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아보고 살지 결정하세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인기 비결

일단 살아보고 나중에 분양 받을지를 결정하는 임대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르는 전셋값이 버겁긴 하지만, 당장 집을 사는 건 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조명한다.

 

목돈 모을 때까지…내집마련 징검다리 역할
일반 아파트 비해 청약 경쟁률 크게 웃돌아

 

최근 예비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도 수원의 10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신청자가 폭주해 인터넷 접수가 한 때 중단됐다. 전용 85㎡의 경우 인근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세가 계속 오르는 데다 집값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해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같은 지역이라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일반 분양아파트를 크게 웃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서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청약률은 4.5대 1, 경기도 시흥에서는 2.9대 1을 기록했다. 모두 일반 아파트 청약률보다 2배가량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도시공사가 지난 7월27일 청약접수를 받은 청량 율리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는 52가구 모집에 381명이 몰려 평균 7.3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화성 동탄2신도시, 시흥 목감지구, 부천 옥길지구, 의정부 민락2지구, 구리 갈매지구 등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LH의 임대아파트는 모두 2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청자 폭주
접수 중단도


지난 4월 강원도 춘천에서 공급된 10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춘천 호반베르디움 에코’는 159가구 공급에 271명이 청약해 3순위에서만 최고 4.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세종시에서 분양된 ‘한양수자인 와이즈시티’(2170가구)는 순위 내 청약을 마치지 못했지만 4순위에만 4000여명 청약자가 몰렸다.
목돈을 모을 때까지 주거비를 아낄 수 있는 전셋집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내집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간 건설사 공급물량 중에는 월 임대료 없이 순수전세형으로 공급되는 물건도 있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는 5년 또는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기간 만료 후 임차인이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공급 형태로 임대로 살아보고 추후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고 임대기간 동안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걱정도 없어 장기적으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임대아파트 중 5년 또는 10년의 임대 기간 동안 임차인이 월세나 전세로 살다가 기간이 만료된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단지를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라고 한다.
민간기업이 건설한 아파트는 최초 입주 후 임대기간의 절반, 5년 임대의 경우 2년6개월만 지나면 임대사업자가 임차인과 협의하에 분양이 가능하다. 현재 거주 중인 무주택 임차인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고 남는 물량에 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주택자들이 목돈을 들이지 않고 살 곳을 구해 종자돈을 모으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집을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부담과 금융비용 부담이 없다. 예를 들어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의 3억원짜리 전용 84㎡ 아파트를 살 경우 취득세로 매매가의 1.1%인 330만원, 재산세로 1년 40만7500원씩 5년간 207만7500원을 내야 한다. 금리 4%로 주택담보대출 1억3000만원을 끼고 샀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5년간 대출이자 26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이 모든 금액이 임차로 살 경우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
하반기에는 LH 외에 호반, 중흥, 우남, EG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잇달아 선보인다. 민간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달고 내놓는 단지가 늘면서 전용 67㎡형에 4베이를 적용하는 등 단지 품질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민간 건설사가 임대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파트 용지를 조성원가의 70% 수준으로 싸게 살 수 있고, 국민주택기금에서 낮은 금리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약을 위해서는 청약통장이 있어야 하고 가구주 및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LH 등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단지는 여기에 소득조건 등이 추가된다.

 

“종자돈 모으는
기반으로 선택”



분양전환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때 분양가는 보통 입주자와 시공사에서 각각 감정평가사를 구해 산술평균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5년 후 감정가로 분양전환한다는 것은 결국 5년 후 시세를 반영해 분양을 받는 셈이다. 감정가라는 것은 주변시세를 참조해 반영되는 만큼 계약자는 감정가로 나오는 분양가 대비 내부 인테리어, 커뮤니티 시설 등의 품질을 주변단지와 꼼꼼하게 따져서 계약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인기가 높은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임대 기간의 절반 이상만 거주하면 내 집으로 분양받을 수 있지만 분양 가격을 놓고 분양주체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 = 석미건설㈜은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 동해시 발한동 351-20번지 일대에 건립 중인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는 지상 15층 5개동에 전용면적 40.33∼
84.81㎡ 규모 298가구로 구성된다.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5개 타입의 평면으로 구성됐고, 내진설계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합리적인 단지 설계로 채광 및 통풍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주방, 드레스룸, 발코니, 세탁실 등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주부들의 동선을 최소화했다.
동해시 쇄운동에 이어 공급되는 동해 발한 석미모닝파크는 동해시 중심도로인 7번국도와 인접해 있고, 망상IC와 가까워 동해고속도로 진출입이 쉽다. 동해중앙시장, 대형마트, 묵호건강증진센터, 시외버스터미널, 묵호역 등 생활편의시설이 가깝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창호초교, 묵호초교, 묵호여중을 비롯해 인근에 동호초, 묵호중, 동해중, 동해상고 등 우수한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다.
민간건설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되는 석미모닝파크는 준공시점을 기준으로 5년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입주는 2015년 8월 예정. 견본주택은 9월18일 오픈할 예정이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발코니새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석미모닝파크 분양 관계자는 “동해시 북부지역인 발한동에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민간건설 공공임대아파트로 공급되기 때문에 5년간 이사 걱정 없이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임대기간 취득·재산세 등 세제 혜택
하반기 민간 건설사들도 잇달아 분양

 

추후 분양가로
갈등 빚을 수도

▲용인 역북 우남퍼스트빌 = 중견주택업체인 우남건설은 경기 용인시 역북동 용인시청 인근에서 ‘용인 역북 우남퍼스트빌’모델하우스를 열고 임대분양에 나선다. 역북지구와 인접한 이 단지는 914가구(전용 67∼84㎡) 규모다. 내 집처럼 거주하다가 임대기간의 절반(5년)이 지나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10년 임대아파트다.
용인경전철 김량장역이 현장에서 500m 안에 있고, 영동고속도로 용인IC, 국도 45번 등도 가깝다. 서울과 인근 동백, 기흥, 수원, 동탄, 분당 등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또 주변에 용인시청과 용인세브란스 병원, 용인초·중·고등학교가 있다.
임대아파트지만 평면을 차별화했다. 4베이(방·거실·방·방 전면향 배치)는 물론 가구독립 평면 등 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설계로 임대 아파트 평면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적이 넓지 않은 전용 67㎡A타입의 경우 방 3칸과 거실이 전면으로 배치되는 4베이로 꾸몄다. 84㎡B 타입은 4베이와 3면이 개방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일조권은 물론 채광과 환기를 좋게 했다.
우남퍼스트빌 분양 관계자는 “용인시청 인근에 분양 홍보관을 마련해 운영해 본 결과 퇴직자와 신혼부부 등 다양한 층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대단지 임대아파트인 데다 평면을 차별화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시흥시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중심으로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의 자족도시로 개발된다. EG건설은 배곧신도시 B3블록에 ‘시흥 배곧신도시 EGThe1’을 11월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59㎡, 총 880가구 규모다.
중흥건설은 전남 순천 신대B2-1에서 ‘중흥S클래스’를 12월 분양 예정이다. 전용 59~84㎡ 1490가구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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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