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기용품 하나면 ‘백전백승’
첨단 사기용품 하나면 ‘백전백승’
  • 최민이
  • 승인 2010.02.1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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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꾼 울리는 ‘타짜’의 세계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타짜’들이 판을 치고 있다. 타짜들은 판돈이 걸린 곳이라면 고스톱판이건 바둑판이건 개의치 않고 나타난다. 특수 장비만 갖추고 있으면 어디서든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기도박꾼에게 잘못 걸린 도박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큰돈을 잃기 마련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카메라와 소형무전기 등을 설치해 놓고 도박에 가담해 사기행각을 눈치조차 차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 탓이다. 전직 사기도박꾼을 만나 사기도박의 세계를 들어봤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사기용품 구할 수 있어 사기꾼 활개
특수 콘텍트렌즈, CCTV 등 첨단용품 갖추고 도박꾼 농락

“타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장비만 구하면 얼마든지 도박꾼들의 돈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도박판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는 A씨의 말이다. 사기도박행각이 들통 나 목숨의 위협까지 받은 후로 손을 씻었다는 A씨. 그는 좋은 사기용품만 구비하고 있다면 손놀림이 어설픈 초짜라도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A씨가 사기도박계에 발을 들였을 때 사용한 용품은 ‘표시목 카드’라 불리는 카드였다. 카드 뒷면에 타짜들만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표시를 작게 인쇄해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용품이다. 처음 카드가 개발됐을 당시만 해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A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도박꾼들에게 카드의 정체가 알려졌고 ‘선수’들을 속일 수는 없게 됐다.

카드 한 장이면 OK
진화하는 사기용품

그 후 A씨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일명 ‘렌즈카드’. 뒷면에 특수 형광안료로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물론 이 표시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특정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사람만이 카드 뒷면에 인쇄된 표시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용품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A씨가 구한 용품은 ‘카메라 카드’다. 적외선 카메라 필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수염료로 카드 뒷면에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이 카드를 쓰려면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박장에 미리 들어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CCTV를 설치해야 하는 것. 이 CCTV를 통해 상대방의 카드 뒷면에 표시된 무늬와 숫자를 확인한 뒤 무전기를 이용해 같은 팀원에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첨단 용품으로 무장한 A씨에게 패배는 없었다. 천하의 도박 고수들도 A씨의 눈앞에서는 패를 다 펼쳐놓고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백전백승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A씨가 타짜의 세계에서 발을 뺀 것은 함께 도박을 치던 사람들 사이에서 사기도박꾼이란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아무리 첨단용품을 갖추고 기다려 봐도 도박을 함께 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A씨가 사기도박에 발을 빼게 된 것은 도박꾼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A씨에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도박계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A씨는 “만약 들통나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사기도박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었을 것”이라며 “차라리 사기를 친 사실이 들켜 뒤늦게라도 발을 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모자에 몰래카메라 부착
아무도 모르게 사기행각

A씨는 무엇보다 사기도박용품들이 너무 쉽게 유통되고 있는 실태가 사기도박꾼들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실 사기도박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용품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라며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첨단 용품들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싼 편이라 사기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특정 단어를 치면 손쉽게 사기도박용품 판매자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판매자들은 주로 인터넷 게시판에 광고글을 올리고 구매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든장비당일배송/렌즈카드목카드외.사기도박장비.(카메라장비)/특수카드감증전문/싸구려 중국산 속아서 구매하지 마시고 테스트 후 구매하세요’등의 글과 연락처를 올려놓고 버젓이 사기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기도박꾼들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속칭 바둑이 도박판을 벌여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 사기도박단이 사용한 것은 ‘렌즈 카드’였다. 경남 산청경찰서에 따르면 5명으로 이뤄진 사기도박단은 특수렌즈를 끼고 직접 도박에 참여하는 선수, 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모집책, 바람잡이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나눠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처음 몇 판을 칠 때는 보통 카드로 도박을 하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잃어줬다. 그 후 피해자들의 시선을 돌린 뒤 미리 준비한 렌즈 카드로 바꿔치기를 한 후에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이 피해자 2명으로부터 5회에 걸쳐 뜯은 돈은 3800만원이었다.

그런가하면 최신 사기도박용품을 사용해 사기도박으로 돈을 뜯은 조폭들도 덜미를 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카드인식용 열 감지기 장비 등을 이용해 사기 도박을 벌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B(30)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C(32)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일당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일주일간 남원시의 한 모텔에 사기도박장을 차린 뒤 2명의 도박꾼을 유인해 40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일당은 도박을 시작하기 전 모텔 천장에 미리 CCTV와 도박에 이용된 특수 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열 감지기 탁자를 설치했다. 그 후 옆방에 대기 중이던 일당으로부터 카드 숫자 등을 끼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옷가지에 몰래카메라를 부착하고 도박장에 나타나 사기행각을 벌인 기막힌 사기꾼들도 등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박모(41)씨 등 일당은 사기도박을 계획하고 도박꾼들을 모았다. 그리고 충남 아산시 권곡동의 한 아파트를 도박장으로 꾸몄다. 그리고 도박을 하기로 약속한 날 박씨 등은 모두 모자 하나씩을 썼다. 몰래카메라를 달아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기용품으로 준비해간 것은 화투장 뒷면 무늬를 형광물질로 표시한 이른바 ‘목화투’였다. 이들은 도박을 하다 다른 사람의 패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도박장 밖에 대기하던 일당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를 본 대기자들은 무전기를 통해 도박에 가담하던 이들에게 무전기를 통해 화투패의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이들 일당이 7명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5000만원으로 밝혀졌다.

그런가하면 사기도박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뜯은 간 큰 도박단도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7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몰래카메라로 상대방의 패를 알아낸 뒤 무전기로 송·수신하는 방법으로 사기 도박을 벌어온 김모(31)씨 등 6명에 대해 상습도박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도박에 가담한 3명에 대해서도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정모(52)씨 등 도박장을 빌려준 이들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판돈 1100만여 원과 무전기, 카메라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6일 오전 2시30분쯤 대전시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바둑이’라는 카드 도박판을 벌여 2000만여 원을 챙기는 등 이달 초부터 5차례에 걸쳐 판돈 1억130만여 원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전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도박판을 개설한 뒤 형광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래층에서 모니터로 상대방의 패를 읽어 같은 편에 무전기로 전송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 6명의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친구 중 한 명이 도박으로 돈을 잃자 몰래카메라 설치업자에 딴 돈의 3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도박은 카드나 고스톱 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바둑판에서도 기가 막힌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일 몰래카메라와 특수 무선 이어폰 등을 동원해 사기바둑판을 벌인 장모(50)씨와 정모(43)씨 등 5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 등은 지난해 11월 부산 국제시장 부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노모(53)씨 등을 상대로 한 판에 50만~100만원을 걸고 내기바둑을 벌여 32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일당은 사기바둑판에 끌어들일 사람들을 물색하던 중 비슷한 실력의 노씨를 알게 됐다. 그 후 내기바둑을 두며 노씨와 친분을 쌓아가던 장씨 일당은 판돈이 큰 내기바둑을 제안했다. 장씨 일당에게 털끝만큼도 의심을 품지 않았던 노씨는 내기제안을 수락했다. 실력도 비슷해 겨뤄볼 만한 상대란 점도 노씨를 유혹했다.

바둑판에도 사기꾼 등장
눈물흘리는 도박꾼

하지만 장씨 일당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은 이때부터였다. 이들은 내기바둑을 약속한 당일 사무실 천장 형광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위층에는 카메라를 통해 대국 장면을 시켜볼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했다. 대기실에는 아마추어 1급 수준의 김모(52)씨 등 고수 2명이 대국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정씨의 귓속에 숨겨둔 초소형 무선 이어폰을 통해 훈수를 뒀다. 결국 노씨는 번번이 내기에서 질 수밖에 없었고 큰 돈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금세 들통났다. 정씨가 훈수를 받을 때마다 머뭇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노씨가 이들의 사기행각을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사기도박용품의 진화와 함께 억울하게 돈을 잃는 피해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사기도박판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최신 장비의 각축장이나 다름없다”며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숨겨진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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