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박지원, 위기의 새정치민주연합 진단

"내가 새누리당 대표로 가겠다면 받아주겠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는 ‘안녕하시냐’는 가벼운 인사조차 건네기가 민망하다. 당 내부의 자중지란이 이어지면서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까지 폭락했고,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는 한때 탈당설로까지 번지면서 당은 최대위기를 맞았다. <일요시사>도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쓴소리를 좀 하러 왔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 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고, 당대표 격이었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탈당을 언급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온종일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이전투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안 그래도 시원치 않았던 국회는 아예 멈춰버렸다. 뭐 하나 잘한 것 없는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연이은 자살골로 손쉽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녕 난파선이 돼버린 ‘제1야당’을 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반 국민들은 물론, 야권의 지지자들까지도 야권을 향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이때에 새정치연합의 중진이자 유력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박 전 원내대표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고,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박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시사로 당이 한때 발칵 뒤집혔습니다. 평소 박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우신 것으로 아는데, 박 원내대표의 탈당시사부터 당무복귀까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 잘 아시다시피 저와 박 원내대표는 국회 내에서 ‘박남매’로 불릴 정도로 긴밀한 사이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년간이나 함께했고, 같이 청문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낙마시킨 사람이 8명이나 돼 ‘청문회 8관왕’이라고 불립니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선 국민과 당원들께 죄송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왜 평소 본인답지 않게 저렇게 소통 없이 중대한 결정을 했을까? 개인적인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선당후사 정신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세월호 협상을 마무리한 후 거취를 결정하기로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 일단 분당의 위기는 넘겼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분당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얘기합니다. 당내 강경파와 중도온건파는 같은 당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다릅니다.
▲ 우리 새정치연합은 동교동계, 친노계, 노동계, 시민사회계, 안철수 세력 등 다양한 세력이 통합되어 한 정당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강경 및 중도온건 세력 간의 생각차이는 당연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됩니다.

또 당 소속 의원들의 생각이 다양할수록 스펙트럼도 넓어지기 때문에 집권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계개편 및 신당창당은 선거가 임박해 일어났습니다. 아직 선거가 2년이나 남아 있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인재영입을 하기도 힘든 시기입니다. 총선 때나 대선 때는 공천이나 임명직을 바라고 사람들이 모이지만 아무런 선거도 없는 지금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신당에 합류할 인사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 박 원내대표가 새정치연합에 완벽하게 복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겠다’고 하자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이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출당시키자’고 했다고 합니다. 일단 복귀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는 박 원내대표가 더 이상 당에 남아 있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탈당한다는 사람이나, 출당시키자는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감정을 앞세워 당을 파괴하려는 행동입니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놨고 세월호법 협상결과에 따라 원내대표직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 이상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당의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박 원내대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새정치연합의 일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새누리당 혁신행보, 우리 야당도 발상 전환해야"
"아직 선거 2년이나 남았는데 분당설 말도 안돼"

-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에 대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수혈도 혈액형이 같아야 한다”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한광옥 위원장 등을 영입해 톡톡히 효과를 봤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너무 폐쇄적인 것은 아닙니까?
▲ 이상돈 교수가 비대위원장이 아니고 비대위원 혹은 당대표 산하인 혁신위원장으로 오는 것은 좋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개혁과 혁신의 전문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엊그제까지 새누리당을 변론하고 오늘부터 새정치연합을 변론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인은 내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영입을 하더라도 혈액형은 같아야 합니다. 비대위원장은 단 하루를 하더라도 당의 대표고, 당의 얼굴입니다.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이었던 이 교수를 우리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우리 당의 60년 정통성과 정체성을 흔드는 일입니다. 우리 당원들의 자존심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직을 맡을 수는 있겠지만 비대위원장만큼은 안됩니다. 제가 새누리당 대표로 간다면 새누리당 사람들은 과연 용납을 하겠습니까? 한광옥 위원장도 새누리당 가서 대표를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일각에선 이상돈 카드가 새정치연합의 외연을 넓힐 좋은 카드였는데 외부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개혁에 나설 경우 기존 의원들이 기득권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 반대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앞서 설명 드린 그런 문제점들이 있었던 것이지 기득권을 잃을 것이 두려워 이상돈 교수 영입을 반대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제3지대에 건전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며 제3지대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 그 주장은 그 분이 학자로서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제가 뭐라 평가하기는 곤란합니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에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양당제 체제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양당제 체제하에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부르짖었는데 저는 진정한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제3지대 정당 창당보다는)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고 분권형 개헌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 원내대표 측은 탈당을 시사하면서 당 내부의 박영선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간 있었던 박 원내대표에 대한 당 내부의 비판이 ‘박영선 흔들기’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박 원내대표의 실책에 따른 당연한 비판이었다고 보십니까?
▲ 비판을 두려워하면 지도자가 아닙니다. 제가 원내대표를 두 번 해봤습니다.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로부터 두들겨 맞는 재미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잘 취합해서 오히려 여당 원내대표와 협상하면서 협상카드로 사용해야 합니다. 비판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합니다. 모든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해서 잘되면 공로를 당과 조직에 돌리고, 잘못됐을 때는 책임을 지면 됩니다.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조건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라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면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이상돈 파동도 박 원내대표가 결정한 일입니다. 이걸 문재인 의원도 동의했다 안 했다 진실게임을 벌여서 무얼 얻겠다는 겁니까? 그냥 책임지면 됩니다. 저는 문재인 의원도 이번에 굉장한 손해를 봤다고 봅니다. 자기가 이상돈 카드를 동의했다고 하면 되는데 자꾸 자기는 안 그랬다고 며칠간 변명을 하니까 둘 다 상처를 받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도자는 결정과 책임만 있으면 됩니다.

- 세월호특별법 대치정국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 가까이가 장외투쟁에 반대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최근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장외투쟁의 동력이 크게 상실됐습니다. 이쯤 되면 장외투쟁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저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께서는 유가족들과 만나서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내 책임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5개월이 넘도록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청와대와의 조율과정에서 늘 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법은 끝난 것으로 정리를 해버리면 되겠습니까?

우리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은 다수의 잘 사는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어려운 약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집권이 목표지만 우리 당 지지도가 10%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누군가는 그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도 그들을 버려야 하겠습니까? 세월호 유족, 새정치연합에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법 투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손을 놓아버리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 그렇다면 장외투쟁을 언제까지 지속할 생각이십니까?
▲ 저는 세월호특별법은 제정해야 하지만 장외투쟁은 당장이라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는 국회라고 했습니다. 제가 18대 국회 때도 ‘주국야광’하자고 했습니다. 낮에는 국회에서 싸우고 밤에는 광화문에서 싸우자는 뜻입니다. 국회를 버리면 우리 야당에게 무조건 손해입니다. 국회에 등원해야 합니다. 국정감사도, 예산심의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거 때 “나를 당선시켜주면 장외투쟁 잘 하겠습니다” 하고 당선된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할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박영선 원망도 했지만 선당후사 정신 높이 평가"
"비판여론 알지만 세월호 유가족 손 놓을 순 없어"

- 정의화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 정의화 의장은 평의원 때부터 줄기차게 호남을 옹호해주고 야당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입니다. 심지어 정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위원장까지 맡은 전력이 있습니다. 19대 국회 하반기에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의장으로서 어찌 고민이 없겠습니까?

국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 정 의장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직권 상정하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아직도 날짜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여야 대표가 합의를 해야 하고 저는 합의가 되리라고 봅니다.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라고 압력을 가하기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정 의장님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 야당에는 ‘호기’가 될 수 있는 정부의 세금 인상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잇따른 세제 인상안 발표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이 문제를 집중 공략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저도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SNS에 올렸더니 가장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국민들은 우리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빨리 세월호법 통과시키고 국회에서 일해라, 경제 좀 살려줘라 합니다. 세월호 정국을 틈타서 정부가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서민 돈 걷어다가 부자들 도와주는 것입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부자 감세만 철회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우리 당은 현재 경제전문가인 김진표, 이용섭 이 두 분이 안 계시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 사퇴) 정부의 경제정책을 효과적으로 비판도 못하고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두 의원의 공백이 너무나 큽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분이 비록 원외에 있지만 당직을 맡게 해서 이런 것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담뱃값 인상은 증세가 아니라고 했지만 얼마나 웃긴 이야기입니까? 하루에 담배 1갑을 피는 흡연자가 내는 1년 세금이 9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내는 1년 재산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고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이 더 시급한 새정치연합은 정작 별다른 혁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처럼 ‘정치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자신의 대권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보고 김무성 대표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습니다. 새누리당이 부러웠습니다. 우리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처럼 인물을 키우려 하지 않고 경쟁자를 자꾸 없애려고 합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누가 뭐라 하더라도 수도권의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원래 수원 영통에 출마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팔달로 보내서 낙선하게 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 지금도 현역 정치인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을 몰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4개월 실패했다고 해서 버려야 되겠습니까? 모두 다 링 위에 올라와서 경쟁하고 협력하고 투쟁하면서 당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국민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이렇게 장을 깔아주는데 우리는 장을 걷어 버리는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차기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 대표가 되신다면 당을 혁신시킬 복안은 무엇입니까?
▲ 아직 출사표도 안 던졌습니다. 지금 당이 어려운 시기에 제가 벌써부터 당권 관련 이야기를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당의 중진으로서 자중지란을 겪었던 당을 잘 수습하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잘 실천해서 당을 혁신시키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mi737@ilyosisa.co.kr>

 


<박지원 전 원내대표 프로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제14, 18, 19대 국회의원
▲ 제2대 문화관광부장관
▲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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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