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기용품 하나면 ‘백전백승’

도박꾼 울리는 ‘타짜’의 세계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타짜’들이 판을 치고 있다. 타짜들은 판돈이 걸린 곳이라면 고스톱판이건 바둑판이건 개의치 않고 나타난다. 특수 장비만 갖추고 있으면 어디서든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기도박꾼에게 잘못 걸린 도박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큰돈을 잃기 마련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카메라와 소형무전기 등을 설치해 놓고 도박에 가담해 사기행각을 눈치조차 차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 탓이다. 전직 사기도박꾼을 만나 사기도박의 세계를 들어봤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사기용품 구할 수 있어 사기꾼 활개
특수 콘텍트렌즈, CCTV 등 첨단용품 갖추고 도박꾼 농락

“타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장비만 구하면 얼마든지 도박꾼들의 돈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도박판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는 A씨의 말이다. 사기도박행각이 들통 나 목숨의 위협까지 받은 후로 손을 씻었다는 A씨. 그는 좋은 사기용품만 구비하고 있다면 손놀림이 어설픈 초짜라도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A씨가 사기도박계에 발을 들였을 때 사용한 용품은 ‘표시목 카드’라 불리는 카드였다. 카드 뒷면에 타짜들만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표시를 작게 인쇄해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용품이다. 처음 카드가 개발됐을 당시만 해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A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도박꾼들에게 카드의 정체가 알려졌고 ‘선수’들을 속일 수는 없게 됐다.

카드 한 장이면 OK
진화하는 사기용품


그 후 A씨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일명 ‘렌즈카드’. 뒷면에 특수 형광안료로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물론 이 표시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특정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사람만이 카드 뒷면에 인쇄된 표시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용품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A씨가 구한 용품은 ‘카메라 카드’다. 적외선 카메라 필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수염료로 카드 뒷면에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이 카드를 쓰려면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박장에 미리 들어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CCTV를 설치해야 하는 것. 이 CCTV를 통해 상대방의 카드 뒷면에 표시된 무늬와 숫자를 확인한 뒤 무전기를 이용해 같은 팀원에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첨단 용품으로 무장한 A씨에게 패배는 없었다. 천하의 도박 고수들도 A씨의 눈앞에서는 패를 다 펼쳐놓고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백전백승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A씨가 타짜의 세계에서 발을 뺀 것은 함께 도박을 치던 사람들 사이에서 사기도박꾼이란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아무리 첨단용품을 갖추고 기다려 봐도 도박을 함께 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A씨가 사기도박에 발을 빼게 된 것은 도박꾼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A씨에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도박계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A씨는 “만약 들통나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사기도박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었을 것”이라며 “차라리 사기를 친 사실이 들켜 뒤늦게라도 발을 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모자에 몰래카메라 부착
아무도 모르게 사기행각

A씨는 무엇보다 사기도박용품들이 너무 쉽게 유통되고 있는 실태가 사기도박꾼들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실 사기도박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용품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라며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첨단 용품들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싼 편이라 사기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특정 단어를 치면 손쉽게 사기도박용품 판매자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판매자들은 주로 인터넷 게시판에 광고글을 올리고 구매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든장비당일배송/렌즈카드목카드외.사기도박장비.(카메라장비)/특수카드감증전문/싸구려 중국산 속아서 구매하지 마시고 테스트 후 구매하세요’등의 글과 연락처를 올려놓고 버젓이 사기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기도박꾼들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속칭 바둑이 도박판을 벌여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 사기도박단이 사용한 것은 ‘렌즈 카드’였다. 경남 산청경찰서에 따르면 5명으로 이뤄진 사기도박단은 특수렌즈를 끼고 직접 도박에 참여하는 선수, 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모집책, 바람잡이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나눠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처음 몇 판을 칠 때는 보통 카드로 도박을 하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잃어줬다. 그 후 피해자들의 시선을 돌린 뒤 미리 준비한 렌즈 카드로 바꿔치기를 한 후에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이 피해자 2명으로부터 5회에 걸쳐 뜯은 돈은 3800만원이었다.

그런가하면 최신 사기도박용품을 사용해 사기도박으로 돈을 뜯은 조폭들도 덜미를 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카드인식용 열 감지기 장비 등을 이용해 사기 도박을 벌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B(30)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C(32)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일당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일주일간 남원시의 한 모텔에 사기도박장을 차린 뒤 2명의 도박꾼을 유인해 40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일당은 도박을 시작하기 전 모텔 천장에 미리 CCTV와 도박에 이용된 특수 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열 감지기 탁자를 설치했다. 그 후 옆방에 대기 중이던 일당으로부터 카드 숫자 등을 끼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옷가지에 몰래카메라를 부착하고 도박장에 나타나 사기행각을 벌인 기막힌 사기꾼들도 등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박모(41)씨 등 일당은 사기도박을 계획하고 도박꾼들을 모았다. 그리고 충남 아산시 권곡동의 한 아파트를 도박장으로 꾸몄다. 그리고 도박을 하기로 약속한 날 박씨 등은 모두 모자 하나씩을 썼다. 몰래카메라를 달아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기용품으로 준비해간 것은 화투장 뒷면 무늬를 형광물질로 표시한 이른바 ‘목화투’였다. 이들은 도박을 하다 다른 사람의 패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도박장 밖에 대기하던 일당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를 본 대기자들은 무전기를 통해 도박에 가담하던 이들에게 무전기를 통해 화투패의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이들 일당이 7명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5000만원으로 밝혀졌다.

그런가하면 사기도박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뜯은 간 큰 도박단도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7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몰래카메라로 상대방의 패를 알아낸 뒤 무전기로 송·수신하는 방법으로 사기 도박을 벌어온 김모(31)씨 등 6명에 대해 상습도박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도박에 가담한 3명에 대해서도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정모(52)씨 등 도박장을 빌려준 이들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판돈 1100만여 원과 무전기, 카메라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6일 오전 2시30분쯤 대전시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바둑이’라는 카드 도박판을 벌여 2000만여 원을 챙기는 등 이달 초부터 5차례에 걸쳐 판돈 1억130만여 원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전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도박판을 개설한 뒤 형광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래층에서 모니터로 상대방의 패를 읽어 같은 편에 무전기로 전송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 6명의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친구 중 한 명이 도박으로 돈을 잃자 몰래카메라 설치업자에 딴 돈의 3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도박은 카드나 고스톱 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바둑판에서도 기가 막힌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일 몰래카메라와 특수 무선 이어폰 등을 동원해 사기바둑판을 벌인 장모(50)씨와 정모(43)씨 등 5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 등은 지난해 11월 부산 국제시장 부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노모(53)씨 등을 상대로 한 판에 50만~100만원을 걸고 내기바둑을 벌여 32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일당은 사기바둑판에 끌어들일 사람들을 물색하던 중 비슷한 실력의 노씨를 알게 됐다. 그 후 내기바둑을 두며 노씨와 친분을 쌓아가던 장씨 일당은 판돈이 큰 내기바둑을 제안했다. 장씨 일당에게 털끝만큼도 의심을 품지 않았던 노씨는 내기제안을 수락했다. 실력도 비슷해 겨뤄볼 만한 상대란 점도 노씨를 유혹했다.

바둑판에도 사기꾼 등장
눈물흘리는 도박꾼

하지만 장씨 일당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은 이때부터였다. 이들은 내기바둑을 약속한 당일 사무실 천장 형광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위층에는 카메라를 통해 대국 장면을 시켜볼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했다. 대기실에는 아마추어 1급 수준의 김모(52)씨 등 고수 2명이 대국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정씨의 귓속에 숨겨둔 초소형 무선 이어폰을 통해 훈수를 뒀다. 결국 노씨는 번번이 내기에서 질 수밖에 없었고 큰 돈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금세 들통났다. 정씨가 훈수를 받을 때마다 머뭇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노씨가 이들의 사기행각을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사기도박용품의 진화와 함께 억울하게 돈을 잃는 피해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사기도박판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최신 장비의 각축장이나 다름없다”며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숨겨진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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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