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이름의 성폭행범”
A(48)씨가 자신의 친딸을 상대로 끔찍한 짓을 처음 벌인 것은 10여 년 전이다. A씨는 1999년 3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친딸(13)을 성폭행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A씨는 그 후 올해 3월까지 10년 동안 30여 차례에 걸쳐 딸을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것.
A씨는 친딸에게 변태 성행위까지 강요하는 등 패륜행각을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몹쓸 짓은 친딸이 타지에 나간 후에도 이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친딸이 가끔 집에 찾아올 때도 여지없이 성폭행을 한 것.
A씨의 패륜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4년 전부터 한 여성과 동거를 했는데 동거녀가 데리고 왔던 의붓딸(13)까지 수시로 성추행한 것. A씨는 동거녀가 집을 비울 때마다 강제로 의붓딸의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붓딸을 상대로 한 성추행은 2004년 12월경부터 2008년 9월까지 수백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A씨의 행각은 의붓딸을 성폭행하려던 것을 본 동거녀의 신고로 들통났다. 이를 통해 이뤄진 사건 조사과정에서 광주 서부경찰은 친딸도 성폭행 당했을 수 있다고 보고 친딸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A씨의 패륜행각을 밝혀낸 것.
결국 경찰은 지난 4일 자신의 친딸과 의붓딸을 수년간에 걸쳐 성폭행한 A씨를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A씨의 사례처럼 피붙이를 상대로 성폭행을 벌이는 패륜가장들이 늘고 있다.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07년 성폭력 상담건수를 분석한 결과로도 나타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해 이뤄졌던 1천9백48건의 성폭력 상담건수 중 14%인 2백73건이 친족에 의한 성폭력 상담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1백36건, 2005년의 2백12건에서 증가한 수치다. 자신의 가족을 차마 철창에 가둘 수 없어 쉬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관계자는 “친족에 의한 성폭행은 대부분 집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그 실태가 감춰져 있다”며 “드러나지 않은 근친의 성폭행 사례는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
또 성행위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한 어린이들의 경우 애정표현과 성폭행을 구분하지 못해 범죄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동기에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한 여성은 “아버지가 ‘사랑해서 그런 거다’라는 말을 하며 성폭행을 했다”며 “성인이 된 후에야 아버지의 행동은 애정표현이 아닌 성폭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자신의 혈육을 성폭행하는 인면수심의 파렴치한들. 전문가들은 특히 친딸을 성폭행하는 이의 경우 아내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을 약자인 딸에게 표출하는 성향이 짙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현행법은 어떤 처벌규정으로 친족성폭행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있을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법에서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처벌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92년 ‘김보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김보은 사건이란 10년 동안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당시 21세의 김보은씨가 남자친구와 공모해 계부를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존속살인이라는 사실보다 범행일체를 자백한 김보은양과 애인 김진관군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살해된 계부는 9세의 코흘리개였던 의붓딸을 성의 노리개로 농락했고 식칼과 쥐약을 항상 준비해 사실을 알릴 경우 온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 무려 10여년을 고통 속에 방치되었던 김씨는 결국 남자친구와 공모해 살인을 저질렀던 것.
재판부는 김양이 사건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란 점을 착안, 존속살인범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는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고 이 사건을 통해 친족성폭행이 사회문제로 공론화되어 94년 성폭력범죄처벌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또 97년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특별법에서는 친인척의 범위를 4촌 이내 혈족과 2촌 이내 인척으로 확장했다.
또 근친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을 폭넓게 인정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등 친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보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법이 피해당사자의 고통까지 치유하기는 어렵다. 가해자가 누구든 성폭행으로 인한 고통은 헤아릴 수 없겠지만 친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우 남성혐오, 우울증, 가출, 자살시도, 이혼, 약물복용 등의 후유증이 더욱 많이 나타나고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친족 성폭행이란 비정상적인 가정에서나 일어나는 드문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터부시되는 일이라고 쉬쉬하며 숨길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끄집어내야 더 곪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는 가해자를 위한 교정프로그램의 마련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당하는 것보다 더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는 만큼 특별한 교정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신체적, 정신적인 상처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친족성폭력의 경우 수년간 덮여 있다가 결혼할 무렵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딸 상습 성폭행한 아버지 구속
초등학생 딸 상대로 몹쓸 짓 수년간 해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8일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로 홍모(50)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03년 가을 오전 1시경 자신의 집 안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잠을 자고 있던 당시 초등학교 5학년 딸(16)을 성추행하는 등 8차례에 걸쳐 친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홍씨가 처가 있으면서도 어린 친 딸을 추행하는 등 죄질이 불량할 뿐 아니라 피해자가 보복을 두려워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구속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