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김문기 상지대 총장 정치실세 배후설 추적

전방위 압박에도 요지부동 “믿는 구석 따로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학비리 혐의로 상지학원 이사장에서 쫓겨났던 김문기(83)씨가 21년 만에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김씨의 복귀 소식에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 학내 구성원들은 즉각 김씨 복귀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상지대가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교육부가 나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씨는 요지부동이다. 김씨가 사학재단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교육부마저 무시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은 믿는 구석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연 그가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1972년 교육부 임시이사로 청암학원에 파견됐다가 재단 운영권을 장악한 김문기씨는 1974년 이사장에 올라 재단이름을 상지학원으로 바꾸고 1993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사학비리 추문으로 학내 구성원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유발해왔다. 결국 김영삼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정대상에 오른 그는 사학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상지학원에서 퇴출됐다.

비리전력자의 귀환

구속·수감 당시 민자당 3선 의원이었던 그는 출소 후 폭넓은 정치권 인맥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재단 복귀를 시도한 끝에 21년 만에 꿈을 이뤘다.

사학비리 전력자인 김씨의 재단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는 대법원,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제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터줬기 때문이다. 김씨가 199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확정 받은 이후 상지대는 10년간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를 유지하다 2004년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 정이사 체제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7년 7월 김씨가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가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주며 정상화되고 있던 상지대의 정이사 체제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을 맡았던 인사는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김황식 전 총리다.


대법원 판결 이후 상지대는 운영권을 놓고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분위는 2010년 구 재단에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주는 ‘정상화 심의 원칙’을 만든 뒤 김씨의 차남 김길남씨 등 김씨 측근들이 상지대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다.

구 재단 측 이사들이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한 후에는 학교의 파행운영은 더욱 심화됐다. 구 재단 측 이사들의 거듭된 방해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학내 구성원 추천 이사들은 학교 운영을 가로막는 이사회 파행 운영을 감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이를 묵살했다.

심지어 지난 3월 사분위로부터 한 명의 이사 추천권을 추가로 넘겨받은 김씨 측은 21년 만에 사실상 상지학원 운영권을 다시 장악하게 됐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김씨의 복귀 작업이 진행됐다. 김씨 측 인사들로 채워진 이사회는 지난 7월28일 그를 이사로 임명했고, 8월14일에는 만장일치로 총장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이사장의 직계존속인 특수관계인이 총장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피하기 위해 김씨 차남을 이사장에서 사퇴시킨 것이다.

대법원·교육부·사분위, 김문기 복귀 길 열어줘
사퇴압력 넘어서는 든든한 뒷배경 잡고 있나?

일부 시민단체와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로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사학재단 이사들의 취임 승인권을 가진 교육부는 김씨 퇴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씨 측 인사들로 구성된 재단 이사 8명 중 6명이 지난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면서 교육부의 요구는 김씨 측에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터였다.

특히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7일 “비리 문제로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교육을 맡을 수 있겠냐”라며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운영해줘야 한다”고 김씨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씨는 요지부동이다. 김씨가 버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김씨는 합법적으로 총장이 된 것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간섭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법원 판례와 사분위의 분쟁 조정 결정 등에 따라 절차대로 자신이 총장에 선임돼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교육부를 넘어서는 든든한 ‘뒷배경’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측 한 교수는 “3선 의원을 지냈고, 사학비리를 저질러 퇴출됐던 김씨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정치적 백그라운드가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티는 이유도) 정치적으로 교육부의 압박을 벗어날 길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교육부가 비록 김씨의 총장 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더라도 더 강한 권력이 작용할 경우에는 교육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는 사이 상지대는 총장실이 학생들에게 점거당해 김씨는 사무실로 출근도 못하고 있고, 이사 2명을 제외한 이사들의 임기가 끝나 이사회도 운영되지 않는 파행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총학생회 측은 ▲김씨 사퇴 ▲이사진 전원 교체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 ▲교육부의 행정감사 등을 요구하며 등록 거부, 수업 거부 투쟁을 벌이며 학내 분규가 심화되고 있다.

교수협의회도 총학생회에 힘을 실어 주며 학내 구성원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김씨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참여연대, 교수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등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혼란에 빠진 상지대

이처럼 상지대가 또다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사실상 교육부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총장 선임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이사 승인권과 사학에 대한 행정적 통제력을 갖고 있어 사학재단에 실질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우여 장관 체제의 교육부가 진정성을 갖고 상지대 사태 해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황 장관은 2005년 참여정부의 투명한 사학재단 운영을 위한 사학법 개정 시도 당시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함께 사학 옹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김씨 사퇴 요구와 관련해 논란이 커지자, 전체 사학의 이익을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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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