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④신통방통 백운비 천기누설 아픈 총수들 건강운 보니…

“하늘은 그들을 쉽게 데려가지 않는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요즘 재계는 유독 아픈 총수들이 많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희귀 유전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이재현 CJ 회장, 담낭암에 이어 전립선암이 발견된 조석래 효성 회장 등 재계 정상급 '회장님'들의 병환으로 한국경제마저 축 가라앉아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이들의 병세가 호전 중이라는 것. <일요시사>가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과 함께 투병 중인 총수들의 건강운을 점쳐봤다.

 

[이건희] 전과 다르지만 일어날 것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120여일이 넘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돼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진 이 회장은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같은 달 13일부터 뇌와 간 등 장기의 손상을 막기 위해 진정치료를 받았다. 입원 9일 만인 5월19일에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이 회장의 병원행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회장이 과거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후 정기적으로 병원 검진을 받고 매년 겨울이면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지내는 등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왔기 때문이다. 

사망설, 위독설…
루머는 루머일 뿐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이 회장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눈을 마주치고 손발 등을 움직이는 등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망설' '위독설' 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 인터넷 매체가 이 회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해 큰 파장이 일었지만 오보로 판명됐고 8월에 들어서면서 '삼성 수뇌부들이 삼성서울병원에 집결했다' '그룹이 이 회장 일대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등 공식적 장례절차에 돌입했다'는 등의 루머가 나돌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이건희'가 오를 때는 항상 '사망설'이 뒤따랐다.

그럴 때마다 삼성그룹은 "사실이 아니다. 루머 유포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겠다"라며 사망설을 일축했고 지금은 "루머에 대해 매번 해명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백운비 원장의 의견도 삼성그룹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백 원장은 "수명의 한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이 회장의 회복을 점쳤다. 백 원장은 "다만 병상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전과 같은 멀쩡한 경영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심폐가 약하다. 심폐가 약하면 내열이 발생하고, 열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다"며 "열이 머리로 향할 경우 뇌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재현] 선천적 병약, 포기는 일러

"수명은 팔자가 정해주는 것."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백 원장의 한 마디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치료와 재판을 병행해 왔다. 이 회장은 희귀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이다. CMT는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 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19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19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CJ 이재현
"살고 싶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지난 8월14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원래 펄펄 뛰어다닐 사주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병으로 신장과 기관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현재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이 쉽게 무너질 운은 아니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선천성·후천성 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등 타고난 운이 병약해 건강에 문제가 많지만 그를 보완하고 늘 챙긴다면 의사의 시한부 판정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석래] 고령이지만 남은 운 강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암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놨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둘째 주 주말, 신병 치료차 미국에 출국해 2주간 전립선암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를 병행하다가 8월 말 귀국했다.

조 회장은 올해 79세로 투병 중인 재계 총수 중 가장 고령이다. 여기에 심장 부정맥 등 지병이 많아 홀로 거동하기 불편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는 심장부정맥이 악화돼 2주 가량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퇴원 후에도 20여일 만에 증상이 재발하면서 재입원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조 회장이 중증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 그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최고령 조석래
잔고운→호전운

백 원장도 조 회장의 나이를 가장 우려했다. 백 원장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실상 운을 예측하는 게 의미가 없다"면서도 "쉽게 명을 다할 운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타고난 운은 거의 다했지만 남아 있는 잔고운이 강해 고치고 만들어가는 데 주력한다면 호전운으로 뒤바뀔 수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함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승연] 큰 병 없어, 성격만 주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건강회복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확정받은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이다. 김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다 지난 2월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1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을 앓고 있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은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과 5월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건강 상태는 호전세다. 이에따라 6월 중순부터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 기관에서 일주일에 두 번, 하루 8시간씩 사회봉사명령을 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원장은 김 회장에 대해 "현재 겪고 있는 건강상의 문제는 누구나 견딜만한 것으로 큰 병은 없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워낙 건강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다만 "몸에 화가 많이 들어 있어, 성격이 급한 편이다"며 "성격 때문에 병을 만드는 운"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진] 시련은 잠시, 부활운 뚜렷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6월형을 선고받은 뒤 3년째 간암 투병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암수술을 무사히 잘 끝냈지만 생각보다 간 상태가 심각해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11년 2월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 구속 기소, 모친인 이선애 전 상무는 불구속 기소했다. 2012년 2월 1심 선고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회장에게는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이 전 상무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태광가 모자
"건강 타고나"

이 전 회장 모자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 전 상무는 상고를 포기했다. 두 사람 모두 구속집행정지를 여러차례 연장했으며 이 전 회장은 질병을 이유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이 전 상무는 형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불허되면서 지난 3월19일 재수감됐다가 지난 7월10일 형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석방됐다. 이 전 상무가 고령인 데다가 고칼륨혈증·관상동맥협착증 등을 앓고 있어 급사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타고난 운이 튼튼해 건강을 회복하고 사업까지 재기한다는 설명이다. 백 원장은 "이 전 회장은 간·소화기관이 약하지만 종명 운은 아니다"며 "현재의 암흑에 좌절하지 말고 주변을 믿고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상무에 대해서는 "눈빛이 맑고 총명한 사람으로 원래 건강한 사람"이라며 "부활의 운기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하며 “최근 좌익들이 득세하여 이북식 이념과 사상이 판을 치고 있고 민심이 나빠지고 사람들이 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야말로 유일한 구원투수”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운명적으로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 머물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참모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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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