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재래시장 효자로 통하는 ‘온누리상품권’


재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움직임 뒤엔 재래시장 활성화 일환으로 장려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있다. 이 상품권을 정부 각부처와 대기업 등이 매입하면서 소비자 발걸음이 재래시장으로 조금씩 돌리고 있는 것. 실제 요즈음에는 각 자치단체장들이 재래시장을 찾았다는 보도도 눈에 자주 띈다. 하지만 유통업계 일각에선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일각에선 강매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루머도 떠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품권 있으면 한번이라도 온다는 믿음에 기대감 높아
전문가 “가맹시장 늘어나고 상인 마인드 바꿔야 정착”

서울 영등포시장. 도매상이 많아 값도 저렴하고 유동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312개의 점포와 366개 노점 등 661개업체로 형성돼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것은 지난 9일 저녁 7시. 비가 오는 날씨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분주했다. 손님을 유치하려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었다.
물론 손님들의 발길이 분주하다고 해서 매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이란 대목을 앞둔 상인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였다.

붐비는 소비자들 매출은 ‘…’

건어물 판매상인 박모(47)씨는 “상품권이 있으면 언젠가는 한 번 오지 않겠나. 온누리상품권이 많이 발행될수록 우리 같은 상인들이야 환영이다. 실제 온누리상품권을 가지고 오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하루 매출의 5%정도는 된다”고 반겼다.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송모(52·여)씨는 “온누리상품권은 효자야 효자. 시장에 손님이 없다고 난리지만 온누리상품권이 나온 뒤로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어. 나 같은 경우에는 1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고 조금만 써도 거스름돈을 거슬러 줘. 상품권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이 살아나니까”라고 칭찬했다.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진모(33·주부)씨는 “전국 전통시장 어디에서나 현금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에 온누리상품권을 처음 사용해 봤다. 생각보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저녁 9시 경기도 부천 역곡시장. 값싸기로 유명한 이 시장에는 늦은 시간에도 손님들이 점포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77개 점포 상인들 역시 마지막 손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잡아당기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안모(46)씨는 “최근 온누리상품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 들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계산으로 고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개인들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3% 할인해주기 때문에 그 만큼 싸게 살 수 있는 메리트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강모(32·여)씨는 “사실 최근 대형 마트 확산과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조금씩 고객 방문이 늘고 있어 한편으로는 희망적으로 생각하지만 매출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성모(46·여)씨는 “솔직히 상품권 유통에 따른 세원 노출 우려와 현금 교환 불편 등을 이유로 일부 상인들이 꺼려하는 마음이 강하다”며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도 80%를 써도 잔액을 반환받는 것이 쉽지 않아 굳이 상품권을 구입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불평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현장에선 온누리상품권 정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재래시장 상품권은 사실 그동안 상품권 구입의 어려움과 접근성 결여로 인한 사용자의 불편, 상인·소비자의 인식 부족 등으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온누리상품권의 인지도는 백화점·구두·문화상품권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인지도를 끌어올려야 시장도 활성화되고 상품권도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이 상인과 고객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가맹시장이 등록시장의 58.8%인 760개에 불과하다. 이 상품권이 정착하려면 정부부처와 지자체, 대기업 등이 나서는 등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재래시장에서도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객들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대형마트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선 청결성과 함께 불편한 쇼핑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맹시장이 문제다. 현재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760개 가맹시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가맹시장이 더 늘어야 자리를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상품권 가맹 시장을 확대하고 현재 80%인 현금 상환비율을 60%로 낮춰 상품권 이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상인들 중에 이를 지키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1만원권을 내고 2000원, 3000원어치를 사면 7000~8000원의 현금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상인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재래시장 활성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대기업의 참여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7월20일 처음 발행된 이후 2월4일 현재 총 158억원이 판매됐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정부·지자체.·공기관의 홍보 캠페인과 대기업 등이 솔선해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적극 구매하고 개인의 상품권 현금구매 시 3% 할인제도 도입,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상품권 구매실적이 반영 등 상품권 구매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적을 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대기업의 경우 전경련은 회원사와 공동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상생협력 차원의 목적에서다.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이 각 8억원, STX 13억원, 포스코 5억원 등 총 12개 그룹이 총 58억원 규모의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했다.

기업들 ‘강매’ 당했다고?

하지만 온누리상품권과 관련된 뒷말도 무성하다. 정부에서 강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의혹에는 전경련 비회원사들에게 할당이 30억원 됐으며 정부부처는 20억원(지식경제부 8억원, 국방부 1억원, 국토해양부 3억원 등)의 몫이 배정됐다는 구체적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정보팀 한 관계자는 “100억원을 시장에 유통시킨다는 목적 하에 정부부처와 전경련 회원사, 비회원사에게 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종의 권유 형태를 띠었지만 강매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실적을 오는 2월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처별 기업별 구매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며 “강매가 아니라면 보고할 의무가 없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온누리상품권이란?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 어디에서나 현금과 같이 사용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국 760개 가맹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또 개인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에는 3% 할인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해 200억원이었던 온누리상품권 총 발행규모를 올해 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상품권 가맹 시장을 확대하고 현재 80%인 현금 상환비율을 60%로 낮춰 상품권 이용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월 현재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21억원을 구입할 예정이고 삼성과 현대, SK 등 12개 대기업에서도 58억원 어치를 구매할 계획이다. 또 금융기관과 개인 구매를 포함하면 모두 100억원의 상품권이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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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