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정사> '19금' 야한영화 전성시대

푹푹 찌는 더위에 벗는 영화 ‘후끈’

[일요시사=문화팀] 박효선 기자 = 푹푹 찌는 여름이 다가왔다. 여름이 뜨거워질수록 성인 영화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불볕더위에 영화판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배우들의 전라 연기에 성기노출 논란부터 너무 적나라해서 개봉일이 미뤄진 영화도 있다. 내용 없이 야한 영화만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의 두 얼굴을 그린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에 시대극 등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삭제 예고편
개봉 전 화제

지난 9일 개봉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감독 신정균·제작 드림로드)는 20대 청춘 남녀의 뜨겁게 타오르는 격정적인 로맨스를 그렸다. 파격정사 장면을 과감하게 드러낸 무삭제 19금 예고편을 공개해 영화판에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오랜 연애에 싫증난 캠퍼스 커플의 일탈을 담았다. 과감한 파격정사 뿐 아니라 남자친구에게 질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캠퍼스 안에서 벌어지는 섹스장면은 충격적이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함께 자라온 남주인공 민수와 여주인공 지예 두 남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성숙한 육체를 가진 성인이 된다. 민수는 세계적인 펜싱선수가 되고 지예는 댄스스포츠 선수가 된다. 세계 랭킹에 오른 민수와 달리 지예는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해 좌절한다. 지예는 새로운 사랑을 갈망한다.

지예는 극중 댄스 스포츠 파트너와 새롭고 노골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며 절정에 치닫는다. 민수는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본다. 그는 절규한다.

이 작품은 마광수 작가 원작의 <가자! 장미여관으로> 시리즈에 이은 2편이다. 마광수 원안의 에세이 북이 원작이다. 그동안 연극무대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관객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8월 개봉할 영화 <야누스: 욕망의 두 얼굴>(감독 손영호·제작 (주)패스파인더씨앤씨)도 배우 오인혜가 주연을 맡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야누스는 영화 제목을 그대로 담은 듯한 티저 포스터로 관객의 눈길을 잡았다. 포스터 속 지그시 두 눈을 감은 오인혜의 무표정한 얼굴은 묘하다.

<야누스>는 에로틱한 상상과 악몽에 시달리던 한 여자가 아픔을 이겨내고 진정한 육체적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기존 한국영화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성적인 설정과 장면들로 관심을 끌었다.

훌러덩 속살 드러낸 여름 영화판
올누드 촬영에 실제 성기 노출도

17일 개봉한 <꽃새장 여인 : 네코짱>(감독 요리코 쥰·배급 도키엔터테인먼트)은 배우들이 올누드 촬영을 감행하고 실제 성기를 노출해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꽃새장 여인은 관능소설계의 대가 단오니로쿠를 기념하기 위한 ‘단오니로쿠 상’에서 제1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유키미유키의 소설 <꽃과 뱀>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받은 성적 학대로 남들과 다른 성도착증에 빠진 두 남녀의 사랑을 담았다. 채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람의 온기를 느껴가는 특별한 사랑을 그려냈다.

너무 야해서 개봉이 취소된 영화도 있다. 31일 개봉하려 했던 영화 <관계>(감독 김명서·제작 오니언무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개봉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개봉을 2주 앞둔 지난15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선정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시사회 등 영화 관련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25일 예정됐던 언론·배급시사회도 취소됐다. 하지만 논란이 커질수록 관객들의 궁금증은 증폭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찾아온 그녀의 딸과 넘어서는 안 되는 욕망의 끝자락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위험한 사랑을 그렸다. 선정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가운데 재심의 결과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우울하고 상처로 얽힌 내용에서 벗어나 밝은 사랑을 담은 영화도 있다. 코믹전문배우 최성국과 송은채가 주연인 섹시코믹 영화 <레쓰링>(감독 김호준·제작 아일랜드픽처스)이다. 최근 레쓰링의 메인포스터가 공개됐다. 이 영화는 8월 28일 개봉될 예정이다. 공개된 포스터 속 두 배우는 과격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슬아슬 커플 타이틀매치’라는 카피 아래 마치 레슬링 경기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잠옷 차림의 송은채는 긴 다리로 최성국의 목을 휘감고, 최성국은 헝클어진 머리와 코믹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모습이다. ‘레쓰링’은 여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작품의 영감을 얻는 괴짜 교수 해주와 그의 지위를 이용해 위험한 동거를 이어가는 여대생 은희의 연애 스토리다.

웃기게 벗고
야하게 벗고

30일 개봉하는 영화 <열애-욕망의 숨소리>(감독 이승환·제작 케이알씨지)는 배우 정민이 출연해 화제다. 이 영화는 사랑을 갈구하는 두 남녀의 금지된 사랑과 위험한 욕망을 보여준다.

극중 주인공 동우는 2년 전 다른 남자와 밤을 보낸 그의 부인 민희를 집착하듯 따라다닌다. 민희를 향한 동우의 일방적인 의심과 집착은 서로를 지치게 만든다. 어느 날 동우는 5년 만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은 윤서를 만나 서로의 처지에 공감한다.

그들은 우연히 몇 번 더 마주치면서, 깊은 상실감을 인정해야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동우와 윤서는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서로를 찾게 되고 참아왔던 욕망이 폭발하며 깊이 빠져드는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아픔을 달래려 벌이는 격정적이고 파격적인 자동차 정사신은 영화판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4일 개봉한 영화 <밀애>(감독 김민준, 김인규·제작 펀펀한영화사)는 한국판 <나인 하프 위크>라고 표방해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대인들이 한번쯤 꿈꿔본 듯한 위험한 사랑을 다뤘다.

완벽한 외모에 막강한 실력, 매력있는 성격까지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큐레이터 윤희는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각광받는 신인 작가 형석을 만나게 된다. 윤희는 한 눈에 형석에게 호감을 느낀다. 윤희는 형석에게 100일간의 섹스게임을 제안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무의미했다.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에 얽히지 않고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육체적 쾌락에 몰두했다.

여주인공 윤희 역을 맡은 배우 유라성은 지난 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린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레드카펫 행사에서 파격적인 노출 의상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주인 없는 꽃: 어우동>(감독 이수성·제작 리필름)은 조선파격로맨스로 주목받고 있다. 발랄한 이미지의 배우 송은채가 연기변신으로 스크린을 빛낸다.

송은채는 <어우동>의 귀품과 매력을 살리기 위해 실제로 승마, 칠현금, 무용, 서예에 전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챔프>, <캐치미>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쌓으며 묵직한 존재감을 알린 백도빈과 <쌍화점>, <로맨틱 아일랜드> 등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선보인 여욱환,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 남경주의 친형으로 잘 알려진 배우 남경읍이 함께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는 조선 최고의 파격 로맨스로 어우동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실제 종친이자 명문가 여성이었던 어우동은 숱한 남성들과 스캔들을 일으켜 유교문화였던 조선시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어우동은 시대의 요부로 그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우동을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연애를 꿈꾼 여인으로 묘사했다. 영화는 어우동의 남편 이동과 가상인물 무공이 어우동을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를 담아내 흥미진진한 시대극을 표현했다.

또 성종과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전반을 조명하며 조선 상류 사회의 모순적이고 은밀한 생활을 그려낸다. 대한민국 사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할 예정이다.

“너무 야해서”개봉 중지
아슬아슬 섹시코믹 주목

지난10일 개봉한 영화 <숙희>(감독 양지은·제작 노버스엔터테인먼트)는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닌 어머니와 여성의 두 얼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장편 독립영화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본선에 출품된 11편의 한국영화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논쟁적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속 숙희는 ‘성모마리아’를 떠올리게 만든다. 숙희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지만 그의 간호는 효과적이다. 숙희는 극중 윤 교수를 간병하면서 그가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숙희의 남편 역시 숙희가 간병을 통해 낫게 된 사람 중 하나였다. 숙희는 모든 환자를 ‘아들’처럼 돌본다. 그래서 환자들은 자신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즉 본인은 엄마이고, 환자들은 자신의 자식들이다. 그만큼 숙희는 어머니의 역할에 집착한다.

특히 그는 가방끈이 짧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인 남성만 선택해 치료한다. 그렇게 숙희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특별한 치료법도 있다. 섹스를 통해 환자를 낫게 만든다.

숙희는 나약하기도 하고 강인하기도 하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숙희는 약하고 만만한 ‘을’의 위치에 있다. 반대로 간병인으로서의 숙희는 강인한 어머니로 얼굴을 바꾼다. 환자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고 때린다. 배우 채민서는 이런 숙희를 소화해 영화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스칼렛 요한슨
최초 전라노출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언더 더 스킨>(독 조나단 글레이저·배급 씨네그루 다우기술)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생애 첫 전라 연기를 선보여 화제다.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의 예고편 영상에서 그는 남자를 유혹하는 에일리언으로 등장해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흑발 머리에 붉은 색 립스틱을 바른 그는 속옷차림으로 등장해 관능적인 매력을 과시했다. 또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알몸을 쳐다보다 한 남자와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기도 한다. 이 영화는 젊은 여성으로 위장한 외계인이 남자들을 사냥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SF적 상상력과 사색적인 주제를 결합한 작품이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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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