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제2의 히딩크’ 기대되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벼랑 끝 몰린 한국축구를 부탁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원할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커리어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열린 자세로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될 지는 앞으로 남은 평가전과 아시안컵의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2007년 핌 베어벡 감독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이다. 독일 출신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991년 1월 데트마르 그라머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이후 23년 만이다.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 호텔 킨텍스에서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에서의 첫 공식 활동이었다. 다소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어 통역의 부재로 스페인어로 30여분 간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다시 강국이 될 거라 믿지 않았으면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축구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명예 때문에 한국에 올 수도 있다. 나는 매 경기 이긴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 경기 열심히 일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겠다고 약속하겠다”라며 솔직 담백한 각오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프란츠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언급될 정도”라며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1982년 월드컵 준우승에 올라가는 등 화려한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손꼽고 협상을 벌였지만 세부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비공개 협상을 통해 차순위 후보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를 일으키고자 하는 태도만큼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간 외국인 감독이 보여주지 못했던 차별화된 모습으로 한국 축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임 축구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슈틸리케는 앞서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위대한 축구 열정이 있다”며 “내가 일을 시작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 축구 전설적 존재 베켄바워 후계자
최강군단 DNA로 멈춘 한국축구 움직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축구협회 관계자의 자격으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본선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처럼 열정이 뜨거운 곳에서는 어떤 성과가 반드시 산출되기 마련”이라며 한국축구 팬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한국축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멀리서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다”며 “한국에 건너가 가까이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선수들의 경험부족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그는 특히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을 한국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분데스리가 선수들로 거명했다.

기존 코치진과 호흡
빠른 적응이 관건
 
슈틸리케 감독은 계약기간인 2018년까지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낼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장에 진득하게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라고 알려진다. 진정 감독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선수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의 이러한 마음가짐이 다른 후보를 제치고 지휘봉을 잡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할 코치진 구성도 마무리됐다. 기존에 있던 신태용(44) 코치 외에도 홍명보호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던 박건하(43) 코치와 김봉수(45) 골키퍼 코치가 신임 사령탑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자신과 함께 해왔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카를로스 아르무아(65) 수석코치를 대동할 예정이다. 그의 사령탑으로서 공식 일정은 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태극전사들과의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차두리, 손흥민, 기성용 선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차두리는 마르틴 카세레스(유벤투스)가 버틴 우루과이의 왼쪽을 쉼 없이 괴롭히면서 ‘차미네이터’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스피드와 몸싸움 등에서 우외를 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철통 수비를 선보였던 것이다.
 
손흥민은 특유의 드리블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흔들며 빠른 스피드와 정확도 높은 슈팅으로 경기의 흐름을 리드했다.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를 전담마크하며 근성의 땀을 흘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 날인 9일 국내에서 머물 숙소 후보지 3∼4군데를 돌아봤다.
 
그리고 10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울산 현대전을 직접 관전했다. 국내축구 분위기를 살피면서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와 K-리거들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K-리그의 좋은 재목 발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혁의 바람의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차례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한 건 한 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날엔 짧은 패스로 경기를 이끄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날엔 공중 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3박4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11일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오는 24일 재입국해 인천아시안게임을 관전하고 10월 A매치 준비에 들어간다. A매치에 나설 멤버를 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복 없는 안정적 플레이
좋은 결과 ‘실리축구’ 추구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수차례 평가전을 통해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작부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우선 10월10일 파라과이전, 10월14일 코스라티카전을 거쳐야 하고 11월14일 요르단전, 11월 18일 이란전을 치러야 한다. 특히 내년 1월4일부터 26일까지(한국시간) 호주에서 열리는 2015 AFC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의 본격적인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오만·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내년 1월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쿠웨이트·호주와 차례로 맞붙는다. 다가올 아시안컵이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눈팅
앞으론 슈팅
 
올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토니 크로스가 자국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스페인 무대로 진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 된 슈틸리케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크로스는 독일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의 하얀 옷을 입고 내 아이돌들이 한때 뛰었던 팀의 미래가 되고 싶다”면서 “특히 레알에는 내가 롤모델로 여기는 독일 출신 선수들이 발자취를 남겼다. 바로 울리 슈틸리케, 권터 네처, 그리고 폴 브라이트너가 그들이다. 그들이 남긴 레알의 영광을 드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크로스는 “레알은 신화적인 구단이며 영광스러운 과거와 나를 흥분케 하는 미래를 동시에 보유했다”며 “현재 팀 또한 개개인 기량은 물론 팀으로 뭉쳤을 때 대단한 투지와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로스가 슈틸리케에게 존경심을 나타낸 이유는 간단하다. 슈틸리케가 과거 레알 시절 오늘날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지능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입국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 출신이면서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 수석 코치를 데려올 예정이라고 밝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축구계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다양한 리그의 팀을 지도했지만 자국 클럽은 츠바이트리가(2부리그) 발트호프 만하임을 1년 이끈 게 전부라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일 독일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르트아인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지난 1977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독일)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입단하면서 독일에선 ‘탈영병’으로 간주됐다. 당시 나는 스물 둘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8년을 뛰었고 이후엔 스위스에서 9년간 선수와 감독을 경험했다.”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배신자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1970년대의 묀헨글라트바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럽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 기간 묀헨글라트바흐는 리그 우승 5회(70·71·75·76·77년), 준우승도 2회(74·78년)를 기록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유망주가 떠나자 독일인들은 그에게 ‘탈영’의 꼬리표를 붙이며 비난의 화살을 쏟았다. 그가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아르헨티나 코치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랬던 그가 독일로 돌아가 8년간 각급 유소년 대표팀(U-19·20·21)을 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직속 선배 베르티 포그츠(68·현 아제르바이잔 감독) 덕분이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포그츠와 슈틸리케는 묀헨글라트바흐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년 전임자였던 포그츠 감독이 불러줘 독일 21세 이하(U-21)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위기의 한국축구
기사회생 가능할까
 
현역 시절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다. 그는 1977년~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프라메라리가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존재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A매치 42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88년 은퇴한 그는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 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낮은 자세로 거창한 목표를 남발하지 않았지만 지휘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모든 감독들이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한 경기만 패배하고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려운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잘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과 스타일을 구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이기는 축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리주의자임은 확실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생
▲1972∼1977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독일)
-리그우승 3회(1975, 1976, 1977), UEFA컵 우승 1회(1973)
▲1977∼1985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리그우승 3회(1978, 1979, 1980), UEFA컵 우승 1회(1985)
▲1985∼1988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리그우승 2회(1987, 1988)
▲1975∼1984 독일 국가대표팀(42경기 출전, 3득점)
-1980 UEFA 유럽 챔피언십 우승, 1982 FIFA 월드컵 준우승
▲1989∼1991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
▲1992∼1994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감독
▲1994∼1996 SV 발트호프 만하임(독일) 감독
▲1996 UD 알메리아(스페인) 감독
▲1998∼2000 독일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2000∼2006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
▲2006∼2008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 감독
▲2008 FC 시옹(스위스) 감독
▲2008∼2010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2010∼2012 알사일리아 SC(카타르) 감독
▲2013∼2014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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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