서 주산지 방면으로 좌회전→절골탐방지원센터

숙박 정보
· 청송한옥민예촌 : 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로, 054)874-9098, www.cctf.or.kr
· 주왕산온천관광호텔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중앙로, 054)874-7000,www.juwangspahotel.co.kr
· 송소고택 :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054)874-6556, www.송소고택.kr
· 성천댁 : 경북 청송군 청송읍 서당길, 010-5607-7272, www.hanoktour.com
· 윈모텔 : 경북 청송군 청송읍 강변로, 054)873-1222

식당 정보
· 송림정 : 한식, 경북 청송군 파천면 중평병부길, 054)873-6300
· 달기약수닭백숙 : 닭백숙, 경북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054)873-2351, blog.naver.com/sung1735
· 도림레스토랑 : 볶음자장면, 경북 청송읍 금월로, 054)873-2182

축제와 행사정보
청송사과축제 : 2014년 11월 7~10일, 청송사과공원 일원, 054)873-3686, www.csapple.kr

주변 볼거리
객주문학관, 야송미술관, 송소고택, 청송양수발전소, 방호정, 백석탄, 청송민속박물관, 소헌공원, 신기리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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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