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서열화가 부른 ‘학교 잔혹사’


교내 폭력이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 교실 안에서 계급을 정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다반사다. 고자질을 했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하거나 앵벌이를 시키고 집단성폭행을 하는 등 강력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위계질서를 근간으로 벌어진다. 자신보다 서열이 아래에 있는 친구에게 가하는 폭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는 것. 상납에서 폭행, 성폭행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학교폭력의 현주소다.

학생들 사이 등급 서열화로 학교폭력 날로 흉포화
‘일진’ 학생들 다른 학생 ‘빵셔틀’로 정해 괴롭혀


새 학기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이모(15)군은 개학을 하고 다시 학교에 나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방학동안 잠잠하던 학교 친구들과 선배들의 협박과 폭행이 다시 시작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군이 지금처럼 학교에 가는 것을 겁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였다. 키가 작고 왜소한 이군은 입학과 동시에 선배들에게 소위 말하는 ‘빵셔틀’로 낙점됐다. 빵셔틀은 교내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학생들에게 잔심부름을 해주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온갖 잔심부름 ‘빵셔틀’
거부하면 폭행 이어져

그날부터 이군은 ‘잘 나가는’ 선배들과 그 선배들에 붙어 기생하는 반 친구들의 잔심부름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군이 주로 한 심부름은 간식거리를 사오는 일이었다. 쉬는 시간동안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뛰어가 음식을 사오거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오는 등 주로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심부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엔 담배심부름이 시작됐다. 또래보다 더 앳돼 보이는 이군에게 담배를 파는 곳은 드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간 폭력이 날아왔다. 하는 수 없이 이군은 방과 후면 사복으로 갈아입고 인근 상점들을 돌며 담배를 사 모았다.

그때부터 이군에게 학교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선배들의 눈을 피해보려 해도 이들은 어디서든 나타나 이군을 괴롭혔다. 심지어 선생님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도 괴롭힘은 이어졌다. 점심시간 급식실이 그중 하나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먹을 음식을 받아와야 하지만 선배들은 가만히 앉아 이군에게 식판에 음식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밥을 먹은 뒤 뒤처리를 하는 것도 이군의 몫이었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버리는 궂은일도 아무렇지 않게 이군에게 시켰던 것이다.

이군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돈 상납이었다. 선배들은 이군과 같은 ‘빵셔틀’ 몇 명을 모아놓고 일주일에 20만원을 상납할 것을 요구했다. 한 달 용돈의 몇 배가 넘는 돈을 구하는 것은 이씨나 다른 친구들에게 무리였고 할당량을 상납하지 못할 때마다 선배들의 폭행은 더해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만약 얼굴에 상처가 나 맞은 흔적이 남으면 선배들은 ‘누가 물으면 가로등에 부딪혔다고 해라’라는 식으로 친절하게 조언까지 해주곤 했다고. 이는 곧 폭행당한 사실을 말하면 가만 두지 않는다는 협박이었다.

하지만 이군은 계속되는 폭행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 참다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빵셔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이군은 익명으로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들의 이름과 그동안 당했던 일을 담은 내용의 문자였다.

그러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생님에게 불려 간 선배들이 자신들의 행각을 부인해 처벌을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다. 선배들이 문자를 보낸 사람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날부터 이군은 행여 자신이 문자를 보낸 사실이 발각될까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을 했고 선배들의 색출작업도 끝이 났다.

하지만 어김없이 개학날짜는 다가왔고 이군의 불안감도 극에 달했다. 선배들의 각종 요구와 폭력이 다시 반복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군은 “부모님에게 말해 경찰에 신고라도 하고 싶지만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졸업 때까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빵셔틀로 찍힐까봐 벌써부터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인 빵셔틀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치스러운 심부름을 하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오래 전부터 학교 안에 존재했던 일종의 ‘위계질서’에 따른 폭행이다.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움직여 나름대로의 계급이 정해지고 낮은 계급의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계급이 높은 학생들에게 복종을 하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계급표’를 만들어 학생들의 부류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가장 높은 1급이 일진이고 가장 낮은 등급의 학생은 천민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폭행사건이 터져 물의를 일으켰다. 방학 동안 돈을 상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학생들이 동급생을 집단폭행한 것.

개학 첫날부터 폭행
돈상납 거부가 이유

사건이 일어난 곳은 대전의 한 중학교다. 이 학교에 다니는 1학년 김모(15)군은 개학 첫날 일진회라 불리는 동급생들에게 불려갔다. 이들이 김군을 부른 이유는 방학 동안 상납해야할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폭행이었다. 6~7명의 동급생들은 김군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 이 폭행으로 김군은 이가 부러지고 코뼈가 부어오르는 중상을 입었다. 폭행이 일어난 곳은 학생들과 선생님이 버젓이 다니는 교실과 복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횡포는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에 상납 고리는 조직적으로 연결돼 일진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학년별로 다달이 일정금액을 납부하도록 시켜온 것. 학교 측에서도 이미 폭력모임이 존재하고 있고 은밀한 상납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서 김군은 “가해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연락을 해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는데 주지 않았다”며 “방학 이전에도 상납 요구를 받았었고 때로는 돈을 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같은 학교 친구에게 맞아 숨진 중학생의 사건까지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시쯤 경북 구미시의 한 집에서 A(14)군이 B(14)군 등 3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A군을 때린 이유는 A군이 자신들이 폭행을 한 사실을 학원 선생님에게 알려 꾸중을 당했다는 것. 이에 화가 난 B군 등은 A군을 불러 주먹과 발로 한 시간가량 마구 때렸다. 그 뒤 B군 등은 119에 전화를 걸어 “친구가 넘어졌는데 의식이 없다”고 거짓신고를 했다. 이에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최근에는 ‘여중생 졸업식 동영상’이란 영상이 떠돌아 학교폭력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말 그대로 중학교 졸업식 후 뒤풀이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에는 한 여학생을 상대로 한 잔혹한 폭행이 담겨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스무 명 정도의 남녀중학생들은 한 여학생을 가운데 놓고 폭행을 가했다. 교복을 억지로 벗기고 케첩을 뿌리는 등의 수치스런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폭행을 당하는 여학생과는 달리 폭행을 가하는 학생들은 환호를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충격을 줬다.

결국 교복이 벗긴 채 몸을 가리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뛰어가는 여학생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담긴 이 동영상은 현재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날로 잔혹해지는 학교 폭력의 실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날 벌어진 일은 학교 전통으로 매년 졸업식마다 반복되는 일일 뿐이라고 태연하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여학생도 재미삼아 한 일일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앵벌이시켜 돈 뜯는 10대
서슴없이 저지른 성폭행

뿐만 아니다. 지난 5일에는 또래 여학생을 1년 동안 앵벌이를 시켜 돈을 뜯고 감금과 폭행, 집단 성폭행까지 일삼은 10대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김모(17)군 등은 지난해 1월부터 B(16)양 등 또래 청소년 2명에게 앵벌이를 시켰다. 이들 여학생이 번 돈 100만원은 고스란히 김군 등의 몫이었다.

이들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견디다 못한 B양이 도망쳐 연락을 끊자 B양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파손하고 B양의 휴대전화에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게다가 김군 등은 지난 2일 오후 9시쯤 집에서 나오던 B양을 납치해 한 아파트로 데려간 뒤 17시간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양은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다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한 상태다.

이처럼 지금의 학교폭력은 예전의 학교폭력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잔혹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학생들 자신이 친구들과 자신을 서열화하는데 있다.

한 청소년 전문가는 “최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상납과 폭행은 철저히 학생들이 자신을 계급화한데서 비롯되는데 계급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보다 낮은 학생들 위에서 마음대로 군림하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며 “이는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학생들을 상대로 더욱 잔혹한 폭행을 가하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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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