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④신통방통 백운비 천기누설 아픈 총수들 건강운 보니…

“하늘은 그들을 쉽게 데려가지 않는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요즘 재계는 유독 아픈 총수들이 많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희귀 유전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이재현 CJ 회장, 담낭암에 이어 전립선암이 발견된 조석래 효성 회장 등 재계 정상급 '회장님'들의 병환으로 한국경제마저 축 가라앉아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들의 병세가 호전 중이라는 것. <일요시사>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투병 중인 총수들의 건강운을 점쳐봤다.

 

[이건희] 전과 다르지만 일어날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120여일이 넘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돼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회장은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같은 달 13일부터 뇌와 간 등 장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진정치료를 받았다. 입원 9일 만인 5월19일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이 회장의 병원행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회장이 과거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고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지내는 등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왔기 때문이다. 

사망설, 위독설…
루머는 루머일 뿐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이 회장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눈을 마주치고 손발 등을 움직이는 등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망설' '위독설' 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 인터넷 매체가 이 회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이 일었지만 오보로 판명됐고 8월에 들어서면서 '삼성 수뇌부들이 삼성서울병원에 집결했다' '그룹이 이 회장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등 공식적 장례절차에 돌입했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건희'가 오를 때는 항상 '사망설'이 뒤따랐다.

그럴 때마다 삼성그룹은 "사실이 아니다. 루머 유포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겠다"라며 사망설을 일축했고 지금은 "루머에 대해 매번 해명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백운비 원장의 의견도 삼성그룹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백 원장은 "수명의 한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이 회장의 회복을 점쳤다. 백 원장은 "다만 병상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전과 같은 멀쩡한 경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심폐가 약하다. 심폐가 약하면 내열이 발생하고, 열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며 "열이 머리로 향할 경우 뇌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선천적 병약, 포기는 일러

"수명은 팔자가 정해주는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백 원장의 한 마디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재판을 병행해 왔다. 이 회장은 희귀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이다. CMT는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 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19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19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CJ 이재현
"살고 싶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 8월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원래 펄펄 뛰어다닐 사주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병으로 신장과 기관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이 쉽게 무너질 운은 아니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선천성·후천성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등 타고난 운이 병약해 건강에 문제가 많지만 그를 보완하고 늘 챙긴다면 의사의 시한부 판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석래] 고령이지만 남은 운 강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암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놨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둘째 주 주말, 신병 치료차 미국에 출국해 2주간 전립선암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를 병행하다가 8월 말 귀국했다.

조 회장은 올해 79세로 투병 중인 재계 총수 중 가장 고령이다. 여기에 심장 부정맥 등 지병이 많아 홀로 거동하기 불편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심장부정맥이 악화돼 2주 가량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20여일 만에 증상이 재발하면서 재입원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조 회장이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 그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최고령 조석래
잔고운→호전운

백 원장도 조 회장의 나이를 가장 우려했다. 백 원장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실상 운을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도 "쉽게 명을 다할 운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타고난 운은 거의 다했지만 남아 있는 잔고운이 강해 고치고 만들어가는 데 주력한다면 호전운으로 뒤바뀔 수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함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승연] 큰 병 없어, 성격만 주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회복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확정받은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이다. 김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다 지난 2월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1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을 앓고 있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은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과 5월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건강 상태는 호전세다. 이에따라 6월 중순부터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하루 8시간씩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원장은 김 회장에 대해 "현재 겪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는 누구나 견딜만한 것으로 큰 병은 없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워낙 건강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다만 "몸에 화가 많이 들어 있어, 성격이 급한 편이다"며 "성격 때문에 병을 만드는 운"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진] 시련은 잠시, 부활운 뚜렷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은 뒤 3년째 간암 투병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암수술을 무사히 잘 끝냈지만 생각보다 간 상태가 심각해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 기소,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는 불구속 기소했다. 2012년 2월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회장에게는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이 전 상무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태광가 모자
"건강 타고나"

이 전 회장 모자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 전 상무는 상고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구속집행정지를 여러차례 연장했으며 이 전 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이 전 상무는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불허되면서 지난 3월19일 재수감됐다가 지난 7월10일 형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석방됐다. 이 전 상무가 고령인 데다가 고칼륨혈증·관상동맥협착증 등을 앓고 있어 급사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타고난 운이 튼튼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까지 재기한다는 설명이다. 백 원장은 "이 전 회장은 간·소화기관이 약하지만 종명 운은 아니다"며 "현재의 암흑에 좌절하지 말고 주변을 믿고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상무에 대해서는 "눈빛이 맑고 총명한 사람으로 원래 건강한 사람"이라며 "부활의 운기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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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