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사기용품 하나면 ‘백전백승’

도박꾼 울리는 ‘타짜’의 세계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타짜’들이 판을 치고 있다. 타짜들은 판돈이 걸린 곳이라면 고스톱판이건 바둑판이건 개의치 않고 나타난다. 특수 장비만 갖추고 있으면 어디서든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사기도박꾼에게 잘못 걸린 도박꾼들은 영문도 모른 채 큰돈을 잃기 마련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카메라와 소형무전기 등을 설치해 놓고 도박에 가담해 사기행각을 눈치조차 차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 탓이다. 전직 사기도박꾼을 만나 사기도박의 세계를 들어봤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사기용품 구할 수 있어 사기꾼 활개
특수 콘텍트렌즈, CCTV 등 첨단용품 갖추고 도박꾼 농락

“타짜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장비만 구하면 얼마든지 도박꾼들의 돈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도박판을 돌며 사기행각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는 A씨의 말이다. 사기도박행각이 들통 나 목숨의 위협까지 받은 후로 손을 씻었다는 A씨. 그는 좋은 사기용품만 구비하고 있다면 손놀림이 어설픈 초짜라도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A씨가 사기도박계에 발을 들였을 때 사용한 용품은 ‘표시목 카드’라 불리는 카드였다. 카드 뒷면에 타짜들만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표시를 작게 인쇄해 상대방의 패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용품이다. 처음 카드가 개발됐을 당시만 해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A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도박꾼들에게 카드의 정체가 알려졌고 ‘선수’들을 속일 수는 없게 됐다.

카드 한 장이면 OK
진화하는 사기용품


그 후 A씨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일명 ‘렌즈카드’. 뒷면에 특수 형광안료로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물론 이 표시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특정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사람만이 카드 뒷면에 인쇄된 표시를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용품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A씨가 구한 용품은 ‘카메라 카드’다. 적외선 카메라 필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수염료로 카드 뒷면에 무늬와 숫자를 표시해 놓은 카드다. 이 카드를 쓰려면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박장에 미리 들어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CCTV를 설치해야 하는 것. 이 CCTV를 통해 상대방의 카드 뒷면에 표시된 무늬와 숫자를 확인한 뒤 무전기를 이용해 같은 팀원에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첨단 용품으로 무장한 A씨에게 패배는 없었다. 천하의 도박 고수들도 A씨의 눈앞에서는 패를 다 펼쳐놓고 도박을 하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백전백승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 A씨가 타짜의 세계에서 발을 뺀 것은 함께 도박을 치던 사람들 사이에서 사기도박꾼이란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아무리 첨단용품을 갖추고 기다려 봐도 도박을 함께 할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A씨가 사기도박에 발을 빼게 된 것은 도박꾼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A씨에게 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며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도박계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A씨는 “만약 들통나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사기도박으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었을 것”이라며 “차라리 사기를 친 사실이 들켜 뒤늦게라도 발을 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모자에 몰래카메라 부착
아무도 모르게 사기행각

A씨는 무엇보다 사기도박용품들이 너무 쉽게 유통되고 있는 실태가 사기도박꾼들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실 사기도박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용품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라며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첨단 용품들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싼 편이라 사기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특정 단어를 치면 손쉽게 사기도박용품 판매자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 판매자들은 주로 인터넷 게시판에 광고글을 올리고 구매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든장비당일배송/렌즈카드목카드외.사기도박장비.(카메라장비)/특수카드감증전문/싸구려 중국산 속아서 구매하지 마시고 테스트 후 구매하세요’등의 글과 연락처를 올려놓고 버젓이 사기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기도박꾼들도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속칭 바둑이 도박판을 벌여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 사기도박단이 사용한 것은 ‘렌즈 카드’였다. 경남 산청경찰서에 따르면 5명으로 이뤄진 사기도박단은 특수렌즈를 끼고 직접 도박에 참여하는 선수, 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모집책, 바람잡이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나눠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처음 몇 판을 칠 때는 보통 카드로 도박을 하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잃어줬다. 그 후 피해자들의 시선을 돌린 뒤 미리 준비한 렌즈 카드로 바꿔치기를 한 후에 사기도박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 이들이 피해자 2명으로부터 5회에 걸쳐 뜯은 돈은 3800만원이었다.

그런가하면 최신 사기도박용품을 사용해 사기도박으로 돈을 뜯은 조폭들도 덜미를 잡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카드인식용 열 감지기 장비 등을 이용해 사기 도박을 벌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조직폭력배 B(30)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C(32)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일당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일주일간 남원시의 한 모텔에 사기도박장을 차린 뒤 2명의 도박꾼을 유인해 40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일당은 도박을 시작하기 전 모텔 천장에 미리 CCTV와 도박에 이용된 특수 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열 감지기 탁자를 설치했다. 그 후 옆방에 대기 중이던 일당으로부터 카드 숫자 등을 끼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옷가지에 몰래카메라를 부착하고 도박장에 나타나 사기행각을 벌인 기막힌 사기꾼들도 등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박모(41)씨 등 일당은 사기도박을 계획하고 도박꾼들을 모았다. 그리고 충남 아산시 권곡동의 한 아파트를 도박장으로 꾸몄다. 그리고 도박을 하기로 약속한 날 박씨 등은 모두 모자 하나씩을 썼다. 몰래카메라를 달아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기용품으로 준비해간 것은 화투장 뒷면 무늬를 형광물질로 표시한 이른바 ‘목화투’였다. 이들은 도박을 하다 다른 사람의 패를 몰래카메라를 통해 도박장 밖에 대기하던 일당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를 본 대기자들은 무전기를 통해 도박에 가담하던 이들에게 무전기를 통해 화투패의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해서 이들 일당이 7명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5000만원으로 밝혀졌다.

그런가하면 사기도박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뜯은 간 큰 도박단도 덜미를 잡혔다. 지난달 27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몰래카메라로 상대방의 패를 알아낸 뒤 무전기로 송·수신하는 방법으로 사기 도박을 벌어온 김모(31)씨 등 6명에 대해 상습도박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도박에 가담한 3명에 대해서도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정모(52)씨 등 도박장을 빌려준 이들을 도박장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판돈 1100만여 원과 무전기, 카메라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6일 오전 2시30분쯤 대전시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바둑이’라는 카드 도박판을 벌여 2000만여 원을 챙기는 등 이달 초부터 5차례에 걸쳐 판돈 1억130만여 원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전 중구 선화동 한 모텔에 도박판을 개설한 뒤 형광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래층에서 모니터로 상대방의 패를 읽어 같은 편에 무전기로 전송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 6명의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친구 중 한 명이 도박으로 돈을 잃자 몰래카메라 설치업자에 딴 돈의 3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범행을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도박은 카드나 고스톱 판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바둑판에서도 기가 막힌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일 몰래카메라와 특수 무선 이어폰 등을 동원해 사기바둑판을 벌인 장모(50)씨와 정모(43)씨 등 5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장씨 등은 지난해 11월 부산 국제시장 부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노모(53)씨 등을 상대로 한 판에 50만~100만원을 걸고 내기바둑을 벌여 32차례에 걸쳐 2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일당은 사기바둑판에 끌어들일 사람들을 물색하던 중 비슷한 실력의 노씨를 알게 됐다. 그 후 내기바둑을 두며 노씨와 친분을 쌓아가던 장씨 일당은 판돈이 큰 내기바둑을 제안했다. 장씨 일당에게 털끝만큼도 의심을 품지 않았던 노씨는 내기제안을 수락했다. 실력도 비슷해 겨뤄볼 만한 상대란 점도 노씨를 유혹했다.

바둑판에도 사기꾼 등장
눈물흘리는 도박꾼

하지만 장씨 일당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은 이때부터였다. 이들은 내기바둑을 약속한 당일 사무실 천장 형광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위층에는 카메라를 통해 대국 장면을 시켜볼 수 있는 대기실을 마련했다. 대기실에는 아마추어 1급 수준의 김모(52)씨 등 고수 2명이 대국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정씨의 귓속에 숨겨둔 초소형 무선 이어폰을 통해 훈수를 뒀다. 결국 노씨는 번번이 내기에서 질 수밖에 없었고 큰 돈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금세 들통났다. 정씨가 훈수를 받을 때마다 머뭇거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노씨가 이들의 사기행각을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

이처럼 사기도박용품의 진화와 함께 억울하게 돈을 잃는 피해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사기도박판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최신 장비의 각축장이나 다름없다”며 “도박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아무런 대처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숨겨진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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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