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 단풍여행 ①강원 홍천

노랗고 붉은 옷 갈아입은 수타사계곡과 산소길

 홍천은 생각보다 가깝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수타사까지는 102km, 1시간 20분 거리다. 그런 반면 홍천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타사에서 무궁화마을까지 53km인데 1시간이 걸린다. 거리는 절반인데 시간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 것이다. 산지가 많아 고개가 많고, 고개를 넘으려니 굽이굽이 길이 험하다. 게다가 홍천은 제주도와 면적이 비슷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넓은 땅 부자라서 동선을 잘 짜지 않으면 이동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기 십상이다.

천년 세월 고스란히 안은 수타사의 고귀한 자태
피톤치드 그득한 산소길 청량하고 달콤한 공기

공작산 생태숲을 통과해 수타사계곡을 끼고 걷는 산소(O₂)길은 이름 덕분인지 유난히 공기가 청량하고 그 향이 달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수타사를 중심으로 공작산 생태숲과 수타사계곡은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나무는 하나 둘 노랗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벌개미취, 감국이 길 위에 향기를 더한다. 숲 해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숲의 나무와 풀, 들꽃까지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하다.
가축 여물통을 닮아 이름 붙은 귕소,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발 디딜 때마다 흔들려 간을 서늘하게 만드는 귕소출렁다리,
여럿이 앉아도 자리가 남는 계곡의 넓은 암반 등이 걷는 길에 재미를 더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이 일제강점기 전국에 무궁화를 보급하기 위해 힘썼다는 서면의 무궁화마을, 홍천강의 시원한 풍광이 인상적인 밤벌유원지, 고소한 한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늘푸름한우 등으로 홍천의 멋과 맛에 한껏 빠져든다.

수타사 계곡의
깊어가는 가을

홍천의 가을은 어디든지 좋다. 드넓은 홍천 땅의 84%가 산지다 보니 가을이면 붉디붉은 단풍으로 천지가 물든다. 그중에서 수타사계곡의 단풍은 단연 최고다. 붉은 단풍이 물과 어우러진 풍광이 감탄을 자아낸다. 거기에 잘 보존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더해 볼거리가 풍성하다. 왕릉이 조성되면서 왕실의 숲으로 지정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었던 광릉숲과 비슷하게 공작산은 세조의 비 정희왕후의 태실이라 조선시대부터 보호를 받았다.

수타사 주차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숲 해설 신청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나온다. 공작산 생태숲과 산소길의 나무와 꽃, 풀 등을 해설해 준다. 숲 해설사가 아니었다면 그저 이름 모를 풀과 꽃에 불과했을 텐데 각각 이름을 가지고 오랜 시간을 우리와 동거해 왔다니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떤 것은 풀인 줄 알았더니 약초인 것도 있다.
출발은 부도밭 앞 솔숲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자세히 보면 밑동에 상처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긁어낸 상처를 안고 구불구불 자란 노송들이다. 계곡물을 건너 수변길에 들어서니 물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운치 있다. 잎을 따서 맛보니 쓰디쓴 소태나무, 옛날 도로변에 거리 측량을 위해 오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십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도 보인다.
수타사 입구는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신라 성덕왕 때 창건했다고 하니 어느덧 역사가 1300년을 훌쩍 넘어섰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월인석보(보물 745호)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거느리고 있다. 가람이 평지에 자리한 것도 특이하다. 수타사를 간단히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오면 절 앞에 펼쳐진 연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지 가운데를 뚫고 이어진 길이 공작산 생태숲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가을 숲은 소리가 아름답다. 숲을 쓰다듬는 바람 소리, 기분 좋은 새 소리, 툭툭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서로 장단을 맞춘다.
수타사를 한축에 두고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의 공작산 생태숲은 자생화원, 수생식물원, 계류, 생태관찰로, 숲속교실 등의 이름으로 나뉘었지만 걷다보면 굳이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보기 좋고 즐기기 좋은 숲이다.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이나 숲 유치원 등 숲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산소(O₂)길은 수타사 일대와 약수봉, 수타사계곡 등지에 뻗은 등산로 중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해 조성한 것이다. 우거진 숲을 거닐며 몸에 좋은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켤 수 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는 침엽수에서, 또 계곡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숲길이라면 어디든 당연히 공기가 좋겠지만, 수타사 산소길은 공기가 맑다 못해 달콤하게 느껴진다.
생태숲을 지나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에는 계곡 쪽으로 낭떠러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소길은 계속해서 계곡 상류로 이어지지만 출렁다리에서 계곡을 건너 다시 수타사 방면으로 내려갈 수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귕소라는 곳이다. 소나 말이 여물을 먹는 통을 이곳 말로 '귕'이라 하는데 바위가 움푹 파인 모양이 귕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계곡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나오는데 박쥐굴을 통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다. 수타사계곡은 이렇듯 곳곳에 크고 작은 소가 있고 잠시 앉아 쉬기 좋은 넓은 바위가 많다. 계곡 상류 쪽으로 계속 가면 신봉마을과 노천리가 나온다. 산소길은 노천리까지 이어지는데, 무리하지 말고 체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주차장에서 생태숲-출렁다리-귕소-용담-수타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빠른 걸음으로는 1시간,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을 찌르는 잣나무,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든다는 마가목,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빠르게 녹화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은사시나무 등 숲이 전해주는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그루 한 그루에 눈길을 주게 된다. 나물이나 순을 뜯어가는 얌체족들도 가끔 있는데 모르고 건드렸다가는 독초를 뜯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약의 원료가 되었을 만큼 독성이 강한 천남성은 열매가 붉게 익어 인삼 열매와 흡사해 조심해야 한다.

겨레의 꽃
무궁화 고장

홍천은 무궁화의 고장이다. 홍천 군화는 진달래지만 마스코트와 심벌마크의 주인공은 무궁화다.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한서 남궁억 선생이 1918년 낙향한 곳이 홍천군 서면 모곡리, 지금의 무궁화마을이다. 마을에 학교와 교회를 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겨레의 꽃 무궁화를 온 나라에 퍼뜨리기 위해 애썼다.해방을 보지 못하고 1939년에 사망했는데 선생이 말년을 지낸 마을에 한서기념관을 세우고, 또 선생의 뜻을 따라 무궁화를 심고 가꾸어 무궁화마을이 되었다. 무궁화마을에서는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한데, 사계절 가능한 무궁화 우산 만들기, 지끈공예, 짚풀공예 등이 인기 있다. 봄에 돋은 여린 잎을 아홉 번 덖어 만든 무궁화잎차는 산뜻하면서도 약간의 단맛까지 감돌아 맛과 향이 일품이다. 무궁화 티 파티, 무궁화 화전 만들기, 관람차 타고 마을 여행하기, 배바위 앞에서 카누 타기, 다듬이 소리 공연, 농사 체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무궁화마을 체험장에서 걸어서 3분 정도면 홍천강변으로 나갈 수 있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백사장이 길게 뻗은 밤벌유원지가 이곳이다. 캠핑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홍천강에서 카약, 카누, 래프팅, 낚시 등을 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강둑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홍천 별미도 다양하다. 알코올 발효 사료를 먹여 키운 늘푸름한우는 홍천 특산물 중 으뜸이다. 10월에는 한우축제도 열린다. 쫀득한 찰옥수수는 주전부리로 최고요, 양지말 화로구이 역시 홍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생태 탐방 코스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명소 탐방 코스 : 수타사&수타사계곡→산소길→한서기념관→무궁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공작산 생태숲 & 산소길→수타사→용소계곡→가리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노일강변→무궁화마을→밤벌유원지

2박3일 여행 코스
· 홍천문화관광포털  www.great.go.kr
· 수타사  www.sutasa.org
· 공작산 생태숲  www.ecogongjaksan.kr
· 무궁화마을  www.mgh.co.kr


문의 전화
· 홍천군청 관광레저과 033)430-2472
· 수타사 033)436-6611
· 공작산 생태숲&산소길 숲해설 예약(홍천군청 산림과) 033)430-2790~2
· 무궁화마을 010-8790-1224

대중교통 정보
버스>
동서울-홍천 : 동서울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06:15~22:20)
운행, 약 1시간(무정차) 혹은 약 1시간 50분(직행) 소요. 홍천터미널-수타사 : 51번 버스 이용, 약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홍천터미널 033)432-7893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춘천JC→중앙고속도로→홍천IC→설악로→연봉교차로→공작산로→동면대교→수타사로→수타사

숙박 정보
· 가리산자연휴양림 : 강원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길, 033)435-6034, www.garisan.kr
· 대명비발디파크 : 강원 홍천군 서면 한치골길, 1588-4888, www.daemyungresort.com/vp
· 모곡레저타운 : 강원 홍천군 서면 밤벌길, 033)435-8333, www.hongcheonkang.co.kr
· 모리의숲 : 강원 홍천군 북방면 노일로238번길, 033)435-0202, www.pensionmori.co.kr

식당 정보
· 양지말화로구이 : 화로구이양념삼겹살, 홍천읍 양지말길, 033)435-7533
· 한림정 : 한정식, 강원 홍천군 홍천읍 송학로, 033)434-8300, www.hanlimjung.co.kr
· 늘푸름임꺽정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무궁화로4길, 033)432-9939
·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 한우구이, 강원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033)434-9207, www.nphanwoo.kr
· 공작산송어횟집 : 송어회, 강원 홍천군 동면 노내골길, 033)433-3968

축제와 행사정보
· 홍천인삼한우 명품축제 : 10월 8~12일, 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강원인삼농협 본점 등, 033)435-4350, www.gnhfestival.kr
· 나라꽃무궁화축제 : 10월 9~11일, 홍천종합운동장·홍천 도시산림공원 토리숲·시내 일원, 033)435-4350, www.naraflower.kr

주변 볼거리
미약골, 강원도자연환경연구공원, 홍천생명건강과학관, 가리산자연휴양림, 삼봉자연휴양림, 팔봉산, 금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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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