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서열화가 부른 ‘학교 잔혹사’


교내 폭력이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 교실 안에서 계급을 정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다반사다. 고자질을 했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하거나 앵벌이를 시키고 집단성폭행을 하는 등 강력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위계질서를 근간으로 벌어진다. 자신보다 서열이 아래에 있는 친구에게 가하는 폭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이 학교폭력을 조장하고 있는 것. 상납에서 폭행, 성폭행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학교폭력의 현주소다.

학생들 사이 등급 서열화로 학교폭력 날로 흉포화
‘일진’ 학생들 다른 학생 ‘빵셔틀’로 정해 괴롭혀


새 학기에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이모(15)군은 개학을 하고 다시 학교에 나가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방학동안 잠잠하던 학교 친구들과 선배들의 협박과 폭행이 다시 시작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군이 지금처럼 학교에 가는 것을 겁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였다. 키가 작고 왜소한 이군은 입학과 동시에 선배들에게 소위 말하는 ‘빵셔틀’로 낙점됐다. 빵셔틀은 교내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학생들에게 잔심부름을 해주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온갖 잔심부름 ‘빵셔틀’
거부하면 폭행 이어져

그날부터 이군은 ‘잘 나가는’ 선배들과 그 선배들에 붙어 기생하는 반 친구들의 잔심부름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군이 주로 한 심부름은 간식거리를 사오는 일이었다. 쉬는 시간동안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 뛰어가 음식을 사오거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오는 등 주로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심부름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엔 담배심부름이 시작됐다. 또래보다 더 앳돼 보이는 이군에게 담배를 파는 곳은 드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간 폭력이 날아왔다. 하는 수 없이 이군은 방과 후면 사복으로 갈아입고 인근 상점들을 돌며 담배를 사 모았다.

그때부터 이군에게 학교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선배들의 눈을 피해보려 해도 이들은 어디서든 나타나 이군을 괴롭혔다. 심지어 선생님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도 괴롭힘은 이어졌다. 점심시간 급식실이 그중 하나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먹을 음식을 받아와야 하지만 선배들은 가만히 앉아 이군에게 식판에 음식을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밥을 먹은 뒤 뒤처리를 하는 것도 이군의 몫이었다. 자신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버리는 궂은일도 아무렇지 않게 이군에게 시켰던 것이다.

이군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돈 상납이었다. 선배들은 이군과 같은 ‘빵셔틀’ 몇 명을 모아놓고 일주일에 20만원을 상납할 것을 요구했다. 한 달 용돈의 몇 배가 넘는 돈을 구하는 것은 이씨나 다른 친구들에게 무리였고 할당량을 상납하지 못할 때마다 선배들의 폭행은 더해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만약 얼굴에 상처가 나 맞은 흔적이 남으면 선배들은 ‘누가 물으면 가로등에 부딪혔다고 해라’라는 식으로 친절하게 조언까지 해주곤 했다고. 이는 곧 폭행당한 사실을 말하면 가만 두지 않는다는 협박이었다.

하지만 이군은 계속되는 폭행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 참다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 빵셔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이군은 익명으로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신을 괴롭혔던 선배들의 이름과 그동안 당했던 일을 담은 내용의 문자였다.

그러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생님에게 불려 간 선배들이 자신들의 행각을 부인해 처벌을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다. 선배들이 문자를 보낸 사람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날부터 이군은 행여 자신이 문자를 보낸 사실이 발각될까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을 했고 선배들의 색출작업도 끝이 났다.

하지만 어김없이 개학날짜는 다가왔고 이군의 불안감도 극에 달했다. 선배들의 각종 요구와 폭력이 다시 반복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군은 “부모님에게 말해 경찰에 신고라도 하고 싶지만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졸업 때까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빵셔틀로 찍힐까봐 벌써부터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인 빵셔틀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치스러운 심부름을 하며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오래 전부터 학교 안에 존재했던 일종의 ‘위계질서’에 따른 폭행이다.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움직여 나름대로의 계급이 정해지고 낮은 계급의 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계급이 높은 학생들에게 복종을 하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계급표’를 만들어 학생들의 부류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가장 높은 1급이 일진이고 가장 낮은 등급의 학생은 천민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폭행사건이 터져 물의를 일으켰다. 방학 동안 돈을 상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학생들이 동급생을 집단폭행한 것.

개학 첫날부터 폭행
돈상납 거부가 이유

사건이 일어난 곳은 대전의 한 중학교다. 이 학교에 다니는 1학년 김모(15)군은 개학 첫날 일진회라 불리는 동급생들에게 불려갔다. 이들이 김군을 부른 이유는 방학 동안 상납해야할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폭행이었다. 6~7명의 동급생들은 김군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 이 폭행으로 김군은 이가 부러지고 코뼈가 부어오르는 중상을 입었다. 폭행이 일어난 곳은 학생들과 선생님이 버젓이 다니는 교실과 복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횡포는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에 상납 고리는 조직적으로 연결돼 일진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학년별로 다달이 일정금액을 납부하도록 시켜온 것. 학교 측에서도 이미 폭력모임이 존재하고 있고 은밀한 상납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서 김군은 “가해 학생들이 방학 중에도 연락을 해 5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는데 주지 않았다”며 “방학 이전에도 상납 요구를 받았었고 때로는 돈을 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같은 학교 친구에게 맞아 숨진 중학생의 사건까지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시쯤 경북 구미시의 한 집에서 A(14)군이 B(14)군 등 3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들이 A군을 때린 이유는 A군이 자신들이 폭행을 한 사실을 학원 선생님에게 알려 꾸중을 당했다는 것. 이에 화가 난 B군 등은 A군을 불러 주먹과 발로 한 시간가량 마구 때렸다. 그 뒤 B군 등은 119에 전화를 걸어 “친구가 넘어졌는데 의식이 없다”고 거짓신고를 했다. 이에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최근에는 ‘여중생 졸업식 동영상’이란 영상이 떠돌아 학교폭력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말 그대로 중학교 졸업식 후 뒤풀이 장면을 담은 이 동영상에는 한 여학생을 상대로 한 잔혹한 폭행이 담겨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스무 명 정도의 남녀중학생들은 한 여학생을 가운데 놓고 폭행을 가했다. 교복을 억지로 벗기고 케첩을 뿌리는 등의 수치스런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폭행을 당하는 여학생과는 달리 폭행을 가하는 학생들은 환호를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충격을 줬다.

결국 교복이 벗긴 채 몸을 가리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뛰어가는 여학생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담긴 이 동영상은 현재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날로 잔혹해지는 학교 폭력의 실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그날 벌어진 일은 학교 전통으로 매년 졸업식마다 반복되는 일일 뿐이라고 태연하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여학생도 재미삼아 한 일일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학교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앵벌이시켜 돈 뜯는 10대
서슴없이 저지른 성폭행

뿐만 아니다. 지난 5일에는 또래 여학생을 1년 동안 앵벌이를 시켜 돈을 뜯고 감금과 폭행, 집단 성폭행까지 일삼은 10대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김모(17)군 등은 지난해 1월부터 B(16)양 등 또래 청소년 2명에게 앵벌이를 시켰다. 이들 여학생이 번 돈 100만원은 고스란히 김군 등의 몫이었다.

이들의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견디다 못한 B양이 도망쳐 연락을 끊자 B양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파손하고 B양의 휴대전화에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게다가 김군 등은 지난 2일 오후 9시쯤 집에서 나오던 B양을 납치해 한 아파트로 데려간 뒤 17시간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B양은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다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을 한 상태다.

이처럼 지금의 학교폭력은 예전의 학교폭력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잔혹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학생들 자신이 친구들과 자신을 서열화하는데 있다.

한 청소년 전문가는 “최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상납과 폭행은 철저히 학생들이 자신을 계급화한데서 비롯되는데 계급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보다 낮은 학생들 위에서 마음대로 군림하고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며 “이는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학생들을 상대로 더욱 잔혹한 폭행을 가하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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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