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청문회 무사통과 권순일 대법관 내정자

9부 능선 넘었는데…안개속 정국 득? 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양창수(62·사법연수원 6기) 대법관 후임으로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내정됐다. 이번에도 판사 출신이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자질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안개 속에 가려진 정국이 오히려 그에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지난 7월24일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회의를 열어 권 후보자와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연수원 12기), 윤남근 고려대 교수(연수원 16기)를 대법관 후보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지난 11일엔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권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민주사법연석회의)는 “이번 대법관후보추천을 최악의 추천이라고 평가한다”고 혹평했다. 

투기의혹에
자질 논란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여의도 국회 본관 제3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권순일(55·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인청특위는 보고서 종합의견을 통해 “후보자는 지난 약 3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립대학교 시간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최초의 판결을 하는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왔고, 객관적 법해석을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앞서 지난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및 도덕성, 현안에 대한 입장 등을 두루 검증한 바 있다. 특히 다운계약서 작성과 부동산 투기, 병역 현역 기피 의혹 등이 쟁점으로 부각돼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의 1993년 재산등록 신고내역을 보면 1989년 경기도 화성 땅을 평당 1369만원에 매입했다”며 “당시 공시지가가 9500만원이었는데 어떻게 9500만원의 땅을 7분의 1 가격인 1300여만원에 샀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권 후보자가 1989년 3월 신 모씨와 공동으로 경기도 화성땅과 용인땅을 매입해서 4개월 후에 화성땅은 후보자 명의 단독소유가 됐고, 2009년 매각했다”며 “공무원이 현저히 낮은 대가로 증여를 받으면 뇌물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장인께서 집안의 어른으로 모시는 신씨가 보유하도록 소개하고 저에게 돈을 내라고 해서 평당 1500만∼1800만원을 냈다”며 “공시지가가 그 정도라는 것은 지금 처음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취득세와 등록세는 아파트 기준가에 맞춰서 책정됐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증여세 등 지금이라도 내지 않은 세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형태라도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허위의 거래가격으로 계약하는 다운계약서도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으로 공시지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신고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권 후보자는 “아파트를 매매하고 공인계약서를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가격으로 작성해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했다”며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갖가지 의혹 도마 올라 “자질·도덕성 문제” 
“직무 수행에 무리가 없다” 판단 보고서 채택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0년 6월 징병검사에서 입영 대상자로 분류됐는데 5개월 후 갑자기 보충역으로 바뀌었다”며 현역 근무를 기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는 이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1980년에 신체검사를 받을 때 근시와 고도난시 때문에 ‘3급을’을 받았다”며 “당시 대학 재학 중이면 징병등급을 한 급 높였기 때문에 2급이 돼서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현역으로서 법무장교로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병역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아보니 보충역으로 바뀌어서 놀랐다”며 “이후 병무청에 가서 장교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당시 병무청에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공군으로부터 보충역 입영통지서가 와서 다음날 바로 입대했다”며 “법무장교로 입대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는 법조 경력에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사과하면 그만?
늘 같은 시나리오
 
박사 학위 취득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정호준 의원은 “판사의 과도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현직에 있는 동안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며 “정상적인 대학원 공부가 가능했는지 어떻게 논문을 쓸 수 있었는지 등이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1996년이고 논문을 받은 것은 2002년”이라며 “주로 세미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때 연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1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논문 작성과 재충전 등을 위해 연수 휴직을 내고 1년간 미국으로 유학갔다”며 “그 기간 동안 집중해서 논문을 썼다”고 답변했다.
 
전순옥 새정치연합 의원은 “권 후보자가 1988년 서초구 삼풍아파트 1채를 주거목적으로 분양받고 이를 임대해 그 전세자금으로 경기도 용인의 임야와 화성시 임야 및 토지를 매입해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놀라운 부동산투기 실력”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최근 서울고법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의 명예훼손 책임과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을 거론하며 “법원이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주장을 ‘스피커’처럼 얘기하는 건 종북이 아니라면서 변씨에게 손해배상을 물도록 했는데 그것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인가”라고 따졌다. 
 
김진태 의원도 “정부는 당(통합진보당) 자체를 해산하라는데 개인이 그 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하면 안 되나. 어떻게 무서워서 말을 하겠는가”라며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고도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하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한성 의원은 또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것을 지적하며 “130명가량의 사람들이 비밀집회에서 군사시설 타격논의를 했는데 법원은 이를 선동에 대한 공모로만 판단했다. 대단히 억지 논리”라고 주장했다.
 
50대 남·서울법대·법관…매번 같은 코스
대법관 출신 획일화…문제는 서열중심 추천
 
권 후보자는 특위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직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높은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방 차원에서 어느 정도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필요한 때에만 엄정히 적용해 나가는 게 법원이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
예정된 라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권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별법의 권한과 구성에 대해 사회에서 극심한 의견 대립과 여야 간 토론이 있는데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훌륭한 입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의 경우 사시합격 기수는 22회로 지난 2월 임명된 조희대 대법관(23기)보다 높지만, 연수원 기수는 14회로 오히려 1기수 낮다. 참여연대는 “서열중심의 추천과 후보자 제청을 벗어나지 못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면서 “대법관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사회적 요구와 흐름에 가장 부응하는 인물인지를 중심으로 제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가 대법관에 취임하게 되면 신영철·이인복 대법관을 더해 대전고 출신 현직 대법관은 3명으로 늘어난다.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명으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남성 대법관수도 12명으로 마찬가지다.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제청된 권 후보자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5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권 후보자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순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는 치밀한 재판준비와 해박한 법리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특히 출중한 법률지식을 인정받아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선임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하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복잡한 법률문제가 얽혀 있는 중요사건들에 관한 재판연구업무를 수행해 비법관 재판연구관 제도를 정착시켰다. 또한 재판연구관 제도 및 업무 개선에 힘쓰며 대법원의 판례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사법정책연구원 설립을 주도했다. 또 법원공무원을 증원하는 등 법원공무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권 후보자는 엉덩이가 무겁기로도 유명하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증권투자 권유자 책임론’을 썼고 공법과 민사법, 비교법 분야의 각종 주요 쟁점들에 대한 논문 30여편을 저술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연방사법센터 및 국립주법원센터에 파견근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일선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행정재판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병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용직 인부와 대학교 시간강사에 대해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용지부담금과 관련한 특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위헌결정을 이끌어냈고, 임용고사에서 사범대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무효 판결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법관’
약자 배려하기도
 
권 후보자는 재판업무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조사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치며 행정 업무에서도 출중한 능력을 나타냈다. 특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개혁안에 대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탁월한 조정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단계적 법조일원화와 로클럭 제도 도입, 대법관추천위원회 신설 등이 포함된 개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소탈하고 항상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후배 법관과 직원들의 귀감이 되고, 따뜻한 성격과 절제된 행동으로 주변 선·후배 동료로부터 존경을 받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은 제청 과정에서 전문적 법률지식,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지, 국민과 소통하며 봉사하는 자세, 인품과 경륜, 도덕성과 청렴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이 바라는 대법원의 바람직한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다는 것.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khlee@ilyosisa.co.kr>
 

[권순일은?]
 
▲ 충남 논산
▲ 대전고 졸업
▲ 서울대 법대
▲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 서울형사지법·서울고법·서울가정법원 판사
▲ 대구지법·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 대전지법·대전고법 수석부장판사
▲ 대법원 선임재판 연구관
▲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 법원행정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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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