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굼벵이 플레이어

슬로 플레이는 골프 죽이는 만행

올시즌까지 마스터스에 12년 연속 출전했던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는 1라운드를 2언더파로 마쳤다. 순위도 공동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라운드 75타, 3라운드 78타로 부진했다. 마지막날 71타를 기록해 8계단을 뛰어올랐지만 공동 34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고의 굼벵이는 앤드루 루프
나상욱 ‘속사포 골퍼’ 발돋움

최경주를 무너뜨린 것은 ‘템포’였다. 최경주는 1, 2라운드에서 경기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인 잭 존슨(미국)과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그는 3라운드에서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꼽히는 마이크 위어(캐나다)를 만났다.
4번 홀에서부터 앞 조와의 간격을 좁히라고 경기위원이 재촉했고 그때부터 숏 퍼트가 흔들리며 보기를 연발했다. 최경주는 “플레이가 늦다고 해 캐디에게 시간을 재보라고 했더니 35초 정도가 나왔다. 그 정도면 굉장히 빠른 편이다. 그런데 초반에 타이밍을 놓쳐 뛰어다니는 듯한 상황이 나오니 제대로 된 샷이 나올 리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2003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위어 역시 3라운드에서 79타로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공동 44위에 그쳤다.

그밖의 느림보

슬로 플레이는 이렇게 자신뿐만 아니라 동반자에게도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루크 도널드가 “슬로 플레이는 골프를 죽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그래서다. 골프에서 빠른 경기 진행은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골프규칙도 제1장에 ‘플레이어는 약간 빠른 속도로 플레이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플레이 순서가 왔을 때 바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경기속도를 빨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PGA투어는 슬로 플레이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PGA투어는 3명이 동반 플레이를 하는 경우 한 라운드를 4시간35분, 2명일 경우 3시간58분 내에 끝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 조와의 거리가 벌어졌을 경우 개인의 책임을 떠나 같은 조원 모두가 경기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기위원들은 정상적인 경기 속도가 유지될 때까지 조원 전체의 경기 시간을 재게 되는데 어드레스를 시작한 이후 40초 내에 샷을 마쳐야 한다.
몇 가지 예외를 두고는 있지만 이 규정은 티샷부터 퍼트까지 모든 샷에 적용된다. 슬로 플레이로 1차 경고를 받은 뒤 같은 라운드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을 경우에는 1벌타와 함께 5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세 번째 경고에는 2벌타와 1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네 번째 경고를 받으면 실격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최고의 ‘굼벵이 골퍼’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은 앤드루 루프(미국)가 첫손으로 꼽힌다. 발레로 텍사스 오픈 당시 경기를 해설하던 조니 밀러는 루프의 플레이를 지켜보다 발끈하며 “모든 선수들이 그처럼 플레이한다면 아예 해설을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고 비아냥거렸다. 4라운드에서는 무려 1분15초 동안이나 볼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의 골프 전문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가 다른 선수들과 루프의 프리샷 루틴을 비교해봤는데 그 결과가 압권이었다. 나상욱(31·타이틀리스트)이 굼벵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가 티를 꽂고 샷을 할 때까지 1분10초가 걸렸고 지난해 PGA 챔피언십 당시 짐 퓨릭(미국)은 57초 만에 샷을 했는데 그보다도 더 느렸다. 지난해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애덤 스콧(호주)은 단 20초 만에 샷을 날렸으니 어마어마한 차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나상욱의 변화다. 나상욱은 프리샷 루틴을 바꾼 뒤 경기속도가 빨라져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프리샷 루틴을 하는 데 평균 1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로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앙헬 카브레라(14초), 리키 파울러(15초) 등 ‘속사포 골퍼’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인 <골프닷컴>은 2011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45명의 선수들이 샷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나상욱을 능가하는 굼벵이들은 존재했다. 닉 오헌(호주)은 샷을 할 때까지 평균 55초, J.B 홈즈(미국)는 52초를 기록해 나상욱의 50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골프닷컴>은 이후에도 조너선 비어드, 벤 크레인, J.J 헨리(이상 미국), 트레버 이멜먼(남아공), 매트 존스(호주), 헌터 마한(미국), 예스퍼 파네빅(스웨덴) 등을 PGA투어의 대표적인 ‘굼벵이’들로 지목했다. 파네빅은 때로 퍼팅을 하는 데 2분씩 걸리는 것으로 악명 높다.
심하지는 않지만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도 비교적 경기 속도가 느린 편이다. 우즈는 샷 자체보다는 바람의 방향이나 퍼팅라인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편이고 미켈슨은 남은 거리를 두고 캐디와 오랫동안 의견을 나눈다. ‘골프의 전설’로 통하는 잭 니클라우스와 벤 호건(이상 미국)도 늑장 플레이로 유명했다.


PGA 엄격 대응

니클라우스는 현역 시절 여섯 방향에서 퍼팅라인을 읽어 경기속도를 늦췄는데 그 모습을 다른 골퍼들이 따라하느라 경기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호건은 그린에서 지나치게 신중했는데 PGA투어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샘 스니드(미국)는 “호건이 퍼팅을 마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가 한대를 다 피울 수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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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