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힘들수록 사랑받는 브랜드 ‘퓨전주점’

지난해부터 창업자들로부터 퓨전 주점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잡기 위해 매우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메뉴와 주류 구비는 물론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내세운 퓨전주점들의 유혹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 국내의 퓨전주점 브랜드가 100여 개 이상에 이를 정도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퓨전 요리 주점들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구비해 판매하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 분위기와 아이템 콘셉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메뉴와 인테리어를 과감하게 변화시키고 매장의 크기를 대형화하는 등 브랜드 질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워 고객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잡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도 특색으로 꼽히고 있다.

폭넓은 고객층 확보용이

무엇보다 퓨전주점은 각종 주류에 어울리는 저렴하고 다양한 안주 메뉴를 구비해 고객층이 폭넓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다양한 개성과 입맛을 가진 소비자를 잡을 수 있고 요리와 전통술을 함께 즐길 수도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또한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되면서 오피스가뿐만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가족들의 주말 외식 장소로 식사와 술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퓨전 요리 주점은 인기가 있는 만큼 경쟁력도 치열하다. 이는 주요 상권마다 일본의 선술집, 세계 요리 주점, 막걸리 전문점 등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퓨전 요리 주점들 대부분은 메뉴 차별화와 가격적인 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각 브랜드에 맞는 차별적인 인테리어만큼은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색다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어 퓨전주점의 인기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이처럼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는 퓨전주점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예전부터 웰빙술과 퓨전 주점의 인기는 꾸준한 편이다. 그 중심에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투다리’가 있다. 투다리는 웰빙 문화와 가치 소비라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불황에 강한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계절을 타지 않는 인테리어로 질리지 않는 실내 공간을 표방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류를 파는 주점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퓨전 프랜차이즈 주점이 속속 등장하면서 퓨전주점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자들도 대폭 늘었다.

또한 와라와라 역시 퓨전주점의 대표적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며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와라와라의 경우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안주와 함께 세계맥주 등 다양한 주류를 구비해 다양한 층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퓨전주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또한 ‘저비용 고효율’을 슬로건으로 내건 퓨전주점으로는 ‘짚동가리쌩주’를 들 수 있다. 짚동가리쌩주는 전통주를 표방한 퓨전주점으로 막걸리 열풍에 더욱 힘을 받고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충남 아산지역의 특산물인 짚동가리쌩주의 이름를 그대로 브랜드화 함에 따라 토속적인 전통성을 그대로 살려 30~50대에 이르는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다.

이와는 또 다른 차별화된 전략으로 다양한 꼬치 요리를 주 메뉴로 앞세워 다른 퓨전 선술집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꾸준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주점 ‘꼬챙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일본식 퓨전 주점 꾸준한 인기

꼬치구이 특유의 기름기를 뺀 담백한 맛에 차별화된 10여 종의 자체 개발 특제 소스가 그 특별함을 더한 ‘꼬챙이’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30여 가지의 다양한 꼬치 요리를 직접 테이블에서 구워 먹을 수 있어 맛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퓨전 선술집’의 매력에 더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로스터를 테이블에 직접 설치하는 반짝 아이디어와 선술집 요리 중에서도 꼬치 요리를 결합한 것이 적중한 것이다.

‘꼬챙이’의 가장 큰 특징인 주문한 꼬치 요리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는 테이블형 그릴은 오랜 연구ㆍ개발 끝에 제작된 것으로 직접 요리를 구워도 연기가 나지 않고 꼬치 요리뿐만 아니라 탕이나 볶음 요리 등도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또한 꼬치의 종류도 치킨류를 비롯해 해물류, 삼겹살류, 과일 등 그 종류가 30여 가지에 달해 고객들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그만큼 다채로운 맛을 선사한다. 이 밖에 해물짬뽕탕, 해물탕, 추억의 도시락, 알밥 등 50여 가지와 메뉴와 전통주 등 다양한 주류도 갖추고 있다.

차별화ㆍ경쟁력은 곧 수익


퓨전주점은 과당경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포화 상태다. 따라서 따라 하기식 영업에 중점을 두지 말고 창업자 자신 스스로가 향후에 벌어질 경쟁 속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경쟁력은 곧 수익이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나만의 전략을 계획하고 실천함과 동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남과 다른 차별적인 요소를 접목해야만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메뉴 선정 및 가격 결정은 소비자 행동에 근거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메뉴를 결정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볼 사항으로는 시장 환경에 따라 고객과 경쟁 동향을 파악해 고객에게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메뉴인지 파악하고 창업자 자신이 소화할만한 내용인지 분석해 이를 토대로 향후 나아갈 방향성도 함께 심도 깊게 따져 보아야 한다.

또한 기존 메뉴, 변동 메뉴, 정책 메뉴 단계로 세분화해 경쟁 점포와의 차별성에 주력해야 한다. 수익이 없는 저가 전략은 금물이며 생산성 증대에 힘써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생산성 증대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최소화이며 다른 하나는 저장과 원가 관리 등 코스트 관리를 통한 이익 실현 외식 경영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둘째, 모든 아이템이 그러하듯 입지 선정만큼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조급함을 버리고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 퓨전 요리 주점은 고객의 연령, 성별, 소비수준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현저하게 극과 극을 달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보통의 예비 창업자들은 유동 인구의 흐름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렇다고 해서 유동 인구에 너무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유동 인구의 중요성을 따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동 인구의 흐름만 믿고 창업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동 인구의 흐름보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유사한 아이템들의 접객 수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시성과 접근성 등을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셋째, 고객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접객력 중 제1순위가 바로 인테리어다. 하지만 주요 소비층의 구매력의 키워드를 집중 분석하지 않고는 고객지향적 인테리어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또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인테리어 구성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 판매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고객들이 파악하기 쉽게 색상 및 조명 등을 아이템에 맞게 설정 △ 무엇을 판매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시각 접점 필수(소품 관리) △ 디자인과 편리성을 함께 구성 △ 고객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 흥밋거리 제공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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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