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⑥왜곡된 가미카제의 진실

“죽음이 두려워 바지에 오줌까지…”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에만 ‘의’와 ‘명예’를 목숨같이 소중히 여기는 사무라이 정신이란 개념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는 ‘무사도’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개념이 없었다면 무사도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무사도다운 행위가 있었다고 한들 그것을 무사도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용맹한 무사의 감동을 주는 무용담 정도로 인식하였을 것이다. 이 단순한 무용담에 무사도라는 개념을 붙인 것은 그로부터 몇백년이 지난 1900년대로, 군국주의의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국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서였다.

사무라이의 만행
 
따라서 일본이 그들의 영웅호걸 이야기에 ‘의’가 있다, ‘명예’가 있다 하고, 이에 더하여 무사들에게 ‘도덕적, 윤리적 개념이 있었다’ 하며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붙인 그 개념이 과장되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인들의 영웅호걸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다 ‘의’가 있다, ‘명예’가 있다 하고 붙인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다. 무사도란,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옛날 무사들의 무용담에 군국주의에 빠진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세뇌시키기 위하여 갖다 붙인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의 책 <무사도>가 그 개념을 만든 동기와 이론의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사에키 신이치’가 쓴 <무사도는 없다>에 의하면 “사무라이가 언제나 정의롭고 공정했으며, 약자를 보호했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정정당당했었다”라는 이미지야말로 거짓된 것이며, 실제 일본의 무수한 고사서와 고전 문학에 묘사된 무사들은 속임수 공격을 즐겨 사용했으며, 여자나 아이나 노인 같은 비전투원 민간인들을 죽이거나, 왕실에 소속된 시녀들을 포로로 잡고 자신의 군영으로 끌고 가 겁탈하고, 행군하는 데 길을 밝히려고 민가들을 불태워 버리거나, 항복한 적을 죽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하고 있다.
 
온갖 비열한 짓을 다 했으며, 더구나 당시에는 그런 행위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시 사무라이들에게 ‘의’와 ‘명예’는 물론 윤리나 도덕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이기기 위하여, 공을 세우기 위하여 온갖 비열한 짓을 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 일본인은 스스로를 사무라이에 비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 정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그 오해가 너무 심한 것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이제까지 나 자신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며 “자기 나라의 과거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전통을 새롭게 창작한 후에, 그것이 일찍부터 존재한 것인 양 믿어버리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며 사무라이 정신이 실재(實在)했던 것이 아니라 조작된 것임을 고백하고 있다. 
 
사무라이, 민간인 죽이고 겁탈해
일본인의 영웅 가미카제의 실체는?
 
다음의 넷째와 다섯째는 옛 사무라이들의 행태는 아니나 일본 정부가 ‘사무라이 정신을 물려받은 용맹한 근대 일본군들의 대표적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넷째는 가미카제 특공대이다. 일본 정부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참여하여 ‘반자이(歲)’를 외치면서 미 함정에 용맹과 기쁨으로 돌진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인들의 대표적 사무라이 정신의 표본이요, 나아가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 ‘야마토 다마시(日本魂)’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상’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다섯째는 태평양전쟁에서 일어난 일본군 옥쇄(집단자살) 사건의 진실이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선에서 패하자, 일본군과 그 가족들은 포로로 잡히는 치욕 대신에 명예롭게 죽겠다며 집단으로 자살을 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사무라이 정신이요, 나아가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 ‘야마토 다마시(日本魂)’라고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태평양전쟁에서 옥쇄한 일본군의 진실’ 편에서 다루도록 한다. 이같이 일본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긍지를 높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선전한 것이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일컬어지는 충성, 용맹, 의, 명예, 책임감, 청빈, 검소 등등의 모든 말이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전세(戰勢)가 뚜렷하게 기울자, 마지막 수단으로 새로운 유형의 특공대를 만들었다.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적 함정에 돌진하는 자살 특공대 - 소위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초유의 자살 특공대를 만든 것이다. 단발 고물 비행기에 편도용 기름과 폭탄만 싣고, 급히 훈련시킨 소년병들로 하여금 날아가 미군 함정에 돌진하게 함으로써 함정을 침몰시키는 자폭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가미카제’ 하면 국제적으로는 광적인 애국주의자들로 상징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일왕과 국가를 위하여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지금도 일본은 학생들에게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원들을 나라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왕과 국가를 위해 스스로 나서 용감하게 미군 함정에 돌진하여 산화(散華)한 숭고한 애국자로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와 TV 드라마, 대중 소설, 그리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만화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산화한 영웅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한때 일본 여학생들은 가슴에 품고 다니는 수첩 속에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사진을 지니고 다니면서 애틋한 연민의 정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가미카제의 실체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는 사람은 여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가들도 애국심을 내세울 필요가 있을 때나, 고충을 토로할 필요가 있을 때면 가미카제를 인용하며 그들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수상 역시 재임 기간 중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에 따른 비난이 일자, 자신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출격할 때의 심정을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행동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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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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