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굼벵이 플레이어
세계 최고의 굼벵이 플레이어
  • 자료제공 : 월간골프
  • 승인 2014.08.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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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플레이는 골프 죽이는 만행

올시즌까지 마스터스에 12년 연속 출전했던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는 1라운드를 2언더파로 마쳤다. 순위도 공동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라운드 75타, 3라운드 78타로 부진했다. 마지막날 71타를 기록해 8계단을 뛰어올랐지만 공동 34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고의 굼벵이는 앤드루 루프
나상욱 ‘속사포 골퍼’ 발돋움

최경주를 무너뜨린 것은 ‘템포’였다. 최경주는 1, 2라운드에서 경기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인 잭 존슨(미국)과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그는 3라운드에서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꼽히는 마이크 위어(캐나다)를 만났다.
4번 홀에서부터 앞 조와의 간격을 좁히라고 경기위원이 재촉했고 그때부터 숏 퍼트가 흔들리며 보기를 연발했다. 최경주는 “플레이가 늦다고 해 캐디에게 시간을 재보라고 했더니 35초 정도가 나왔다. 그 정도면 굉장히 빠른 편이다. 그런데 초반에 타이밍을 놓쳐 뛰어다니는 듯한 상황이 나오니 제대로 된 샷이 나올 리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2003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위어 역시 3라운드에서 79타로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공동 44위에 그쳤다.

그밖의 느림보

슬로 플레이는 이렇게 자신뿐만 아니라 동반자에게도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루크 도널드가 “슬로 플레이는 골프를 죽이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그래서다. 골프에서 빠른 경기 진행은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골프규칙도 제1장에 ‘플레이어는 약간 빠른 속도로 플레이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플레이 순서가 왔을 때 바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경기속도를 빨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PGA투어는 슬로 플레이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PGA투어는 3명이 동반 플레이를 하는 경우 한 라운드를 4시간35분, 2명일 경우 3시간58분 내에 끝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 조와의 거리가 벌어졌을 경우 개인의 책임을 떠나 같은 조원 모두가 경기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기위원들은 정상적인 경기 속도가 유지될 때까지 조원 전체의 경기 시간을 재게 되는데 어드레스를 시작한 이후 40초 내에 샷을 마쳐야 한다.
몇 가지 예외를 두고는 있지만 이 규정은 티샷부터 퍼트까지 모든 샷에 적용된다. 슬로 플레이로 1차 경고를 받은 뒤 같은 라운드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을 경우에는 1벌타와 함께 50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세 번째 경고에는 2벌타와 1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고 네 번째 경고를 받으면 실격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최고의 ‘굼벵이 골퍼’는 과연 누구일까. 아직은 앤드루 루프(미국)가 첫손으로 꼽힌다. 발레로 텍사스 오픈 당시 경기를 해설하던 조니 밀러는 루프의 플레이를 지켜보다 발끈하며 “모든 선수들이 그처럼 플레이한다면 아예 해설을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고 비아냥거렸다. 4라운드에서는 무려 1분15초 동안이나 볼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의 골프 전문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가 다른 선수들과 루프의 프리샷 루틴을 비교해봤는데 그 결과가 압권이었다. 나상욱(31·타이틀리스트)이 굼벵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그가 티를 꽂고 샷을 할 때까지 1분10초가 걸렸고 지난해 PGA 챔피언십 당시 짐 퓨릭(미국)은 57초 만에 샷을 했는데 그보다도 더 느렸다. 지난해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애덤 스콧(호주)은 단 20초 만에 샷을 날렸으니 어마어마한 차이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나상욱의 변화다. 나상욱은 프리샷 루틴을 바꾼 뒤 경기속도가 빨라져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프리샷 루틴을 하는 데 평균 1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로 플레이어라기보다는 앙헬 카브레라(14초), 리키 파울러(15초) 등 ‘속사포 골퍼’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인 <골프닷컴>은 2011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45명의 선수들이 샷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나상욱을 능가하는 굼벵이들은 존재했다. 닉 오헌(호주)은 샷을 할 때까지 평균 55초, J.B 홈즈(미국)는 52초를 기록해 나상욱의 50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골프닷컴>은 이후에도 조너선 비어드, 벤 크레인, J.J 헨리(이상 미국), 트레버 이멜먼(남아공), 매트 존스(호주), 헌터 마한(미국), 예스퍼 파네빅(스웨덴) 등을 PGA투어의 대표적인 ‘굼벵이’들로 지목했다. 파네빅은 때로 퍼팅을 하는 데 2분씩 걸리는 것으로 악명 높다.
심하지는 않지만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도 비교적 경기 속도가 느린 편이다. 우즈는 샷 자체보다는 바람의 방향이나 퍼팅라인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편이고 미켈슨은 남은 거리를 두고 캐디와 오랫동안 의견을 나눈다. ‘골프의 전설’로 통하는 잭 니클라우스와 벤 호건(이상 미국)도 늑장 플레이로 유명했다.

PGA 엄격 대응

니클라우스는 현역 시절 여섯 방향에서 퍼팅라인을 읽어 경기속도를 늦췄는데 그 모습을 다른 골퍼들이 따라하느라 경기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호건은 그린에서 지나치게 신중했는데 PGA투어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샘 스니드(미국)는 “호건이 퍼팅을 마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가 한대를 다 피울 수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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