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청문회 무사통과 권순일 대법관 내정자

9부 능선 넘었는데…안개속 정국 득? 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양창수(62·사법연수원 6기) 대법관 후임으로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내정됐다. 이번에도 판사 출신이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자질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안개 속에 가려진 정국이 오히려 그에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지난 7월24일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회의를 열어 권 후보자와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연수원 12기), 윤남근 고려대 교수(연수원 16기)를 대법관 후보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지난 11일엔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권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민주사법연석회의)는 “이번 대법관후보추천을 최악의 추천이라고 평가한다”고 혹평했다. 

투기의혹에
자질 논란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여의도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인청특위는 보고서 종합의견을 통해 “후보자는 지난 약 3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립대학교 시간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하는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왔고, 객관적 법해석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및 도덕성,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두루 검증한 바 있다. 특히 다운계약서 작성과 부동산 투기, 병역 현역 기피 의혹 등이 쟁점으로 부각돼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의 1993년 재산등록 신고내역을 보면 1989년 경기도 화성 땅을 평당 1369만원에 매입했다”며 “당시 공시지가가 9500만원이었는데 어떻게 9500만원의 땅을 7분의 1 가격인 1300여만원에 샀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권 후보자가 1989년 3월 신 모씨와 공동으로 경기도 화성땅과 용인땅을 매입해서 4개월 후에 화성땅은 후보자 명의 단독소유가 됐고, 2009년 매각했다”며 “공무원이 현저히 낮은 대가로 증여를 받으면 뇌물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장인께서 집안의 어른으로 모시는 신씨가 보유하도록 소개하고 저에게 돈을 내라고 해서 평당 1500만∼1800만원을 냈다”며 “공시지가가 그 정도라는 것은 지금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취득세와 등록세는 아파트 기준가에 맞춰서 책정됐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증여세 등 지금이라도 내지 않은 세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태라도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허위의 거래가격으로 계약하는 다운계약서도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으로 공시지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신고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 후보자는 “아파트를 매매하고 공인계약서를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가격으로 작성해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했다”며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갖가지 의혹 도마 올라 “자질·도덕성 문제” 
“직무 수행에 무리가 없다” 판단 보고서 채택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0년 6월 징병검사에서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는데 5개월 후 갑자기 보충역으로 바뀌었다”며 현역 근무를 기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1980년에 신체검사를 받을 때 근시와 고도난시 때문에 ‘3급을’을 받았다”며 “당시 대학 재학 중이면 징병등급을 한 급 높였기 때문에 2급이 돼서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현역으로서 법무장교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병역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아보니 보충역으로 바뀌어서 놀랐다”며 “이후 병무청에 가서 장교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시 병무청에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공군으로부터 보충역 입영통지서가 와서 다음날 바로 입대했다”며 “법무장교로 입대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법조 경력에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과하면 그만?
늘 같은 시나리오
 
박사 학위 취득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정호준 의원은 “판사의 과도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현직에 있는 동안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며 “정상적인 대학원 공부가 가능했는지 어떻게 논문을 쓸 수 있었는지 등이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1996년이고 논문을 받은 것은 2002년”이라며 “주로 세미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때 연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1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논문 작성과 재충전 등을 위해 연수 휴직을 내고 1년간 미국으로 유학갔다”며 “그 기간 동안 집중해서 논문을 썼다”고 답변했다.
 
전순옥 새정치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8년 서초구 삼풍아파트 1채를 주거목적으로 분양받고 이를 임대해 그 전세자금으로 경기도 용인의 임야와 화성시 임야 및 토지를 매입해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놀라운 부동산투기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최근 서울고법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책임과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을 거론하며 “법원이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주장을 ‘스피커’처럼 얘기하는 건 종북이 아니라면서 변씨에게 손해배상을 물도록 했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인가”라고 따졌다. 
 
김진태 의원도 “정부는 당(통합진보당) 자체를 해산하라는데 개인이 그 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하면 안 되나. 어떻게 무서워서 말을 하겠는가”라며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고도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한성 의원은 또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것을 지적하며 “130명가량의 사람들이 비밀집회에서 군사시설 타격논의를 했는데 법원은 이를 선동에 대한 공모로만 판단했다. 대단히 억지 논리”라고 주장했다.
 
50대 남·서울법대·법관…매번 같은 코스
대법관 출신 획일화…문제는 서열중심 추천
 
권 후보자는 특위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직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높은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필요한 때에만 엄정히 적용해 나가는 게 법원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
예정된 라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권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법의 권한과 구성에 대해 사회에서 극심한 의견 대립과 여야 간 토론이 있는데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훌륭한 입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의 경우 사시합격 기수는 22회로 지난 2월 임명된 조희대 대법관(23기)보다 높지만, 연수원 기수는 14회로 오히려 1기수 낮다. 참여연대는 “서열중심의 추천과 후보자 제청을 벗어나지 못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면서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사회적 요구와 흐름에 가장 부응하는 인물인지를 중심으로 제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가 대법관에 취임하게 되면 신영철·이인복 대법관을 더해 대전고 출신 현직 대법관은 3명으로 늘어난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명으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 대법관수도 12명으로 마찬가지다.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제청된 권 후보자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5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권 후보자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순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치밀한 재판준비와 해박한 법리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특히 출중한 법률지식을 인정받아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선임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하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복잡한 법률문제가 얽혀 있는 중요사건들에 관한 재판연구업무를 수행해 비법관 재판연구관 제도를 정착시켰다. 또한 재판연구관 제도 및 업무 개선에 힘쓰며 대법원의 판례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다. 또 법원공무원을 증원하는 등 법원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권 후보자는 엉덩이가 무겁기로도 유명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증권투자 권유자 책임론’을 썼고 공법과 민사법, 비교법 분야의 각종 주요 쟁점들에 대한 논문 30여편을 저술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연방사법센터 및 국립주법원센터에 파견근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일선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행정재판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병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용직 인부와 대학교 시간강사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한 특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위헌결정을 이끌어냈고, 임용고사에서 사범대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무효 판결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법관’
약자 배려하기도
 
권 후보자는 재판업무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조사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치며 행정 업무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나타냈다. 특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개혁안에 대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탁월한 조정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단계적 법조일원화와 로클럭 제도 도입, 대법관추천위원회 신설 등이 포함된 개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소탈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법관과 직원들의 귀감이 되고, 따뜻한 성격과 절제된 행동으로 주변 선·후배 동료로부터 존경을 받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은 제청 과정에서 전문적 법률지식,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지, 국민과 소통하며 봉사하는 자세, 인품과 경륜, 도덕성과 청렴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이 바라는 대법원의 바람직한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khlee@ilyosisa.co.kr>
 

[권순일은?]
 
▲ 충남 논산
▲ 대전고 졸업
▲ 서울대 법대
▲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 서울형사지법·서울고법·서울가정법원 판사
▲ 대구지법·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 대전지법·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 대법원 선임재판 연구관
▲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 법원행정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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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