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재래시장 효자로 통하는 ‘온누리상품권’


재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움직임 뒤엔 재래시장 활성화 일환으로 장려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있다. 이 상품권을 정부 각부처와 대기업 등이 매입하면서 소비자 발걸음이 재래시장으로 조금씩 돌리고 있는 것. 실제 요즈음에는 각 자치단체장들이 재래시장을 찾았다는 보도도 눈에 자주 띈다. 하지만 유통업계 일각에선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강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루머도 떠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품권 있으면 한번이라도 온다는 믿음에 기대감 높아
전문가 “가맹시장 늘어나고 상인 마인드 바꿔야 정착”

서울 영등포시장. 도매상이 많아 값도 저렴하고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312개의 점포와 366개 노점 등 661개업체로 형성돼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 9일 저녁 7시. 비가 오는 날씨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분주했다. 손님을 유치하려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었다.
물론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하다고 해서 매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이란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였다.

붐비는 소비자들 매출은 ‘…’

건어물 판매상인 박모(47)씨는 “상품권이 있으면 언젠가는 한 번 오지 않겠나. 온누리상품권이 많이 발행될수록 우리 같은 상인들이야 환영이다. 실제 온누리상품권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하루 매출의 5%정도는 된다”고 반겼다.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송모(52·여)씨는 “온누리상품권은 효자야 효자. 시장에 손님이 없다고 난리지만 온누리상품권이 나온 뒤로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어. 나 같은 경우에는 1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고 조금만 써도 거스름돈을 거슬러 줘. 상품권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이 살아나니까”라고 칭찬했다.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진모(33·주부)씨는 “전국 전통시장 어디에서나 현금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에 온누리상품권을 처음 사용해 봤다. 생각보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저녁 9시 경기도 부천 역곡시장. 값싸기로 유명한 이 시장에는 늦은 시간에도 손님들이 점포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77개 점포 상인들 역시 마지막 손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잡아당기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안모(46)씨는 “최근 온누리상품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 들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계산으로 고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개인들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3% 할인해주기 때문에 그 만큼 싸게 살 수 있는 메리트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강모(32·여)씨는 “사실 최근 대형 마트 확산과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조금씩 고객 방문이 늘고 있어 한편으로는 희망적으로 생각하지만 매출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성모(46·여)씨는 “솔직히 상품권 유통에 따른 세원 노출 우려와 현금 교환 불편 등을 이유로 일부 상인들이 꺼려하는 마음이 강하다”며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도 80%를 써도 잔액을 반환받는 것이 쉽지 않아 굳이 상품권을 구입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불평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현장에선 온누리상품권 정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재래시장 상품권은 사실 그동안 상품권 구입의 어려움과 접근성 결여로 인한 사용자의 불편, 상인·소비자의 인식 부족 등으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온누리상품권의 인지도는 백화점·구두·문화상품권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시장도 활성화되고 상품권도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이 상인과 고객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가맹시장이 등록시장의 58.8%인 760개에 불과하다. 이 상품권이 정착하려면 정부부처와 지자체, 대기업 등이 나서는 등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재래시장에서도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객들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대형마트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선 청결성과 함께 불편한 쇼핑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맹시장이 문제다. 현재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760개 가맹시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가맹시장이 더 늘어야 자리를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상품권 가맹 시장을 확대하고 현재 80%인 현금 상환비율을 60%로 낮춰 상품권 이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상인들 중에 이를 지키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1만원권을 내고 2000원, 3000원어치를 사면 7000~8000원의 현금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상인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대기업의 참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7월20일 처음 발행된 이후 2월4일 현재 총 158억원이 판매됐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정부·지자체.·공기관의 홍보 캠페인과 대기업 등이 솔선해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적극 구매하고 개인의 상품권 현금구매 시 3% 할인제도 도입,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상품권 구매실적이 반영 등 상품권 구매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적을 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대기업의 경우 전경련은 회원사와 공동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상생협력 차원의 목적에서다.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이 각 8억원, STX 13억원, 포스코 5억원 등 총 12개 그룹이 총 58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기업들 ‘강매’ 당했다고?

하지만 온누리상품권과 관련된 뒷말도 무성하다. 정부에서 강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의혹에는 전경련 비회원사들에게 할당이 30억원 됐으며 정부부처는 20억원(지식경제부 8억원, 국방부 1억원, 국토해양부 3억원 등)의 몫이 배정됐다는 구체적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정보팀 한 관계자는 “100억원을 시장에 유통시킨다는 목적 하에 정부부처와 전경련 회원사, 비회원사에게 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종의 권유 형태를 띠었지만 강매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실적을 오는 2월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처별 기업별 구매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며 “강매가 아니라면 보고할 의무가 없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온누리상품권이란?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 어디에서나 현금과 같이 사용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국 760개 가맹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또 개인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3% 할인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200억원이었던 온누리상품권 총 발행규모를 올해 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상품권 가맹 시장을 확대하고 현재 80%인 현금 상환비율을 60%로 낮춰 상품권 이용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월 현재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21억원을 구입할 예정이고 삼성과 현대, SK 등 12개 대기업에서도 58억원 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다. 또 금융기관과 개인 구매를 포함하면 모두 100억원의 상품권이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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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